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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평생에 걸쳐 스스로 알아내고 싶던 이야기를 누군가가 대신 알려준다면 그 정답을 들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니까 <스포일리아>는 말 그대로 ‘스포일러’에 관한 이야기다. 이세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2019년, 그는 다소 기이한 풍경을 목격했다. 그해 개봉한 <기생충>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두고 스포를 주의하라는 강경한 분위기가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간 것이다. 대중교통이나 식당에서도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였다. 어쩌다 스포를 듣게 된 사람은 차라리 영화를 안 보겠다는 생떼를 부리기도 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그 결말이 궁금한 사람일 텐데, 그러한 풍경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너무나 좋아해서 우주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났다. 작품 속 두 주인공은 정체도 모르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그때 문득 상상이 떠올랐다. 진짜로 고도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아
[인터뷰] 저 이상한 행성에 이렇게나 유쾌한 사건이!, <스포일리아> 이세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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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세계를 만든다. 해외 생활 중 뜻밖에도 절친한 삶의 동료를 얻게 된 김수현 감독은 그가 모국어로 엄마와 통화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낯섦을 느꼈고 이후 “쓰는 말이 달라 서로 발 디딘 세계가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서 그려보고 싶어졌다.” 그 관찰은 코다(CODA) 자매의 등산이라는 약 18분짜리 단편으로 결실을 맺었다. 여기엔 “후천적 청각장애가 있는 이모와 함께 지내며 느꼈던 여러 감정과 배움들”도 계기로 작용했다. “장애를 드러내되 너무 무겁게 가라앉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유쾌한 톤 앤드 매너를 꿈꾼 데에는 이 영화가 공동체 상영이 가능한 작품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 이야기의 표면은 사랑스럽다. 농인 동생 은지(심해인)가 부추겨 코다인 언니 미정(강진아)과 한 사찰로 향하는 중인데, 사연인즉 미정에게 파혼 통보 후 사라진 연인이 출가 수련 중임을 알아낸 은지가 미정이 어떻게든 그를 만나 원망을 토해내도록 산행을 도모한 것이다. 제발 ‘말 좀 하라’는 농인
[인터뷰] 잘 웃어서 흐르는 눈물, <자매의 등산> 김수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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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은 ‘만약에 게임’을 즐긴다. 때로 진지하게, 주로 놀이로서 화두에 오르는 기상천외한 공상들이 감싼 궁금증은 하나. ‘내가 이런 꼴이어도 사랑할 거야?’ 지선(현지선)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7년을 사귄 상원(서상원)에게 말한다. 자신은 외계인이고, 고향 별로 돌아가기 위해 2천만원이 필요하다고. <거짓거짓거짓말>은 그 고백의 여파로 결별 위기에 처한 두 사람을 지켜본다. 황진성 감독의 작은 상상에서 비롯된 시선이다. “달 표면에 찍힌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처럼 지구 흙밭에 찍힌 외계인의 발자국을 떠올렸다. 거짓과 믿음이라는 주제를 말로 풀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두 아이디어가 섞여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다.” 실제로 7년 넘게 연애 후 결혼한 감독의 경험도 거름이 되어줬다. “영화 속 남녀가 어느 정도 믿음이 쌓였을 기간만큼은 만난 사이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장기 연애를 하고도 서로의 가정환경을 속속들이 모르는 커플이 많더라. 오래 만났어도 연애 기간에는 둘만 시간
[인터뷰] 이상해도 그럴싸한 세계로, <거짓거짓거짓말> 황진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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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첫 단편영화 <신도시 키드>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초청됐던 남소현 감독에게 올해의 미쟝센단편영화제는 퍽 다른 느낌으로 찾아왔다. “2020년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라 네트워킹 자리가 아예 없었는데, 이번엔 여러 자리에서 아주 많은 창작자와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 영화가 어땠는지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신기했다.” 영화에 대한 반응 중 어떤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묻자 감독은 “연출자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터라, 많은 분이 영화가 ‘담백하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되게 기뻤다”라는 기억을 떠올렸다. 감독의 말처럼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는 카메라와 인물 사이, 관객과 인물 사이, 연출자와 인물 사이의 적절한 거리감을 통해 관객 각자의 사유를 적절히 종용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베를린에 7년 동안 거주 중인 은하(정재원)다. 이제 곧 한국에 돌아가려는 은하는 베를린에 무
[인터뷰] 나의 마음이 조금씩 넓어지도록,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남소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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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복귀를 알렸던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가 10월20일 마무리됐다. 영화감독들의 등용문이란 별칭에 맞게, 영화제 현장은 미래의 거장 감독을 찾으려 부지런히 영화를 보는 감독, 배우, 산업 관계자, 관객 등으로 가득 찼다. 5일 동안 7500명의 관객을 모았고 좌석 점유율 92%를 달성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10월20일 진행된 폐막식에선 수상 결과가 발표됐다. 5개 경쟁부문의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배우상, 촬영상, 관객상 등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다만 역대 영화제 중 4편의 작품에만 그 영예가 주어졌던 대상은 올해 선정되지 않았다. <씨네21>은 5개 경쟁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남소현, 황진성, 김수현, 이세형, 김건우 감독을 만나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참여한 소감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더하여 10월18일 진행된 토크 프로그램 ‘딥 포커스’의 창작자 토크와 인더스트리 토크 현장 소식을 전한다. ‘What’s Next?’라는 슬로건처럼 미쟝센단편영화제가
[기획] 오랜만이라 더 반가웠어,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수상자 5인과의 인터뷰 토크 프로그램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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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일 기준) 평생의 숙원 사업이었던 <프랑켄슈타인>이 여러 영화제를 거쳐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릴리스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분이 아주 이상해요. 이 영화가 마침내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동시에 이토록 폭력적인 시대에 조금이나마 관객을 치유할 수 있길 바라게 되네요. 개봉 날짜까지 잡힌 요즘 매일 감정이 북받칩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용서와 인류애를 말하는 영화라, 또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 그런가봐요.
- 보통 소설을 영화화하면 원 텍스트의 내용과 형식 중 후자를 영화 포맷에 맞게 각색하는데, 감독님은 소설의 형식을 고수한 채 내용을 각색했습니다. 원작 그대로 1부는 빅터의 시점으로, 2부는 피조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메리 셸리의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는 빅터와 피조물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건네기 때문이에요. 나는 7살에 제임스 웨일의 영화 <프랑켄슈타인>(1931)을 처음 접했고,
[인터뷰]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에 관하여,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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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음을 정복할 거예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은 자신의 전부였던 어머니가 사망하자 생과 사의 힘을 얻는 데에 일생을 바친다. 빅터는 신화 속 창조주 프로메테우스가 되고자 한다. 프로메테우스가 흙더미에서 인간을 빚듯 사체 더미에서 완전한 신체를 찾아내 피조물(제이컵 엘로디)을 창조하고, 인류에게 지혜를 선사한 프로메테우스처럼 피조물에게 언어를 가르친다. 그러나 빅터는 실험 성공 이후의 생까지 고려하지 못했다. 막연한 공허에 사로잡힌 창조주는 자신의 피조물을 증오하고 질투하다 급기야 그를 제거하려 든다.
본디 메리 셸리가 쓴 원작 소설에도 ‘현대의 프로메테우스’가 부제로 붙은 만큼,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프랑켄슈타인>을 분석하는 주요 모티프다. 하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아키타입으로서의 프로메테우스를 넘어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로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쓴다. 바슐라르가 주창한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의 왕 제우스에 불복종하
[기획]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로 다시 쓰다, <프랑켄슈타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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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멕시코의 한 영화학도가 앨프리드 히치콕의 <새>를 분석하며 아래와 같은 문장을 적었다. “호러영화에 한해서, 현실에 구속되지 않은 예술가는 영화의 형태를 띤 시(詩)로서 세상에 대한 가장 순수한 반영을 창조할 수 있다.” 히치콕을 동경하던 청년의 이름은 오늘날 괴수 호러의 거장이 된 기예르모 델 토로다. 델 토로는 젊은 날 선대 감독을 분석한 자신의 언어를 닮아갔다. 세상과 불화했던 소년은 어린 시절 동화 속 아웃사이더였던 괴물에 스스로를 동일시했고, 지금껏 괴물을 자신의 수호 성인으로 삼았다. 괴물을 잔혹한 현실을 비추는 순결로 표상하며 <악마의 등뼈><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등의 시적 호러를 내놓았다.
무수한 영화제에서 큰 상을 연거푸 받고 멕시코의 좋은 친구들,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와 함께 할리우드에서 ‘스리 아미고’로 활약하는 동안 기예르모 델 토로는
[기획] 아버지라는 이름의 굴레, <프랑켄슈타인> 리뷰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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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책에 실린 상자 삽화를 본다. 각기 다른 주석이 붙은 그 삽화를 한번은 어떤 사물로, 한번은 다른 사물로 볼 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는 그것을 해석하고 또 우리가 해석한 대로 그것을 본다. 비트겐슈타인의 논지 일부를 빌려와 다시 확장하면 우리의 행동은 타인의 규범 안에 있을 때 받아들여지며, 우리 언어는 타인의 경험과 지성에 의해 해석된다. 만일 우리가 상대에게 잘못을 범한다면 오로지 그들의 관대함에 의해 용서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 세계는 상대의 인식 범위 안에서만 존재하며 그 틀 안에서 이해될 수밖에 없다. ‘토끼-오리 머리’ 그림처럼 하나의 대상을 보았을 때 인식의 범위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바라보는 것이 상자 삽화나 토끼-오리 머리의 그림이 아니라 <세계의 주인>에서처럼 ‘트라우마’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 주인공 이주인(서수빈)이 오해와 오독의 터널을 통과해 이해와 수용에 도착하기 위해서
[특집] 타인의 재판정 앞에, 유선아 평론가의 <세계의 주인>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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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우 장혜진은 타인을 너르게 포용하면서도 쉬이 휘둘리지 않는 인물을 연기해왔다. 그의 여자들이 실질적 가장이자 정신적 지주로 극 안에서 자리하는 데는 그러한 성격 덕분일 터다. <세계의 주인>의 태선 역시 부표와 같다. 어린이집의 유능한 원장으로서 아이들을 돌보고 집에서는 10대 남매 주인(서수빈)과 해인(이재희)을 건사한다. 양쪽에서 늘 온화한 미소를 짓지만 사실 그는 겨우 서 있다. 딸이 겪은 사건은 보호자인 그에게도 사라질 수 없는 내상을 남겼고, 남몰래 상처 부위에 술을 부어 통각을 마비시키는 것이 그가 터득한 치료법이다. 그럼에도 태선은 삶이 여전히 기쁨과 웃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진정 어른스럽고 아름다운” 태선을 연기하기 위해 장혜진은 기존의 연기법을 내려놓았다.
- 극장에 손수건을 가져가야 했다. 상처가 사라지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울림이 컸다.
‘<세계의 주인>을 한 단어로 표
[인터뷰] 곁에 있을게, <세계의 주인> 배우 장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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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계의 주인>의 이주인(서수빈)은 하루 소모 칼로리가 얼마일지 궁금해지는 여고생이다. 학교와 태권도장, 노래방과 봉사활동 모임을 지칠 새 없이 오가며 늘 활짝 웃고 움직임도 큼지막하다. 사실 주인은 긍정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갔다고 넘기는 과거는 그을음처럼 남아 주기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시간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그럼에도 장래 희망에 사랑을 적어넣으며 세상을 향해 두팔을 벌린다. 주인 역을 맡은 배우 서수빈은 <세계의 주인>이 데뷔작인 새하얀 신예다. 처음의 굴곡진 역사가 담긴 작품을 막 내놓은 그는 관객의 따스한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 총 세번의 오디션을 거쳤다고.
1차는 윤가은 감독님과의 일대일 미팅이었다. 소개팅 같은 분위기 속에서 부모님과 사이는 어떤지 태권도는 얼마나 했는지 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엄마와는 절친 같고 태권도는 10년 넘게 했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렇
[인터뷰] 나도 너처럼, <세계의 주인> 배우 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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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개봉을 며칠 앞둔 10월17일 금요일, 장혜진 배우가 <씨네21>스튜디오의 문을 열자마자 서수빈 배우를 찾았다. 밝은 재능의 신인이라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소개하고, 그에게 안부를 묻고 나서야 제 할 일을 시작했다. 앞서 서수빈 배우는 스튜디오 벽에 걸린 <기생충>사진 속 장혜진 배우를 발견한 뒤 선배의 멋짐을 일찍이 고백한 바 있다. 두 배우는 윤가은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세계의 주인>에서 모녀로 호흡하며 가까워졌다. 서수빈 배우가 여고생 딸 주인을, 장혜진 배우가 엄마 태선을 맡았다. 주인과 태선은 둘도 없는 친구처럼 서로를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친밀한 관계지만 다시 웃기까지 그들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여전히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운 순간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떤 상처가 사라지지 않는다 해도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 것이다. 어둠과 빛을 함께 통과한 두 배우에게 기쁨 뒤에 감춘 슬픔
[특집] 신뢰의 도약, 배우 서수빈과 장혜진이 이끄는 <세계의 주인>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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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전 토론토국제영화제, 핑야오국제영화제, 바르샤바국제영화제를 거치면서 심사위원상, 관객상, 비평가연맹상 등을 수상한 낭보에 늦게나마 축하드린다. 아시아, 유럽, 북미 대륙에서 <세계의 주인>을 받아들이는 문화적 맥락과 감수성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을 듯한데, 체감하기로는 어땠나.
언론·배급 시사회 전날 폴란드에서 돌아왔다. 세 번째 장편이지만 여전히 영화제에서 첫 공개하는 순간은 너무나 긴장되고 이 영화를 미워하는 사람만 없기를, 싶은 두려운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세계의 주인>은 유독 객석의 박수가 격려처럼 다가왔다. 대륙을 순차적으로 돌며 프리미어 상영을 하는 과정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층위가 얼마나 넓은지 감지하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중국 핑야오에서 있었는데, 상영 중 유독 엄숙한 분위기라 긴장했다가 QnA가 시작되자 체감상 객석 전원이 손을 들고 질문하려는 듯한 열기에 깜짝 놀랐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순수한 충격으로
[인터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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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의 주요 설정이 포함된 리뷰입니다.
한 감독의 세계가 확장하는 궤적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기쁨. <세계의 주인>을 본다는 것은 <우리집>(2019) 이후 6년 만에 세 번째 영화를 내놓은 윤가은 감독의 차분한 진일보를 목격하는 경험이다. 인물이 품은 순수를 동력 삼아 유년의 우정과 성장통을 그려온 윤가은 감독의 자질은 일찍이 회자되어왔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조형과 섬세한 정서, 주제를 고르게 성취한 그의 영화는 반듯한 감동을 선사해왔고, 한국형 리얼리즘의 작가로서 그가 보여준 준수함은 산업적인 기대로도 이어졌다. 어린이 배우와 캐릭터를 대하는 창작자의 태도 면에서도 감독의 세계가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세계의 주인>에 이르러 보태고 싶은 감탄은 한층 품을 키운 형식과 단단함에 있다. 우선 <세계의 주인>은 대화(대사), 미술, 영화 전반의 감수성적 측면을 포괄해 동시대 10대의
[특집] 씩씩하고 불편하게, <세계의 주인>이라는 걸출한 동시대 성장담을 지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