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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에리세가 <벌집의 정령> 이후 만든 <남쪽>은 예산 소진으로 촬영이 중단된 미완성 영화이지만 스페인영화사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에서 자란 소녀 에스트레야(손솔레스 아랑구렌, 이시아르 보야인)가 땅에 흐르는 수맥을 찾는 아버지 아구스틴(오메론 안토누티)의 비밀을 탐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소녀의 호기심은 아버지가 사랑했을지도 모르는 한 여성과 남부 안달루시아로 흐른다. 집요한 자연광 촬영으로 평온하면서도 극단적인 명암을 빚은 에리세는 프랑코 정권과 내전의 폭력을 영화의 침묵만큼 공고한 배경으로 암시한다. 남쪽의 이야기는 촬영되지 못했지만 <남쪽>의 정신적 여정은 그곳에 도착한다. 완성되지 못한 영화가 역설적으로 주제를 체현할 수 있다면, <남쪽>은 도달 불가능한 아버지의 역사라는 겹겹의 부재 위에 정확히 서 있다. 미완성이야말로 이 영화의 완벽한 형식이다.
[리뷰] 부재의 서사를 완성하는 미완성의 형식,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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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살아가는 미국인 무명 배우 필립(브렌던 프레이저)은 가족 임대 서비스 회사에 들어가 의뢰인의 생활 속 빈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맡는다.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고, 친구가 되는 동안 그는 연기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마주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감당하느라 정작 자신을 위한 자리는 비워둔 인물들. 이들의 초상은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부재를 보여준다. <더 웨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오랜 공백을 깨고 재기에 성공한 브렌던 프레이저는 이 작품에서 친근한 모습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뜻하게 그린다. 돈을 지불하고 가족을 빌리는 설정이 새롭지는 않아도 브렌던 프레이저의 꾸밈없는 연기와 스크린을 꽉 채우는 에모토 아키라의 존재감이 영화에 힘을 더한다. 우리가 채우려는 건 가족의 빈자리가 아니라 마음의 빈자리임을 욕심 없는 화법으로 전한다.
[리뷰] 설득력의 빈자리를 욕심 없는 화법으로 정성껏 채우다, <렌탈 패밀리: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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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의 실사영화. 시간과 거리 사이에서 천천히 멀어지는 마음을 스크린으로 불러낸 작품으로 어린 시절 서로에게 유일한 세계로 존재했던 두 인물이 성장하고 이주하며 점차 다른 궤도로 흘러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관계, 전하지 못한 마음, 그리고 시간이 만든 미세한 어긋남을 차곡차곡 쌓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길 때 흔히 발생하는 이미지의 축소나 정서의 평면화를 훌륭하게 극복한 이 작품은 원작의 감수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서사와 미학의 균형. 이는 관객을 인물들의 시간 궤도에 태워 보내며 미세한 간격이 삶을 바꾼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또 다른 깊이를, 처음 만나는 관객에게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감정의 속도를 체감하게 할 작품.
[리뷰] 시간이 만든 미세한 어긋남이 벚꽃잎처럼 흩날려, <초속 5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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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 누적 관객수 3억2400만명. 중국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달성한 <너자 2>가 드디어 공개된다. 중국 고전소설 <봉신연의>를 각색한 영화는 고대 신(神) 너자의 탄생기를 담은 <너자>의 후속작이다. 너자(정지소)와 그의 친구 오병(조병규)이 세상에 오게 된 과정이 전편의 주요 줄거리라면 <너자 2>는 인간계를 지키는 과정에서 벼락을 맞고 육신을 잃은 너자가 몸을 되찾고 선인들의 세 가지 미션을 통과하며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 초반에 전편의 이야기를 리듬 있게 요약해주기 때문에 <너자 2>로 시리즈를 시작하기에도 무리 없다. 신, 인간, 요괴가 뒤섞여 사는 세상에서 삼계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너자는 스승과 함께 근원지를 찾아 떠난다. 영화는 단순한 모험담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세 가지 단층으로 이뤄져 있다. 천상계에서 홀로 수행 미션을 거듭해
[리뷰] (규모가) 왕 크니까 왕 멋지다!, <너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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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슬픔을 정의하는 명사, 형용사의 수가 특히 풍성한 언어다. 현대 영어의 창시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가족사를 다룬 <햄넷>은 영단어의 속성처럼 슬픔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단 영화는 셰익스피어가 아닌 그의 아내 아녜스(제시 버클리)에 초점을 둔다. 누구보다 남편 윌(폴 메스칼)을 이해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아녜스는 무작위로 찾아드는 삶의 고통 앞에 몸부림친다. 그중 가장 큰 불행은 어린 아들 햄넷과 관련이 있다. 비탄에 잠식당한 아녜스는 남편이 희곡의 갈래인 비극으로서 부부 공동의 비극을 독대한 결과물을 마주한다. <햄넷>은 언뜻 치유로서의 예술을 다루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그 치유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할 수많은 상실 속에 아녜스와 함께 머문다. 배우 제시 버클리가 인간이 겪는 고초와 환희, 냉담과 동경을 스크린에 투사하며 경력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리뷰] 유독 영어 사전에 슬픔에 관한 단어가 다양한 이유, <햄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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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저택 ‘워더링 하이츠’에서 지내는 캐시는 부친이 술김에 데려온 거리의 소년 히스클리프와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단짝이자 연인처럼 폭풍 사이를 쏘다니며 성장하지만 가세가 기울자 어른이 된 캐시(마고 로비)는 부유한 이웃 남성과의 결혼을 고민한다. 에밀리 브론테의 원작에서 워더링 하이츠는 휘몰아치는 감정과 관계들, 서사가 지닌 힘까지를 관통하는 워딩이다. <폭풍의 언덕>은 그 감각을 직관적으로 전하려는 듯한 작품으로 에머럴드 퍼넬 감독의 일관된 연출 스타일이 짙게 풍긴다. 시작부터 죽음과 정욕을 포개놓는 영화는 캐시와 히스클리프(제이컵 엘로디)의 관계를 서로 상처 입히며 더 강렬해지는, 정서적으로 상호 가학-피학적인 것으로 해석해 그 지점을 파고든다. 화려하고 그로테스크한 시청각적 묘사에 비중을 두고 주변 인물들도 영화의 미학에 맞추어 단순화한다. 고전 악기를 접목한 인더스트리얼풍 O.S.T 에 영화가 추구하는 분위기가 실려 있다.
[리뷰] 잡스럽게 덧칠한 관능의 언덕, <폭풍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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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학생 레이(구로사키 기리카)의 고민은 겨울방학에 정말 할 게 없다는 것이다. 아빠(쓰루다 고조)는 일로 바쁘고, 엄마는 할머니 간병 때문에 집을 비운 지 한달째다. 오빠 히로키(오다 신이치로)는 독립해 살고 있으니 가족여행은 기대하기 어렵다. 동아리에서도 별다른 연락이 없는 상황에서 레이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레이는 만날 친구는 없지만, 친구를 만들 용기는 있다. 공원 농구장에서 누군가 자신의 농구공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걸 보고 “같이할래?”라며 먼저 말을 건다. 상대가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도 물러서지 않는다. 서툰 영어로 다시 말을 걸고, 그렇게 한국인 소녀 규리(정주은)와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재미의 여운을 안은 두 사람은 헤어지기 전, 다급하게 내일도 보기로 약속한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레이의 겨울방학>에는 이제 막 시작되는 우정의 반짝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
[리뷰] 더 가까워지라고도 멀어지라고도 압박하지 않으니, 한때는 한때로 빛난다, <레이의 겨울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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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기사 성현(김철윤)은 1년 전 작업한 영화의 후시녹음을 감독으로부터 의뢰받는다. 문제는 주연 배우 미정(박서윤)이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한 결정적인 대사가 도통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사가 들리지 않는 장면을 위해 미정의 녹음 대역을 할 배우 민영(김예지)이 도착했지만 감독은 오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 대사는 무엇이었을까. 민영과 성현은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촬영장소를 돌아보기로 한다.
<허밍>은 이승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들려오는 나직한 허밍 소리는 미정의 것이고, 민영의 것이었다가, 성현의 것이 된다. 이제 곧 재개발을 위해 철거될 성현의 낡은 녹음실은 허밍이 맴도는 유령의 집같은 느낌을 풍긴다. 세상에 없는 미정, 늘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게 하는 언덕길, 이상하게 겹쳐지는 과거와 현재. 거친 숨소리와 숨소리를 닮은 허밍이 영화를 은은하게 채워가는 동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애도의 곡조를 낸다. 2024년 제50회
[리뷰] 거친 숨소리와 숨소리를 닮은 허밍이 은은하게 채워가는 동안 <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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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가량의 뮤직비디오로는 아쉬운 감이 있어 긴 시각적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다고. 완성된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부터 묻고 싶다. 관객이자 배우, 두개의 시선을 겸해 영화를 본 건 처음이었을 텐데.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부족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한편 괜찮다고 여긴 장면들도 있었다. 예전에는 막연히 연기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싶었다면, 경험해본 현재로선 오히려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시간이 흐른 뒤엔 더 잘하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길 것 같다.
- 뮤직비디오 댓글들을 보면 우즈의 연기를 기대하는 팬들의 바람이 가득하다.
그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웃음)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미디어를 제작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최근 A24 영화들을 재밌게 봤는데 대부분 감독 본인이 자신의 것을 자유롭게 담아낸 작품들이었다. 나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보여주고 싶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표현해보고 싶었다. 곡을 쓸
[인터뷰] '반항'이 일궈낸 새로운 챕터,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WOOD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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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신화를 일군 <Drowning>으로 우즈(WOODZ)를 발견한 이후, 그의 발자취를 되짚은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Drowning>은 운 좋게 얻어낸 성공이 아닌 이전부터 차근히 쌓아온 그의 세계가 마침내 빛을 본 것이라고. 2018년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우즈는 장르적으로도 외형적으로도 수많은 시도를 해왔다. 여전히 보여줄 게 많다는 듯 2025년 7월 전역한 뒤로 우즈는 지체 없이 앞으로 질주하는 중이다. 우리의 1월로, 새 페이지로 함께 나아가자고 말이다.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그 긴 여정의 첫 발자취다. 박세영 감독이 연출을 맡은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우즈가 쓴 원안에서 출발해 세계관을 확장해나간다. 오디션에 떨어져 낙심한 우진(우즈)에게 우연히 남기(저스틴 H. 민)의 기타를 손에 쥘 기회가 생긴다. 그 뒤로 우진에겐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이 발현되지만 연주를 거듭할수록 우진은 자신을 잃어간다
[커버] 이유 있는 반항,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WOOD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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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사상고전의 신간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홍사현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니체 철학으로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는 홍사현의 ‘옮긴이의 말’까지 살뜰하게 읽을 만한 번역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초인’으로 번역되는 ‘위베르멘슈’ 같은 단어의 출처이자 철학 도서 입문자에게도 언제나 유효한 추천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창시자의 이름으로, 니체는 선악의 이원론을 창시한 자이자 도덕의 발명자를 전통 도덕과 전통 형이상학을 비판하는 설교자로 다시 등장시켰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스스로 오류를 인식하고 자신을 극복하는 인물로 형상화한다. 길을 떠난 차라투스트라는 곡예사, 마법사, 교황, 거지 등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덕, 몸, 읽기와 쓰기, 순결, 친구, 죽음, 구원 등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없다. 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이 책을
씨네21 추천도서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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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항상, 늘, 언제나, 어딘가에 흰색 에르메스 스카프 하나를 매고 있어요. 그건 그녀의 서명이나 마찬가지죠. 미란다 프리스틀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흰색 에르메스 스카프를 하고 다닌다는 건 다들 알고 있어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도시 전설 같은 비하인드를 적잖이 보유한 소설이다. 예를 들어 패션계의 최고 권력자이자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라는 것. 주인 공인 23살의 앤드리아는 작가의 ‘자캐’(작가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라는 것. 파리며 밀라노 등에서 펼쳐지는 패션쇼의 맨 앞줄에 앉은, 선글 라스를 낀 금발 단발머리 여성의 존재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알게 된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화려한 패션계에 발을 들인 앤드리아의 일과 삶, 사랑
씨네21 추천도서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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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를 펼치기 전에 어떤 기대가 있었다. 이번 시집에선 어느 부분을 받아 적어 두고 괴로울 때마다 꺼내 보게 될까. 그의 다섯 번째 시집 <지금 여기가 맨앞>에서는 외롭고 고독한 나, 숲과 별똥별과 저문 강을 상상하며 혼자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위안을 받았더랬다. 시인의 시가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지는지(둘 다 같은 말이지만 시인의 시에선 반복이 중요 하므로 여기서도 비슷한 말을 반복하련다)를 따라가는 것도 독자의 즐거움이지만 이상하게 이문재의 시에서만큼은 그가 여전한 것에 위안을 얻는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자연을 파헤치고 갈수록 강해지며 서로에게 무지해지는 세계를 근심한다. ‘우 리가 너무 늦게 왔거나 아니면/ 너무 일찍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다 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노약자석 옆에 서서 옛날 책을 읽을 때/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대학생을 볼 때/ 우리가 너무
씨네21 추천도서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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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 좀 필독, 페친 사이에서 공유되며 여러 번 눈에 띄던 신문 칼럼에는 반드시 이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한국 대학의 문제를 절감해 교수직을 사직하고 동네 사회학자라는 짧은 소개글로 활동 중인 조형근 칼럼니스트다. 지금은 동네 협동조합 책방의 조합원이 유일한 직함이라는 그의 글은 그 때문인지 거주하는 동네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이웃을 통해 느낀 바에 대해 쓴 것이 다수를 이룬다. <한겨레>의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를 찾아 읽던 구독자에게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그의 칼럼이 책으로 묶여나왔다는 것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다. 그의 글이 다른 칼럼들과 무엇이 다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 먹먹한 슬픔이 남는다는 것이다. 슬픔이 어떻게 다정하고 따뜻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의 숱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해법도 제시하는 지식인 칼럼들 중에서도 조형근의 글은 유독 다정한 온기를 지니고 있다. 그러고도 슬프다. 힘이 없어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지 못하는 이들을 향하
씨네21 추천도서 - <앎과 삶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