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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남자배우 - <어쩔수가없다> 배우 이병헌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오랜만에 이병헌 배우가 <씨네21>올해의 남자배우로 선정됐다. <어쩔수가없다>로 재회한 두 거장,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의 만남은 2025년 아주 굵직한 궤적을 남겼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 특별공로상 수상,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이병헌의 한해는 <어쩔수가없다>로 가득 찼다. 그는 자신의 가정을 위해 연쇄살인까지 택하는 가장 유만수로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심리를 힘들이지 않고 표정에 드러내는 천의무봉의 연기”(허남웅)를 선보였다. 이병헌의 연기력에 놀라는 일이야 다소 새삼스럽지만, “<어쩔수가없다>가 지닌 리듬과 전개의 상당 부분이 그의 슬랩스틱 코미디, 말맛, 완급 조절의 힘”(정지혜)에서 왔고 기어코 “설득이 안되는 인물을 설득해내는 표정연기”(황진미)에 성공했음을 복기하면 2025년 이병
[특집] 올해의 배우 -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파과>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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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의 세계는 점점 넓어지고 있고 흔들리는 구석이 보이지 않아요.”(듀나) 평자들은 <세계의 주인>을 통해 “영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성취를 일구고”(홍은미), “독립영화가 대중과 만나는 현실적 경로를 찾아낸”(최선) 윤가은 감독을 ‘올해의 감독’으로 거명했다. 이들은 특히 “세상을 섬세하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바라보는”(이자연) 동시에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를 동일하게 가져가는”(허남웅) 감독의 시선을 지지하며 영화의 “뛰어난 만듦새, 재현의 윤리와 주제의식”(황진미)을 높이 샀다.
“매년 <씨네21>‘올해의 영화’를 기다려 챙겨본다. 놓쳤거나 다시 봐야 할 영화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내가 이 리스트에 뽑히다니.” 윤가은 감독은 수상 소감과 함께 <세계의 주인>의 지난 여정을 돌아봤다. “1인칭 서사가 아닌 3인칭 서사를 쓰는 법, 기승전결의 서사구조를 해체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세계의 주인>
[특집] 올해의 감독 -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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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영화의 위기 속에서도 중견감독들의 활약은 빛났다. 박찬욱,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예상대로 높은 순위에 오른 한편 1, 2, 5위 모두 차세대 감독들의 신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난관에 부딪힌 한국영화계를 논할 때 세대교체의 부재가 반드시 거론되지만 천착하는 주제와 스타일이 명확한 윤가은, 이란희, 변성현 감독이 보여준 올해의 도약은 더없이 반갑고 앞으로 이들이 한국 독립·상업영화계의 새 축을 단단히 지탱할 것이란 기대를 품게 된다.
1위는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에 돌아갔다. 세 번째 장편에 이르러 윤가은 감독은 성폭력 피해자를 중심으로 청소년 드라마를 정교히 빚어냈다. 그 세심함에 여러 필자가 찬사를 아끼지 않은 동시에 더 많은 논쟁이 요구되는 영화라는 점에 공감을 표했다. 2위 <3학년 2학기>는 이란희 감독이 <휴가>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이다. 공장의 현장실습생들을 다루되 사건, 사고 대신 사회초년생으
[특집] 올해의 한국영화 6-10위 - 영화가 한국을 말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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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위 - <세계의 주인>
아마도 올해 가장 뜨거운 논의를 이끌어낸 한국영화가 아닐까. <우리집><우리들>에 이어 <세계의 주인>에 이른 윤가은 감독은 “자타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를 향해 새롭게 열린 영화적 세계”(송형국)를 꾸려 우리 앞에 등장했다. 그의 세 번째 장편 <세계의 주인>은 18살 주인(서수빈)의 밝음과 호기심의 이면을 살피는 작품이다. “어른이 된 감독의 눈”(김영진)으로 빚은 신작은 “이중, 삼중의 고심이 숏마다 느껴지는 연출”(이유채)로 “비현실적인 소재와 문법을 취하지 않고도 대단히 깊은 감정”(배동미)을 전한다. 윤가은 감독이 “세 작품에 걸쳐 관점과 방법론을 정립”(김혜리)했음을 실감하게 하는 영화로, 신작에서 느껴지는 그의 성장은 “우리가 한국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아동·청소년 캐릭터 스펙트럼의 확장”(남선우)과 다름없다. “겹겹이 촘촘하게 짜인 윤가은 감독의 세계에 선뜻 들어서기 어렵지만
[특집] 2025 올해의 한국영화 1-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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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2021년 이후 천만 영화가 탄생하지 않은 첫해로 기록됐다. 연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든 한국영화는 <좀비딸>(563만명), <야당>(337만명), <어쩔수가없다>(294만명), <히트맨2>(254만명) 등 네 작품이며, <주토피아 2>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각각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했다(12월24일 기준). 해외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선두를 차지하고 500만명을 넘긴 한국영화가 단 한 작품이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흥행작이 부재한 시점에서 극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멀티플렉스는 전시, 공연 등 상영관을 체험형 공간으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부 극장을 폐점했으며 배급사의 경우 단독 개봉, 재개봉, 특별 상영회 등 세부 타깃을 겨냥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2026년 극장가의 정경은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신년호를 맞이해 <씨네21>은 ‘2025년 올
[특집] 2025 BEST MOVIE - 한국영화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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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2025)는 1959년 장뤼크 고다르가 만든 <네 멋대로 해라>의 촬영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당대 파리의 풍경부터 <네 멋대로 해라>에 등장하는 장면의 구도, 가장 중요한 실존 인물들의 외양까지도 <네 멋대로 해라>의 판박이로 만들어졌다. 두 영화가 얼마나 닮았는지 사진으로 비교해보자.
왼쪽은 <누벨바그>, 오른쪽은 <네 멋대로 해라>의 스틸컷이다.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 미셸과 파트리시아는 각각 프랑스의 남자배우 장 폴 벨몽도와 미국의 여자배우 진 세버그가 연기했다. <누벨바그>에선 오브리 뒬랭과 조이 도이치가 장폴 벨몽도와 진 세버그를 연기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조이 도이치가 <에브리바디 원츠 썸!!>(2016)에 출연했을 때부터 그를 진 세버그 역에 캐스팅하려 맘먹었으며, 오브리 뒬랭이 <네 멋대로 해라>를 본 적은 없다며 느슨하고 무신
[기획] 장소, 구도, 얼굴 모두 그대로 - <누벨바그>와 <네 멋대로 해라>는 얼마나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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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2025)는 아주 방대하고 정교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진 극영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작중 인물들의 모습, 장뤼크 고다르가 <네 멋대로 해라>(1959)를 찍었을 때의 현장 상황, 문화적 맥락 등을 1959년 파리와 똑같이 만들려 애썼다. <누벨바그>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몇 가지 요소들을 미리 알고 나면 더욱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Q. <네 멋대로 해라>를 먼저 봐야 하나요?
A.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누벨바그>를 더욱 풍성하게 감상하기 위해서, 연출자의 의중을 더 명확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네 멋대로 해라>를 보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누벨바그>는 <네 멋대로 해라>의 실제 제작기 영상에 가까울 정도로 만들어졌고, 점프컷(장면 사이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의도적으로 어기는 방식) 등 <네 멋대로 해라&g
[기획] 고다르, 카이에 뒤 시네마,진 세버그, 그리고···, <누벨바그>에 대해 알아야 할 대여섯 가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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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장뤼크 고다르가 <네 멋대로 해라>를 만드는 이야기를, 그가 <네 멋대로 해라>에 실었던 스타일과 정신으로 찍는 영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누벨바그>의 각본 첫장에 썼다고 알려진 이 어구는 <누벨바그>의 핵심을 아주 간명하게 압축한다. <누벨바그>는 관객을 1959년의 프랑스 파리로 데려가는 타임머신이며, 그 호시절을 자연스레 체험하게 하는 매력적 속임수다. 이곳은 바로 한창 프랑스영화계의 누벨바그(nouvelle vague)가 태동하던 시절, 영화사의 혁신이 일어나던 소용돌이, 모든 시네필의 정신적 고향과도 같은 지대, 장뤼크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 자크 리베트, 에릭 로메르, 알랭 레네 등 영화사의 거장들이 자신들의 젊음을 내뿜던 황금기다. <누벨바그>는 이 파도 속의 한때, 2022년 타계한 장뤼크 고다르가 그의 첫 장편영화인 <네 멋대로 해라>(1959)를 촬영했던 시기를 그려낸
[기획] 1959년의 파리는 바로 지금,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신작 <누벨바그> 리뷰와 여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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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웨이츠와 애덤 드라이버의 캐스팅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부자 역할을 맡는다는 아이디어에 두 배우는 처음 어떻게 반응하던가.
두 사람은 금방 하겠다고 동의했다. 그게 전부였다. (웃음) 캐스팅이 출발점이 된 건 내가 언제나 배우들을 위해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나는 거꾸로 작업하는 사람이다.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몇 가지 테마, 특히 캐릭터를 함께 만들고 싶은 배우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은 산발적인 아이디어들을 가능한 한 많이 모은 다음 대본 작업 자체는 빨리 끝낸다. 그런데 한 가지,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조금 다른 것이 그다지 많은 아이디어를 수집하지 않은 단계에서 대본이 빠르게 써졌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톰 웨이츠를 애덤 드라이버의 아버지로 상상했고 이어서 누이 역할에 마임 비아릭을 떠올렸다. 다음 챕터에선 케이트 블란쳇과 비키 크리프스를 자매로 상상하면서 이야기가 풀려나갔다. 많은 것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터뷰] 관찰과 공감의 리듬,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짐 자무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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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 - 축적의 무늬를 그리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미국 뉴저지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남매의 이야기는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진다. 파더·마더·시스터 브러더라는 세 역할을 세 대륙에서 세 챕터로 구사하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패터슨>에 이은 짐 자무시 최신의 미니멀리즘이라 할 만하다. 세개의 독립된 에피소드가 느슨하게 연결되며 하나의 주제를 공명시키는 방식에서 짐 자무시는 중세시대 세폭 제단화 형식인 트립틱 구조의 대가로도 수식된다. <미스테리 트레인>(1989)에서는 멤피스라는 도시가, <지상의 밤>(1991)에서는 택시라는 공간이, <커피와 담배>(2003)에서는 커피와 담배라는 오브제가 각 에피소드를 묶었다. 다만 이번엔 낯선 이들간의 우연한 만남 대신, 가족이라는 가장 친밀해야 할 관계를 다룬다. 세 가족은 서로 전혀 모르고 그 어떤 서사적 연결고리도 없지만 롤렉스 시계, “Bob’s
[기획]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로든 시간의 유산을 통과하고 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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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과물을 그다지 노력 없어 보이게 만드는 데는 정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작업이 좋다.” 언뜻 심심해 보이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표면은 스타일이 가장 정교하게 작동하는 작품의 기분 좋은 역설을 품고 있다. 이런 작품들 앞에서 우리의 감각은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도로 예민해진다. 약간의 익숙함, 그리고 비어 있음 속에서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가족구성원이라는 역할로 활약하는 6명의 개인들을 관찰한다. 그들이 보내는 오후 한때엔 이렇다 할 사건도, 해결도 없다. 다만 누군가의 부재와 상실 속에서 세대를 관통하는 시간의 줄기가 문득 빛을 낸다. 시체들의 밤을 건조한 유머로 옮긴 괴작 <데드 돈 다이> 이후 6년 만. 칸영화제와 작별하고 베니스로 자리를 옮겨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짐 자무시 감독을 인터뷰하고, 축적을 통해 완성되는 영화의 세부를 ‘자무시 코드’로 추려냈다. 짐 자무시는 뉴욕 자택에서 화상으로 접속
[기획] 패턴의 예술가, 짐 자무시의 가족여행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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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용두용미’의 완성도를 갖췄느냐만이 드라마의 생명력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우리는 때론 단 한마디, 단 한 장면에 마음을 빼앗겨 어떤 드라마를 영영 잊지 못한다. 그래서 별별 어워즈를 준비했다. 올해의 감독, 작가, 배우를 꼽는 동안 둘러보지 못한 2025년 시리즈들의 한끗 차이를 여기 모았다. 올해의 시리즈 10위권에 든 작품들과 그 바깥을 두루 살핀 목록이니 마음껏 다른 후보들을 상상해주시기를!
올해의 로케이션 - <다 이루어질지니>의 두바이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은 <다 이루어질지니>는 제목 속 ‘지니’의 터전으로 두바이를 택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중동 국가가 서사적 배경이 되는 사례가 드물 뿐 아니라 몇몇 캐릭터는 이슬람문화를 적극 차용했기에 <다 이루어질지니>는 국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작가의 상상력이 잘 어우러졌느냐를 두고 아랍
[특집] 이 키워드만 살펴봐도 이슈 완전정복 - 2025 올해의 시리즈 별별 어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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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이가 너~무 좋아하고(<폭싹 속았수다>), 미지와 미래가 서로의 자리를 바꾸고(<미지의 서울>), 김낙수 부장이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동안(<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025년 한국 시리즈 시장에는 아래와 같이 무수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제작비 급증과 실질적 제작 감소의 굴곡 속에서 2025년의 시리즈 시장을 진단하면 이렇다.
지상파, 종합편성 채널의 ‘드라마 슬롯’ 지속적 감소
지지부진한 시청률 탓일까. 방송사 드라마 편성에 따르면 2023년 대비 2025년은 전반적인 드라마 편성(슬롯)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SBS의 경우 2023년 하반기까지 운영되던 목요일 드라마 시간대가 2025년에는 사라진 상태고, TV조선, MBN, 채널A 등 종합편성 채널은 비정기적으로 편성해오던 드라마 슬롯 자체를 올해엔 공백으로 남겼다. JTBC와 ENA는 드라마 편성의 허리 시간대인 수목 드라마 슬롯을 최종적으로 없앴고, 오직
[특집] 2025년 시리즈 산업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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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로맨틱코미디의 잦은 등장은 장르의 전성기라기보다 사회적 피로에 대한 반사작용에 가깝다. 올해 상반기는 탄핵과 선거 국면을 거치며 갈등과 긴장이 과열됐고, 드라마는 그 이전부터 수년간 범죄·스릴러·복수 서사와 사이코패스 같은 극단적인 인물형에 기대어 시청자의 주의를 붙잡아왔다. 그 과정에서 현실과 허구 양쪽 모두에서 일상과 감정은 점차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런 맥락에서 로맨틱코미디는 다시 한번 가장 손쉬운 회복 장치로 소환된다. “드라마 산업의 근간인 로맨틱코미디는 숨 막히는 사회 속에서 과로에 지친 대중에게 끊임없는 도피처가 되어왔다”(피어스 콘란)는 평은, 올해 이 장르가 다시 선택된 배경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사랑은 멀리, 현실은 가깝게
다만 2025년 로맨틱코미디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작품 다수가 사랑을 서사의 중핵으로 삼기보다 유머와 라이트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억지스러운 로맨스가 기둥을 이루기보다는 코믹한 캐릭터들의 개성으로 서사가 진
[특집] 피로사회, 로맨틱코미디를 호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