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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킬즈 피플>의 ‘조력 사망 비즈니스’는 전직 성형외과 의사 대현(강기영)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특유의 능청맞은 성격 뒤에는 치명적인 의료사고를 내고 면허를 박탈당한 얼룩진 과거가 있다. 음지에서의 무면허 시술보다 불치병 환자들에게 죽음을 선물하는 사업이 더 큰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자신을 중독시킨 알코올과 마약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했을 때, 대현은 이 새로운 사업에 투신하리라 결심한다. 중독에 취약하고, 여자를 좋아하며, 삶을 단순하게 여기던 그는 죽음 비즈니스를 통해 죄를 씻거나 아니면 더욱 축적하게 될 것이다. <메리 킬즈 피플>이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에 “순수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결코 대현을 밀어낼 수 없었던 배우 강기영이 안락한 죽음의 세계로 당신을 안내한다.
- <메리 킬즈 피플>을 선택한 계기는.
짧지 않은 경력 중에 내게 큰 영광을 안겨준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인터뷰] 치유에 대한 어떤 질문, <메리 킬즈 피플> 배우 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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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현우(이민기)는 조력 사망을 희망한다. 그는 삶과 죽음, 치료와 고통 사이의 경계를 흔들며 ‘조력 사망’이라는 낯선 소재 안으로 시청자를 초대한다. 이민기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아 “대본에 충실히 임하는” 성실한 태도로 인물을 빚어낸다. 그가 처음 장편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 출연한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연애의 온도>의 다혈질 동희부터 <나의 해방일지>의 어딘가 짠한 창희까지.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왔지만 그에게 연기는 여전히 “잘하고 싶은” 무언가다. 인터뷰에서 그는 꾸밈없이 답하며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는 했다. 그런 솔직함과 진지함이 믿음직한 배우 이민기의 이야기를 전한다.
- <메리 킬즈 피플>에 합류한 계기는.
전작(<크래시>)을 함께한 박준우 감독님이 제안을 주셨다. 대본을 받기 전부터 조력 사망에 관한 작품이라 관심이 있었다. 지금 시대에 생각해볼 만한 가
[인터뷰] 고통의 심리학, <메리 킬즈 피플> 배우 이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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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사람 같다. 지켜야 할 대상은 직접 낳은 아이(<신의 선물–14일>)이거나 혈연과 상관없이 보호하고 싶은 아이(<마더>)이기도 했고 때로는 커리어나 지위(<대행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신작 <메리 킬즈 피플>에서는 ‘미친 신념’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극 중 그가 분한 응급의학과 의사 우소정은 더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에게 그래도 인생은 고귀하니 버티라는 말 대신 조력 사망을 시행한다. 은밀하지만 안정적으로 이어지던 소정의 삶은 필요한 약물을 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고로 인해 위태로워진다. 악조건에서도 자기 일을 계속해나가는 소정은 이보영의 심지 굳은 여자들 계보에 이름을 올리며 배우 이보영에게 신뢰를 더한다.
- <메리 킬즈 피플> 대본을 받기 며칠 전, 70년을 함께 살아온 캐나다인 부부가 조력 사망을 선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남편(배우
[인터뷰] 신중한 확신, <메리 킬즈 피플> 배우 이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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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세명 이상이 불치병으로 판단하고 회복 가능성 없는 신체적 손상에 시달리며 어떤 약물로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응급의학과 의사 소정(이보영)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한 환자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동료 의사 대현(강기영)과 함께 돕는다. 하지만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시한부 환자 현우(이민기)의 부탁 앞에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MBC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되묻는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한국에서는 약 300만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은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진다. 진중한 드라마에 혹시 가족시트콤의 반전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8월1일 첫 방송을 앞두고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배우 이보영, 이민기, 강기영은 사진 촬영 내내 서로를 웃게 하며 시
[커버] 내가 당신을 구해도 되겠습니까? - <메리 킬즈 피플> 배우 이보영, 이민기, 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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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오마이걸의 막내로 10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아린이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S라인>은 그 확실한 신호탄이다. 한국 콘텐츠 중 유일하게 올해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진출한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리즈 <S라인>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성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머리 위로 붉은 선, 즉 ‘S라인’이 이어진다는 설정이 주요한 배경이다. 주인공 현흡(아린)은 태생적으로 이 S라인을 볼 수 있는 초능력을 타고났다. 다만 이 초능력으로 인해 아픈 과거를 경험한 뒤론 학교에도 가지 않으며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주위에서 S라인으로 인한 비극들이 발생하자 현흡은 용기를 내 세상 밖으로 나선다.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간 배우 아린이 보여준 밝고 해사한 이미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외롭고 어두우며 푸석푸석하나 때로 강인한 현흡의 모습은 <S라인>의 무섭고 서늘한 서사를 단단히 동여맨다. 배우
[WHO ARE YOU] 용기의 말들, 배우 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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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합류했음에도 희원은 독자(안효섭), 상아(채수빈), 현성(신승호), 길영(권은성)의 곁을 든든히 지킨다. “처음부터 친구로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임에도 특유의 “의리와 정의감”(나나)에 기반해 그는 온 힘을 다해 새로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작품에 드러나지 않은 과거 스토리와 외형까지 철저히 파고든 뒤 배우 나나는 글 속에 존재하던 희원을 실존하는 인물로 완성해냈다.
- <전지적 독자 시점>에 함께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주체성이 강한 캐릭터들을 욕심내왔고 희원 역시 그중 한명이었다. 강렬한 액션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전지적 독자 시점>과 같이 판타지 요소가 섞일 때 더 자유롭게 몸을 쓸 수 있고 대중을 설득하기도 용이할 것이라 판단했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 희원은 유독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말수도 적어 오히려 호기심이 생기는 캐릭터였다.
필요한 경우 외엔 말을 아끼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유형이다.
[인터뷰] 화려하지만 꾸밈 없는, 배우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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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갑자기 유료 서바이벌 시스템으로 돌아선 날, 군인 이현성은 지하철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제복을 입은 그에게 무정부상태의 혼란을 잠재우는 임무가 주어질 듯하지만 이현성은 세상을 구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 그는 섣불리 행동하기보다 생각에 잠긴다. 강철검제 이현성 역을 소화한 배우 신승호의 신중함은 그래서 역할과 닮았다. 배우 신승호는 질문마다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감각과 경험을 붙잡을 말을 조심스럽고도 즐겁게 골라냈다.
- <전지적 독자 시점>의 이현성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나.
강인한 힘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라 내가 가진 신체적 장점을 통해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 좋았다. 과거 트라우마를 헤쳐나가려는 근성이 있고 동료들로 인해 다시 한번 힘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가 극복되는 장면은 속이 시원했다.
- 캐릭터 표현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나서 기동성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이 캐릭터의 매력이다.
[인터뷰] 각자의 퍼즐을 모아 합을 완성하다, 배우 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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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의 유상아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김독자(안효섭)와 달리 아무것도 모른 채 목숨을 건 게임 같은 미션에 휩쓸린다. 대개 이런 장르에서는 기능적으로 쓰이게 마련인 캐릭터일 수 있는데 상아는 좀 다르다. 독자의 직장 동료로서 그의 옆에서 독자가 도덕적 딜레마에 놓이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현실적인 위로와 조언을 해주는 인물이다. <해적: 도깨비 깃발> <하이재킹> 이후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만한 이번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채수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영화의 관객 반응이 궁금하다고 말한다.
- 웹소설이 원작이고 또 웹툰으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인기 IP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작품에 대한 인상이 어땠나.
<셰익스피어 인 러브>란 연극에 참여하고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언제나 새로운 작품 제안이 오면 캐릭터나 이야기에 끌려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인
[인터뷰] 관객의 시선을 담은, 누구보다 현실적인, 배우 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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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가 분한 <전지적 독자 시점> 속 유중혁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개념은 주인공이다. 무릇 주인공이란 세계의 운명을 짊어졌지만 자기 앞에 놓인 폭력에 굴하지 않고 숭고한 길을 걷는다. 유중혁 역시 다르지 않다. 다수의 작품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이민호 또한 유중혁을 “자칫 허무주의에 매몰될 수 있는 캐릭터”지만 “권태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받아들여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남자”라 정의했다. 하지만 이민호가 유중혁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설정 그 너머에 있다. “유중혁은 예정된 비극 앞에 최선을 감내하며 ‘그다음’을 만들어간다. 유중혁을 연기하며 그와 닮아가고 싶었다.”
- 2020년대의 배우 이민호는 글로벌 플랫폼이 제작한 시리즈 <파친코>의 두 시즌과 VFX가 주요한 SF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를 거쳤다. 다양한 장르와 촬영 환경을 경험한 이후 <전지적 독자 시점>에 합류했는데.
<파친코>를 거치며
[인터뷰] 고요 속의 요동, 배우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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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읽는 사람.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 김독자는 이름 그대로 살아왔다. 장기간 애독한 소설이 완결을 맞이한 시점까지는. 그가 더이상 혼자일 수 없게 된 순간은 나만 알던 이야기가 3차원의 입체를 갖추고 모두의 눈앞에 재현될 때부터다. 혼돈에 빠진 지하철 안에서 그는 오래전 자신을 살린 문장들을 되뇌며 주변을 살핀다. 읽는 사람에서 잇는 사람으로 나아간다.
그 도약을 구현한 이는 배우 안효섭이다. <사내맞선> <너의 시간 속으로> 등의 드라마 출연,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목소리 출연을 통해 환상이 스민 인물을 대범하게 설득한 그는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다시금 제안한다. 늘 똑같아 보이던 일상에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선을. 그러기 위해 피땀을 바쳤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는 이 영화를 스스로에게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완성했다.
- 독자는 군중에 섞여 출퇴근하는 직장인이자 현실이 되는 소설 <멸망한
[인터뷰] 독자에 스며들다, 배우 안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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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가가 2018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2020년 본편 완결, 외전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그 연재 기간만큼 방대한 분량과 세계관을 자랑한다. 영화는 그 초입의 극히 일부만을 구현했음에도 원작 본연의 속도감만큼은 제대로 흡수했다. 주인공 김독자(안효섭)가 읽어온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퇴근길 지하철 내부가 아수라장이 되는 순간, 관객도 3호선 승객이 되어 인물들 틈에 섞일 수 있다. 익숙한 배경 위로 ‘가치 증명’ 미션이 주어지고, 도깨비와 어룡이 튀어나오니 지루할 새도 없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역인 배우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는 아포칼립스에서 저마다의 스킬로 살아남는 인물들을 연기했다. 원작에 따르면 그 캐릭터들은 훗날 ‘김독자 컴퍼니’를 일군다. 그들은 서로가 있기에 자신의 능력을 알아차릴 수 있고, 서로를 위해서 그 능력을 사용한다. “모두가 전력 질주를 반복하다 보니 동료들에게 의지하면서
[커버] 소설처럼, 영화답게 -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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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박보영의 어떤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까. 앞으로 박보영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싶을까. 12명의 <씨네21> 기자, 객원기자가 각자의 기억과 기대감을 기반으로 10개의 질문에 답했다.
박보영과 가장 케미가 좋았던 배우는?
<과속스캔들>의 차태현은 “박보영과 청량함의 시너지를 내 작품의 공기를 만들”(남선우)었으며 “탁구를 치듯 감정과 유머가 오가는”(최현수) 상황의 재미를 보장한다. 박보영과 차태현은 그야말로 “코미디의 말맛과 타이밍을 정확히 아는 고수와의 찰떡 호흡!”(이유채)인 것이다. 한편 드라마에선 <오 나의 귀신님> 조정석과 <힘쎈여자 도봉순>의 박형식이 고른 지지를 받았다. “누군가의 귀여움은 그 자체의 절대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반응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해”(남지우)줄 만큼 조정석의 리액션은 남달랐고, 박형식은 “민민과 봉봉이 진짜로 제발 사귀길 염원”(이자연)할 만큼 과몰입하게 만든 점에서 둘의 케미
[특집] 박보영에 의한, 박보영을 위한, 박보영이라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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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밭 주인은 미지로 분한 미래의 이름을 자꾸만 다르게 부른다. 미희, 미영, 민지…. 입술을 붙였다 떼며 발음하는 글자를 전부 내뱉을 기세로 실수를 거듭하다 마침내 미래를 미래라 부를 수 있게 된 남자처럼, 우리는 박보영이 지나온 배역들을 하나씩 되새기면서 비로소 ‘박보영’이라는 이름이 가진 밀도를 알아차린다. 그가 배우로서 쌓아온 지층들이 모두 한 사람의 몫이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감탄하면서. 2006년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 속 2학년 5반 학생 중 한명으로 등장한 순간부터 2025년 <미지의 서울>을 1인2역으로 채운 최근까지, 배우 박보영의 필모그래피를 형성해온 핵심 이미지들을 여기에 펼쳐본다.
도시와 먼 곳으로부터
색조 화장이라고는 한톨도 올리지 않은 듯한 이목구비. 길게 늘어뜨리거나 질끈 묶어버리기를
택한 머리칼. 나름대로 멋을 부려봤지만 묘하게 예스러운 옷차림. 영화 <과속스캔들> <늑대소년> <피끓는
[특집] 과속스캔들>부터 <미지의 서울>까지, 박보영이 통과한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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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보영 배우의 눈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과속스캔들> 정남이가 아빠 현수(차태현)를 원망할 때에도, <늑대소년>에서 철수(송중기)를 억지로 보낼 때에도 박보영 배우가 울기 시작하면 관객은 하릴없이 백기를 들게 돼요. 왜 우리는 박보영이 울면 스르륵 함께 울게 될까요.
제가 많은 슬픔을 경험해봐서 그런 것 같아요. 제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은 저를 두고 “너 생각보다 많은 일을 겪었구나”라고 해요. 인생의 굴곡도 많고 살면서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도 많이 겪었어요. 울다가 숨을 못 쉴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런데 제 성향상 슬픔이 찾아오면 그것을 외면하거나 좋은 것으로 빨리 덮으려 하기보다 오롯이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슬픔을 받아들이는 데 저항력이 별로 없어요. 바닥을 치고 마음을 비운 상태가 되면 다시 올라갈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제가 하는 일에도 은연중에 묻어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미지의 서울> 속 인물들은 모두가 엄마
[인터뷰] 우리의 오늘은 무수한 어제로 이뤄져 있다, <미지의 서울> 박보영 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