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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생각해줘
3월. 빈방 집에 녹색으로 뜨개가 된 실내화가 하나 있다. 한쌍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나보다. 하얀색으로 뜨개질된 슬리퍼가 생긴 꿈을 꾸고 많이 좋아하다가 깼다.
4월. 자술서 글과 작업을 보며 다정한 사람인 줄 알았으나 그 호감의 자장 밖에 있는 사람이나 시간엔 어찌 그리 냉정한지…. 그렇다면 그 다정함은 연기? 아니,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글: 윤성호 │
20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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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외할머니, 미안해요
경춘선 운행이 중단된다. 복선전철이 생기면서 사라질 노선 수요에 맞춘 운행 계통의 합리적인 변화. 하지만 그 구간에 사연이 있는 지인 몇은 아쉬운 감정을 토로한다. 웬만하면 마실보다는 방 안 가부좌를 선호하던 나로서는- 대학생 때 그 흔한 강촌 MT도 사절했었다- 딱히 얽힌 추억이 없는데도 덩달아 아쉽다. 요새 들어서 슬슬 역마 기질이 생기기 시작, 이제
글: 윤성호 │
201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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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불안하니까 무서우니까
위급한 순간에 오히려 우스갯소리를 만들어내는 버릇이 있다. 그렇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다 자부할 배포는 아니고, 뭐랄까 맘 같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 그에 대한 신경질적인 개그를 사정거리 안에서만 들을 수 있게 꿍얼대며 답보상태를 버틴다고나 할까. 중학생 때 어두운 놀이터 근처를 지나다 두어살 위 동네 양아치들에게 붙들려 작은 봉변
글: 윤성호 │
201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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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내 무수한 인생 길목의 동무
한받씨로부터 오랜만에 먼저 연락이 왔다. 한받씨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르는 홍대의 자립음악가. 인디뮤지션이라는 분류 대신 굳이 ‘자립음악인’이라는 호명을 그가 고안한 이유가 한글사랑과는 무관한 것이, 이 양반이 통기타를 치며 중생의 외로움을 달랠 때는 ‘아마츄어증폭기’, 노트북을 동반한 채 댄스음악을 제공할 때는 ‘야마가타 트윅스
글: 윤성호 │
201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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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마법의 부사
몇주 전 한 모임에서 받은 질문. “당신이 만드는 작은 단편들마다 ‘두근두근’이라는 수식이 앞에 붙는데 그렇다면 당신에게 ‘두근두근’이란 무엇입니까?” 관객과의 대화에서 종종 나오는 주문- 모두 익히 알고 쓰는 어휘를 새삼 정의하길 바라는- 이다. 대개는 연애, 영화, 독립, 정치 등등의 보통명사를 고유한 방식으로 서술해달라는 주문을 받곤 하는데, 나라
글: 윤성호 │
201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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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혹시 구매하고 싶어? 연락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할 말이 없는 날. 쓸 글이 없는 주. 익명들에게 발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순간. 이번주가 그렇다. 아니 실은 이미 여러 번 그런 순간이 있었는데 이전에 다른 용도로 써놓은 문단들을 어찌어찌 재활용하거나, 긴요한 마무리가 없이도 지면을 메울 수 있는 잡상들을 별다른 정리없이 ‘요새 사정이 있으니 이
글: 윤성호 │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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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 그들 각자의 영화관
영화 <시네마천국>에 등장하는 ‘공주와 병사’의 예화. 연회에서 만난 공주에게 반한 무명의 병사가 계급의 벽도 잊고 구애를 한다. 그 프러포즈가 싫지 않지만 낮은 신분의 사내를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공주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거는데, 자신이 사는 성 앞에서 100일 동안 기다린다면 사랑을 받아들이겠노라는 미션. 18개월이나 21개월의
글: 윤성호 │
201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