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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 강좌에서 한아(염문경)가 발표한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2099년, 지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자는 자신을 통제하려는 남자들에게서 탈출을 시도한다. 발표를 들은 철(이종민)은 남성 혐오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낸다. 이런 일이 있었던 터라 한아는 시나리오를 봐달라는 철의 제안이 마뜩잖다. 그렇지만 다듬으면 나을 것 같은 이야기에 복수하고 싶은 사람도 같고, 은근히 대화도 잘 통하기에 철의 손을 잡기로 한다. <지구 최후의 여자>는 포만감을 안기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이 만드는 영화가 극중극으로 펼쳐지고, 이들의 삶은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된다. 영화인이 아니더라도 지구가 멸망하는 그 순간, 계속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사람에게 크게 와닿을 영화다. 주연배우인 염문경과 이종민이 연출도 맡았다.
[리뷰] 눈물 닦고, 주먹 꽉 쥐고, 웃으며 희망으로, <지구 최후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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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겠다는 나희덕 시인의 동명 시에서 제목을 따온 <가능주의자>는 동물권 운동을 지속해온 여성들의 인터뷰를 엮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리부트 전후의 타임라인에 집중한다. 교차성을 인식하면서부터 신념을 더 굳게 다진 활동가들은 동료를 모으고, 국회로 향하고, 대중을 만나며 비건이 소비 트렌드가 되는 시대까지 목격한다. 방해 시위, 직접 구조, 현장 조사에 얽힌 심경과 번아웃 경험까지 터놓는 그들은 유행에 그치지 않는 진정한 동물 해방을 꿈꾸며 숨을 고른다. 박이윤정 감독은 그 목소리들로 일종의 계보를 작성한다. 단체의 탄생과 소멸을 기록하는 그래픽으로 중심을 잡고, 인물들을 잇는 연대의 감각을 편집에 녹이는 식이다. ‘나’를 바꾸지 않기 위해 세상을 바꾸려는 여성들의 용기는 그렇게 스크린 너머로 전해진다.
[리뷰] 비교해본 자들만이 쓸 수 있는 낙관의 연대기, <가능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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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작가 폴(미셸 피콜리)은 아내 카미유(브리지트 바르도)와 살 아파트 할부금을 위해, 미국인 프로듀서 프로코시가 제안한 프리츠 랑의 <오디세이> 각색 작업을 받아들인다. 스튜디오에서 프로코시가 카미유를 자기 스포츠카에 태우려 하자 폴은 아내의 불안한 눈빛을 읽고도 물러선다. 그 몇초의 계산을 목격한 순간부터 카미유의 사랑은 경멸로 바뀌고, 이어지는 34분간의 아파트 시퀀스가 부부의 붕괴를 실시간으로 해부한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을 바탕으로 완성된 <경멸>은 어쩌면 고다르는 어렵다는 통념에 맞서는 아름답고 감정적인 걸작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왜 끝나는가. 영화는 끝내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라울 쿠타르의 시네마스코프 화면, 조르주 들르뤼의 애수 어린 선율 속에서 <경멸>은 두 질문을 하나로 수렴시킨다.
[리뷰] 고전과 현대를 잇는 고다르의 눈부신 낭만, 정교한 자기반영, <경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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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 시리즈가 악당의 세계를 벗어나 영화의 세계로 무대를 옮긴다. 최고의 악당을 찾아 헤매고 그루의 성장기를 함께했던 미니언즈는 이 작품에서 직접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가 된다. 제임스, 헨리, 에드가 거장 감독이 되기를 꿈꾸며 영화에 출연시킬 몬스터를 찾아 나서는 모험을 펼친다. 세 친구가 도착한 곳은 영화산업이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1920년대 할리우드. 세트장을 오가며 괴물을 쫓는 여정은 예기치 못한 사고를 연달아 불러오고 엉뚱한 실수가 이어지면서 미니언즈 특유의 소동극을 완성한다. 그동안의 익숙한 유머를 유지하면서 영화가 만들어지던 시대의 풍경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턴, 조르주 멜리에스, 뤼미에르 형제로 이어지는 초기 영화사의 명장면을 미니언즈식 슬랩스틱으로 재해석하고, 고전 괴물영화의 분위기와 초기 특수효과 감성을 유쾌하게 버무려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반가울 만한 오마주가 곳곳에 숨어 있
[리뷰] 직업 체험도 좋지만 역시 본업 할 때가 최고, <미니언즈 & 몬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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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모아나>가 실사영화로 재탄생했다. 2016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은 6억8천만달러가 넘는 글로벌 흥행 수익을 거두고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폴리네시아 신화를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세계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모아나의 이야기는 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으로 훌륭하게 자리매김했다. 바다를 동경하던 모투누이의 소녀 모아나(캐서린 라가이아)는 섬에 내린 저주를 막기 위해 전설의 영웅 마우이(드웨인 존슨)와 함께 미지의 바다로 향한다. 광활한 바다 너머 신화 속 존재들을 찾아가는 항해는 소녀를 예상치 못한 모험 속으로 이끈다.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와 캐릭터, 음악, 명장면을 뛰어난 완성도로 옮겨내며 그동안 디즈니 실사영화를 둘러싼 원작 훼손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 충실하게 구현했다. 실제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과 눈부신 남태평양의 풍광이 더해져 애니메이션 속 세계를 현실
[리뷰] 디즈니 실사영화 논란을 잠재울 충실한 구현력, <모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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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릴리안 스타이너(조디 포스터)는 ‘파리의 아메리카인’이다. 미국에서 프랑스로 건너와 부르주아 계층에 성공적으로 편입했지만, 난감한 문화를 접할 때면 어김없이 ”프랑스인들이란!”을 외치며 혀를 찬다. 그 프랑스인들엔 릴리안의 환자들이 포함된다. 9년간 상담한 폴라(비르지니 에피라)는 사전 통보 없이 세 차례나 내원 약속을 어기고, 마찬가지로 오랜 환자인 줄리앙은 그간 거액의 상담료를 내도 실패했던 금연이 최면 치료 한번에 성공했다며 릴리안을 몰아세운다. 타인도 릴리안을 치료하지 못한다. 안과의사이자 전남편인 가브리엘(다니엘 오테유)은 이유 없이 매일 눈물을 흘리는 릴리안의 안구 상태를 그저 원인불명이라고 진단할 뿐이다. 신경이 곤두설 대로 곤두선 릴리안에게 더 큰 충격이 닥친다. 폴라가 자살한 것이다. 폴라의 딸 발레리는 모친의 죽음 이후 릴리안에게 매달리고, 남편 시몽(마티외 아말리크)은 아내의 자살이 릴리안의 과다 처방 때문이라며 분노를 퍼붓는다. 이때 릴리안
[리뷰] 조디 포스터의 공사다망 추리극장, <파리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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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30주년 특별 연재 ‘시네마 오디세이: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의 마지막 키워드는 ‘미래의 이야기(들)’다. 영화 매체에 관한 이야기, 영화 속의 이야기, 영화의 형식을 두고 꺼내는 이야기, 21세기 영화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지금의 연재까지, 우리는 영화를 말하며 온갖 이야기의 방식을 탐색할 수밖에 없다. 21세기 영화로의 천일야화, 그 문을 연 이는 일본의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다.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미국과 세계가 1950년대 젊은 감독들의 새로운 활력을 등한시했던 경향에 대하여: 로버트 알드리치, 리처드 플라이셔, 돈 시겔, 이다 루피노의 경우”라는 새 글을 써보내기로 했으나, 일신상의 이유로 집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간 한국에 발행하지 않은 원고 한편을 연재의 퍼즐 조각으로 제안해주었다. 그것은 2000년 5월, 21세기를 앞둔 세기말의 칸영화제에서 그가 발표했던 ‘영화의 미래를 향하여’라는 이야기다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의 미래를 향하여 - 생성으로서의 <영화의 역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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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0년 10월3일
사진 오계옥
배우 황정민이 국내 최초로 8개 영화사가 공동 주최한 ‘도전 2000-사상 최대의 오디션’의 최종 생존 배우 6명 중 한명으로서 한 인터뷰.
[Archive] 오디션장의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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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애(정호연)는 나홍진의 비극적 세계관에 떨어진, 낙관이란 이름의 변수다. <추격자> <황해> <곡성>까지, 피할 수 없는 악운을 품었던 나홍진 월드의 뼈대는 <호프>에서도 이어진다. 그러나 성애의 존재로 인해 <호프>는 한결 더 희망에 가까운 이야기로 완성됐다. 호포 출장소의 순경으로서, 소장 범석(황정민)의 부하로서, <호프>라는 세계의 희망으로서 성애는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M16을 어깨에 짊어지고 등장한다. 마을을 초토화한 외계인의 존재와 그로 인한누군가의 죽음을 “운명의 장난”이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희망과 인간의선의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애의 성정은 “인간이 선의를 포기하는 순간, 그것은 진정한 비극일 것”이라 말하는 정호연의 마음과도 무척 비슷하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이례적 성취를 이룬 뒤, 자신과 똑 닮은 캐릭터로 첫 한국영화 출연작에 본인의 이름을 새겨넣은
[인터뷰] 청량한 선의 - <호프> 배우 정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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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도 경이도 아닌, 판독 자체가 정지된 얼굴. 숲에서 외계인이 성기(조인성)를 향해 날아올 때의 클로즈업을 준비하면서,조인성은 “흑도 백도, 안도 밖도 없는 상태”라고 해석했다. 경험과 상상 바깥의 존재 앞에서 인간의 연산은 멈춘다. 깊은 산중에 잠입해‘험한 것’들의 진원지를 밝히는 수색자 인성기는 그렇게 단 한번 결정적으로 얼어붙었다가, 이후 단 한번도 쉬지 않고 내달린다. 소일거리를 찾아다니던 사냥꾼이 몇 번이고 내동댕이쳐지고 말과 자동차에 양발을 걸친 채 질주하게 할 정도로 <호프>의 하루는 지독하기 그지없다. <비열한 거리>의 병두로 스크린에 배우의 아우라를 새긴 지 꼭 20년이 되는 해, 조인성은 <휴민트>와 <가능한 사랑>의 고뇌하는 인물들 사이에 이 동물적인 청년을 세워두었다.
- 촬영 순서로 보면 <호프>를 찍고 <휴민트>, 이후에 <가능한 사랑>을 찍었다. <호프>에서 루마니
[인터뷰] 죽지 않는 남자의 하루 - <호프> 배우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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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이후 <호프>로 나홍진 감독과 재회하기까지 10편이 넘는 작품을 선보일 정도로 황정민은 쉬지 않고 변신해왔다. 부패한 시장부터 피랍된 국민을 구해야 하는 외교관, 군사 반란의 우두머리까지, 그가 분한 캐릭터 중 강렬하지 않은 인물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호프>에서 그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강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나홍진 감독이 인간 대 인간의갈등이 아닌, 인간과 거대한 외계인이 충돌하는 곳으로 그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호포항에서 그는 압도적 힘의 우위를 지닌 존재로부터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낱 인간이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 주민을 구하겠다는 책임감을 놓지 않는경찰 공무원, 고강도 폭력에 죄책감을느끼는 윤리적 단독자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는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일뿐 아니라 한 작품 안에서도 다면적인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연기자가 되었다. 집요하고 정확하게 호포항의 출장소장 범석을 구현한 황정민 배우를 만났
[인터뷰] 집요하고 정확하게 - <호프> 배우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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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는 확실히 캐릭터 플레이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이 연출자의 색채로 응집되는 작품이었다면, <호프>는 등장인물들의 개성 하나하나가 톡톡히 살아나는 영화에 가깝다. 호포항을 지키는 많은 이의 세밀함과 존재감이 더욱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히 주연 3인인 호포 출장소 소장 범석(황정민)과 순경 성애(정호연), 마을의 사냥꾼 성기(조인성)는 이 세계를 지탱하는 삼각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마을을 수호하며 숱한 액션에 뛰어들고, 특유의 유머도 놓치지 않는다. 국내 언론시사회를 끝낸 직후, 관객의 반응을 한창 궁금해하던 <호프>의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만났다. 그들이 지닌 각자의 희망은 과연 무엇일까.
※ <호프>의 중후반 내용에 대한 묘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각자의 희망 - <호프>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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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이 3년 만에 재연 무대로 돌아왔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말년을 그의 수많은 명곡에 가사를 입혀 재해석한다는 착상은 변함이 없다. 다만 내용은 큰 수정을 거쳤다. 초연이 버나드 로즈의 <불멸의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베토벤과 안토니의 로맨스를 다루었다면, 재연은 ‘악성’(樂聖)으로서의 베토벤에 집중하고 안토니는 그의 창작을 끝까지 지지하는 친구가 됐다. 뮤지컬 <베토벤>은 관객이 자연히 예상할 법한 스토리라인을 따른다. 베토벤은 점점 청력을 잃을 것이고, 그는 역경 속에서 (<환희의 송가>로 알려진) 교향곡 제9번을 완성할 것이다. 이왕 드라마틱한 삶을 산 실존 인물과 질이 보장된 음악을 갖춘 극이라면, 거기에 박효신, 홍광호처럼 곡의 비감을 압도적으로 살릴 배우가 베토벤 역에 캐스팅됐다면, 소재로 삼은 음악가의 속성을 닮은 뮤지컬로 좀더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이를테면 베토벤은 고전주의의 형식미를 밀어붙인 동시에 낭만주의의
[culture stage] 뮤지컬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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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타 게임스의 <그랜드 테프트 오 토 VI>(Grand Theft Auto VI, 이하 GTA VI)가 올해 11월19일 출시를 확정하고 6월25일부터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콘솔 세 세대가 지나는 동안 버틴 전작이 나온 지 13년 만이다.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단일 IP 기준 역대 최대 제작비(최소 10억달러에서 30억달러 추정)일 것이라는 규모는 차치하더라도 이 게임은 출시 향후 업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폭탄급 타이틀로 여겨진다. 그런데 <GTA VI>는 이번 예약 구매에서 오직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만 발매한다고 공표했다. 게임 디스크와 함께 지도를 제공하던 시리즈 전통의 패키지는 없고, 오프라인에서 판매될 케이스뿐인 타이틀엔 디스크 대신 다운로드 코드가 적힌 쿠폰만 담길 예정. 하지만 <GTA VI>가 정식 출시하기도 전에 쏘아올린 이 핵폭탄은 엄청난 방사능 낙진으로 변해 게임 업계의 미래를 뒤덮었다.
7월1일, 기다렸다는 듯이 소니
[culture game] 패키지 게임의 종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