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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탐독] 질문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연일 호평이 쏟아진다. 기대 이상의 웃음이라든가, 다음을 기약할 만하다든가, 한국 SF장르의 척박한 토양에서 나름 선전했다고 하는 목소리들. 전체적으론 동의한다. 하지만 관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혹은 제작여건상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옴니버스 형식은 결국 작품간의 편차를 피할 수 없는 구성이니만큼 이 지점을 한번쯤 짚고 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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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경원 │
201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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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정말 당신의 추억입니까?
첫사랑 그녀는 왜 ‘썅년’이 되어야만 했을까? 사실 <건축학개론>의 이야기는 승민(엄태웅)과 서연(한가인), 그리고 승민의 현재 애인 은채(고준희)가 와인 바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그날 밤 끝난 것과 다름없다. 서연이 승민에게 넥타이와 함께 넌지시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그날 밤, 승민에게 이미 임자가 있음을 알고 그냥 병원에 계신 아버지께 넥타
글: 송경원 │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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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그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물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그 인물에 공감하게 되는 과정을 영상으로 구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지로 제시된 것은 기정사실로 인식되게 마련인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사건을 재구성하는 추리행위 자체를 화면에 옮기는 일도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영화 <화차>에는 원작의 복
글: 김효선 │
201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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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착각 걷어내니 허세가 보이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타이틀 시퀀스는 암시적이다.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서커스(영국 정보부의 별칭)로부터 해고당한 퇴직요원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먼)는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평소대로 수영을 마친 뒤 안경을 새로 맞추러 간다. 곧 안경점 밖으로 나온 그는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안경을 추어올린다. 이 장면은 소설에는 없
글: 이후경 │
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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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모럴의 인플레를 헤집다
노천수영과 산책, 침대에서 혼자 눈뜨는 아침. 작전이 실패하자 요원 스마일리는 은퇴했다. 영화는 이 진부하고 고독한 현실에서 시작한다. 영국 첩보국은 민활하기보다 부패와 반응지체 속에 침체되어 있다. 아마도 금세기 들어 가장 격조 있는 스타일을 보여주었을 오프닝에서 첩보국의 서류함이 서서히 올라가듯, 리프트가 참을 수 없이 느리게 내려가듯 그렇게. 영화는
글: 송효정 │
201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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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캐릭터의 단순성이 남기는 비감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캐릭터의 영화이기도 하다. 작품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열한 현실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생생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종종 이들의 남다른 성격은 영화의 형식마저 결정한다. 이는 <로제타>와 <로나의 침묵>의 상이한 스타일만 비교해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로제타는 일상의
글: 김효선 │
201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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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음악은 죽음에 도전한다
※ 이 글에는 <자전거 탄 소년>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서 음악이 나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도입부에서 탈출을 시도하던 주인공 소년이 아동보호소 직원에게 붙잡힐 때, 그래서 그가 낙담하여 걸어갈 때, 우리의 귀에 들린 소리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일명 <황제>
글: 한창호 │
201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