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책을 사랑한 죄
몇년 전에 어떤 철학자가 책을 내면서 편집자 이름을 표지에 올렸다. 오옷, 드디어 음지의 편집자들에게도 양지의 빛이 드는 것인가! 기쁘다 구주 오셨네! 선생님, 대박 나세요! … 했을 리가. 우리는 그냥 시큰둥했다. 그 사람은 “편집자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 인문사회 출판 시장의 부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지만, 그보다는 그냥 월급을 높이는 것이 출판
글: 김정원 │
2014-08-14
-
[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근육을 못 봐서 이런 게 아니야
<300: 제국의 부활>의 주연 설리번 스태플턴은 전편에 나온 배우 제라드 버틀러가 엄청나게 거대해 보였다. 그래서 자기도 커져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했는데, 그랬는데…. 감독은 스태플턴에게 살을 빼라고 했다고 한다. 너는 스파르타 사람 아니라고, 아테네 사람이라고.
그랬다. 그것이 내가 숙취로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를 끌고, 평소라면 옆에서
글: 김정원 │
2014-03-18
-
[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어디 괜찮은 곰돌이 없나요?
게이인 선배가 ‘베어 바’라는 곳이 있다고 했다. 거기에 가면 수많은 베어가 앉아 있다가 문이 열리는 순간 이번엔 어떤 베어가 들어왔나 눈을 빛낸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천국이 아닌가. 나도 데려가! 나도! 저기, 걔들은 여자한테는 전혀… 괜찮아! 보기만 해도 괜찮아, 상관없다고! 나는 흥분했다. 동그란 배와 동그란 얼굴, 짧고 포동포동한 팔과 다리, 작고
글: 김정원 │
2014-03-04
-
[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간지 죽입니다, 형님
가끔 기자처럼 보이고 싶은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딱 한벌 있는 트렌치코트에 마찬가지로 딱 한벌 있는 A라인 스커트를 입고, 네모난 가방을 들고, 힐을 신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와, 진짜 기자 같은데? 저기, 나 진짜 기자거든.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스타일이 매우 우아했던 어느 선배는 내 너저분한 옷차림을 참고 참다가 드디어 내게
글: 김정원 │
2014-01-21
-
[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세월 앞에 장사
2013년 12월의 어느 저녁 <감자별 2013QR3>를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었다. 자식, 많이 컸구나. <해를 품은 달>에서 잘생긴 김수현의 아역을 맡아 왠지 마음이 갔던 여진구가 나왔던 것이다. 분명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개봉 때만 해도 꼬마였는데 잠깐 사이에 어른스러워진 걸 보며 역시 애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글: 김정원 │
2014-01-07
-
[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늑대가 아니라니…
내가 일하고 있는 동네에는 노인이 많다. 패스트푸드점에도 노인이 한가득인데(여사님들이랑 사장님들이랑 햄버거 먹으면서 막 2 대 2로 미팅하신다), 이런 시절에 이런 동네에서 만둣국을 먹으러 가다니, 내가 배려가 부족했다, 나에 대한 배려가.
만두에 막걸리를 마시던 옆자리 노인들은 몹쓸 세상을 한탄했다. 그래, 세상이 정말 못쓰게 됐지, 고개를 끄덕이며
글: 김정원 │
2013-12-24
-
[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내 몸에 낙서 금지
몇년 전에 문신을 하나 했다. 가업을 물려받은 달인이 운영하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문신 가게에 가서, 달인은 비싸니까 그 가게 막내에게 시술을 받았다(그럴 거 뭐하러 굳이 달인의 가게를 찾아갔을까). 도마뱀을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도안을 고르러 갔다가 웃고 있는 돌고래를 발견하고는 깨달았다, 아, 이것이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구나. 파멜라 앤더슨은 말했
글: 김정원 │
201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