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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편집자 해럴드 로스가 창간한 <뉴요커>는 본래 문학과 시사, 유머를 위한 잡지였고 영화는 오랫동안 이 세련된 지면의 하위 장르로 취급받았다. 최초의 정규 영화평론가인 존 모셔가 1928년부터 1942년까지 매주 리뷰를 썼지만, 그의 글은 할리우드 황금기를 재치 있게 관찰하는 소품에 가까웠다. 전환점은 1968년, 편집장 윌리엄 숀의 결단으로 찾아왔다. 소설이나 연극에 쏟는 만큼의 집중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두명의 비평가를 6개월씩 교대로 기용하는 파격적 구조를 설계했다. 영국 <옵서버>의 스타 비평가 퍼넬러피 질리엇과 여성 잡지 < 맥콜스>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혹평했다가 해고된 폴린 케일이었다. 케일이 거침없는 구어체와 호전적 논쟁으로 독자를 양분했다면, 질리엇은 한층 독자를 초대하는 목소리였다. 이후 폴린 케일은 <보니 앤 클라이드>를 향한 당시 평단의 지배적 혹평을 뒤집고, 로버트 올트먼의 <내쉬빌>
[특집] 뉴욕이 영화를 읽는 법 - 스타 비평가들의 세련된 전장, <뉴요커>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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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샤오쑹 <펀스크린> 편집장은 혼자 일한다. <펀스크린>이란 이름으로 상근 고용된 인력은 그가 유일하다. 혼자이기에 기획 회의도 당연히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펀스크린>에는 격주 단위로 깊이 있는 기획기사, 인터뷰, 비평문 등 5편의 긴 글이 늘 업데이트된다. 글을 엮은 뉴스레터도 발송되고 있다. 웹 기반 매체이지만 이렇게 영화를 진지하고 꾸준하게 다루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15일마다 주요 기사 5편을 묶어 발행하기 때문에 보통 1~2호 정도를 미리 기획한다. 적절한 외부 필진을 섭외해 원고를 의뢰하고, 가능한 한 많은 인터뷰에는 내가 직접 참여한다. 새로운 호가 발행될 쯤이면 이미 다음 두 호의 원고를 편집하는 데 깊이 몰두해 있다.” 서면 인터뷰에서 차이샤오쑹 편집장은 그가 일하는 방식을 이처럼 설명했다. 심지어 그는 “편집장 역할부터 인터뷰, SNS 관리, 웹사이트 운영, 행정 및 회계 업무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함께 잡
[인터뷰] 디지털 홍수에서도 영화만을 위하여 - 차이샤오쑹 <펀스크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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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창간한 <펀스크린>(放映週報, Funscreen Weekly)은 21세기 이후 대만영화를 충실히 기록하는 동시에 전 세계의 영화 흐름을 짚어내는 웹 기반 영화잡지다. 20년 넘게 격주간지로 발행된 이 매체의 여정은 대만국립중앙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시작됐다. 대만영화계가 활기를 띠면서 대학에서 자연스럽게 영화잡지를 발행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다. 2002년 대만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할리우드영화들이 대만영화계로 물밀듯이 밀려왔고, 대만 내 자국 영화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린원치 대만국립중앙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는 이런 세태를 바라보며 “대만영화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펀스크린>을 창간했다. 몇년 사이 대만영화의 상황이 나아져 2008년 웨이더성 감독의 <하이자오 7번지>가 크게 흥행해 <타이타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등극했다.
<펀스크린>이란 제호
[특집] 온라인 영화잡지도 진지할 수 있을까 - 대만 영화잡지 <펀스크린>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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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좀처럼 얻기 힘든 기회다. 다행하게도 난 1991년 편집 보조로 일을 시작한 뒤 부편집장을 거쳐 편집장까지 맡게 되었다. 1995년, 3년 반의 수습 기간을 마친 뒤 겨우 28살에 편집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다. 내가 편집장 후보로 거론됐을 당시 미국영화촬영감독협회(ASC)의 원로 의원들은 나를 거의 초등학생처럼 여겼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난 보스턴대학교에서 저널리즘과 영화를 전공했다는 학문적 배경, 당신들의 영화를 모두 보았고 프레임 단위로 꿸 정도의 강박적 시네아스트라는 점으로 그들을 설득했다. “나를 믿어준다면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를 업계 최고의 기준점으로 끌어올리겠다!”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촬영 분야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었다. 이제 막 경력을 시작하고 만난 영화인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창작자들이었고, 몇년 동안 나는 그들이 설명하는 내용의 절반도 이해하
[특집] 창작자의 존중을 받는다는 것 -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 편집장 스티븐 피젤로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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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는 독특한 위치에서 긴 역사를 유지 중인 영화잡지다. 1919년 할리우드에 설립된 미국촬영감독협회(American Society of Cinematographers, ASC)가 1920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통상적인 산업지나 비평지가 아닌 기술 전문지의 성격을 띤다. 잡지의 이름처럼 영화 촬영 분야를 중심으로 한 영화 제작기, 인터뷰, 정보 전달이 주요 콘텐츠다. 촬영이라는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셈이다. 편집장을 제외한 4명의 출판 사업 담당자, 2명의 전속 편집진이 종이 잡지와 웹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그외 기사 작성은 9명의 프리랜서 에디터와 LA, 뉴욕, 토론토, 런던, 파리 등 세계 각지에 기반한 12명의 외부 필자에게 맡기는 중이다.
처음에는 격주로 발행되는 타블로이드 판형의 4페이지짜리 소식지였다. ASC 회원들의 근황을 전하고 교류를 도모하는 회지 성격이었다. 1년 후에는 판형을 줄이고 페이지 수를 늘렸으며, 1922년 3월부터는
[특집] 영화 촬영의 교본 -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가 할리우드와 함께 성장해온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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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영화잡지에 대한 인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과거와 같이 표지 이미지만으로 독자의 머릿속에 남는 건 아닌 듯하다. 영화잡지들이 독자와 접촉하는 방식은 이제 하나의 길이 아닌 여러 갈래로 쪼개져 있기 때문이다. 고로 영화잡지는 일종의 다중우주가 됐다. 매주 1~2회씩 업데이트되는 <엠파이어>의 팟캐스트 속 기자들의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1시간 수다를 듣고 종이 한장 손에 쥐지 않고도 해당 잡지에 대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을 수 있다. 팟캐스트에서 호감을 느껴 역으로 잡지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일이다.
영화잡지를 향해 열린 다양한 출입구는 이제 매체의 생존력과 직결된다. 영미권 영화 주간지 <버라이어티>는 사전 대본 없이 두 배우가 터놓고 진솔하게 대화하는 <액터 온 액터>란 동영상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해왔다. 2025년 시즌23에 이르러 <CNN>과 공동제작하고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최근 티모테 샬라메가
[특집] 영화잡지라는 다중우주 - 단행본, 팟캐스트, 뉴스레터, 영화잡지들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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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1주년을 맞은 <씨네21> 지난주에 이어 전 세계 영화잡지, 영화평론가와 만났다. 1주차에 <카이에 뒤 시네마> <키네마 준보> <사이트 앤드 사운드>같은 전통적인 영화잡지들을 조명했다면, 이번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매체와 인물로 시선을 좁힌다. 바로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와 <펀스크린>, 그리고 <뉴요커>에서 활약 중인 리처드 브로디 평론가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촬영감독조합(ASC)이 발행하는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스티븐 피젤로 편집장은 최근 ASC 시상식을 마친 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진솔한 에세이를 보내왔다. 그의 글에는 촬영 중심 영화잡지를 만들어온 과정과 확고한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화를 깊이 있게 다루는 대만의 웹 매거진 <펀스크린>을 이끄는 차이샤오쑹 편집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영화를 사유하는 글쓰기의 가
[특집] 잡지, 안녕하십니까 vol.2 -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 <펀스크린> 리처드 브로디 <뉴요커> 평론가가 보여준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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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함진아비> <돌림총>과 마찬가지로 이상민 감독은 장편 데뷔작 <살목지>에서 심리묘사에 능한 자신의 특기를 펼쳐 보인다. 새로 로드뷰를 촬영하기 위해 ‘살목지’라는 이름의 저수지를 방문한 촬영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맞붙는다. 귀신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길을 잃은 내비게이션처럼 그 누구도 저수지를 벗어날 수 없고 인물들이 느끼는 당혹감과 두려움이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틈 없이 몰아치는 이상민 감독의 집념이 극 곳곳에서 느껴진다. 목표한 바를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95년생의 당찬 신예가 또 한명 등장했다.
- 실제 살목지를 방문해 여러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살목지는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첩첩산중에 위치한 저수지다. 가다보면 중간에 길이 끊기고 숲인 줄 알고 들어간 곳이 돌연 물가로 변모하기도 한다. 땅과 물의 경계가 모호한 저수지에서 갑작스레 무언가가 튀어나온다는 아이디어를 그때 얻었다. 버드나무
[인터뷰] 공포의 잔상을 남기기 위해, <살목지> 이상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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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평범한 사무실에 로드뷰 서비스 회사 ‘온로드미디어’의 직원들이 둘러앉았다. ‘살목지’라는 저수지의 로드뷰에서 이상한 형상이 발견됐고 관련 괴담이 쏟아지는 상황, 회사에선 빠르게 새 로드뷰를 촬영하기로 결정한다. 출장을 자처한 PD 수인이 급히 팀을 꾸려 저수지를 방문한다. 촬영을 준비하던 중 실종됐던 수인의 선배 PD 교식(김준한)이 돌연 팀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를 반기면서도 수인은 교식에게서 전에 없던 서늘함을 느낀다. 시간이 흐를수록 팀원들에게 이상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동료들을 돕고자 기태(이종원)가 후발 주자로 도착한다. 그런 기태마저 살목지의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다.
오늘날 ‘미지의 장소’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성립 불가한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로드뷰에 잘못 표기되거나 내비게이션에 등장하지 않는 지역이 존재하고 이곳은 으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해당 장소가 로드뷰에서 제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 발굴되지 않은 장소, 금기시된 장
[기획] 실체 없는 공포, 영화 <살목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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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에게 ‘살목지’는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낚시꾼들이 종종 방문하던 충남 예산의 저수지가 <심야괴담회>를 비롯한 방송 및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된 뒤 귀신 출연 장소로 유명세를 탄 덕이다. 이상민 감독은 직접 살목지를 방문해 취재하고 상상을 더해 영화 <살목지>를 완성했다. 4월의 봄과 대비를 이루는 음습하고 섬뜩한 저수지의 저주가 등장인물과 관객을 강하게 옭아맨다. 살목지의 새 로드뷰를 찍는다는 과제가 수인(김혜윤)과 동료들을 어디로 인도할 것인가. <살목지>를 분석한 리뷰와 함께 이상민 감독이 전한 촬영 비하인드를 지면으로 옮겼다.
*이어지는 글에서 <살목지> 리뷰와 이상민 감독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알면서도 도망칠 수 없다, <살목지> 리뷰와 이상민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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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라마, 예능에 이어 연극무대에 처음으로 도전 중이다.
매일 행복하다. 고난마저 달갑다. 이런 기분은 대학 연기과 입시 이후로 처음이다. 그땐 혼나고 깨져도 아랑곳않고 마냥 행복했는데 그 기쁨을 연극무대에서 다시 누리는 중이다. 무대의 매력도 알았고 연극에 꼭 한번 도전하겠다는 꿈도 컸지만, 그래도 내가 이렇게까지 연극을 좋아할 줄은 몰랐다. 신구 선생님을 포함해 <불란서 금고-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이하 <불란서 금고>)를 함께하는 선배 배우들이 무대와 연기를 대하는 마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감동이 남다르다. 연습부터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진지하게 작품에 임하는 선배들을 볼 때마다 내가 첫 연극에서 이런 축복을 누려도 되나 싶고. 이젠 어느 현장에 가도 막내가 아닌데 <불란서 금고>에선 막내인 점도 좋다. (웃음)
- 같은 텍스트를 가지고 관객 앞에서 매일 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희열도 느끼나.
나와 상대 배우의 호흡 위로 관객
[인터뷰] 알아서 대본이 들어오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 연극 <불란서 금고-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배우 금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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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금새록을 포털에 검색하면 ‘금새록 복싱’이 자동완성됐다. 일찍이 영화 <카브리올레>에서 권투 실력을 자랑한 바 있지만, 복싱 예능 <무쇠소녀단2>에서 보여준 악바리 근성이 배우 이름과 운동 종목을 연관짓게 만들었다. 올해 금새록은 검색어 ‘금새록 연극’을 새로 생성할 전망이다. 장진 감독이 연출한 연극 <불란서 금고-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로 대학로 무대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라는 스포일러를 암시할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한 은행원으로 분한다. 연극 데뷔 한달차에 접어든 배우 금새록을 만나 그의 첫 연극 도전기 그리고 지금의 금새록을 있게 한 수많은 승부수를 물었다. 데뷔 11년. 음색에 태도를 담고, 연기에 인생을 걸어온 금새록의 ‘2라운드’를 전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금새록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금새록을 입력하세요 - 연극 <불란서 금고-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배우 금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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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씨네21>엔 저널리즘 영화비평의 오늘날을 고심하게 하는 몇개의 글이 실렸다. 이 글은 이러한 흐름에 관한 (셀프) 리액션이다. 2주 동안 이어진 창간 기념호 특집 ‘잡지, 안녕하십니까’는 전 세계 영화잡지들의 고민을 전했다. 세계 최고(最高), 최고(最古)라 불리는 영화잡지들마저 너나 할 것 없이 비평 지면의 미약해진 힘을 담담하게 고백했다. 이 현상의 구체적 원인은 무엇일까. 단서들은 곳곳에서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다.
먼저 비평계의 트롤을 자처한 gkd는 “지금의 영화 문화는 보편성을 탐구한다는 차원에서 분명 퇴행적”이라며 작금의 영화비평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씨네21> 1546호). 한편 에이드리언 마틴은 정체성 정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정치적 기준이 영화비평을 잡아먹고 있다고 토로했다(<씨네21> 1550호). 한쪽은 영화 문화와 사회의 교환 관계가 공허하다고 말하고, 한쪽은 그 교환 관계가 과잉이라 비판한다. 우연히
[기획]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 오늘날 영화비평의 어휘사전이 빈곤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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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납치당하고 싶다”, 작가 수전 손택이 2000년 <뉴요커>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영화가 자신의 의식을 주변 환경으로부터 강제로 낚아채주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손택에게 영화관이란 자신을 내맡기는 곳, 그녀가 4년 전 에세이 <영화의 쇠퇴>(The Decay of Cinema)에서 썼듯 “이미지의 물리적 현존에 압도되는” 곳이었다.그 에세이에서 손택은 집에서 TV로 영화를 보는 빈약한 경험을 개탄했다. 오늘날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고 영화에 관한 글을 읽는 것에 대해 그녀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인터넷은 분명 우리를 현재로부터 휩쓸어간다. 나 자신을 포함해 손바닥에 꽉 쥔 기기 위로 몸을 구부린 채 거리를 몽유병자처럼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증거다. 그러나 인터넷은 우리를 황홀하게 납치하는가? 손택이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우뚝 다가서는 거대한 스크린의 장관에 대해 말했듯, 인터넷은 “우리의 온전한 주의를 요구”하는가? 온라인에서 우리는 스와이프하거나 스크
[특집] 오늘날 영화잡지 편집자로 산다는 것 - <사이트 앤드 사운드> 편집팀장 이저벨 스티븐스의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