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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도심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패닝 장면이 1분 정도 이어진 끝에, 카메라는 짙은 고동색 외벽에 적갈색으로 창틀, 발코니, 외벽을 두른 낭만적인 고택 앞에 멈춰 선다. 영화는 집을 클로즈업한다. 이 영화의 첫 얼굴은 집이다. 가족이 떠나고 돌아오고, 말하고 침묵하고, 서로를 상처 입히고 끝내 다시 마주 보는 모든 시간은 집의 벽 안에 눌어붙어 있다.
노라는 6학년 때 “사물이 되어 글을 써보라”라는 숙제를 받고 자신이 사는 집이 되기로 한다. 그녀와 동생이 계단을 뛰어내려와 뒷문으로 나가면 집의 배가 흔들린다고 썼다. 집은 자매가 울타리 사이 지름길에서 거리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본다. 아이는 집이 텅 빈 것과 가득 찬 것 중 무엇을 더 좋아할지 궁금해하고, 집은 가득 찬 것을 좋아할 거라고 결론내린다. 이 짧은 글에는 영화 전체의 비밀이 들어 있다. 집은 가족을 담는 그릇이지만, 동시에 가족이 남긴 감정의 몸이다. 백년 동안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었으며
[최우수상 당선자 박윤희 단문 비평] 집이 얼굴이 될 때 - <센티멘탈 밸류>가 말하는 영화의 가장 오래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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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워야 하는 감각
영화가 끝나고 혼자 극장을 나섰다. 마치 상영관을 통째로 빌린 듯, 오로지 홀로 <침묵의 친구>를 보았다. 괴테의 <나그네의 밤 노래>가 낮게 깔리고, 점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롱테이크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장면 앞에서 심장이 두근거리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무도 없는 상영관이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왜 울었을까. 이 질문을 붙들고 영화를 다시 생각했다.
영화의 첫 순간은 거대한 이미지가 아니라 소리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바스락거림. 화면 가득 채운 은행알에서, 단단한 껍질을 뚫고 나오는 생명의 소리였다. 작고 여린 것이 빛쪽으로 몸을 비트는 동안, 영화는 관객에게 거의 아무 설명도 주지 않는다. 이 장면은 자연다큐멘터리의 경이도, 생명의 신비를 과장하는 장식도 아니다. 우리가 너무 오래 배경으로만 여겨온 존재가, 인간의 언어를 빌리지 않고 자기 시간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일디코 에네디는 자연을 스크
[최우수상 당선자 박윤희 장문 비평] 침묵하는 물질의 유동성 - <침묵의 친구>의 카메라가 끄는 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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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씨네21> 영화평론상은 4년의 공백을 깨고 5년 만에 최우수상을 선정했다. 심사가 수월했던 적은 한해도 없었지만 올해는 한층 각별했다. 최우수상 없이 우수상 2인 선정이 이어졌던 건 비평의 평준화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이기도 했지만 심사측의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남다은·오진우 평론가, 송경원 편집장, 조현나 기자 4인의 심사위원이 올해 공유한 심사 기준은 개성과 가능성이었다. 상투적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기본으로 돌아간다. 기존의 논의와 차별화되는 시선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했고, 이어서 본인만의 호흡과 언어로 논지를 풀어나갔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미세한 차이라도 그 결을 나누기 위해 고심하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검토했고, 결국 최우수작 1편을 결정할 수 있었다.
올해는 지난해 72편에서 크게 증가한 총 112편의 소중한 원고가 <씨네21> 영화평론상에 모였다.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100편이 넘는 작품이 모인 해는 그렇게 많지
[특집] 신중한 탐색의 미덕, 제31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심사평 – 최우수상 박윤희, 우수상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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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연주자 수현은 그토록 열정을 쏟던 피리를 그만뒀다. 집념을 다해 피리 연주에만 매달려도 오디션 결과는 낙방이었고, 그 자리에 내정자가 있었다는 사실만 알게 될 뿐이었다. 주인공이 피리를 그만둔 후 일회성으로 내림굿에 연주자로 불려간 상황에서 시작되는 <서를 담고>는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벼린 피리 소리와 함께 담아낸다. “<위플래쉬>처럼 집념과 꿈이 뒤섞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를 하다 보면 이 일이 결과물로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나. 결과만 보고 계속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냥 뭔가 배우고 만들고 할 때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런 게 무의미하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서를 담고>에는 수현의 과거 시점이 두번 등장한다. 고등학생 시절 수련회에 가서까지 옷장 속에 들어가 혼자 연습을 하는 시점과 성인이 되어 오디션을 보는 시점이다. “수련회에서 옷장에 들어가서 연습하는 것과 내림굿에서 연주를
[인터뷰] 꿈을 좇아야만 살 수 있는 팔자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최우수 작품상·촬영상 <서를 담고> 박정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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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이즈 캔슬링>은 어디서 출발한 이야기인가.
취미로 풋살을 하고 있는데, 친구들이랑 뛰던 중에 개천 너머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 소리가 반복되니까 다들 원래 하던 일을 하게 되더라. 비명 때문에 처음엔 웅성웅성하다가 다시 친구들이랑 뛰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근데 가는 길에 계속 생각나더라. 사람들이 친구와 떠들고 도시락을 먹고 연인과 데이트하며 일상을 지속하는 와중에 어디서는 비명이 들리는 상황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일이 계속 마음에 남아 이야기로 발전시키게 됐다.
- 영화에는 일상 속 현실적인 소재들, 이를테면 이웃 간 소음이나 산재사고와 같은 것들이 얽혀 있다. 그것들을 어떻게 연결시켰나.
비명에 대한 미스터리를 쓰고 있다가 그 소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전개를 해야 했다. 그동안 계속 노동자의 삶을 다룬 이야기를 해왔다. 초등학생 때 큰아버지가 추락 사고를 당하셨다. 큰아버지가 키가 190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에 아주 호쾌한 분이셨는데, 일터에서 사고로
[인터뷰] 들어야만 하는 소리 - ‘기담’ 최우수 작품상 <노이즈 캔슬링> 최지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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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지만 날 선 젊은 감각의 코미디영화를 만들고 싶다.” 김근호 감독의 포부는 올해 미쟝센영화제 ‘품행제로’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월남보살>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월남보살>은 디아스포라와 무속신앙을 결합한 코미디영화다.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의 10대 소녀 수연(권유경)은 신병을 앓다가 신내림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신은 한국 신이 아니라 베트남 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수연은 난데없이 찾아온 베트남 신이 원망스럽다. 하여 친구들과 ‘셀프 내림굿’을 통해 한국 신을 불러낼 계획을 세운다. “기존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 중에 우울한 톤 앤드 매너의 작품이 많았던 것 같은데,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반드시 우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장르적 문법 안에서 유쾌하게 풀어낼 때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근호 감독의 말처럼 <월남보살>은 운명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운명을 선택하는 소녀의
[인터뷰] ‘두배의 신빨’, 두배의 재미 - ‘품행제로’ 최우수 작품상 <월남보살> 김근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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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사격부의 희영(금빈)과 순주(백승연) 그리고 코치 사이에 발생하는 어긋난 애정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학창 시절 기숙사 학교를 다녔는데, 어느 날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사감 선생에게 심하게 맞은 적이 있다. ‘만약 부모님이나 친구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얼마나 슬프고 괴로웠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목격’이라는 제목의 복수극을 떠올렸다. 그런데 기숙학교라는 설정이 개인적이고 특수한 환경처럼 느껴져서 좀더 보편적이면서도 도망칠 수 없는 강고한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공간을 고민했다. 체육고등학교의 남자 코치와 학생들의 이야기면 어떨까 싶었고, 운동선수라는 설정과 복수의 물리적인 방식이 맞물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격이란 소재를 떠올렸다.
- <오조준>이라는 제목이 영화의 테마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스스로는 맞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들이 자꾸만 어긋나고 엉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격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으니 이 테마를
[인터뷰] 회심의 한방보다 중요한 것 - ‘질투는 나의 힘’ 최우수 작품상·배우상 <오조준> 강성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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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이모>는 위은경 감독이 거리에서 우연히 본 이미지에서 출발했다. “동네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애견 미용사가 강아지를 안고 병원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는 아니지만 정말 예뻐하면서 말을 걸고 있었다.” 자신의 몫 이상의 사랑을 듬뿍 주는 누군가의 모습은 위은경 감독의 5번째 이모를 떠올리게 했다. “엄마가 9남매 중 8명이 딸인 집에서 태어났다. 엄마는 7번째인데, 5번째 이모가 어린 시절 날 정말 예뻐하셨다.” 그렇게 현실 속 이미지와 어린 시절 몸소 느낀 이모의 사랑은 영화로 재형상화됐다. 동물병원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선희(정호정)는 아름답게 꾸며달라는 주문을 끝으로 잠적한 주인을 대신해 귀를 노랗게 물들인 강아지 메주를 집으로 데려와 돌본다. 버려진 메주와 오버랩되듯 오래전 선희가 동생을 대신해 10년간 키웠던 조카 서연(위은경)이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이고 나타난다.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이모를 만나러 온 것이다.
위은경 감
[인터뷰] 관객도 심사위원도 사랑한 영화 - ‘고양이를 부탁해’ 최우수 작품상··관객상·배우상 <선희이모> 위은경·손광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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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장르 경쟁 단편영화제인 미쟝센단편영화제(이하 미쟝센영화제)가 지난 6월23일 22번째 축제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하루 늘려 6일간 영화제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8만4천명의 한국 단편영화의 현재를 마주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전체 37회차 상영 중 29회차가 매진됐고, 전체 좌석 점유율은 97%를 기록했다. 뜨거운 관심은 온라인에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7월7일까지 전체 경쟁작 44편이 공개되며, 수상작들은 12월23일까지 볼 수 있다. 네이버 치지직에서도 7월21일까지 수상작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영화제에선 심사위원 15인의 만장일치로 선정되는 대상작은 나오지 못했지만, 5개 섹션의 최우수 작품상과 관객상, 배우상, 촬영상 등이 호명됐다. <선희이모>를 공동 연출한 위은경·손광민 감독, <오조준>의 강성준 감독, <월남보살>을 연출한 김근호 감독, <노이즈 캔슬링>의 최지혜 감독, <서
[기획] 이 영화를 만든 당신이 궁금해요 -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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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피칭으로 끝낼 수 없다. <팀장님, 소개팅 하지 마요>의 최은비 감독, <할루시네이 션>의 오인천 감독, <핑크트럭>의 손승웅 감독을 만나 작품의 구체적인 내용과 제작 상황을 들었다.
- <팀장님, 소개팅 하지 마요>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뚜렷한 삼각 로맨스 구도가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소개해준다면.
최은비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워커홀릭 30대 팀장 ‘설’, 20대 신입사원 ‘현우’, 40대 본부장 ‘선호’가 중심인물이다. 설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연하남 현우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하고 본부장 선호와는 티격태격한다. 서로 다른 매력의 두 관계가 설렘과 웃음을 오가며 전개되도록 신경 쓰며 대본을 썼다. 여성 시청자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먼저 좋아해야 시청자도 좋아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남자주인공 캐스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 <핑크트럭>은 시나리오를 다
[인터뷰] 부산의 제작 인프라와 스토리가 만나다 - ‘부산제작사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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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짙게 감도는 이곳은 3층 대회의실,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 중이다. 작품명이 적힌 테이블마다 창작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투자자와 제작자를 기다리거나, 마주 앉은 관계자에게 작품의 경쟁력을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이번 비즈니스 미팅에는 부산영상위의 2026년 장편극영화·뉴미디어 제작지원작, 2025 BFC 스토리 IP 공모전 수상작, 부산창작자 스토리 IP 기획개발 멘토링 지원작 등 총 23편이 참여했다. 행사 전체 참여작은 부산영상위-CJ ENM 오펜(O’PEN) 스토리 공동창작 프로젝트 선정작까지 더해 총 25편이었다. 7월2일 오전 11시 기준 쇼박스, 하이지음스튜디오 등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27곳이 미팅을 신청했으며, 총 84건의 매칭이 성사됐다.
프로젝트 피칭은 강성규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의 인사말로 막을 올렸다. 강 위원장은 “부산영상위만의 차별화 전략을 토대로 부산 영화·영상 산업 종사자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성과를 소개했
[기획] 2026 BFC 스토리 IP 프로모션 데이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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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첫차 타고 왔습니다.” “저는 첫 비행기요.” 지난 7월1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 2층 DMC홀. 행사 시작 전부터 멀리서 온 게 분명한 참석자들의 인사가 곳곳에서 오갔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산영상위)가 주최한 ‘2026 BFC 스토리 IP 프로모션 데이’ 때문이다. 이 행사는 부산영상위가 발굴·지원한 스토리 IP가 실제 작품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마련한 비즈니스 프로그램이다. 지역 창작자가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피칭’과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 영화·영상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는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창작과 산업을 잇는다. 수도권 기업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24년부터 서울에서 열리며, 올해는 ‘B스킷’(BFC STORY IP KIT)이라는 브랜드를 출범시켜 행사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행사는 7월1일부터 2일까지 진행됐으며, <씨네21>은 첫날 현장을 찾았다. 작품 소개를 위해 무대에 오른 창작자들의 자
[기획] 이야기를 세상으로 출항시키다 - ‘2026 BFC 스토리 IP 프로모션 데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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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검은 여름>(2017) 이후 <희망의 요소>(2021), <절망의 요소>(2023)를 내놓은 이원영 감독에겐 유독 평단의 지지가 잇따랐다. 영화의 이야기적 소재와 제재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만의 형식미와 스타일을 찾아가는 그의 행보에 주목이 이어진 것이다. <미명>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전작들과는 구상부터가 달랐고 사운드디자인이라는 요소에 유독 집중했다. 즉 이원영 감독에 대한 기대는 때마다 변화하는 그의 유동성에 있을 것이다. 아직 자신의 영화적 기호와 지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감독의 말은 그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 소규모 프로덕션이란 점 외에 <희망의 요소> <절망의 요소>와는 또 다른 스타일로 전환했다는 인상이다.
<희망의 요소>를 만들 즈음에는 스크린 표면에 보이는 것들에 집착했다. 이야기를 최소화하면서 표면적 구성만으로 영화가 성립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로
[인터뷰] 기분 나쁜 감각의 공유, <미명> 이원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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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적 이야기를 둘러싼 형식의 미가 도드라진다. 여기서 말하는 미란 시각적 화려함이나 정형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미명>의 겉면은 소박하다. 전작 <희망의 요소> <절망의 요소>와 일정 부분의 작법을 공유하는 모양새다. 되도록 통속적이고 간명한 줄거리의 골자, 이야기의 세부를 이미지와 사운드로 갈음하는 연출자의 태도, 소규모 프로덕션에 따른 날것의 투박한 화면 질감까지, 한 감독의 필모그래피 위에서 보아야만 꿰뚫어볼 수 있는 대목이 많다. <미명>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한명의 독립영화 감독이 이처럼 자기의 세계(관)를 우리에게 똑바로 인식시켰다는 점에 있다.
한 화목한 부부가 <미명>의 주연이다. 실제 부부인 이원영 감독 겸 배우와 임정은 프로듀서 겸 배우의 연기는 픽션보다 논픽션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들은 서로를 챙기고, 잘 알아주고, 누가 봐도 아껴준다. 그러나 남편(이원영)이 불의의 사고로 아내(임정은)를 잃으면서 픽션
[기획] 희박한 빛의 강렬함, 영화 <미명>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