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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앳워터 캐피털은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할리우드에선 약 7천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하는 콘텐츠 전문 투자사다. ‘유녹(U-KNOCK) 2024 인 라스베이거스’(이하 유녹) 콘퍼런스를 여는 기조 세션에서 ‘자산 아닌 사람과 스토리에 투자’라는 주제로 발표한 바니아 슐로겔 앳워터 캐피털 창립자이자 대표를 만났다.
- 앳워터 캐피털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지난 2017년 1월 앳워터를 설립해 약 5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LA에 위치한 앳워터 빌리지에 본사를 두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에 투자만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골드만삭스와 글로벌 콘텐츠 투자사인 KPR이라는 큰 유한 파트너사가 있다. 우리는 전문성과 운영 철학을 기반으로 떳떳하게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 기조 세션에서 어떤 얘기를 할 생각인가.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절반은 한국인이자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으로서 한
[인터뷰] 투자 관점으로 ‘사람’과 ‘이야기’를 본다는 것 - 바니아 슐로겔 앳워터 캐피털 창립자·대표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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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영화를 사고 파는 플랫폼에서 드라마, 웹툰, AI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야심은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이었다. 아메리칸필름마켓(AFM) 한복판에서 열린 ‘유녹(U-KNOCK) 2024 인 라스베이거스’(이하 유녹)는 이곳에 모여든 콘텐츠 제작자, 제1금융권, 창투사, 북미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유녹이 열리기 하루 전이었던 11월6일에 만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유윤옥 콘텐츠기반본부 본부장은 벌써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었다.
- 해외투자유치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한 목적이 무엇인가. 투자는 시장 질서에 맡겨야 하지 않나.
콘텐츠 산업은 민간 부문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폭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논리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에 성공 가능성이 보일 때 민간 부문에서 자금이 몰려야 한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 콘텐츠 산업 특성을 잘 모른다면 투자할 수 있는 경로와 기회가 없거나
[인터뷰] 가능성, 잠재력, 글로벌 전망에 투자한다, 유윤옥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기반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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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아메리칸필름마켓(AFM)이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네바다주의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1월 5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AFM이 45년 만에 LA를 떠난 것을 두고 “할리우드를 버린 것이 아니냐”라는 추측부터 “할리우드를 떠난 순간 AFM에 내리막길이 예상된다”라는 우려까지 말이 많았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필름마켓 중 하나답게 전세계에서 온 세일즈 관계자와 바이어들은 이곳에서 열띤 비즈니스를 벌였다. 그중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처음으로 연 한국 콘텐츠의 해외 투자 유치 프로그램인 ‘유녹(U-KNOCK) 2024 인 라스베이거스’ (이하 유녹)는 국내외 투자자, 창투사, 금융사, 제작사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쌓고, 함께 머리를 맞댔다. <씨네21>이 유녹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 기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아메리칸필름마켓이 마주한 2024년의 풍경
공항을 뒤로한 채 시
[기획] K콘텐츠의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최전방에 서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아메리칸필름마켓 '유녹(U-KNOCK) 2024 인 라스베이거스'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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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TCCF)의 열기가 한창인 11월7일 오후, 프랑스, 미국, 태국 등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네명의 대만 배우-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가 모여 다국적 프로젝트가 남긴 유의미한 경험, 자국 현장 문화를 향한 제언 등을 공유했다.
2019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니나 우>의 각본과 주연을 맡았던 커시 우는 “2017년 미투운동을 지켜보면서 내 자전적 경험과 공명할 수 있었고 이에 힘입어 각본을 집필했다. 이후 다양한 미국 프로덕션의 연락을 받았다. 특히 감독이 직접 SNS 메시지로 캐스팅 제의를 해 출연하게 된 작품이 <블루 선 팰리스>(2024)”라고 밝혔다. 그는 <블루 선 팰리스>를 통해 미국 영화산업에 정착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계약서상에서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배우가 현장에서 후회하거나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는데, 바로 그런 지점을 중립적이고 공정한 매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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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와 라틴계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단연 발군의 성과를 보여준 작품은 18개 부문에서 수상해 역대 최다 수상작으로 등극한 <쇼군>이다. 디즈니+의 일본 에도시대 역사극에서 일본인 프로듀서 미야가와 에리코가 보여준 활약은 특정 문화권을 다루는 작품에서 이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현지 프로듀서가 “가능한 한 높은 직위에서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문화적 다양성과 대표성(representation)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나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가 올해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TCCF) 피칭워크숍의 멘토로 참가해 아시아 창작자들과 열띤 워크숍을 갖고 피칭 준비를 도왔다. 낭보 이후, 생애 첫 대만을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와 밝은 미래의 입구 앞에서 나눈 대화를 전한다.
- 미국, 대만 등 국제적인 프로덕션에서 폭넓은 작업을 해왔지만 <쇼군>은 처음으로 미국 제작사와 메인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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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 5년차를 맞이한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Taiwan Creative Content Fest, TCCF)은 올해도 순항했다. 대만 내 문화예술산업을 전담하는 문화부 산하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의 막강한 지원 아래, 영화·방송을 아우르는 대규모 콘텐츠 교섭의 장을 꿈꾸는 TCCF는 마켓과 피칭 프로그램에 더불어 양질의 포럼이 종일 열리는 독특한 성격의 행사다. 11월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 관해 수에왕 대만 문화부 차관, 홈차이 TAICCA 이사장은 유망한 IP를 국제 투자자들과 연결하고 전세계 콘텐츠 전문가들간의 네트워킹을 도모하며, 산업 트렌드를 담론화하는 TCCF가 아시아 콘텐츠 산업의 허브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음을 역설했다. 분주했던 피칭, 마켓, 포럼 등 세개의 주요 섹션을 아울러 2024 TCCF의 현지 리포트를 전한다. 피칭 워크숍을 위해 대만을 찾은 <쇼군> 프로듀서 미야가와 에리코로부터 에미상 시상식 18개 부문 수상에 달하는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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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의 첫 장면은 인상 깊다. 이곳은 스트립 클럽. 춤추는 댄서를 차례로 지나치던 카메라는 문득 한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거기에는 애니(마이키 매디슨)가 있다. 카메라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간다. 여태 댄서의 외설적인 몸을 담아내던 카메라는 춤추는 애니의 몸을 지나쳐, 어느덧 그녀의 얼굴 앞에 친근하게 다가선다. 이 클로즈업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선사한다. 먼저 그녀의 표정을 우리에게 자세히 보여주고, 다음으로 그녀의 얼굴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외설적인 이미지를 스크린 바깥으로 추방한다. 통상 우리에게 익숙한 클로즈업의 기능은 무언가를 크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스크린을 가득 채운 애니의 얼굴만큼이나 인상 깊은 것은, 프레임 바깥으로 밀려나는 성적인 이미지다. 다른 것을 내보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 이 순간의 묘한 클로즈업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장면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이 장면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많은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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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고 있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도대체 미국은 얼마나 잘살기에, 운동선수에게 저렇게나 큰돈을 줄 수 있단 말인가. 투수, 타자 다 잘해서 연봉이 980억원(7천만달러)이나 된다는 오타니만 고액 연봉자이겠는가. 1년에 400억~500억원 정도를 받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한국에서 야구로 돈을 제일 많이 번다는 최정 선수가 14년간 받는 총액이 302억원임을 생각한다면 미국은 어떤 나라인지 가늠이 안된다. 농구와 미식축구는 더하다. 1년에 162게임이나 하는 야구와 달리 정규리그가 82경기인 미국프로농구(NBA)와 고작(?) 17경기인 내셔널 풋볼 리그(NFL)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최고 연봉은 700억~800억원 수준이다. 그런 부자 나라 미국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빈곤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면서도 양극화의 교본 같기도 하다. 매슈 데즈먼드 프린스턴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저서 <미국이 만든 가난: 가장 부유한 국가에 존재하는
[비평] 돌에 맞으면 아프다,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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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스토리를 비튼 <아노라>는 의도된 문제작이다. 단지 성 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 아니다. 숀 베이커 감독은 언제나 사회 외곽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구조적인 모순을 들춰내온 창작자였고 자신의 관점을 끝까지 밀어붙인 끝에 결국 유리 구두마저 박살내버렸다. 얼핏 가벼워 보이지만 무섭도록 논쟁적인 이 영화를 두고 여러 방향의 리액션이 감지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씨네21>에서는 <아노라>를 이해하기 위한 두개의 경로를 준비했다. 우선 오찬호 사회학자는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글을 보내왔다. 미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경유하는 글을 통해 <아노라>의 문제의식이 한층 선명히 보일 것이다. 이어 홍수정 영화평론가는 숀 베이커 감독이 ‘아노라’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식을 고찰했다. 영화를 둘러싼 말들이 늘어가고 시끄러워질수록 <아노라>의 빛은 점점 더 강렬해진다.
*이어
[기획] 깊이, 옆에서, 다르게 <아노라> 읽기 - 사회학자와 영화평론가가 <아노라>를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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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부산도 영화도, 살아 있네!
2012년에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개봉 직후부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다. 세관 공무원 출신 익현(최민식)과 조직폭력배의 우두머리인 형배(하정우)가 혈연과 야욕으로 빚어낸 한국만의 갱스터적 서사는 1980년대 부산이라는 시공간적 특수성의 공이 컸다. “살아 있네”부터 “명분이 없다 아입니꺼”까지 지금도 여전히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대사들이 전부 부산 방언인 이유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단 한순간도 부산을 벗어나지 않은 진정한 ‘부산 영화’이기 때문이다. 2011년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총 29회차 프로덕션을 진행하면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부산의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세관 공무원에서 조직폭력배의 대부로, 성공한 사업가에서 정계를 주무르는 마당발로 변신하기까지 최익현이
[연속기획 5]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부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부산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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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역동성과 추락이 모두 담긴 부산 앞바다
1970년대 부산에는 독특한 이름의 마약이 일본으로 수출되기 시작한다. 그 이름은 바로 “메이드 인 코리아”. 이두삼(송강호)은 기묘한 이름의 히로뽕을 들고 자칭 애국형 무역을 진행한다. 금 밀거래 조직의 세공업자에 불과했던 이두삼이 대담한 범죄를 자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산의 공간적 특성 때문이다. 부산은 수많은 물자가 오가는 한국 최고의 무역도시이자, 증거를 인멸하기 쉬운 망망대해의 해안 도시다.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은 화려하고 분주한 동시에 짙은 그림자를 내포한 이두삼의 생애에서 부산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건져냈다.
욕망에 충실한 이두삼은 부산을 기반으로 서울과 일본을 넘나들며 세력을 확장한다. 다양한 지역을 오가지만 이두삼의 뿌리는 부산에 있었다.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이어진 촬영에서 <마약왕>의 부산 촬영 일수는 무려 49회차에 달한다. 커가는 이두삼의 야욕처럼 <마약
[연속기획 5]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부산+’, <마약왕> 부산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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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무늬를 새기다
- 영화미술 작업을 하면서 감각한 부산 특유의 지역성 또는 지형적 특성이 있다면 무엇이었나.
기본적으로 박찬욱 감독님이 부산을 굉장히 좋아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부산은 시대와 밀착한 장소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도시, 장소성이 겹겹이 함축되어 있는 도시가 아닌가 한다. 굉장히 오래된 건물과 동네부터 센텀시티에 이르는 초고층 빌딩이 공존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산과 바다가 함께 있고, 골목골목 사이의 정취도 고유하다. 특히 산동네 촬영, 추격 신 촬영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것 같다. 서울과 달리 동선이 매끄럽게 한눈에 파악되지 않고 길들이 드라마틱하게 꺾이면서 어디로 연결될지 모르는 느낌이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영화적인 도시다.
- 대동맨션, 유창빌라 등 오래된 아파트 외부에서 서래의 집과 월요일 할머니 집 외부 전경을 찍었다. 실내 세트를 만들 때 극 중에서 연결성을 갖는 외부 전경도 섬세히 고려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인상 깊게
[연속기획 5]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부산+’, <헤어질 결심> 류성희 미술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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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산과 바다의 도시
<헤어질 결심>엔 감금방도 정신병원도 수상한 한복집도 없다. 그동안의 박찬욱 감독 영화와 비교할 때 “리얼베이스가 강조된”(류성희 미술감독) <헤어질 결심>에선 대신 익숙한 공간들이 낯선 옷을 입고 미묘한 패턴을 드러낸다. 한국영화의 단골 무대인 경찰서와 심문실이 한국은행 부산본부 내부에서 모던하게 재탄생하는 등 곳곳의 장면마다 인물과 호응하는 감정의 지도를 무늬로 새겨넣은 부산 촬영분 작업기를 전한다.
필사의 등반과 살인, 말없이 죽은 이의 비밀이 시작되는 장소인 아찔한 비금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헤어질 결심>의 산 정상은 영화진흥위원회 부산촬영소가 착공되기 직전의 기장 도예촌에서 완성됐다. 영화 <해치지않아>의 동물원 세트를 기장 도예촌에서 진행했던 고대석 프로듀서가 산밑에 위치한 도예촌 오픈세트의 위치와 지형 조건들을 눈여겨보았던 덕분이다. 서래(탕웨이)가 기도수(유승목)를
[연속기획 5]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부산+’, <헤어질 결심> 부산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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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술가 미할 바신스키는 왜 어느 날 갑자기 자기 걸작이 영화가 아닌 인생이 되리라 판단했을까?”
미겔(마놀로 솔로)이 집필 중인 소설의 한 문장이다. 영화가 아니라 자기 인생이 하나의 걸작이 되어버린 예술가의 삶이라. 마치 31년 만의 귀환으로 세계영화계를 들썩이게 한 빅토르 에리세 본인의 처지를 비유한 듯하다. 말 그대로 자기 반영적인 이야기.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영화에 대한 영화, 이른바 메타 영화인 이유는 영화나 극장을 소재로 사용해서만은 아닌 셈이다. 빅토르 에리세 본인이 지닌, 혹은 본인에게 주어진 영화적 인식론이 서려 있기 때문에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메타 영화의 지위를 쥐게 됐다. ‘메타’란 뜻에 담긴 대로 감독의 자기 반영적 태도가 있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메타 영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엔 하나의 수식이 더 붙어야 한다. 빅토르 에리세가 &
진정한 종말을 향해서 - 20세기 메타 영화의 속죄에 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