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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아버지의 미래
최근에 본 세 영화는 국적이 다 달랐다.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을 필두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이란 출신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만든 프랑스어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이 세 영화 모두 아버지가 등장한다. <변호인>의 아버지는 낯익다. 상고 출신의 가난한 고시생 송우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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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자유 없는 자유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나는 숭례문 근처의 한 회사에서 영어회화 테이프를 파는 일을 시작했다. 며칠간의 세일즈 교육은 세상물정 모르던 대학생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하루 종일 세일즈, 세일즈 노래를 듣다보니 세상은 물건을 파는 사람과 그것을 사는 사람, 딱 두 종류의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사는 말했다. 세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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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뭐할라꼬 부산에 사는교?
2000년 가을, 아내와 나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멈추고 식당으로 향하다가 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영화 PD와 마주쳤다. 그동안 잘 지냈냐, 어디 가는 길이냐, 같은 대화가 오갔다. PD와 헤어져 차로 돌아오니 아내가 물었다.
“누구야?”
“응, 영화 PD. 새로 시작하는 영화가 있는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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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긍정하라, 유한의 삶을
죽음은 왜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에피쿠로스는 이 질문을 파고들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고귀한 쾌락’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익숙해져라. 왜냐하면 모든 선과 악은 지각에 근거하는데, 죽음은 이런 지각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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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그가 활짝 웃던 그 순간
어떤 베스트셀러는 빨리 낡는다. 예컨대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책이 그렇다. 이 책은 2000년, 그러니까 아직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돈이 돈을 낳는다고 모두가 순진하게 믿던 시절에 출간되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기요사키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하와이주의 교육감을 지냈지만 평생 빚에 쪼들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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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앞에서 날아오는 돌
점을 보러 갔었다. 대학교 4학년 때니 벌써 꽤 오래전의 일이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나로서는 내 앞날이 꽤나 궁금했던 참이었다. 한 여대 앞에 있던 그곳은 여느 점집들이 그렇듯이 “사주, 팔자, 궁합, 관상” 등 그 업계에서 다루는 주 종목들을 다 다루고 있었고 겉으로 봐서 특별할 점은 하나도 없었다. 허름한 ㄷ자 모양의 단층 한옥의 문을 밀고 들어가니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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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잘 모르겠지만 네가 필요해
영화 <건축학개론>, 보기 전에는 설마 정말 집을 짓는 이야기일까 싶었고, 보고 난 직후에는 로맨스를 색다르게 풀어나가기 위해 건축이라는 소재를 갖다쓴 거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집짓기가 영화의 핵심 키워드였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 출신으로 아버지의 사랑과 기대를 한몸에 받던 여자가 서울로 유학을 와 강남에 사는 의사와 결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