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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30주년 창간특집호 1500호의 주인공은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사진팀, 취재팀, 디자인팀 모두가 오랫동안 뜨거운 논의를 거쳤지만 아쉽게도 지면에 오르지 못한 B컷을 공개한다. 스튜디오에 봄을 몰고 온 아이유의 표정을 마음껏 반기길.
[B컷] 커버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비하인드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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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싹 속았수다>에는 얄궂은 인물은 있을지언정 악역은 없어요. 금명이를 몰아세웠던 영범의 어머니 부용(강명주)도 그 이후의 노년기를 보여주면서 연민과 이해의 기회를 주고요. 상길(최대훈) 또한 애순네 집안과 연결되면서 이면을 보여줍니다. 애순이와 금명이가 되었던 사람으로서 이런 지점을 어떻게 바라보았나요.
이런 너그러움이 사실은 정말 현실적인 것 같아요. 임상춘 작가님 글은 무척 동화 같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이에요. 동화와 현실을 오가면서 사람의 마음을 홍야 홍야 녹여버리시잖아요. (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상길에게 이해의 기회가 가는 건 처음에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여쭤봤어요. 우리가 상길이도 이해해야 할까요? 하고요. 대본의 모든 부분을 납득하고 싶었거든요. 그러자 감독님께 서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우리가 상길이를 두고 ‘짜잔! 사실 상길이는 좋은 사람이었답니다!’ 하는 게 아니에요. 상길이는 탈바꿈되지 않아요. 그보다는 과거부터 쌓여온 자
[인터뷰] 충실한 이해의 말들,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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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주 동안 봄여름가을겨울까지 총 16부가 모두 공개되었어요.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폭싹 속았수다>는 유독 배우 아이유의 남다른 애정이 느껴져요. 이토록 열렬히 사랑한 것과 작별하는 기분은 어때요.
그게 밖으로도 다 보이는군요? (웃음) 맞아요. 다른 때에 비해 더 많이 아쉬워요. 18년 동안 활동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주목을 크게 받는 때가 있고 생각보다 조용히 흘러가는 때가 있어요. 그동안 넓은 진폭의 감정과 상황을 전부 느껴봤다고 생각했는데도 <폭싹 속았수다>가 공개된 이후엔 지인들로부터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가수와 연기 활동 통틀어 <좋은 날>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응원을 받은 것 같아요. 다들 즐겁게 누리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져서 그게 너무 감사해요. 한달이 이렇게 짧았나 싶기도 하고요. <폭싹 속았수다> 공개를 기다리던 1년은 너무 길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3월은 정말이지 호로록 지나갔어요. 봄처
[인터뷰] 내내 어여쁘고 아꼬운 당신,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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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변곡점은 우리의 변곡점이기도 하다.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던 하얀 소녀가 3단 고음을 달성했을 때 대중은 완연한 가창의 힘에 환호했고, 시간을 탐험하는 리메이크 앨범이 나왔을 땐 많은 이가 이유 모를 노스탤지어를 따라 향수병을 앓았다. 그가 악플러와 전면전을 선택한 뒤엔 아이돌의 인간다운 삶을 이해하고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비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나이 시리즈에 제각기 자기 나이를 되돌아보는 풍경도 생겨났다. 아이유가 너른 토양에 수로를 만들면 사람들의 마음은 그 길을 따라 졸졸졸 흘러갔다. 이제 막 자신의 동심원을 넓히기 시작한 이는 무수한 이야기를 성실하게 좇았다. 아직 어리거나 미숙한 사회 초년생의 앳된 얼굴을 그렸던 <드림하이> <최고다 이순신>을 지나, 웃음으로 채 가리지 못한 슬픔을 드러낸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서늘하리만치 바싹 마른 얼굴을 찾아낸 <나의 아저씨>, 장르적 무게를 짊어진 <호텔 델루나&
[커버] 호로록 그 봄에 우리는 자랐다 –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유, 우리가 모르는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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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한올 흘리지 않고 끌어올린 헤어스타일과 수평을 맞춰 자리한 넥타이, 각이 살아 있는 셔츠와 재킷. 치성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강길우 배우의 소감이 더없이 잘 들어맞는 주인공이다. 내과의사로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치성 앞에 어느 날 그의 DNA를 물려받은 소년 영재(이찬유)가 나타나고, 난데없는 ‘아들’의 등장에 치성의 삶은 크게 요동친다. 자신이 치성에게 잘 다가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는 강길우 배우의 우려와 달리 그는 냉철한 단면만 내보이던 치성이 서서히 영재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마침내 자기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가장 단정한 모습으로 등장해 제 손으로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떠나는, 어쩌면 지금까지 배우 강길우가 분했던 수많은 전문직 중 내외적으로 가장 다이내믹한 변화를 겪는 캐릭터가 아닐까. 2013년 연극 <마법사들>로 데뷔한 이후 영화와 드라마, 연극무대를 자유로이 오가는 그는 데뷔 13년
[커버] 탁월하고 이상하게 평범한 사람, <프랑켄슈타인 아버지> 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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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 2부에 등장하는 해영(이설)이 가진 밝음은 100%를 넘는다. 민(권유리)이 일하는 특수 청소 업체에 합류한 첫날부터 낯가림 없이 한팀이 되고 한집 생활을 하게 됐을 땐 애교 많은 막내딸처럼 군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해영이 내뿜는 에너지는 주변을 따뜻이 데우기보다는 서늘하게 만드는 쪽이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해영은 민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순수하고 다정한 사람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정말 착한 척 위장하고 있는 걸까? 앞선 1부의 기이한 소녀 소현(기소유)이 자라서 누가 됐는지를 찾는 2부에서 이설은 인물의 텐션을 능란하게 조절해가며 관객을 혼란시킨다. 데뷔 이래 보통 사람과 극단적 캐릭터를 고루 맡으며 양쪽의 능력을 동시에 길러온 그의 저력이 <침범>에 이르러 빛을 발한다.
- 문학잡지 <릿터>에 책을 좋아하는 배우로 소개된 바 있다. 그만큼 <침범> 시나리오에 대한 감상이 궁
[인터뷰] 좋아하는 마음 가득히, <침범> 배우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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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의 2부를 책임지는 김민(권유리)은 걸어가는 그를 돌려세워 우리가 아는 그 권유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만큼 낯설다. 배우 특유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는 온데간데없고 음울한 아우라를 풍긴다. 늘 고여 있던 웃음기도 싹 빠졌다.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막막함, 다시 말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은 그 자신을 좁은 방에 웅크리게 했다. 그런 민에게 경계 없이 치고 들고 들어오는 해영(이설)은 위협적인 존재다. 해영과 부딪치면서 민의 적막한 인생에 소음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파도치는 인물의 내면이 선명히 떠오른 권유리의 얼굴은 놀라움을 안기며 앞으로의 그에게 신선한 기대를 품게 한다.
- 직전 영화 <돌핀>의 나영에 이어 <침범>의 민도 대중적으로 익숙한 ‘유쾌한 권유리’와는 거리가 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나.
김민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컸다. 사연도 많고 기구한 인생을 살
[인터뷰] 욕심껏 과감하게, <침범> 배우 권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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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뮤지컬 <달고나>로 데뷔, 그동안 출연한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를 다 합하면 30편이 넘는 배우 곽선영의 스크린 데뷔작은 뜻밖에도 3월12일 개봉한 <침범>이다. “주변에서 하도 얘기해 이제는 모두가 <침범>이 내 첫 영화라는 걸 안다”라며 수줍게 웃다가 이내 영화 후기를 묻는 골똘한 표정에선 초심자의 긴장이 엇비쳤다. 곽선영은 쉽지 않은 첫길을 선택했다. <침범>에서 그가 분한 수영 강사 영은은 또래와 다른 행동을 일삼는 7살 딸 소현(기소유)의 엄마다. 아이가 사고를 쳤다는 전화를 언제 또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 지 오래된 듯 보이는 영은의 첫 얼굴에서부터 곽선영의 공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첫 영화 현장이 어떻게 남아 있나.
특유의 무드가 있는 것 같다. 드라마를 시작한 지 10년이 채 안됐으나 경험상 드라마 현장은 굉장히 바쁘고 빠르게 돌아간다면 영화 현장은 호흡이 길다고 느꼈다. 비교적 극에 대해서 오래
[인터뷰] 공감으로부터, <침범> 배우 곽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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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2일 개봉작 <침범>의 세 여자는 파괴적인 침입자에 의해 예측 불가한 삶을 살고 있다. 과거 1부의 엄마 영은(곽선영)이 통제하기 힘든 어린 딸 소현(기소유) 때문에 시름하고 있다면 현재 2부의 민(권유리)과 해영(이설)은 서로가 칼이 된다. 주도권을 놓친 채 살아가는 인생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침범>은 각각의 관계를 통해 말하고 있다. 커버 촬영을 위해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은 영화 분위기에 맞춰 입은 블랙 의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말보다 앞서 나간 두팔 벌린 포옹과 따뜻한 눈빛에서 세 여성배우 사이에 피어난 도타운 우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침범>의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선 넘는 우정, <침범>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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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고양이였을까. “내가 어릴 적에 짙은 회색 고양이를 키운 적 있다. 주변으로부터 고양이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많이 듣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강아지파에 가깝다. (웃음) 고양이들은 낯선 것을 경계하는 타고난 불안이 눈에 띈다. 그래서 표정과 몸동작이 두드러지는데 고양이의 그런 보디랭귀지를 영화적 언어로 활용해보고 싶었다. 애니메이터로서는 무척 어려운 작업이었다. 고양이들이 특정 규칙이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무엇보다 현실적인 몸동작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고양이 집사님들한테 바로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다만 이들의 모습을 굳이 과장하고 싶지 않았다. 동물들의 현실적인 동작에도 농담, 슬픔, 분노가 있다.”
대홍수와 동물들.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두 키워드가 만날 때 보통은 협심해가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플로우>에는 인간처럼 두발로 걷거나, 옷을 입거나, 말을 하는 동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현실
고양이의 작은 움직임마저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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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의지가 큰 것은 희망일까 불행일까. <플로우>는 절멸의 시대로 시작된다. 계단, 원형무대, 거울, 집 등 인류 문명의 흔적으로 가득하지만 어디에서도 인간을 찾아볼 수 없는 지구. 갑작스러운 대홍수와 함께 검은 고양이는 하릴없이 물살에 휩쓸리고 만다. 몸을 숨길 곳을 급히 찾았을 때에는 느긋한 돛단배 한척만이 그를 받아줄 뿐이다. 그곳에서 고양이는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를 만난다. <플로우>는 귀여운 옷을 입고 두발로 서서 인간의 언어를 내뱉는 여느 애니메이션과 포맷이 사뭇 다르다. 현실 속 동물들 모습 그대로, 인간의 시선과 간섭을 최소화하여 이름도 대사도 없이 영화 속 상황에 존재하고 흘러간다. 그렇게 습성도 성향도 제각기 다른 이들은 생존욕구라는 본능에 기대어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사실 대홍수가 아니더라도 예상치 못한 집단생활은 고양이에게 다소 난처한 재난이나 다름없다. 경계선이라곤 모르는 골든 리트리버는 부담스럽기만
작은 고양이를 보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 소리도, 대사도 없이 <플로우>는 생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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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회 골든글로브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 제4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영화 심사위원상 수상,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 등등. 상패가 작품에 담긴 모든 시간과 공력을 증명주는 것은 아니지만, 장편애니메이션 사이에서 <플로우>가 가히 기록적인 성과를 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라트비아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작으로 거듭나면서 리가 광장 한가운데에는 고양이 동상이 세워지고, 이 소식을 전파하는 뉴스 앵커들은 고양이 티셔츠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사뭇 귀여운 풍경이 펼쳐질 수 있었던 건 다소 모순적이게도 끝까지 생을 포기하지 않은 동물들의 애처로운 모험담 덕분이다. 어느덧 인간이 사라진 지구, 갑작스러운 대홍수 앞에서 검은 고양이는 작은 돛단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를 만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성향을 지녔지만 단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조금씩 거리를 좁혀나간다. &
[커버] 이것은 어쩌면 생애 가장 길고 아름다운 모험,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작 <플로우>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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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사태를 정면 돌파하는 의협심 강한 피자 배달부(<워킹데드>)는 마음 앞선 환경운동가(<옥자>)가 되고, 의미심장한 말로 미스터리한 아우라를 펼치던 청년(<버닝>)은 두발로 디딘 땅이 무르게만 느껴지는 이민자의 외로운 얼굴(<미나리>)이 된다. 오랜 시간 누적된 분노 끝에 선 한국계 미국인 대니(<성난 사람들(비프)>)는 또 어떤 삶으로 이어질까. 스티븐 연의 선한 얼굴은 마치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는 듯 작품 속에 생동하는 인물의 모습으로 반듯하게 변모한다. <옥자> 이후 봉준호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을 마친 스티븐 연은 능글맞고 장난스러운 박자로 <미키 17>의 티모를 이룬다. 철저히 자기밖에 모르는 욕심 많은 파일럿은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다각적 투쟁과 성장을 자극하는 동시에 자기만의 자유를 꿈꾼다. 여러 형태의 삶을 거쳐온 스티븐 연을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결코 복제될 수 없는 고유한
[커버] 끝까지 놓지 않은 마지막 퍼즐 조각, <미키 17> 스티븐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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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라는 대체 불가의 학생 - <선암여고 탐정단> <응답하라 1988>
학생은 배우 이혜리를 대표하는 정체성이다. 그는 처음 주연급으로 출연한 작품(<선암여고 탐정단>)과 배우로서 대중적으로 인식된 작품(<응답하라 1988>) 모두에서 여고생을 연기했다. 선암여고 이예희와 쌍문여고 성덕선은 모두 우월을 가릴 수 없는 씩씩함과 애틋함을 가진 소녀였다. 그렇지만 사실 이혜리는 “교복 입은 역할을 별로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푸릇한 청춘과 향수 어린 학생 역할의 일인자로 일컬어지는 건 이혜리라는 사람이 메마르지 않는 순수와 열정의 소유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혜리는 자신이 학원물에 자주 거론되는 이유가 “보통과 평범, 중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한다. “그래서 감독님들이 관객과 시청자의 공감이 필요한 캐릭터에 날 불러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이보다 어려 보여서? (웃음)” 학생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선의의 경쟁’ 구도로 돌아보는 배우 이혜리의 필모그래피 - 이혜리가 직접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