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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부잣집 딸 소진(차주영)의 몸값으로 해란(정지소)과 태수(이수혁)가 요구한 금액이다. 동생의 수술비가 절실했던 해란은 태수의 계획과 계략에 따라 자신의 이복언니를 납치한다. 서로 다른 입장, 다른 이해관계. 뾰족한 삼각형 구도를 이룬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정 속에서 좀처럼 좁히기 어려운 눈치 싸움을 시작한다. 납치극의 특성상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영화는 위태로움과 아슬아슬함, 공포심과 불안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스릴러의 매끄러운 줄타기를 자랑한다. 숨소리마저 장르화된 정지소, 이수혁, 차주영의 밀도 높은 감정은 소극장에 오른 연극무대처럼 디테일하고 정확하다. 자꾸만 진실을 가리는 태수의 수상한 행동, 자매라는 울타리 속에 지어진 흔들리는 공조. 최종의 진실은 어떻게 드러날까.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결말로 달려나가는 세 배우를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눴다. 87분의 러닝타임 내내 흐트러지지 않는 긴장감을 조성한 이들의 깊은 고민을 담았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정지소
[커버] “나는 오늘 언니를 납치했다”, <시스터> 배우 정지소, 이수혁, 차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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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입장 줄에서 들은 대화 한 토막. 뮤지컬 <비틀쥬스>의 오브제로 가득한 극장 로비를 서성이던 한 관객이 동행한 지인에게 물었다. “나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이거 팀 버튼 원작이야?” 그의 질문처럼 팀 버튼은 미학의 일부만으로 세계의 전체를 짐작 가능한 감독이다. 영미권 관객은 팀 버튼 영화의 비주얼과 스토리를 두고 버트네스크(Burtonesque)라는 형용사를 만들 정도이니 말이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돌아보면 컴퓨터그래픽이 상용화되기 이전에 제작된 원작 영화는 실물 세트와 다양한 소품으로 스펙터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견 무대극과 닮아 있다. 이 특성을 뮤지컬 또한 더없이 어울리게 계승했다. 아날로그적 특수효과와 소품은 물론 뒤틀린 채 소용돌이치는 곡선, 음산한 컬러로 채색된 고딕스타일의 세트 등 우리에게 익숙한 팀 버튼식 미장센이 무대에 가득하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영화와 비
[culture stage] 뮤지컬 비틀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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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미형 캐릭터를 판촉의 코어로 내세우면서 전투 설계와 조작을 충실히 완성한 국산 액션 어드벤처게임 <스텔라 블레이드>(2024)는 국제적으로 호평받았다. 모바일 ‘가챠판’에서 정통의 콘솔/PC 분야 진출에 성공한 개발사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가 지난 1월9일, 청와대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밝힌 게임 산업의 AI 활용에 관한 제언은 국내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막대한 개발 인력에 맞서려면 개발자 한 사람이 AI로 100명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대륙의 인해전술에 대한 분단반도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비유로 정부 관료들에겐 퍽 인상적으로 들렸겠다. 하지만 SNS와 커뮤니티의 유저들은 묻는다. 그래서 일자리를 잃을 나머지 99명은? 아니, 수천명의 중국 개발자들도 이미 AI를 쓰고 있지
않을까? 비슷한 시기, <발더스 게이트3>(2023)로 CRPG(클래식롤플레잉게임)가 아직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장르임을 입증했던 라리안의 수장
[culture game] Where Winds M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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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배우. 웹드라마 <악령의 프사>, 영화 <보이> 출연
샤브샤브
따뜻한 국물 요리를 좋아해서 샤브샤브를 즐겨 먹는다.
베이글
주식 중 하나. 배달 주문 음식 리스트를 보면 반 이상이 베이글이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플레인 베이글만 먹는 걸 선호한다.
스노보드
아무리 바빠도 겨울에 꼭 한번씩 타러 간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타기 시작했는데 넘어지면서도 조금씩 실력이 늘어갈 때 뿌듯하다.
스킨케어
요즘 스킨케어에 푹 빠졌다. 최근에 피부가 한번 뒤집어져서 좋다고 소문난 제품들은 하나씩 사서 써보는 중이다.
<모범택시3>
<모범택시3>를 정말 재밌게 봤다. 범죄 액션 스릴러물 특유의 긴장감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 잘 맞는다. 언젠가 이런 장르의 작품에 형사나 범인으로 꼭 출연하고 싶다!
[LIST] 지니가 말하는 요즘 빠진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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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보기 드문 심리 공포 드라마가 미국 극장가에 등장했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예 감독 찰리 폴린저의 데뷔작 <전염병>(The Plague)이 그것이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한정 개봉됐던 이 작품은 1월2일부터 미 전역에 개봉됐으며, 로튼 토마토에서 91명의 평론가로부터 100% 신선도를 부여받았다. <전염병>의 리뷰에 소환되는 작품의 면면이 남다르다.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 다카미 고슌의 소설 <배틀로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과 <풀 메탈 재킷>, 카트린 브레야 감독의 <팻 걸>, 보 버넘 감독의 <에이스 그레이드>, 클레르 드니 감독의 <아름다운 직업>등. <전염병>은 위 목록이 불러올 법한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하는 작품이다.
2003년, 보스턴에서 전학 온 12살 벤(에버렛 블랑크)은 여름방학을 맞아 수구(水球) 여름 캠프로 향한다
[뉴욕] <파리대왕>에서 <배틀로얄>까지, 찰리 폴린저의 데뷔작 <전염병>호평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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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의 30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 공개된다. 영화 <호퍼스>는 사람의 의식을 동물 로봇에 이전시키는 호핑 기술을 통해 소녀 메이블이 동물 세계에 잠입한다는 깜찍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19살 소녀 메이블은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연못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이를 수호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한다. 그때 호핑 기술을 우연히 알게 되고, 로봇 비버가 되어 적극적으로 연못을 지키고자 한다. 포유류의 왕이자 열정 가득한 조지를 만나면서 메이블은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던 삶의 방식을 체득한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동물들은 종다양성을 강조하고, 삶의 터전과 생명의 출발지인 연못은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새로운 애니멀 어드벤처로서 공상 과학을 기반으로 한 소동이 인상적이다. 카툰네트워크 애니메이션 <위 베어 베어스>의 제작자이자 <카 2>와 <인사이드 아웃>의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참여한 대니얼 총이 연출과 각본
[coming soon] 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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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내린 눈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의 기온과 큰 차이가 없는 1월13일 서울. 전날 내린 눈이 얼어 반짝이는 길을 걸어 동대문 부근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DDP 이간수문전시장에 들어섰다. 전시 공간의 온기에 입김과 추위가 가시자, 조영욱 음악감독의 웅장한 음악부터 들려왔다. 공간을 천천히 바라보니 류승완 감독의 신작 영화 <휴민트>의 스틸 이미지들이 눈을 자극했다. <휴민트>개봉을 기념한 이번 특별 기획전에는 김진영 작가가 촬영한 스틸뿐만 아니라 박정민 배우가 촬영지 리가에서 3개월간 머물며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투자배급사 NEW는 “이국적인 풍광, 타격감 넘치는 액션 등 촬영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사진들이 예비 관객들을 영화 <휴민트>로 안내하는 새로운 소통의 통로가 될 것”으로 보고 이번 특별 기획전을 마련했다.
벽에 기대앉은 조인성 배우가 다소 장난기가 묻어나는 표정으로 눈을 맞춘다. 카메라를
[씨네스코프] 배우가 카메라를 들 때, <휴민트> 개봉 기념 특별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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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넷플릭스에서는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까. 궁금증을 해결할 자리가 1월21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6 코리아’에서 넷플릭스는 ‘발견’을 키워드로 올해 공개될 영화, 시리즈, 예능 일부를 선공개하며 라인업을 소개했다. 각 부문을 담당하는 디렉터들이 작품을 경유해 부문별 방향성을 설명했고, 출연배우와 MC도 무대에 올라 자신이 참여한 작품에 대한 힌트를 전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오프닝 스피치를 맡은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부사장(VP)은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2026년을 맞아 두 가지를 약속했다. 첫째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장기 투자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다. 기존 영화와 시리즈, 예능 오리지널뿐 아니라 라이선싱을 포함한 다양한 협업 모델을 통해 변함없이 투자하겠다.” 둘째는 신인 창작자 육성이다. 그는 “최근 3년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시리즈와 영
[씨네스코프] 2026년 넷플릭스 라인업을 미리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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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명단이 공개됐다. 1월22일 배우 대니얼 브룩스와 루이스 풀먼이 진행한 라이브 방송은 함성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노미네이션된 작품을 하나씩 호명했다. 먼저 작품상으로는 <부고니아> <F1 더 무비> <프랑켄슈타인> <햄넷>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시크릿 에이전트> <센티멘탈 밸류> <씨너스: 죄인들> <트레인 드림스>가 후보로 올랐다. 감독상에는 <햄넷>의 클로이 자오, <마티 슈프림>의 조시 사프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폴 토머스 앤더슨, <센티멘탈 밸류>의 요아킴 트리에르, <씨너스: 죄인들>의 라이언 쿠글러가 여정을 함께한다. 배우 부문의 경쟁도 뜨겁다. 여우주연상 후보로는 <햄넷>의 제시 버클리, <이프 아이 해드 레그스 아이드 킥 유>의 로즈 번, <송 썽
[해외뉴스] 올해엔 누구에게 갈까?,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공개부터 <어쩔수가없다>북미 흥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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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멜로 로맨스의 불꽃을 지피고 있는 <만약에 우리>의 원작 영화 <먼 훗날 우리>에는 작품을 관통하는 한줄의 대사가 있다. 오랜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린젠칭(정백연)에게 샤오샤오(주동우)가 말한다. “I miss you.” 린젠칭이 자신도 보고 싶었다고 답하니 샤오샤오는 울먹이며 내뱉는다. “내 말뜻은, 내가 널 놓쳤다고.” 소진된 인연의 끝에 선 남녀는 가난한 마음으로 놓쳐버린 순간들을 그리워하며 회한에 잠긴다. 때론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말들이 아쉽고 모자란 마음을 더 적절하게 담아내는 것 같다.
2022년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포스터에는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진즉에 과거가 되어버린 ‘에반게리온’이 이 문구를 보는 순간 현재로 되살아났다. 안녕이라는 인사를 입에 올리는 순간, 이제 정말 페이지를 닫고 떠나보내는 ‘bye’의 안녕과 다시 만나 반가운 ‘Hello’의 안녕이 겹친다. 어쩌면 우리가 무언가를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안녕, 양소룡, 로저 앨러스 그리고 벨러 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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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짐 자무시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황금사자상을 수여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었으나 이 결과를 이변으로 받아들인 이들도 적잖았다. 은사자상을 수상한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힌드의 목소리>(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가족을 잃고 구조를 요청하다 사망한 아이의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가 환기하고 호소하는 당대 긴급한 현실을 외면한 선택이라는 반발도 이어졌다. <힌드의 목소리>를 관람하지 못한 상태로 이러한 반응에 의견을 더하긴 어렵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한해 말하자면, 이 작품이 짐 자무시의 전작들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는 자무시 세계의 속성이 그의 영화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설정과 접속하며 일으키는 흥미로운 진동이 있다. 그것이 안기는 감흥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짐 자무시의 필모그래피에서 옴니버스
[남다은 평론가의 RECORDER] 엉큼한 아버지, 무서운 어머니, 연약한 남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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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파티를 준비하며 인연을 맺은 한 방송 PD는 파티가 끝난 지 한참 되었지만 지금도 얼굴이 가물가물할 때쯤 내게 안부 전화를 준다. 그의 적당한 살가움이 얼마나 고마운가? 하지만 나는 휴대전화 화면에 그의 이름이 뜨면 크게 긴장하는데, 그리 친밀한 사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와 대화를 시작하면 늘 이상하리만큼 끝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복길씨는 혼전 임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헉. 임신하셨나요?” “아뇨. 그냥 평소 생각이 궁금해서요.” “글쎄요. 임신에 혼인 여부가 중요할까요… 그냥 계획되지 않은 임신 정도 아닌가요?” “만약에 계획을 했다면요?” “….” 보통의 대화라면 내가 답하지 않는 대목에서 본인이 꺼낸 주제인 ‘혼전 임신’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말하거나, 지금 둘이서 새로운 합의를 보자는 뉘앙스를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엑소 멤버 첸이 혼전 임신으로 결혼한 거 알아요?” “아, 그 얘길 하시려고 했구나. 들었어요. 그럼 그분이 계획된 혼전 임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이제 그대에게 비밀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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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돌파하기가 어려워진 시기에 재개봉과 최초 개봉은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됐다. 영화를 다시 상영하는 것 이외에 영화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전기영화도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신작 <누벨바그>는 장뤼크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의 제작 현장을 그린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는 있어도 그저 과거에 머무는, 다시 말해 그 시절, 그 세대를 특권화하는 작품이다. 영화 속 고다르의 행동에 감화돼 영화 현장에서 따라 하는 어리석은 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과거는 보정되고 미화된다. <누벨바그>를 보며 다음 뉴웨이브가 과연 올 것인가를 논하는 건 이 영화가 요구하지도 않는 진지한 질문일 것이다.
여기 한 감독은 독특한 방법으로 영화를 기억한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작가를 만나다-김응수’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1월 한달간 선보인다. 상영작은 김응수 감독의 ‘망자 3부작’인 <고다르> <그들의 이런 만남>
[비평] 이해를 넘어서, 오진우 평론가의 ‘김응수 망자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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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작별의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저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황급하게 쓰고 있는 이 문장들이 예의 바르지 않은 것은 아닌지 그저 조바심이 날 따름입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말들은 누구를 위해서, 누구를 향해서, 그렇게 누구에게 하는 걸까요. 이미 우리 곁에 없는 분을 위한 말. 그러므로 제가 이 말을 해도 괜찮은 것일까요. 자꾸만 저에게 다시 물어보고 금방 쓴 문장을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한 불러보아야 할 이름을 미루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더 미루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지금 우리가 마주한 작별을 공식화하는 게 되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걸 용기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침묵을 지키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일까요. 어쩌면, 네, 아마도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듯이 그렇게 하고 싶
[특집] 작별 인사, 귀한 줄도 모르고 누리기만 했던 우리가 보내는 애도 - 정성일 평론가·감독이 기억하는 안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