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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사랑니> 정유미 - 전형성을 깨부순 유일무이함
<염력>에서 ‘홍 상무’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누구라도 방심할 만큼 작고 가녀린 모습의 젊은 여성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구의 용역들을 박살내버리는 순간 말이다. 이런 악역도 가능하다는 걸 배우 정유미의 연기를 보고 알았다. “전무후무한 신선함”이라는 연상호 감독의 표현대로, 정유미라는 필터를 거치면 어
글: 장영엽 │
사진: 씨네21 사진팀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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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해피엔드> 최민식 - 슬픈 눈의 남자
무려 18년 만이다. 정지우 감독과 배우 최민식이 같은 영화에서 조우한 건. 1999년,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교차하던 세기말의 한국에서, 최민식은 전도유망한 청년 감독 정지우의 장편 데뷔작 <해피엔드>에 출연했다. 단지 행복하고 소박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뿐이었던 중산층 남성, 민기의 추락과 절망이 최민식의 허망한 얼굴에 아로새
글: 장영엽 │
사진: 손홍주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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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조용한 가족> 나문희 - 여전한 그 표정
‘탤런트 박인환, 나문희 부부로 출연.’ 1998년 <조용한 가족>의 개봉에 부쳐 탤런트 나문희의 스크린 진출은 일간지의 주요 소재였다.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 드라마 배우로 각인됐던 나문희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조용하지도 않을뿐더러 이상한 아웃사이더가 모인 ‘조용한 가족’. 정리해고 당한 아버지가 개업한 산장에는,
글: 이화정 │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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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강철중: 공공의 적1-1> 김남길 - 날것의 눈빛
“눈빛만 봐도 알아볼 수 있어. 그놈도 날 알아봤을까.” <살인자의 기억법>의 병수(설경구)는 우연히 마주친 연쇄살인범 태주(김남길)를 단번에 알아본다. 아마도 짐작건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않았을까. 이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까 말이다. 살인범의 눈빛이 따로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잊지 못할 강렬한 눈빛에 관해서라면 진즉부터 정평이
글: 송경원 │
20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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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 다정하고 조심스럽게
너무 달라서 좋거나, 너무 달라서 거리감을 느끼거나. <브이아이피>에서 잔혹한 연쇄 살인마로 분한 이종석의 모습을 본 관객이라면, 영화나 그의 캐릭터 선택에 대한 호오와 상관없이 그의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특히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는 작품 면에서나 캐릭터 면에서나 <브이아이피>와 양극단에 서
글: 임수연 │
사진: 손홍주 │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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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메모리] <H>조승우, 무표정 연기의 시작
6명의 여성을 무자비하게 죽인 연쇄살인범 신현. 신현이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며 제 발로 감옥에 들어온 이후에도 엽기적인 살인행각은 끊이지 않는다. 이종혁 감독의 <H>(2002)는 ‘살인비가’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로 돌아다니던 때부터, 범죄 스릴러와 고어를 접목한 흔치 않은 시도로 당시 충무로의 뜨거운 기대작이었다. 신현의 카리스마를 ‘감당할’
글: 이화정 │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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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메모리] 소지섭, 멋짐을 연기 중
‘영화는 영화’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세상 어디에 이렇게 배우 같은 깡패가 있을까.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2008)에서 조직폭력배 강패 역을 맡은 소지섭은 그 자리에 서서 노려보기만 하는데도 말 그대로 멋짐이 넘쳐흐른다. 배우보다 더 배우 같은 깡패, 배우가 되고 싶었던 깡패라는 설정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 있다. 피폐하고 탁한
글: 송경원 │
사진: 오계옥 │
2017-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