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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공포와 환희 사이 잡지의 일
‘영화비평은 여전히 존재하는가.’ 지난 3월15일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즌바움이 쓴 글의 제목에서 어떤 결기가 감지된다. 83살의 노논객은 “몇년간 직장을 잃은 평론가 수를 보면 죽음에 접어든 직업임을 알 수 있다”면서도 “30살 이하인 사람에게 물어보면 황금기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며 환경 변화에 따른 세대간 인식 차를 날카롭게 통찰했다. <시카고
글: 송경원 │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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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겁쟁이의 끈기
겁이 많은 편이다. 대학 시절 초등학교 도서관 정리 사서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급식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양반 총각’으로 불렸는데, 아무리 급한 일로 호출해도 절대 뛰지 않고 태평하게 걷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양반 총각이란 별명에는 답답함에 대한 에두른 핀잔과 푸념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눈치 없는 나도 알
글: 송경원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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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What happens next?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행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격언이지만 최근엔 동의하기 어려운 일만 잔뜩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너무 많은 생각들이 흙탕물처럼 피어나 덮쳐온다. 가만히 보면 딱히 크게 문제가 생긴 건 없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밤에는 수시로 깬다. 이 상태를 설명할 길이 없어 며칠 끙끙
글: 송경원 │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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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봄이 오면
봄이네. 늦은 저녁 도시락 사러 가는 길, 내리는 비를 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말이 입 밖으로 나왔는지, 혼자 속으로 삼켰는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봄을 맞이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언제부터가 봄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선이 있다. 입춘의 절기도, 따뜻해진 기온도, 달력의 날짜도 아니다. 비가 내릴 때 땅에서 알싸한 봄
글: 송경원 │
20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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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 어둠 속에 성냥불을 켜는 질문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와 함께 극장가에 훈풍이 불었다. 관객 700만명을 눈앞에 둔, 약간의 과장을 보태 1천만명도 가시권에 들어온 <왕사남>의 흥행을 두고 여러 평가와 분석이 쏟아진다. 대체로 끄덕여지지만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그동안 극장이 한산했던 이유가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였다는 걸
글: 송경원 │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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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너의 이름은.
“근데, 편집장님. 제 이름이 뭔지 아세요?” 마침내 두려워하던 그 질문이 당도했다. 사람 만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입장에서 늘 외면하고 도망쳤던 질문. 8개월가량 함께 작업하던 이들과 처음으로 회식을 가진 날, 불쑥 질문이 나왔다. 아마 좀처럼 직접 호명을 하지 않는 말투가 이상해 보였던 모양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긴 시간 함께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
글: 송경원 │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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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트렌드와 클래식, 흐름 읽기의 기술
“가인이한테 ‘나 너 때문에 고생깨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요렇게 좀 전해주세요.” <헤어질 결심>의 해준과 서래만큼이나 임팩트를 남긴 건 해준이 수사하는 살인사건의 용의자 홍산오의 사연이다. 사랑의 한 속성을 관통하는 듯한 이 문어체의 러브레터는 배우 박정민의 핏발 선 눈빛과 충돌하며 형용하기 어려운 애절의 골짜기
글: 송경원 │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