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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징징거리지 마라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을 발견했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책 담당 이다혜 기자의 책상을 지날 때였다. 수북이 쌓인 책더미에서 제목 하나가 눈길을 잡아당겼다. <징징거리지 마라>. 아니, 그 말은 내가 우리집 아이들에게 입이 닳도록 하는 잔소리가 아닌가. 필이 번개처럼 왔다. 마침 아홉살 난 딸아이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때라, 장난삼아 그 책을 선
글: 고경태 │
200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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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야마 또는 엣지
야마가 돌아,
라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설사 MB정부 하는 짓에 야마가 돌아도, 다른 표현을 찾는 게 옳다. 비속어다. “MB정부에 야마가 있는가”라고 묻는 건 한결 낫다. 두 야마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처음 잡지를 만들 땐 그 용어가 생소했다. 선배들은 툭하면 말했다. “기사에 야마가 없잖아.” “그 기획은 야마가 분명하지 않아.” 알아보니,
글: 고경태 │
20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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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야스쿠니 오뎅
광복절 특사가 되고 싶었다.
국가권력의 은총을 입기를 열망했다. 제발 8월15일을 기해 대규모 특별사면이 남발(!)되기를, 그 명단에 끼게 되기를 빌었다. 그리하여 부자유의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으면 했다. 안타깝게도 당시 노무현 정부는 그 ‘비원’을 외면했다. 올해 여름처럼, 그해 광복절에 ‘사면 잔치’는 없었다. 2003년의 일이다. 특별사면에 목매는
글: 고경태 │
200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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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무서운 아파트
날마다 아파트로 간다.
최종마감이 끝나는 날 새벽이면 승용차를 운전해 퇴근한다. 자유로를 달려, 40분 만에 도착하는 아파트 주위는 그저 음산하다. 주차할 곳을 찾는다. 일단 지하주차장은 피한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다. 그 음침하고 드넓은 공간에서 쿵쿵 울리는 내 발자국 소리의 여운이 싫다. 어떻게든 지상에 대려고 돌고돌지만 쉽지 않다. 결국 지하로 내려
글: 고경태 │
200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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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몇가지 이별
해운대 해변 같았다.
지난 주말 어느 멀티플렉스에서 경험한 영화 <해운대>의 관람 풍경이다. 살짝 해수욕장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시간대마다 매진이었는데, 가족 단위 관람객이 특히 많았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참아줄 만했다. 문제는 영화가 중간쯤 지나서부터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들이 줄줄이 들락날락거렸다. 팝콘과 함께 거
글: 고경태 │
20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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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폭력의 역사
앗, 저 사람이 누구더라?
<바더 마인호프>의 엔딩 크레딧을 보다가 원작자 이름에서 눈길이 멎었다. 슈테판 아우스트. 어디선가 들어본 게 틀림없었다. 기억이 불쑥 떠오르진 않았다. 그냥 유명한 작가이겠거니 하고 넘기려는데 불현듯 7년 전 일이 머리를 쳤다. ‘맞다. <슈피겔> 편집국장이다.’ 2002년 1월,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글: 고경태 │
200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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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야한 영화
“아해가야하다고그리오.”
이상의 시 <오감도> 1호를 비틀어보았다. 본래는 “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다. 같은 구절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난해한 시다. 식민지 시절의 문인 이상이, 자신의 시 제목과 같은 2009년 영화 <오감도>를 본다면 “야하다”고 읊조릴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주변 지인들 중엔 그렇게 평하는 이가 드물었다. 영화평론
글: 고경태 │
2009-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