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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선생인 정 선생(노진업)에게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계기가 생긴다. 담당 반 쓰레기통에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편지 형태의 유서가 발견된 것이다. 교감은 대입을 앞둔 시기에 일을 키우지 말라고 제안하지만 정 선생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는다. 다소 사무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유서의 주인은 좀처럼 특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정 선생의 시야 밖에 있던 아이들, 이를테면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등생의 마음에도 슬픔이 잔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서와 학생들의 글씨체를 일일이 대조해보던 중 정 선생은 잊고 있던 과거를 떠올린다. 그 과거엔 학업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생님, 친구들,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외면받았던 10살 소년 요우제(황재락)가 자리한다. 요우제는 본인이 바라는 모습의 어른이 되길 꿈꾸며 꾸준히 일기를 쓰는데, 주변인들의 멸시가 지속되면서
[리뷰] 독백이 대화로 이어진다면, 죽음이 아닌 생을 꿈꿔볼 수 있기에, <연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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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뤼크 고다르의 <열정>(1982)은 첫눈에 영화와 회화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렘브란트의 <야경>과 같은 유명 회화를 <열정>이라는 제목을 단 영화로 재구성하느라 분주한 영화인지 텔레비전인지 알 수 없는 어느 대규모 제작 현장이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조명기기가 현장을 비추고 있고 감독, 프로듀서, 장치, 운영진이 내는 소리와 움직임으로 사방이 들썩이는 가운데 17세기 바로크회화의 구성을 재구성하는 배우들은 정지상태로 숨을 고르고 있다. 고다르의 영화 <경멸> <주말> 등을 촬영했던 촬영감독 라울 쿠타르의 카메라는 <야경>의 세부와 인물에 차례로 포커스를 맞춘다. <야경>과 함께 보이스오버 목소리가 영화 제작진에 “이 이야기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제작진은 “여기에는 이야기가 없다. 이것은 구성이다”. “이 (영화적 재구성) 장면은 사실 밤의 순찰이 아니라
[이나라의 영화의 검은 구멍] 고다르와 원죄 없는 영화, <열정> 속 회화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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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익의 두 번째 장편 <폭설>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없는 무능의 소산이란 오해를 받기 십상인데 스토리가 드라마가 되는 관성이나 기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개의 굵은 챕터와 에필로그로 나뉜 스토리는 사춘기 때 만난 두 소녀가 10년의 터울을 두고 다시 만나는 상황을 보여준다. 주연을 맡은 한소희와 한해인의 물리적 존재감이 주는 스크린의 박력에 의존하던 영화는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 그들의 존재를 풍경 안에 몰아넣고 그들의 육체적 시련이 심리주의 묘사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나아간다. 나는 최근의 한국영화 가운데 배우의 클로즈업이 이토록 강력한 아우라를 자아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특히 이 영화로 데뷔해서 지금은 유명해진 한소희의 얼굴이 주는 힘은 어떤 이야기의 세공력보다 인상적이다. 5년 전 촬영을 시작했던 영화가 난산을 겪고 마침내 완성되었을 때 스크린 안의 캐릭터와 스크린 바깥의 배우가 기묘한 동질감을 띠는 것도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윤수익의 연출은 거두절미하고
[비평] 한소희의 클로즈업이 준 감흥, 단출한 이야기, 거대한 이미지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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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언니. 생일 때 찾아오려고 했는데 지금에서야 오게 됐어. 미안해. 어떻게 지냈어? 요즘은 해가 쨍쨍한데도 비가 오고 벌건 날씨는 푸르러질 생각을 안 해. 그래서 때때로 시원한 맥주로 낮술을 마시면서 벌겋게 익기도 해. 유난히 더운 올여름, 언니는 무슨 과일이었을까? 여름과 참 잘 어울리는데. / 하늘을 자주 올려다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색이 참 맑고 이쁘더라. 나한테 하늘은 유정이야. 오늘 지는 노을을 보고 (어느 색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파스텔의 유정을 떠올릴게. 내 바람일 수도. / 지나간 ‘색’을 모으면 아주 두꺼운 책이 될 것 같아. 그것이 유정을 향한 내 사랑과 그리움의 아우성일 거야.
2023년 8월1일, 민하가.
나의 유정. 나는 미국에 2주 정도 머물다가 왔어. 여러 사람들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도 보냈어. 왠지 모르게 외국에 나가면 언니 생각이 더 진하게 나. 밴쿠버로 떠날 때 언니를 놓고 왔다는 생각이 아직 깊이 남아서일까. 이제 격리를 하
[김민하의 타인의 우주] 그리워하는 모든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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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과학이나 공학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 때문일까. 그 편견을 깨고 여성 독자에게 호소하기로 마음먹은 듯한 표지를 단 책들이 가끔 눈에 띈다. 젊은 남성 둘이 함께 쓴 과학책의 표지에는 후드티를 입고 안경을 쓴 대학원생처럼 보이는 단발머리 여성이 서 있고 중년 남성 과학자가 쓴 책의 표지에도 언뜻 치마에 실험복처럼 보이는 겉옷을 걸친 여성이 있다. 또 다른 중년 남성이 쓴 인공지능 책에는 애교머리를 살짝 뺀 긴 머리에 발그레한 볼을 한 여성 청소년의 옆모습이, 여러 명의 물리학자가 함께 쓴 어떤 책의 표지에는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작은 소녀의 실루엣이 보인다. 후자의 책을 쓴 저자를 찾아보니 남녀 물리학자가 섞여 있었다.
궁금하다. 도대체 왜 과학책의 표지에 여성 이미지를 쓰는 것일까? 여성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의도라는 나의 추측이 맞는 것일까? 구매자의 성별과 연령을 보여주는 한 온라인 서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책들을 찾아보니 놀랍게도(?) 이 책들을 가장 많이 구
[임소연의 클로징] 과학책 표지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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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넥스트 도어>를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 세계의 예외 목록에 둔다면, 그 이유는 단지 그가 만든 최초의 영어 장편영화라는 사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교적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편이긴 하나 위태로운 현재의 몸은 최근 알모도바르 영화의 본질에 가까우니, 달라진 건 플래시백의 지위다. 알모도바르 영화에서 현재의 몸은 마비되거나 죽음에 가까워지더라도 비밀을 담은 회상 시퀀스의 강렬한 작용을 통해 언제라도 욕망하는 육체로 소생할 수 있었다. 플래시백은 현재 이미지와 대등하거나 종종 역전된 형태로 현재를 잠식하며 이를 가능케 했다. 반면 <룸 넥스트 도어>의 플래시백은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본래의 위치에 고정된다. 10대 연인의 육체적 사랑도, 전쟁 현장에서 은밀하게 암시되는 관계도 죽어가는 현재의 몸 앞에선 무력하다. 그렇다면 욕망하는 육체의 현현으로서의 플래시백이 사그라진 자리에 무엇이 있는가. 에두를 필요 없이, 거기에는 말이나 대사 차원을 넘어선 대화가 있다
[비평] 이야기의 삶과 죽음, <룸 넥스트 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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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싸이가 말했다. 자는 동안의 세상이 궁금해서 잠을 잘 못 자겠다고. 그 말을 들은 김국진과 윤종신이 염소처럼 ‘메헤헤’ 웃었다. 내가 판단하기에 그건 약간 선을 긋는 웃음이었다. 싸이의 저 증상은 뭐랄까, 불안으로 여기면 한없이 위로할 만한 일이지만, 성향으로 보자면 왠지 경계하고 싶은 속된 마음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속된 것’이 정체성인 ‘속세형 아티스트’ 싸이의 말이었으니, ‘점잖음’의 미덕을 아는 90년대 연예인들에겐 다소 공감해주기 어려운 감정이 아니었을까? 또 한번 이렇게 멋대로 짐작해본다.
21세기의 시작과 동시에 유행한 풍조가 ‘엽기’였다는 사실은 여전히 잔잔한 충격으로 남아 있다. 물론 당시엔 전혀 충격적이지 않았다. 초등학생들이란 시대에 의문을 품는 존재가 아니라 시대가 그대로 반영되는 결과적 존재 아닌가. 나는 한명의 작은 ‘엽기’로서 ‘엽기토끼’가 그려진 노트를 사고, <바부! 코리아>에 접속해 ‘노란국물’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잘 가 너무나 사랑했었어, <잘가> (더 자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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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진부한 답변일지는 모르겠지만 꼭 넣어야겠다. 요즘 정말 <정년이> 보는 낙으로 산다. 한주의 가장 큰 행복이다. 배우로서 나의 모습이 조금씩 대중에게 각인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점차 나라는 사람이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유화 색칠하기
벌써 6년째 즐기고 있는 취미다. 밑그림 위로 정해진 색과 순서에 따라 물감을 칠하면 된다. 정신을 차려보면 밤을 새워가며 일곱, 여덟 시간씩 색칠하고 있더라. 인생에는 계획대로 안 풀리는 것들이 참 많다. 그런데 이건 남이 정해준 순서에 따라만 가도 너무 멋진 그림이 나온다. 정성껏 완성한 그림을 팬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너무 행복하고!
가족
최근 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동거인과의 생활은 온전한 자취와는 또 다른 기쁨을 준다. 밤마다 언니와 맥주 한잔하는 소소한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요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푹 빠져 있다. “큰 힘에는
[LIST] 승희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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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소식을 듣자마자 만화방으로 달려가 앉은자리에서 <정년이> 단행본을 전부 읽었다.” 매란국극단 연구생 홍주란이 <자명고> 오디션에 합격한 뒤 자신만의 구슬아기를 찾아 헤맸듯 우다비는 주란의 새로운 면면을 살피려 했다. 원작과 다른 궤적으로 그려진 주란을 체화하려면 “일관된 정서”를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웹툰의 주란이 “미묘한 분위기 아래 조용히 빛을 숨긴 원석”이었다면 우다비의 주란은 “선하고 선명한 사람이지만 차갑고도 치열한 내면의 싸움”을 지니고 있다. 냉담한 영서(신예은)와 즉흥적인 정년(김태리)도 주란 앞에선 편하게 속내를 드러낸다. “화합을 원하고 스스로 융화되려는 주란은 구슬아기를 연기할 때도 고미걸을 받쳐줄 방법부터 고민한다.” 그 때문에 정년에게 함께 연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8화의 고백은 우다비에게 가장 어려운 장면이었다. “너무 아픈 말들이다. 정년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면서도 주란의 일관된 정서를 위반하지 않아야 했다.”
촛대
[who are you] 우다비 <정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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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극장가에 드리운 잿빛 구름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극장가의 전통적인 극성수기는 여름방학 시즌과 10월 국경절 연휴이지만, 2024년 이 두 시기의 관객수는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비교해도 크게 감소했다. 올해 2월에 개봉한 <백엔의 사랑>의 리메이크작 <맵고 뜨겁게>가 34억6천만위안, 7월에 개봉한 <인형 뽑기>가 33억3천만위안의 매출을 낸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흥행 영화가 없다는 점 또한 중국 극장가 부진을 나타내는 단적인 지표다. 다수의 중국 언론은 내수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률 증가 등으로 인해 젊은 관객들이 이전보다 극장 나들이에 인색해졌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가 둔화되어도 좋은 영화가 있다면 극장으로 걸음을 옮길 준비가 된 관객들까지 볼 영화가 없다며 불평하는 것을 볼 때, 침체의 내막은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팬데믹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 문화산업에 대
[베이징] 중국 극장가에 드리운 잿빛 구름, 중국영화 120주년을 앞둔 지금, 중국영화계의 침체 원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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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조승우의 <햄릿>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햄릿>은 <그을린 사랑>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담당한 연출가 신유청이 참여하고 배우 조승우의 연기 경력 24년 만의 연극 데뷔작이란 점에서 일찍이 주목받았다. 조승우 외 박성근, 정재은, 김영민, 전국환, 김종구, 이남희 등 화려한 원캐스트 출연진을 꾸려 23번의 공연을 올린다. 덴마크 왕자 햄릿은 선왕이 서거한 뒤 어머니 거트루드가 숙부 클로디어스와 재혼한 상황에 혼란스러워한다. 선왕 유령의 전언으로 그의 죽음이 클로디어스의 계략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 후 복수를 계획한다.
<햄릿>은 복수극으로 통칭되지만 보복이라는 결과보다는 칼날을 겨누는 최후의 순간까지 끝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햄릿의 내면을 더 중요하게 그린다. 그의 고뇌는 ‘복수를 하되 마음은 더럽히지 말라’는 선왕 유령의 명에서 비롯됐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며 괴로워하던 햄릿은 죽음으로 현실을 외
[culture stage]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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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은 어떤 섹스가 하고 싶어요?”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질문을 2024년이 아닌, 성(性)이 금기시되던 1992년에 들었다면 어떨까? 금제시 작은 마을에 사는, 이름 그대로 ‘정숙’한 여성 한정숙(김소연)이라면 곤란한 미소를 짓고 눈을 피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판타지 란제리’라는 이름의 성인용품 방문판매를 시작한다. 정숙 외에 4명의 아이를 출산하고 생계 때문에 나선 서영복(김선영)과 ‘신여성’으로 살길 원했으나 결국 ‘약국 사모님’으로 불리는 오금희(김성령)와 혼자 아이를 키우며 미장원을 운영하는 ‘차밍 미장원’ 사장 이주리(이세희)가 가세하여 ‘방판 시스터즈’가 결성된다. 이들의 활동은 시작하자마자 한동네에서 오래 알고 지낸 ‘가족’ 같은 이웃, 심지어 가족에게도 배척당한다. “민망한 물건”을 판다며 매춘 업소로 신고당하거나 담벼락 낙서 테러를 당하거나 “더럽고 역겹다”는 말을 면전에서 듣기도 한다. 그래도 ‘방판 시스터즈’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 수모를 당하고도 생
[오수경의 tview] 정숙한 세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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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마지막 영화축제가 개최된다.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지난 11월5일 아트나인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영우 프로그래머, 심사위원 방은진 배우 겸 감독, 권해효 배우, <백현진쑈 문명의 끝>을 연출한 박경근 감독, 출연한 백현진 배우 등이 참석했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2024년 서울독립영화제에는 지난해보다 330편 증가한 1704편이 출품됐으며 영화제에선 개막작 <백현진쑈 문명의 끝>을 포함해 총 147편이 상영된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가 늘었고 여러 감독들이 두 번째 장편영화를 선보이는 고무적인 해”라고 이번 출품작들의 경향을 짚었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는 <손> <병사의 제전> <판놀이 아리랑> <천막도시> <창수의 취업시대> <낮은 목소
한국독립영화의 거점이자 발견, 서울독립영화제 열려 -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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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을 맡은 지 딱 1년이 됐다. 원래 기념일이나 햇수를 잘 챙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11월3일 프로게이머 페이커 선수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리빙 레전드의 눈부신 길을 목도하며 되뇐다. 아,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지난해 4회 우승으로 왕의 귀환을 증명했을 때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코너 ‘오프닝-편집장의 말’에 삐걱거리며 존경과 경탄을 짧게 기록한 적 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초월적인 업적은 때로 분야를 넘어 보편타당한 경이로움으로 연결된다.
이번 결승전을 라이브로 보며 심장이 크게 두번 두근거렸다. 도파민이 폭발하는 짜릿한 역전 한타의 순간, ‘고전파’(페이커의 아마추어 시기 닉네임.-편집자) 시절을 방불케 하는 피지컬과 야수의 심장으로 채색된 경기 운영이 빛난 4, 5세트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윽고 폭풍 같던 환희의 순간이 지나간 뒤 대회를 마무리
[송경원의 오프닝] 영화의 운명, 경이로운 길을 따라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