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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만져봤수? -최종회
터치는 사랑이다. 일주일 전, 아이폰을 만져보고는 그 아이를 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 이후 사고 싶어서 잠을 설치고 있다(지금 쓰는 휴대폰의 노예계약이 꽤 남아 있다). 복잡한 기계는 딱 질색이고, 심지어 게임조차 어려워서 하지 않는 인간인데, 이건 달랐다. 글로 읽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봤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걸 만져보지 않고 안다고 하는
글: 이다혜 │
20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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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낯을 가려 슬픈 짐승이여
말 많기로 유명한 내가 낯가림이 심하다고 하면 지나가는 개도 웃겠지만, 정말이다. 일과 관련된 경우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제법 수다를 떨 줄 안다. 기자 일을 10년이나 하다보니 “제가 원래 말수가 적어서”라고 조용히 있어봐야 다들 잘난 척한다고 생각하더라. 정말이지 노력하며 살았다. 나는 이제 “너도 애기 낳고 싶지?”라며 결혼 테러를 하는 친척들 앞에서
글: 이다혜 │
200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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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우울에의 처방전
누구에게나 기분이 울적할 때 스스로 내리는 처방전이 있을 것이다. 초콜릿은 가장 오래된, 가장 영험한 처방전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산책을 하는 사람도 많더라. 일단 집을 나서서 ‘이제, 돌아가자’ 하는 생각이 들 때까지 걷는다.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가장 공들여 선택한 음악 속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애인을 만나기도 한다. 애인의 효용.
글: 이다혜 │
200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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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앵콜 요청 금지’
앙코르곡은 어떻게 고를까? 옛날 옛적 순진한 청중이던 시절, 낭만적인 상상 속에서는 이랬다. 연주자는 공연에 온 사람들의 성향을 고려해, 그날의 기분에 맞는 곡을 즉흥적으로 골라 치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의 앙코르곡이 다를 거라고, 그것은 프로그램 밖의 ‘우연한’ 선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환상이 깨진 건 노래 동아리에 가입해 매년 연례 공연을 하면서였다.
글: 이다혜 │
200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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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작업의 순간] 다음부터 엉덩이는 흔들지 말아요
<우리 결혼했어요>를 즐겨 봤던 이유는 신혼생활 대리체험 때문은 아니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일상생활에서는 ‘진상’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라는 편이 옳겠다. 사회생활을 하고 연애를 할 때 안 보여주지만 사실 그 인간의 팔할을 차지하는, 일상기능을 수행할 때 드러나는 진짜 얼굴. 가상부부라고는 해도 가끔 소름끼칠 정도
글: 이다혜 │
200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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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굿바이 와사비, 헬로 깐풍기
은퇴 전까지 10억원은 모아야 궁색하지 않게 산다는 언론의 협박이 무색하게도, 주변을 둘러보니 변변한 은행 잔고를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 없다. 자의건 타의건 일단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은 사정이 허락하는 한 프리랜서로 살고 싶어 하고, 더 벌기보다 덜 쓰기에 적응해간다. 게다가 야덕(야구 덕후)이 주변에 늘면서 노후 계획이랍시고 진지하게 하는 말이 “야구장
글: 이다혜 │
200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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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나의 ‘굴드’베르크 변주곡 편력기
세상 모두가 평생의 사랑을 첫눈에 알아보는 건 아니다. 그 첫밤은 종말의 기운이 감돌았던 90년대 중반이었다. 갓 산 피아노 CD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인간의 목소리 같기도 한. 창문을 닫았다. 다시 CD를 재생했다. 소리는 가시지 않았다. 다른 방에서 TV를 틀고 있나 확인했다. 모두 꺼져 있다. 수수께끼 같은 그 소리는 가시지
글: 이다혜 │
2009-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