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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용호의 말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일찍이 알베르 카뮈가 남긴 명구에 끄덕이게 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그것에 대해 가벼운 어조로 말하는 것이다.” 김용호가 사진에 대해 말할 때도 그렇다. 그가 친근한 부산 사투리를 써서만은 아니다. 그는 40년간 패션지와 경제지를 넘나들었다. 1932년생 백남준 선생부터 1994년생 피아니스트 조성진까지 뷰파인더에 붙잡을 수 있는 경력의 소유자가 됐다. 어쩌면 한국영화 팬들에게 그는 ‘<여배우들>의 그 포토그래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용호가 신경 쓰는 것은 그런 사실들이 아니다. 2년 전 그간의 작업을 돌아본 544쪽의 대작 <포토 랭귀지>를 펴내면서도 늘 새롭고 싶다고 썼듯, 그는 항상 다음을 생각한다.
청년의 표정을 한 이 거장은 10월 마지막 주를 전시회 <두 개의 이야기: 한국 문화를 빛낸 거장들을 조명하며>로 보냈다. ‘구찌 문화의 달’을 맞아 치러진
[인터뷰] 현상으로의 사진, 예술가의 초상, <두 개의 이야기: 한국 문화를 빛낸 거장들을 조명하며> 전시 마친 사진가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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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엄마를 잃은 11살 소녀 카린(고토 노아)은 아빠 테츠야(아오키 무네타카)와 함께 절을 찾는다. 엄마 기일 전까지는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빠가 떠나면서 혼자가 된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걸 실감하며 기운을 잃어가던 차에 절에 사는 37살 고양이 앙주와 만나면서 활기를 되찾는다. 애니메이션 섹션에서 상영한 <고스트캣 앙주>는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애니메이션영화로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만든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이자 그동안 캐릭터 컨셉 디자이너로서 영화 작업에 참여했던 구노 요코의 정식 감독 데뷔작이다. 12월 한국 개봉을 앞두고 두 감독을 미리 도쿄에서 만났다. 동석한 귀여운 앙주 인형에 시선을 뺏기지 않으려 애썼던 인터뷰를 전한다.
- <고스트캣 앙주>는 오랫동안 진행된 프로젝
[인터뷰] “고양이 ‘아저씨’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고스트캣 앙주> 구노 요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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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요리해서 아침을 챙겨 먹고 직접 내린 커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착석. 은퇴한 노교수 와타나베 기스케(나가쓰카 교조)의 하루는 아내와 사별한 뒤에도 문제없이 흘러간다. 그러나 그는 불안하다. 루틴을 지켜낼 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저축한 돈은 언젠가는 바닥날 것이다. 차라리 삶을 스스로 정리하자고 마음먹었을 때쯤 그에게 뜬금없이 ‘적이 온다’라는 정체 모를 메시지가 도착한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종이달>을 연출한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이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이후 영화제 최고상인 도쿄그랑프리/도쿄도지사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편집자). ‘적(敵, Teki)이 온다’라는 뜻의 <Teki Cometh>는 노화와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적과 맞닥뜨린 한 노인의 말로를 다룬다. 요시다 다이하치는 노인이 잠깐씩 생의 의지를 되찾는 그 순간에 주목했다.
- 코로나19 팬데믹 때 쓰쓰이 야스타카의
[인터뷰] “우리에겐 자기만의 적이 필요하다”,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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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9일, 제37회 도쿄국제영화제(TIFF, 이하 도쿄영화제)에 와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은 개막식에서 사회자가 등장할 때였다. 사회자는 마이크를 들고 무대 중앙으로 걸어들어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암전된 도쿄 다카라즈카 극장 내부 스크린에 거대하게 나타난 애니메이션 캐릭터, 버추얼 가수 카후였다. 두팔을 벌려 수백명이 넘는 참석자를 환대한 카후는 갈라 섹션 상영작부터 차분히 소개를 이어나갔다.
도쿄영화제는 사무라이 액션극 <11 Rebels>를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관객에게 다시금 이 성대한 영화축제가 일본에서 열리고 있다는 걸 각인시키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160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쇼군>의 성공을 염두에 둔 선택처럼도 보였다(실제로 영화제에서 <11 Rebels>를 <쇼군>과 비교하는 외신기자들의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11 Rebels>는 일본 역사의 중대한 전
[기획] 화려한 게스트와 다양한 일본영화 섹션으로 풍성해졌다!, 제37회 도쿄국제영화제 현지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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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필름 스튜디오는 20년간 영화, 드라마, 광고 제작사로 입지를 다져온 주식회사 케이필름이 운영하는 스튜디오다. 케이필름이 스튜디오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콘텐츠 제작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스튜디오” (신용연 케이필름 프로듀서)라는 믿음 때문이다. 현장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로케이션과 스튜디오 공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한 케이필름은 철저히 창작자 맞춤형 스튜디오를 지향한다. “제작팀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컨설팅도 제공한다. 세트 미술이나 기본 합성, 특수촬영 등 환경을 컨설팅한 이후 세팅하기 때문에 다른 현장보다 촬영이 수월하다.” (김민섭 케이필름 대표)
케이필름 스튜디오의 첫 시작은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 위치한 제1스튜디오였다. 이후 사업을 확장하면서 현재 경기도 파주시에만 스튜디오 세곳을 보유 중이다. 그중에서도 파주시 파주읍 봉암리 266에 자리 잡은 제4스튜디오는 300평 1개동, 400평 2개동, 500평 2개동 등 총 5개동의 촬영 동과
[기획] 콘텐츠 중심의 창작자 맞춤형 스튜디오, 케이필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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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을 뒤덮고 있던 담쟁이덩굴을 싹 걷어냈는데 금세 자라서 다시 벽면을 채우더라.” 이랜드건설 헤이리 스튜디오의 이관수 센터장이 덩굴로 무성해진 스튜디오 벽면을 보며 소탈하게 웃는다. “어쩌면 저 담쟁이처럼 이 스튜디오도 오랜 시간 한국영화의 한 페이지를 가득 메운 것”이라는 그의 고백처럼 이랜드건설 헤이리 스튜디오는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간 스튜디오를 거쳐간 영화만 해도 <실미도> <올드보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공공의 적> 등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으로 가득하다. 이랜드건설 헤이리 스튜디오의 전신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시네마서비스가 설립한 아트서비스 스튜디오다. 2003년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영화 스튜디오로 파주 헤이리마을에 자리 잡은 이후 한국영화와 헤이리마을의 변천사를 함께한 터줏대감이다. “처음 스튜디오가 완공되었을 때만 해도 이곳은 허허벌판이었다. 지금은 스튜디
[기획] 정교함과 안전성을 보유한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영화 스튜디오, 이랜드건설 헤이리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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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전세계 행복지수 조사에서 매년 1, 2위를 다투는 행복 선진국이다. 10년 동안 덴마크를 수십 차례 방문한 오연호 대표는 교육이 행복한 사회의 출발점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꿈틀리인생학교를 설립한다. 한국형 ‘에프터스콜레’가 시행되는 이곳에서 학생들은 오로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한해를 보낸다. 건강한 삶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다는 신념으로 교과 공부는 과감히 배제된다.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이 빈자리를 채운다. <괜찮아, 앨리스>는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발자취를 따라 경쟁을 강요하는 현행 교육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입시 중심의 시스템은 학생 대다수를 ‘예정된 낙오자’로 몰아세운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을 병들게 한 근본적인 원인을 엿볼 수 있다. 웃음기가 사라진 아이들에 비해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의 말과 행동은 한없이 맑고 또 깊다.
[리뷰] 아이들의 웃음을 지키기 위한 모든 시도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괜찮아,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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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진즉에 망했고 딸마저 가출을 택했다. 후배에게 빚 독촉까지 당하는 재학(지대한)에게 남은 것은 30년지기 친구들뿐이다. 해사고등학교의 독수리 오형제를 이끌던 전성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구차하게 동창에게 손을 내미는 신세다. 염치를 무릅쓰고 건설사 대표가 된 친구에 빌붙어 재개발 용역 일을 돕던 재학에게 의문의 전화가 온다. 수화기 너머로 잊고 있던 첫사랑 경화(손지나)의 이름이 들리자 재학은 깊은 추억에 잠긴다. <하우치>는 실패한 중년 남성이 첫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부산 사나이를 외치며 마초이즘의 체면을 중시하는 영화를 요약하자면 ‘중년 판타지’다. 문제는 일말의 판타지조차 작동하기 어렵게 하는 영화의 만듦새다. 화교 출신 첫사랑을 만두와 기초적인 중국어 단어 몇개로 갈음하려는 등 성의 없는 설정이 난무한다. 지대한, 손지나, 김병옥 등 베테랑 배우들의 분전에도 영화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리뷰] 바래고 찢어진 누런 장판엔 클리셰조차 안 붙는다, <하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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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드림을 품고 평생 일만 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40년차 직장인 제리(제리 슈). 은퇴 후 검소한 삶을 살아가던 그는 중국 본토에서 뜻밖의 전화 한통을 받는다. 바로 그가 대규모 국제 돈세탁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억울하게 체포당할 위기에 놓인 제리는 누명을 벗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찰 조사에 협조한다. 비밀경찰이 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하나씩 완수한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범죄 규모에 기묘한 희열을 느낀 그는 노년의 삶이 지루하지만은 않다. <본인 출연, 제리>는 범죄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한 범죄스릴러물이다. 홈비디오 형식을 빌린 영화는 캠코더를 통해 걸러진 거친 이미지로 가득하다. 자칫 뻔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열화된 이미지가 현실과 극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주인공이 몸소 체득한 교훈을 담담하게 토로할 때 스크린은 뜨거운 울림으로 가득해진다.
[리뷰] 의연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는 구원의 시네마, <본인 출연, 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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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후지시로(사토 다케루)는 미지근한 자기 삶이 나쁘지 않다. 직장인 대학병원은 안정적이고 함께 사는 약혼자 야요이(나가사와 마사미)와는 관계는 원만하다. 그러나 야요이가 사라지고 그를 찾아다니면서 후지시로는 크게 흔들린다. 10년 전 여자 친구 하루(모리 나나)가 편지를 보내오는 일까지 생기면서 처음으로 인생의 방향성을 잃는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4월이 되면 그녀는>은 사랑에 겁먹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멜로드라마다. 후지시로는 야요이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그가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영화는 후회하고 반성하며 달라지려는 남자를 차분히 따라가며 그에게 다시금 기회를 준다. 자신의 마음을 몰랐던 야요이와 하루에게도 자각의 서사를 부여해 주변 인물까지도 새 삶을 살게 한다. 계속 날아드는 첫사랑의 편지는 아련한 감성을 가져다주면서 영화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리뷰] 우왕좌왕하며 목적지에 도착하다, <4월이 되면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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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아즈마는 아이돌 데뷔를 꿈꾸며 손수 그룹 멤버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끝내 각기 다른 고등학교에서 3명의 멤버를 영입하게 된다. 우아함과 세련미를 지닌 란코, 로봇 천재 소녀로 유명한 쿠루미, 그리고 아즈마의 어릴 적 친구이자 선한 매력이 풍기는 미카가 그 멤버다. 그룹 ‘동서남북’으로 활동을 시작한 아즈마와 친구들은 멤버들의 개성에 힘입어 금세 세간의 인기를 얻고 데뷔 무대를 치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 멤버의 특정 사생활이 드러나며 그룹은 위기를 맞는다. 일본의 인기 걸 그룹 노기자카46 출신의 다카야마 가즈미가 직접 쓴 원작 소설은 일본에서 출간 3개월 만에 20만부가 판매되는 등 반향을 이끈 바 있다. 실제 아이돌 출신 작가의 이야기인 만큼 단순히 아름답고 서정적인 청춘의 성장물이라기보단 아이돌 산업에 엮인 SNS 마케팅의 허와 실, 미성년자 멤버들의 사생활 노출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적절히 강조되기도 한다.
[리뷰] 현실에 아파하고 맞서는 반(反)열혈 아이돌 서사, <트라페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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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아침 코드명 레드 원(J. K. 시먼스)이 납치된다. 그의 본명은 산타클로스. 그가 사라지는 순간 크리스마스도 사라진다. 그의 조수이자 E.L.F의 대장 칼럼 드리프트(드웨인 존슨)는 산타 납치에 연루된 해커 잭 오말리(크리스 에반스)와 콤비를 이루어 진범을 추적한다. 그는 나쁜 아이 리스트에 오른 잭을 불신한다. 2억5천만달러로 제작된 〈레드 원〉은 블록버스터와 크리스마스 가족영화의 만남이 만드는 신선한 재미로 가득하다. 우선 비주얼부터 범상치 않다. 영화는 유럽 각국의 크리스마스 신화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구축한 다음 기예르모 델 토로의 <헬보이>(2004)를 보는 듯한 미장센과 크리처 디자인으로 그려낸다. 영화 곳곳에 드러나는 B급 유머 코드도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설정만 보았을 때는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지만 영화 자체는 전형적인 가족 서사를 답습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델 토로에 헬스하는 산타라니, 그야말로 마라탕후루 시대의 크리스마스 영화, <레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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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2세인 박수남 감독은 일본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 역사가 배제한 존재를 영상과 글로 기록해온 작가, 다큐멘터리스트다. 조선인 사형수 이진우와의 옥중서신을 엮은 책 <죄와 죽음과 사랑과>(1963), 1세대 재일조선인 피폭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또 하나의 히로시마-아리랑의 노래>(1988), 오키나와에 연행된 조선인 군속과 종군위안부의 한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아리랑의 노래-오키나와의 증언>(1991)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박수남 감독에겐 아직 작품화되지 못해 열화 중인 10만피트 분량의 16mm 필름이 남아 있다. 그의 딸이자 오랫동안 박수남 감독의 프로듀서로 활약한 박마의 감독이 어머니의 새로운 눈이 되어 필름 푸티지를 디지털로 복원한다. 이 과정에서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또 다른 증언의 음성을 소환한다. 바로 박수남 감독이 직접 구술해 펼치는 개인의 미시사다. 박수남 감독은 성장 과정에서 조선학교 폐교
[리뷰] 세대와 시대를 결연하게 넘나드는 두 증언의 압도적 이중창, <되살아나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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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선생인 정 선생(노진업)에게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계기가 생긴다. 담당 반 쓰레기통에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편지 형태의 유서가 발견된 것이다. 교감은 대입을 앞둔 시기에 일을 키우지 말라고 제안하지만 정 선생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는다. 다소 사무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유서의 주인은 좀처럼 특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정 선생의 시야 밖에 있던 아이들, 이를테면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등생의 마음에도 슬픔이 잔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서와 학생들의 글씨체를 일일이 대조해보던 중 정 선생은 잊고 있던 과거를 떠올린다. 그 과거엔 학업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생님, 친구들,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외면받았던 10살 소년 요우제(황재락)가 자리한다. 요우제는 본인이 바라는 모습의 어른이 되길 꿈꾸며 꾸준히 일기를 쓰는데, 주변인들의 멸시가 지속되면서
[리뷰] 독백이 대화로 이어진다면, 죽음이 아닌 생을 꿈꿔볼 수 있기에, <연소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