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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을 달리는 노란 봉고차. 트렁크엔 막내를 살해한 범인이 기절해 있다. 기이한 분위기를 띤 이 여행의 핸들은 첫째 딸 장주(공효진)가 쥐었다. 법대 출신의 영주(박소담)와 프로레슬러 출신의 동주(이연)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기 가족을 일구고 살아가는 장주가 가장 무난해 보인다. 그런 장주가 가족여행의 운전대를 잡게 된 속사정을 한국의 장녀라면 모두가 이해할 것이다. 드라마 <유부녀 킬러>에서 사적 복수를 꾀하던 배우 공효진이 또 다른 복수를 꿈꾸는 <경주기행>의 장주로 돌아왔다. 전문 킬러 보나(<유부녀 킬러>)보다 어설프게나마 목표를 이루려는 장주의 노력을 배우 공효진이 친한 친구의 일처럼 상세히 들려주었다.
- 처음엔 일정이 맞지 않아 <경주기행> 출연을 고사했다. 와중에도 대본이 좋아 계속 내용을 상기했다던데,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았나.
누가 봐도 흥미로운 작품이었을 것이다. 김미조 감독님 자체가 매력적인 분인데 말솜씨도 좋
[인터뷰] 더 자유로운 몸짓으로 - <경주기행> 배우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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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어리진 슬픔은 마치 뿌리내린 바위 처럼 깊고 단단하다. 그렇다면 바위가 되어버린 슬픔은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 걸까. 수학여행지에서 살해당한 막내딸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엄마 옥실(이정은)은 세딸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와 함께 범인을 납치해 경주로 떠난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복수극을 마치 가족여행인 것처럼 교묘하게 꾸미는 것뿐. 누구도 자유롭게 웃지 못하는 가족사진처럼 네 모녀는 채 다 삼키지 못한 바위를 여전히 끌어안고 있다. 정상적인 여자는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김미조 감독은 경쾌하고 비애 섞인 피카레스크를 완성했다.
- 실제 가족과 함께한 경주 여행에서 이야기가 처음 출발했다고. 개인적인 기억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덜어내거나 지워낸 것은 무엇이었나.
실제로 내가 네 자매라 익숙한 관계들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나’와 서사가 너무 밀착해 있으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그래서 <경주기행>에는 오랫동안 언니들을 보며
[인터뷰] 응달진 숲에도 기어코 햇볕이 찾아든다 - <경주기행> 김미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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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을 떠났던 막내딸이 살해당했다. 납치, 감금, 폭행으로 참혹하게 죽은 어린 딸을 위해 엄마 옥실(이정은)은 남은 세딸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와 함께 복수를 꾸린다.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복수란, 터무니없이 짧은 형을 마치고 일상에 돌아온 범죄자를 납치해 똑같은 죽음의 형벌을 내리는 것. 목표 실행일은 막내딸 경주(황현정)의 생일이다. 혹시 모를 법망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미리 계획까지 짰다. 남들과 다를 것 하나 없이 그저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여행인 것처럼 보이는 것, 그뿐이다. 그렇게 네 모녀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꿈꾸며 몇 발짝마다 보이는 CCTV에 일부러 얼굴을 들이밀고, 일자가 출력되는 필름 카메라에 여행을 기록하지만 딱 보통 사람만큼의 걱정과 두려움을 지닌 이들은 부자연스러운 미소만을 반복할 뿐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경주기행>은 막내딸을 죽인 범인을 똑같이 벌하기 위해 네 모녀가 합심해서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표면적으로
[기획] “저놈만 죽이면 우리 가족도 새 마음 새 뜻으로 살 수 있어” - 김미조 감독, 배우 공효진에게 듣는 <경주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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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3권에서 마리가 세나를 위해 남다른 요리 실력으로 팬케이크를 만들어주고자 노력하는 장면. ‘좋아해’를 삐뚤빼뚤하게 써놓은 팬케이크 등 전부 재밌었다.”
<부산: 비와 유영(지역의 사생활 99)>
“광안리 해변가에 인어 ‘비’와 유영이 앉아 대화하는 장면. 일상의 풍경이 있어선 안될 것이 들어가 있는 상황 자체를 즐긴다.”
<그리고 마녀가 숲으로 갔다>
“동백이라는 어린이의 이가 하나 빠지는 장면. ‘마녀 이를 땅에 심으면 나무가 돼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지금 이를 다 빼겠다’고 말하는데 왜인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내가 코미디 욕심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기획] 잊을 수 없는 이 작품의 이 장면 -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산호 작가가 고른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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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너상 수상을 축하한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의 소감이 어땠나.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막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땐 실감이 잘 나지 않더라. 주위에서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체감했다.
- 지난해 <연옥당> 3권이 발간되며 수년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초기엔 짧은 단편으로 구상했다고.
처음엔 40페이지 분량의 단편이었다. 내용상으론 1권 첫 에피소드에 해당한다. <연옥당>의 세계관은 그때부터 잡혀 있었는데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다보니 점점 길어졌다.
- 죽음에 관해 다각도로 접근한 작품이다. 남겨진 자는 고인을 애도하고 떠난 이는 장례식 케이크를 통해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승과 저승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옥당’ 세계관을 떠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직접적인 계기는 외할머니의 장례식이었다. 외할머니에게 배운 많은 것들이 내 작품에 녹아들었을 만큼 외할머니를 좋아했다. 돌아가셨을 때 내 안의 무언가가 떨
[인터뷰]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산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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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인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공식적으로 “만화계의 오스카”라 칭하는 아이스너상은 만화계의 최고 권위상 중 하나다.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이하 <연옥당>)이 한국 작품 최초로 이 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연옥당>의 세계에서 사망한 자는 다음 생을 얻기 위해 49일간 연옥 들판을 걸어 환생문에 도착해야 한다. 산 자는 장례식 케이크로 연옥에서의 여정을 배웅한다. 유족, 지인이 고인과의 추억과 생전 그가 좋아한 것에 관해 들려주면 이를 바탕으로 하나뿐인 케이크를 제작하는 곳이 바로 ‘연옥당’이다. <연옥당>으로 아이스너상과 2022 대한민국콘텐츠대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을 수상하기 이전부터 산호 작가는 첫 단편 (이하 )으로 2021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장편 로 제11회 SF어워드 출판만화·웹툰 부문 우수상, 2024년 ‘올해의 여성만화가작품상’, 2025년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등을 거머쥐었다. 개인의 경험, 사회 이
[기획] 삶을 사랑하고 보듬고, 작별을 애도하는 이들의 모험 -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으로 아이스너상 수상한 산호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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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과학기자대회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정신없이 기사를 쓰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승객이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을 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집중력을 잃고 그 화면을 훔쳐보는데, 갑자기 말도 안되게 생긴 생물이 화면에 등장하는 게 아닌가. 디스토르투스 렉스라는 이름의 그 공룡은 툭 튀어나온 이마에 팔이 네개나 달린, 공룡이라 부르기도 뭣한 크리처였다. 내 ‘쥬라기 공원’에는 저런 괴물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데. 마음 한편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런 내게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이하 <오크 스트리트>)은 <쥬라기 공원> 프랜차이즈가 얼려버린 내 마음을 다시 살려낸 공룡영화였다. 우리 동네가 2억년 전 중생대 한복판에 갑자기 뚝 떨어지게 된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크 스트리트>는 공룡 시대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짜릿한 가족 모험영화이자, 오래 살아남고 싶으면 절대 2억년
[기획] 새 시대의 공룡영화 - 공룡 덕후가 본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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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겪는 가족 앞에 어느 날 육식공룡 떼가 밀고 들어온다. 우선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갈등 중인 배우자와 공조해야 맞고, 내 아이 그리고 내 강아지만 구해서는 절대 가족이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이웃의 안위도 챙겨야 한다.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이하 <오크 스트리트>) 속 드니스(앤 해서웨이)와 그렉(이완 맥그리거)은 그래서 장총과 배트를 든다. 당장 닥친 생명의 위협 앞에 싸움의 대의 따윈 생각할 겨를이 없지만, 이들은 함께 살아남기가 이 전시 상황의 유일한 복무신조임을 알고 있다. 서로의 아내와 남편, 두 아이의 엄마와 아빠로 살아온 10여년의 세월이 그 명분이다.
- 출연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앤 해서웨이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영화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팔로우>는 내가 살면서 본 호러영화 중에서도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왜 러닝타임 초반부터 이미 이 작품은 내 인생의 영화가 될 거란 예감이 들
[인터뷰] 글자 그대로도 비유적으로도 가족의 생존기 -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배우 앤 해서웨이, 이완 맥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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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난 6월에 이루어졌다. 당시 사전 시사 없이 영화를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소스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이하 <오크 스트리트>)의 예고편이 전부였는데, 이 영상엔 빌리 조엘의 가 2분 남짓 귓전을 때린다. “당신이 뭐라고 하든 상관 안 할래, 이건 내 인생이야. 당신 인생이나 신경 쓰고 날 좀 내버려둬.”(I don’t care what you say anymore, this is my life. Go ahead with your own life and leave me alone) 호러, 필름누아르 등 고전기 할리우드의 유산을 제멋대로 비틀어온 감독의 여름 팝콘 무비에 참으로 어울리는 가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보니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은 이 가사 그대로 자기만의 공룡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냈다. 공포의 서스펜스와 할리우드를 향한 경애가 변함 없이 컬트적으로 형형했다.
- 항상 서랍 속에 수많은
[인터뷰] 현실과 환상이 충돌한다 -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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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이하 <오크 스트리트>)이 8월26일 개봉한다. 이 작품이 1980년대 액션 블록버스터 황금기의 향수를 어떻게 불러일으키는지 요약한 리뷰,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 주연배우 앤 해서웨이·이완 맥그리거와의 단독 인터뷰를 전한다. 공룡 덕분에 과학전문기자가 된 이창욱 <과학동아> 편집장이 쓴 영화 속 공룡 재현의 정치학에 관한 칼럼도 동봉한다.
흔하디흔한 미국 교외 지역의 널리고 널린 도로명 오크 스트리트. 1982년 어느 날 밤. 이곳에 초자연적 백광이 들이친다. 이웃의 뒤뜰엔 2억년전 멸종된 석송류 포자식물 플레우로메이아가 자라고, 다른 이웃의 앞뜰엔 짐승의 똥 무더기가 산적해 있다. 마을 전체가 정전된 데다 날씨까지 후텁지근해지자 주민들은 당황한다. 왜일까. 마을 전체가 통째로 2억년 전 중생대로 타임워프한 것이다. 거리엔 육식공룡이, 하늘엔 익룡이 가득하다.
알다시피 공룡은, 사람을 찢는다. <오크
[기획] <쥬라기 공원> 이후 최고의 공룡 호러 -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리뷰와 감독·배우 단독 인터뷰, 공룡 애호가의 칼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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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영 통역사는 <오디세이> 내한 행사를 무사히 치르고 이제야 한숨을 돌리는 중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전담 통역사로서 그는 놀런 감독의 모든 말을 한국어로 옮기고, 감독을 향한 모든 질문을 영어로 옮기는 고강도 통역을 해냈다. 그러므로 놀런 감독 인터뷰 영상 하단에 붙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인터뷰를 몇건이나 하고 간 거냐”는 감탄 섞인 댓글은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다. 놀런 감독뿐 아니라 통역사의 역할과 노력도 컸기에.
정현영 통역사가 <오디세이> 내한 행사를 준비한 건 수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단 책의 내용을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부터 펼쳐 서사의 뿌리를 탐색했다. 그리고 영화 <오디세이>와 관련된 모든 영단어를 수집해 ‘글로서리’(glossary, 단어목록)를 만들어나갔다. “캐릭터 이름이나 지역명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공이 들 거란 걸 알았기에 글로서리 작업을 다른 작품
[STAFF] 정확한 언어의 이동을 위하여, <오디세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통역 맡은 정현영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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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밴드>는 영혼을 보는 10대 싱어송라이터 미타가 저승에 가지 못한 영혼들과 밴드를 결성해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린 K팝 애니메이션이다. 연출을 맡은 금동호 감독은 를 보고 뒤늦게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기로 결심, 4년여의 애니메이터 경험 뒤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사 ‘골드프레임’을 설립해 20년 만에 자신의 첫 연출작 <고스트밴드>를 완성했다. 감독과 음악감독 사이 가교 역할을 맡은 서지연 음악 프로듀서는 밴드 활동을 오래한 싱어송라이터, 광고 영상 제작자, 음악영화 프로듀서, 작가, 서점 주인, 동네 풋살팀 10번 주자 등의 정체성을 가진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다. 두 사람은 창작의 길을 함께 걸어온 부부인데, 인터뷰 중 농담과 진담을 오가는 티키타카를 뽐내면서도 이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건 음악의 힘이다. 꿈꾸는 이들을 향한 뜨거운 박수이자 기분 좋은 응원가인 <고스트밴드>는 두 사람이 4년간 온 마음을 다해 키워온 꿈의 약속이었다.
[인터뷰] 꿈꾸는 사람을 위한 꿈의 약속 - <고스트밴드> 금동호 감독, 서지연 음악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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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식(배유람)은 지하철 플랫폼 바닥에 누워 있는 지연(이주우)을 발견한다. 현식이 조심스레 깨우니 지연은 벌떡 일어나 “내 얘기 좀 할게요”라더니 자신을 ‘트루먼’이라고 소개한다. 시간이 멈추는 ‘에러’의 순간, 사람들은 동물들의 정형행동처럼 반복적으로 움직이지만 지연 자신은 다르다. 고장나버린 사람들과 달리 지극히 정상이다. 영화 <트루먼 쇼>처럼 이 세계의 진실은 따로 있다고 믿기에 지연은 자신과 같은 트루먼들을 찾아 나선다. 현식은 과연 그가 찾는 트루먼일까. <에듀케이션> <컨버세이션>을 연출한 김덕중 감독은 독특한 세계관에 사랑이란 보편적 감정을 결합시켜 세 번째 장편영화를 완성시켰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고 편집까지 한 <트루먼의 사랑>을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 이처럼 독특한 세계관을 어떻게 떠올렸나.
처음엔 그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랑 이야기에 후킹이자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요소를 넣으려다보니 지금과
[인터뷰] 기이하지만 보편적인 사랑의 모양, <트루먼의 사랑> 김덕중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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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여섯, 일곱살 때였다. 함께 마트를 거닐다가, 우유 하나 가져오라고 하면 좋다면서 들고 오는 그런 나이였다. 그것만으로도 뿌듯해하고 재밌어하는 시절이었으니 부모 입장에서는 시켜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이는 난이도 있는 문제도 제법 풀었다. 이를테면, 감자를 비닐봉지에 원하는 만큼 담고 저울 앞으로 가서 직원에게 건네 그 무게만큼 가격표를 붙이는 시스템에서도 잘 적응했다. 성공하면,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싱글벙글거리며 달려온다.
그날도 익숙하게 지시를 내렸다. 감자 한개만 가격표 붙여오라고 하고 나는 옆에서 깻잎을 담았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왕갈비 타임 세일이란 소리가 들렸다.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아이에게 깻잎 든 봉지를 주면서 이만큼만 더 담아서 가격표를 붙이라고 한 다음 재빨리 이동했다. 3분 정도 걸렸을까나. 나는 왕갈비를 카트 안에 넣고 자연스레 아이를 찾았다. 눈앞에 없어서 두리번거리는데, 아직까지 채소 계산대 앞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오찬호의 아주 사소한 사회학] 한번만 머리를 긁적이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