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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거짓말이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진무구하리만치 거짓말을 계속 한다. 2026년 칸영화제는 거짓말의 명랑함과 희극성을 발판 삼아 포문을 열었다. 개막작 <디 일렉트릭 키스>는 <프라이스리스> <뷰티풀 라이즈> <트러블 위드 유> 등을 통해 오랫 동안 코미디의 언어를 사용해온 피에르 살바도리 감독의 작품이다. 1928년, 유랑극단에서 일하는 수잔(아나이스 드무스티에)은 일종의 키싱부스처럼 서커스를 찾는 남자들과 입을 맞추며 높은 전압의 전기를 통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짜고 치는 사기극. 수잔에게 남을 속이는 일은 아주 쉽다. 그러던 어느 날 수잔은 자신을 유능한 영매사로 착각한 남자 앙투안(피오 마르마이)을 우연히 만나고, 그의 바람대로 죽은 아내에게 빙의된 것처럼 연기한다. 심지어 그의 집까지 찾아가 1:1 빙의 서비스를 도와주는데 의도치 않게 남자는 사별의 슬픔으 로부터 조금씩 빠져나와 그만뒀던 그림을 다시
[기획] 거짓말로 쌓은 사랑, 제79회 칸영화제 개막작 <디 일렉트릭 키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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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칸영화제의 개막식 사회는 아이 하이다라가 도맡았다. 여성, 청소년, 이민, 계급, 돌봄노동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짚어낸 여성감독이자 각본가, 배우. 젊은 흑인 여성의 얼굴로 시작한 영화제는 세상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 자유로운 인사말로 포문을 열었다. “친애하는 인터넷 사용자 여러분. 아니, 인터넷이 끊기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인공지능이 현실을 대체하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저항하고 있는 여러분, 모두 안녕 하세요. 환영합니다.” 칸의 다양성은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장 직위를 맡은 박찬욱 감독에게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개막식 무대에 올라 약 2주간의 여정을 어떻게 소화할지 포부와 목표를 밝혔다. “경쟁작은 22편에 불과하지만 각작품에 참여한 사람을 합치면 몇천명이 된다. 그들의 가족을 더하면 몇만명이 된다. 그들의 헌신과 갈망을 명심하며 심사하겠다.” 이어 그는 심사위원 폴 래버티와 무대 뒤편에서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켄 로치 감독의
[기획] 개막식에서 생긴 일, 박찬욱 시대의 칸영화제 풍경- 봉준호 감독 깜짝 등장부터 피터 잭슨 감독의 명예황금종려상 수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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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회 칸영화제는 두 가지 귀환으로 한국 관객을 설레게 한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제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심사위원장으로 팔레데 페스티벌의 레드카펫 계단을 올랐고,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2022년 <헤어질 결심> 이후 4년의 공백을 깨고 한국 장편영화를 경쟁부문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지난해 칸은 26년 만에 처음으로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 모두 한국 장편영화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 공백은 한국 영화산업 전반의 구조적 침체를 방증하는 단적인 지표로 읽혔기에 올해의 복귀는 더욱 상징적이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1970~80년대 한국 비무장지대 인근 외딴 항구 마을 호포를 배경으로, 멸종된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신고에서 시작된 사건이 외계 존재의 영역으로 증폭되는 이야기다. 또 다른 한국영 화로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군체>, 단편경쟁인 라 시네프에 최원정 감독의 애니메이션 <새의 랩소디>, 그리고 같
[기획] 한국에서 온 심사위원장, 전쟁의 시대에 칸으로 온 정치,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장 맡은 칸, 그리고 경쟁부문 초청받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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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회 칸영화제가 5월12일 공식 개막했다. 23일 황금종려상 시상까지 12일, 영화의 향연이 시작됐다. 개막 선언은 배우 제인 폰다와 공리가 함께 맡았다. “영화는 언제나 저항의 행위였다”는 폰다의 말은, 지금 세계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긴 설명 없이도 납득시키는 선언으로 기억될 것이다. 크루 아제트의 5월은 언제나 특별하지만, 한국 기자들에게 올해는 각별하다. 한국 감독이 칸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최초. 아시아인으로는 1962년 일본 언론인 후루카키 데쓰로, 2006년 왕가위 이후 세 번째다. 박찬욱 감독은 오래전에 이미 준비를 마친 사람처럼 느긋하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12일 뒤 그가 황금종려상을 건넬 감독은 누구일까. 개막 직후 영화제 풍경과 함께 주요 기대작, 심사위원단 기자회견, 개막식 및 개막작을 일람해보았다.
*이어지는 글에서 제79회 칸영화제 개막 직후 풍경과 주요 기대작 소개, 심사우원단 기자회견, 개막식 및 개막작 살펴보기가 계속됩니다.
[기획]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박찬욱 심사위원장이 이끄는 제79회 칸영화제 개막 레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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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투어’를 떠난다면 쉴 틈이 없을 것이다. 그건 홍상수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심지어 세편은 해외에서) 영화를 찍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홍상수의 영화가 기본적으로 여로(旅路)를 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상수처럼 그리고 홍상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5월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34편의 영화를 찍는 동안 홍상수가 유랑했던 대한민국의 곳곳을 지도에 찍어보았다. 또 <씨네21>이 직접 여행 가이드가 돼 테마별 여행지까지 패키징해보았다. 어디든 떠나보자. <생활의 발견> 속 경수(김상경)처럼 끝내 가려던 곳에 못 미쳐도 좋고, <탑>의 병수(권해효)처럼 끝없는 미로 속에 길을 잃어도 좋다.
서울 북촌 투어
‘북촌방향’으로 발길을 돌릴 시간이다. 하지만 영화만 보고 무작정 이 동네를 찾아선 곤란하다. <오! 수정>과 <북촌방향>에 나온 와사등은 요리주점 ‘조선살롱’이, <북촌방향>의 다
[특집] 여행은 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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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화제들을 통해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홍상수 감독이 프랑스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은 2003년과 2004년의 일이다. 당시 그의 초기 세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극장에서 개봉했고, 뒤이어 <생활의 발견>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소개됐다. 불과 1년 남짓한 사이 다섯편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당시 함께 부상하던 다른 한국 감독들, 예컨대 봉준호나 박찬욱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홍상수 감독만의 강렬한 작가적 정체성이 빠르게 드러났다. 1999년 <카이에 뒤 시네마> 537호에 실린 홍상수 관련 초기 비평 중 하나에서 평론가 샤를 테송은 이미 그의 영화를 “이미지와 스타일을 신봉하는 아시아 영화 물결에 역행하는” 작업이라 평하며, 그를 “곤충학자 같은 영화감독”, “인간 행동을 놀란 눈으로 관찰하는 자”라고 묘사한 바 있다. 시네필 관객이 쉽게 동일시할 영웅적이지 않은 지식인과 예술가 군상을 통해, 홍상수는 변덕스러운 인간관계를 연출하는 탁월한 재능
[특집] 단순하지도 복잡하지도 않게 - <카이에 뒤 시네마> 평론가가 바라본 유럽의 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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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auteur)는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지속되는 것일까. 이 질문을 탐구하는 데 있어 홍상수는 이상적인 존재다. 우선 그의 작가적 지위를 굳이 정당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는 타고나고, 어떤 이는 시간이 지나며 그 지위를 획득한다면, 홍상수는 분명 전자에 속한다.
홍상수 영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홍상수 영화’다. 그의 영화는 반복되는 상황들을 통해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데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니멀하면서도 조용히 급진적인 영화미학으로 구축돼 있다. 이제는 일종의 장르처럼 여겨지는 홍상수의 영화는 언제부터 북미에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을까. 홍상수 감독의 명성은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높아졌고, 대중적 인지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작이 나오면 큰 기대를 모은다. 이제는 그의 영화가 1년에 한편만 나온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안기는 정도에 이르렀다.
홍상수는 현재 북미 배급 환경에서 독보적인 작가다. 홍 감독의 최신작이 배급사 시네마 길드(The Cinema Gu
[특집] 홍상수의 세계는 무한하다 - 마크 퍼랜슨 평론가가 말하는 북미의 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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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들어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씨네21>이 연말에 꼽는 한국영화 베스트에서 최상단을 차지했다. 2020년 한국영화 베스트 1위는 그의 작품 <도망친 여자>였고, 2021년엔 <당신얼굴 앞에서>가 1위, 2위는 <인트로덕션>이었다. <탑>은 2022년 2위에 올랐고, <소설가의 영화>는 3위를 차지했다. <물안에서>는 2023년엔 8위에 그쳤으나 2024년 <여행자의 필요>로 홍 감독은 다시 1위로 돌아왔다. 2025년에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4위로 꼽혔다. 매년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공개되는 사실이 놀라운 한편, 평론가들에게 늘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건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늘 고른 지지를 받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데뷔 때부터 비평의 한가운데 있었기에, 여러 각도의 호불호가 담긴 비평문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았다. 홍상수 영화를 향한
[특집] 비평가들의 홍상수 - 데뷔부터 호평과 혹평 모두 받은 ‘비평가들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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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2 ACT 6 – 행위, 죽음
당신은 사망했다. 혹은 돌아왔다. 이승에서의 움직임과 만남을 포기하고 머릿속에서만 산다. 또는 가장 행복할 때 삶의 시간을 멈췄다. 홍상수의 세계에서 죽음이란 무엇일까. <강변호텔>의 영환(기주봉)이 된 당신은, 예감했던 죽음의 스산함을 현실로 마주한다. 아들들을 만나고 조금은 힘이 생겼나 싶었는데, 역시나다. 혹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속의 보경(이응경)이 되어 아파트의 베란다 문을 연다. 영화는 그 추락의 이미지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영혼이 그 죽음을 증명한다. <물안에서> 영화를 찍던 젊은 청년 성모(신석호)는 끝내 자신의 영화랄 것을 찍지 못한 채 <극장전>의 경수처럼 배회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구경남(김태우)처럼 몸을 드러내놓은 채 누우며 모든 것에 해탈한 듯 군다. 결국 성모는 <탑>의 병수(권해효)가 되었고 계획했던 영화를 만들지
[특집] 반칙으로 맞서기 - 게임으로 재구성한홍상수의 영화 34편 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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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은 늘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따라 영화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그날의 날씨, 기분, 배우들의 상태, 기억나는 말들. 그렇다면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가 만든 34편의 장편영화 속에 ‘주어졌던 것’들을 추출하여 이해, 분석, 재구축한다면 새로운 물질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역행의 작업은 RPG 게임이나 선택형 게임의 논리와도 유사하다. 최소한으로 주어진 세계(월드)가 있고, 플레이어는 몇 가지의 역할을 맡아 이야기를 이어간다. 홍상수 영화의 규칙에 게임이란 반칙으로 대적해보는 것이다. 홍상수의 오랜 관객도, 낯선 입문자도 각자의 홍상수 월드를 가져보길 바란다.
PROLOGUE ACT 1 - 당신은 홍상수의 어떠한 세계에 들어가고 싶은가
온화하거나 조금은 더운 날씨가 맘에 든다면, 당신은 주로 반팔을 입거나 가벼운 겉옷 정도를 걸치게 된다. 혹은 단풍을 보거나 눈이 오기를 기대하나? 선선하거나 추운 날을 대비해 긴팔을 입고 두꺼운 옷을 챙기는 것이
[특집] 반칙으로 맞서기 - 게임으로 재구성한 홍상수의 영화 34편 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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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홍상수 감독은 2017년 무렵부터 국내 매체와의 접점을 최소화했고, 줄곧 영화로만 대화했다. <씨네21>과의 마지막 인터뷰 역시 <도망친 여자>(2019) 당시가 마지막이었다. 그렇지만 최대한 욕심을 억누르고 단순하게 물었다. 되도록 하나의 영화에 한두개의 질문을 건넸다. 그의 말처럼 홍상수의 영화를 “딱 떨어지는 말로 설명하려는 건 억지를 쓰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속 그의 영화를 설명하려는 욕심을 멈추지 못하는 이들에겐, 이번 인터뷰가 꽤 솔깃한 소식일 것이다(질문을 꾸리는 일엔 김병규, gkd 영화평론가가 도움을 주었다).
그의 영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치밀한 이론을 논의하던 시절은 한철 지난 듯하다. 이를테면 <생활의 발견> <극장전>, 또는 <옥희의 영화>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설명할 수 있던 영화의 구조론과 비평적 도구들은 근래의 홍상수 영
[인터뷰] 진짜의 사실 가까운 쪽으로 – 홍상수 감독, 6년 만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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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씨네21> 스튜디오를 처음 찾은 건 <두사부일체>(2001), 마지막 인터뷰는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2006)이었다. 이후 20년. 송선미는 <해변의 여인>을 시작으로 <북촌방향> <밤의 해변에서 혼자> <강변호텔> <도망친 여자> <탑> <우리의 하루>까지 홍상수 감독과 7편을 함께했고, <그녀가 돌아온 날>로 처음 홍상수 영화의 한가운데에 선다. 도시적 인상의 매력을 각인한 <북촌방향>에서 송선미는 쉽사리 자신을 내맡기는 법 없이 취기 가득한 밤을 건너갔고, 가시 돋친 후배에게 “예쁜 너를 누가 사랑해줄까” 하고 다독이며 입맞추거나(<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준희), 배신당한 그녀가 부르자 눈 내리는 호텔로 달려오는 선배(<강변호텔>의 연주)의 모습으로 진화해왔다. 돌이켜보면 그는 홍상수의 영화가 남성적 욕구의 세계에
[인터뷰] 자기를 진짜로 사랑해준다는 것 - <그녀가 돌아온 날> 배우 송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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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배우가 결혼 후 연기를 그만뒀다가 복귀했다. 이혼 후에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작은 독립영화에 출연한 것이다. 약 12년 만. <그녀가 돌아온 날>은 한 독일 음식점에서 세명의 기자를 차례대로 만나 아주 오랜만에 인터뷰하는 배우 배정수(송선미)의 하루를 보여준다. 홍상수 영화의 주 질료인 식탁과 약간의 음식, 술 또는 차, 마주 보거나 나란히 앉은 사람들의 대화는 <그녀가 돌아온 날>에서 인터뷰라는 특정한 형식 안에 자리 잡는다. 테이블 위는 단출하고 처음 만난 기자와 배우가 가만히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게 전부다. 배우는 늘 같은 자리에서 상대를 맞이한다. 그런데 이들의 대화는 말하자면 ‘모범적인’ 인터뷰가 못 된다. 기자의 질문은 사적이거나 지엽적인 질문으로 흐르고 배우는 자꾸 맥주를 마시겠냐고 묻는다. 인터뷰의 형식과 약속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두 인물의 교류인 셈인데,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세 여성 기자에게 배우는 대체로 비슷한 말을 하
[특집] 쭈그린 자태의 고귀함 - 홍상수 감독의 34번째 장편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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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으로서 홍상수는 지겨운 일이다.” 2004년 당시 <씨네21>의 김소영, 정성일, 허문영 편집위원이 나눴던 한국영화 결산 대담에서 김소영 평론가가 꺼낸 말이다. 홍상수 감독이 5번째 장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내놓았을 때다. 1996년 데뷔 이후 8년쯤 됐을 때, 이미 홍상수 감독에 대한 담론은 차고 넘쳐 ‘지겨운 현상’으로까지 말해졌던 것이다. 그의 34번째 장편을 만난 우리는 훨씬 더 크게 부푼 지겨움 속에서 홍상수를 논해야 한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났고 홍상수는 29편의 영화를 더 만들었다. 지독한 성실함이다. 하여 지금 홍상수에 관해 무언가를 말하거나 쓰려는 자들은 피할 수 없는 자기검열에 시달리고야 만다. 반복과 차이라든지, 공간과 장소의 대비라든지, 순환구조라든지, 남성성의 추함이라든지, 시간 놀이라든지 하는 비평의 거의 모든 수사가 홍상수에 관해 진즉에 쓰였기 때문이다. 신작을 두고 그의 전작을 언급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홍상
[특집] 홍상수라는 지겨움과 대적하기 - 홍상수 데뷔 30주년 특집, 기획의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