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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이태원 살인사건>
“김 병장님, 일어나세요. 사람이 죽었어요.”
2000년 3월11일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미군부대 ‘캠프 스탠리’ 앞. 대학교 2학년에 벼락치기로 토익 고득점자의 반열에 오른 까닭에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카투사로 입대한 김중필 병장은 졸린 눈을 부비며 ‘후임’ 이 일병의 재촉에 눈을 떴다.
“피곤해 죽겠는데, 무슨 일이야?” 부대에서 헌병으로 배치받은
글: 길윤형 │
200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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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오펀: 천사의 비밀>
“여보, 난 순이가 무서워!”
케이트(베라 파미가)가 아홉살 순이와 처음 만난 것은 지난달 작은 고아원의 다락방에서였다. 그곳에서 순이는 하얀 화선지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화선지의 왼쪽 구석에는 봄을 맞는 매화가 움을 틔우고 있었고, 오른쪽으로 뻗친 여백은 끝과 깊이를 알 수 없이 영원처럼 이어져 있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순이는 옆모습
글: 길윤형 │
200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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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국가대표>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남자단체전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선 네 남자의 눈앞에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오랜 인내와 시련 끝에 얻은 금메달이었다. 1996년 무주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전시용 팀으로 창단된 국가대표 스키대표팀의 주장 밥(하정우)은 감격을 억누르며 옆자리에
글: 이다혜 │
200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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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해운대>
“오던 손님도 도망가겠다. 이제 그만 짖거라.”
한창 휴가 대목을 앞둔 상황이지만, 시라이시의 소매상에는 파리만 날렸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의 여파로 쓰시마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한국 관광객이 씨가 마른 지 오래였다. 원화가 강세이던 2007년만 해도 섬의 중심인 이즈하라의 핵심 상권에 자리한 시라이시의 소매점은 “빨리 빨리”를 외쳐대는
글: 길윤형 │
200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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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선조들이여 이 잔을 내게서 멀리하옵소서. 그렇지만 내 뜻대로 마옵시고 선조들의 뜻대로 하옵소서.”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을 직감한 옵티머스 프라임은 하늘을 바라보며 묵상에 잠겼다. 하늘은 파랗게 드높았고, 스산한 바람이 옵티머스 프라임을 감싼 초합금을 스치고 지나갔다. 날이 밝으면 윤활유가 튀고, 볼트가 꺾이는 대격전이 벌어질 것이었다. 옵티머스 프라임
글: 길윤형 │
200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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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킹콩을 들다>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53kg급.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그의 얼굴을 주시했다. 왠지 모를 먹먹한 느낌에 침이 바짝 말라왔다.
‘자, 심호흡을 깊게 하고.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엉덩이는 바싹 당기고.’
단상으로 올라서며 탄산마그네슘 가루를 손과 목덜미에 잔뜩 털어 발랐다. 운동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결심한 뒤부터, 그는 승패가 결정되는 이 순간의
글: 길윤형 │
200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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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생각해보면, 참으로 지겨운 인연이 아닌가.”
기계 군단과의 기약없는 싸움에 지쳐가던 인류의 지도자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는 수십년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 ‘그 남자’를 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아버지이자, 결국 그가 사지로 내몰게 되는 부하 카일 리스(안톤 옐친)를 구하기 위해 스카이넷의 심장부로 잠입할 때까지만 해도 존은 ‘그 남자’와의 조
글: 길윤형 │
200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