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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다이아몬드는 훔쳐도 나이는 안 훔친다
지난여름, 다이어트를 했다. 외국 거리패션 사진 속에서 20대 아가씨들이 입고 있는 데님 반바지, 길이를 너무 짧게 자른 나머지 주머니 안감이 바지 밑단으로 비어져 나와 있는 그 반바지가 죽을 만큼 입고 싶었거든. 타고나기를 ‘상박하후’ 체형인지라 살을 빼고 또 빼도 거리패션 사진에 나오는 아가씨들처럼 가시 다리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가시 다리만 다
글: 심정희 │
201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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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가방은 우리를 알고 있다
예전에 <아이 엠 샘>을 보고 나서 숀 펜이라는 배우가 앞으로 이보다 더 내 가슴을 아프게 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물론 그처럼 늘 진지하고 심오한 배우가 나를 웃길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고. <아버지를 위한 노래>에서 그 두 예감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쉰이 넘은 숀 펜- 솔직히 난 그가 예순도 넘은 줄 알았다- 은 파마머리에
글: 심정희 │
20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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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때로는 얼굴이 대통령도 만든다
대선 후보 얘길 하다 보면 사람들이 후보의 생김새나 말투, 음성, 옷차림 등에도 적잖이 좌우됨을 깨닫게 된다. 한 설문 결과를 보니 대통령을 뽑을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십니까, 라는 물음에 능력과 경력, 정책 등이 높은 순위였고, 그 상식적인 덕목을 바로 뒤따르는 게 인물과 이미지였다.
사정은 국경을 넘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킹메이커&g
글: 심정희 │
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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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피부가 너무 좋아 죄송합니다
만일 동화 속 모든 공주를 한자리에 모아 점심이라도 한다면 그 자리는 말다툼으로 끝나거나, 싸움은 면하더라도 모두가 ‘뭐 이런 자리에 나를 불렀나’ 하고 불쾌해하며 자리를 뜨게 될 것이다. 백설공주 탓이다.
백설공주로 말하자면 다른 공주들뿐 아니라 세상 모든 여자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컨셉부터가 거두절미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
글: 심정희 │
201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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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자의 옷차림
나는 이상하게도 아내에 관한 영화에 감정이입을 잘한다. 어릴 땐 이상의 <날개>를 읽고서 외출한 아내의 방으로 들어가 그녀의 물건에서 체취를 더듬는 주인공의 상황을 깊이 동정했고, <토니 타키타니>에서도 쇼핑 중독증에 걸린 아내가 죽고 나서 731벌의 옷을 대신 입어줄 여자를 고용하는 토니 타키타니의 쓸쓸함에 깊이 공감했다. 결코, 아
글: 심정희 │
201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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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365일 똑같이 입고도 멋진 사람
밤 12시 종이 울리면 오래된 푸조를 타고 1920년대의 파리로 간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가 여는 파티에 참석하고,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헤밍웨이가 불쑥 “당신은 어떤 소설을 쓰지? 문장은 간결해야 해” 하고 조언해주며, 거트루드 스타인이 내가 쓴 글을 평가해준다.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이고 기발한 발상이지만, 우디 앨런의 영화이기에 놀랍지
글: 심정희 │
201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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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쫄쫄이라고 너무 놀리지 마
슈퍼맨은 처음으로 내게 하늘을 나는 꿈을 꾸게 해준 영웅이지만, 그의 옷차림만은 늘 못마땅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이 세고 빠르며 거기에 잘생긴 얼굴과 부드럽고 신사다운 매력까지 겸비한 불사신인 그가 어째서 쫄쫄이까지 입어야 한단 말인가!- 그의 활동배경이 되는 1930년대에는 아직 스판덱스가 발명되지 않았으니 소재는 아마도 나일론이었을 것이다- 그건
글: 심정희 │
201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