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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남는 것은 제스처뿐
나는 10여년 전 <무뢰한>의 시나리오를 읽었다. 모니터를 부탁한 오승욱 감독에게 뭔가 얘기를 해줬겠지만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살인범을 쫓는 형사 얘기에 최소한의 액션은 필요하다는 따위의 철없는 충고가 기억날 뿐이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했어도 다 괜한 헛소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가 쓴 시나리오 행간에서 이 영화의
글: 김영진 │
201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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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노동으로 만든 진실의 흔적
나는 <산다>의 공동 제작자이자 기획자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 영화를 평할 수 없다. 지난 일년간 어떤 감독보다 오래 박정범 감독을 만났고 대화했던 나는 완성된 영화 <산다>를 보며 비평에 가까운 장르는 자서전이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떠올렸다. 그의 전기적 삶의 전모에 관해 나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가 그토록 이 영화에 매
글: 김영진 │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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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인생은 치장할 수 없다
<화장>은 장례 행렬 장면으로 시작한다. 모두 검은 상복을 입은 무리 가운데 앞줄에 선 중년 남자 오정식(안성기)이 문득 뒤돌아본다. 행렬의 끝에 붉은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 보인다. 오정식이 상무로 재직 중인 회사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오정식이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여자 추은주(김규리)다. 이 영화는 오정식의 죽어가는 아내(김호정)에 대한 기록
글: 김영진 │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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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잡히지 않는 말씀에 대한 답변
리바이어던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거대한 바다괴물이다. 어떤 무기로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비늘로 온몸이 뒤덮여 있는 최강의 생물체이다. 영화 <리바이어던> 중반 대목에 이 괴물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주인공 콜랴가 극단적 절망 상태에 빠져 가게 앞에서 방금 산 술병을 선 채 들이마시고 있을 때 동네 신부가 가게 문을 나온다. 콜랴는 시비 걸듯
글: 김영진 │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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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이스트우드는 이라크전을 똑바로 보았나
“만약 후세인 정권이 정말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후세인이 극단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책임감과 자제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즉, 만약 이라크 군대가 뉴욕을 폭격하고 워싱턴을 포위한다면) 우리가 부시 정권에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과연 수천발의 핵탄두를 포장에 싼 채 보관하기만 할까? 생화학무기들은? 탄저
글: 김영진 │
201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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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영화와 세상의 ‘투명한’ 경계
“남을 해고시키고 복직할 순 없어요.” <내일을 위한 시간>이 첫 상영되었던 2014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적지 않은 관객은 산드라가 이 대사를 하는 순간 일제히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고 그것들은 이례적으로 더 우렁차고 뜨거웠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나는 세상과 영화의 간극을 느끼며 그 박수갈채 속에서 잠시 의문스러워하며 망설였다. 다르덴이라는 진귀
글: 정한석 │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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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소멸 중인 흘러넘침
젊고 재능 있는 감독 클라우즈는 작고한 감독 빌렘이 20여년 전에 썼던 <말로야 스네이크>를 다시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 그가 중년의 여주인공 헬레나 역으로 점찍어둔 배우는 과거에 헬레나의 상대역 소녀인 시그리드로 분해서 스타덤에 올랐던 마리아(줄리엣 비노쉬)다. 마리아의 비서인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은 마리아가 클라우즈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글: 남다은 │
201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