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세상 어디에 이렇게 배우 같은 깡패가 있을까.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2008)에서 조직폭력배 강패 역을 맡은 소지섭은 그 자리에 서서 노려보기만 하는데도 말 그대로 멋짐이 넘쳐흐른다. 배우보다 더 배우 같은 깡패, 배우가 되고 싶었던 깡패라는 설정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 있다. 피폐하고 탁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힘 빼고 신경 안 쓰고 현장에 갔다”고 하지만 타고난 ‘간지’는 감출 수가 없다. <영화는 영화다>의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어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소지섭은 “내 것이 포함되면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투자”를 했다고. 이후 제작과 영화수입 분야에서 꾸준히 활약 중인 이 성실한 배우는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며 몸을 낮춘다. 하지만 9년 전 인터뷰에서 밝힌 본인의 좌우명처럼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 곁에서 오늘도 멋짐을 연기 중이다.
[메모리] 소지섭, 멋짐을 연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