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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브랜드가 되어 공적이고 사적인 생활을 스토리텔링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왕성한 자기개발의 시대에 소설가이자 글쓰기를 강의하는 대학교수인 제인 앨리슨은 어떤(나는 여기에 ‘대중적이지 않은’이라는 수식어를 더하고 싶다) 소설들이 지닌 독특한 패턴들을 읽어내고자 시도한다.
<구불구불 빙빙 팡 터지며 전진하는 서사>라는 책 제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우연이 아닐 텐데, 극적 호(dramatic arc) 구조와 일치하지 않는(더 정확히는 일치할 수 없는) 장편소설들의 패턴을 읽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책 작업은 W. G. 제발트의 <이민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태로 읽어가기를 감내해야만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제발트의 작품을 읽어본 적 있다면 <이민자들>에 대한 “분위기가 만들어낸 하나의 색조를 지닌 텍스트”라는 이 책의 평을 이해하기가 조금은 더 쉬울 것 같다. 이 색은 상징도 서사의 초점도 아니고
[culture book] 구불구불 빙빙 팡 터지며 전진하는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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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제인 쇼언브런 출연 저스티스 스미스, 잭 헤이븐, 이언 포먼 | 공개 1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피 대신 푸른 액체와 TV 노이즈가 흐르는 보디 호러
1996년 미국의 한 교외, 10대 오언(이언 포먼)은 학교 구석에서 홀로 책을 읽던 상급생 매디(잭 헤이븐)에게 다가간다. 오언이 책 표지에서 드라마 ‘핑크 오페이크’를 알아보고 말을 걸자 매디는 눈을 빛낸다. 엄격한 아빠가 정한 취침 시간 이후 방영되기에, 오언은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없다.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매디의 집에서 처음으로 <핑크 오페이크>를 본 그는 주인공 이자벨과 묘한 동일시를 느낀다. 2년 후, 오언(저스티스 스미스)의 엄마는 아프고 아빠는 여전히 엄하다. 학교에선 늘 혼자고, 매디와도 절친한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오언은 매디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준 <핑크 오페이크>를 돌려보며 위안 삼는다. 어느 날 매디가 실종되고, <핑크 오페이크&
[OTT리뷰] 빛나는 TV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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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하늘과 얄궂은 비, 진흙 바닥이 떠오르는 사색의 영화들을 만든 벨러 터르 감독이 타계했다. 2026년 1월6일, 오랜 투병 끝에 70살로 세상을 떠났다. 공식적으로 벨러 터르의 은퇴작은 <토리노의 말>(2011)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그의 이름을 들은 것은 영화의 원작자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당시였던 것 같다. 작가는 <토리노의 말>을 비롯해 <사탄탱고>(1994)를 완성한 벨러 터르에게 인사를 전하며 “색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색을 창조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벨러 터르의 영화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의 화면은 태양의 소멸을 그리는 듯이 세계를 창조한 작가였다. 말이 뛰는 장면, 인물이 걷는 장면,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장면들이 우리를 매혹시켰다.
1955년 7월21일 헝가리의 페치에서 태어난 벨러 터르는 어린 시절에 부모를 따라 부다페스트로 이주했다. 그의 부모는 극장과 오페라
[OBITUARY] 소멸을 창조하던 작가의 영면을 바라며, 벨러 터르(1955~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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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량: 죽음의 바다> <카시오페아> <탄생> <한산: 용의 출현>
2020 <아들의 이름으로>
2019 <종이꽃>
2018 <사자>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2017 <청춘 합창단-또 하나의 꿈>(내레이션 참여)
2015 <사냥> <동행> <제 7기사단> <필름시대사랑> <딜쿠샤>
2014 <신의 한 수> <화장>
2013 <배우는 배우다> <찌라시: 위험한 소문> <톱스타>
2012 <주리> <타워>
2011 <페이스 메이커> <영화판> <바보야>(내레이션 참여) <부러진 화살> <7광구>
2009 <페어러브>
2008 <북극의 눈물>(내레이션
[OBITUARY] 스크린에 당신은 영원히, 배우 안성기의 필모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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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가 향년 74살로 지난 1월5일 영면에 들었다. 투병 중에도 종종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기에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이별로 느껴진다. 고인은 언젠가부터 한국영화의 페르소나로 불렸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당연한 헌사였다. 그는 영화 제작자였던 부친 안화영씨와 친분이 있던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만 5살이었다. 마지막 작품이 된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포함하면 고인은 69년 동안 17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게다가 알려진 대로, 그는 TV드라마가 아닌 오직 영화 현장만을 고집하던 영화인이었다. 일생을 영화에 바친 그는,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물론 영화는 단지 그의 삶을 수식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배우 안성기에게 영화와 삶은 동의어에 가까운 것이었으리라.
한글을 깨우치기 전, 고인을 나의 아버지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외모가 꽤나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출근을 한다고 집
[OBITUARY] 영화 같은 삶, 삶이라는 영화, 한국영화의 산맥, 안성기(1952~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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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3일, 운영을 종료했던 서울시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이하 오!재미동)의 운영 재개가 확정됐다. 마찬가지로 예산이 전액 삭감됐던 인디서울 및 독립영화 쇼케이스 사업도 재검토 끝에 사업 중단이 번복됐다. 오!재미동과 인디서울, 독립영화 쇼케이스는 지난해 11월28일 개관한 서울영화센터와의 기능 중복을 이유로 사업 중단 및 공간 폐지가 결정된 바 있다. 충무로 역사에 위치한 오!재미동은 영화 DVD 및 도서를 보유한 아카이브룸, 극장, 전시 갤러리, 커뮤니티룸 등으로 구성돼 2004년 개관 이래 영화 상영, 창작 지원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왔다. 영화인과 시민들은 개별 영화·미디어 공간 및 사업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서울시의 일방적인 운영 종료 통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26일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시민단체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 미디액트, 문화연대 등 영화계 현장의 주체들은 ‘서울시 공공 시네마·미디어생태계 복
[국내뉴스] 오!재미동 운영 재개된다, 시민의 움직임으로 공간을 지켜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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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최적의 상태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품은 열망 중 하나일 것이다. 명필름아트센터(MPAC)는 그 꿈을 끝까지 밀어붙인 공간이었다. 영화 제작사가 직접 운영하며 상영 환경의 기준을 스스로 세운 복합문화공간 명필름아트센터가 오는 2월1일 운영을 종료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계 안팎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다양한 해석이 뒤따랐다. 극장 산업 전반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처럼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었다.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궤적을 그려온 공간이었기에 폐관이 던지는 파장은 작지 않았다. 그러나 명필름아트센터의 지난 시간을 들여다보면 이 선택은 위기의 결과라기보다 처음부터 감수하고 시작한 시도에 가깝다.
운영 종료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접근성의 한계다. 명필름아트센터가 자리한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파주출판도시) 2단계 지역은 애초에 대중을 위한 상업지구가 아닌 영상·출판·콘텐츠 기업 육성을 위한 산업단지로 설계된 공간이었다. 2015년 명필름이 아트센
[포커스] 이것은 실패가 아니다, 명필름아트센터의 운영 종료가 의미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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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승패가 아니야. 실력과 태도지.” 서바이벌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시즌 1에 출연했던 50년 경력의 대가 여경래 셰프가 전한 후일담은 동서고금 분야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진리다. 물론 영화사 별자리에 수놓인 스타들처럼 잊을 수 없는 한 작품, 한 장면, 한순간을 통해 영원으로 기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반짝이는 재능을 넘어 자신이 해야 하는 일, 직업으로서의 소명에 충실한 이들이 걸어온 길은 그 자체로 무엇으로도 대체하거나 모방할 수 없는 존재 증명이 된다. 요 며칠 존경받는 영화계의 별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69년 연기 경력의 국민 배우 안성기와 헝가리의 시네아스트 벨러 터르의 타계 소식을 들으며 메워질 수 없는 구멍을 마주한다. 한 시절,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안성기는 영화배우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다. 담백한 두 문장 외에 그가 걸어온 세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윽고 두 문장이 자연스럽게 한 사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늘 거기 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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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개진 이미지, 노이즈처럼 들리는 사운드, 설명 없이 교차하는 비선형적 편집으로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마샤 실린슈키 감독의 <사운드 오브 폴링>의 서사는 단순하다. 다른 시대의 이야기들이 농가라는 공간에서 상호 연결된다. 집은 고정되어 있지만 그곳의 여성들은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디아스포라다. 최근 디지털카메라의 이미지는 너무나 선명해서 어떤 것도 기록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영화는 디지털로 촬영되었지만, 필름의 물리적 특성을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여기서 필름 룩은 소프트하고 아날로그 느낌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가 아니다. 디지털의 ‘날카로움’과 아날로그의 ‘흐릿한 질감’을 동시에 활용해 기억의 표면을 시각화하는 이미지다. 선명한 이미지의 영화는 대문자만을 드러내면서 차이들과 소수들을 다양체로 보지 못하게 하지만, <사운드 오브 폴링>은 다르다.
원제 ‘In die Sonne schauen’은 ‘태양을 응시하다’라는 뜻이다. 태양을 응시하는 것은
[박홍열의 촬영 미학] <사운드 오브 폴링>, 땅 아래에서 올라온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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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음악을 듣자. 오래전부터 사용한 카카오톡 프로필의 문구다. 우울하고 울적할 때마다 빨리 회복하려는 단순한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마음의 우울함이 H.O.T.의 <캔디>나 노이즈의 <상상속의 너>와 같은 경쾌한 음악 몇번 듣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닐 거다. 하지만 일단 듣는다. 또한 기분의 울적함이 엔니오 모리코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S.T <Deborah’s Theme>처럼 슬픈 음률을 듣는다고 해서 더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때론, 이렇게 극복한다). 그렇지만 혹시나 해서, 내 심신이 바닥으로 치닫는 신호가 올 땐 여지없이 언제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음악을 빨리 찾는다.
따라 불러야만 효과가 배가 되기에 가사를 기억하는 노래 몇개가 리스트의 전부다. 아이들 등교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밀려오는 부끄러운 짜증을 마주할 땐 이한철의 <슈퍼스타>를 틀어놓는다. 괜찮아, 잘될 거라면서. 글쓰기의 심연에서 허우적거
[오찬호의 아주 사소한 사회학] 천생연분? 현대사회에는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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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상흔은 어떤 식으로 가시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지난 12월 개봉한 <사운드 오브 폴링>과 <바늘을 든 소녀>에 공통적으로 내재된 질문이다. 80년대생인 <바늘을 든 소녀>의 마그누스 본 호른 감독, <사운드 오브 폴링>의 마샤 실린슈키 감독은 각각 자신의 세 번째, 두 번째 장편으로 제77회, 제7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사운드 오브 폴링>은 네 세대에 걸쳐 한집에 거주해온 독일 여성들의 역사를 중첩하는 작업을 시도하며 <바늘 을 든 소녀>는 1910년대에 발생한 다그마르 오베르뷔의 영아 연쇄살인사건에 주목한 작품이다.
두 영화에는 제1차 세계대전 주도국이었던 독일과 같은 시기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헝가리의 분할 지배를 받았던 폴란드의 혼란한 전시, 종전 이후의 상황이 담겨 있다. 독일 출신의 마샤 실린슈키 감독, 폴란드 출신의 마그누스 본 호른 감독은 각자의 영화에서 자국의 역사를 되
[비평]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여성들의 역사, 조현나 기자의 <사운드 오브 폴링> <바늘을 든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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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장 급진적이었던 기술적 선택에서 <아바타: 불과 재>(이하 <불과 재>)는 한 걸음 물러난다. 어떤 장면에서도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말이 격세지감 속 낯선 선언처럼 들리고 만 이유는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의 결실이었던 2009년의 <아바타>가 2025년의 <불과 재>에 이르러 또 다른 최첨단 기술의 생성형 AI 이미지와 대적하려는 자리에 섰기 때문이다. 불가사의한 지형의 판도라 행성은 실체 없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영화 기술의 진화와 실재하는 이미지 퇴행의 시대에 그 자체로 상징적 장소가 되어버렸다.
월드와이드웹에 반(反)하여
돌이켜보면 디지털영화 시대에 접어들어 등장한 <아바타>는 디지털네트워크의 미래가 아닌 디지털 이전의 직접 연결성으로 돌아가기를 상상했다. 문자 그대로 드넓게 펼쳐진 망(網)을 상상케 하는 월드와이드웹(WWW)은 다대다 동시접속이 가능한 디
[비평] 파격은 다시 새롭게 정의되는가, 유선아 평론가의 <아바타: 불과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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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해외영화 라인업(가나다순)
[특집] 2026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해외영화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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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앞선 페이지에서 2026년 개봉할 여러 영화제 화제작을 소개했다. 또 이어지는 페이지에서 프리미어 전이지만 이미 수입이 확정된 하마구치 류스케, 루벤 외스틀룬드 등의 신작 소식도 전할 예정이다. 이 풍년 속에서도 좀처럼 수입 소식이 들리지 않는 영화들이 있다. 수많은 매체가 ‘2025년의 영화’로 호명한 동시에 각종 비평가협회에서 수상했지만 국내 개봉 소식이 요원한 영화들을 소환해본다.
A24의 배급작 <다리가 있다면 널 걷어찰 거야>(If I Had Legs I’d Kick You)는 신경 쇠약 직전의 모성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린다(로즈 번)는 딸의 거식증 치료, 집 천장의 붕괴 등 불운의 연쇄 속에 놓여 있다. 린다의 날 선 신경증 못지않게 날카로운 유머가 관객을 내내 걷어차는 영화로, 모성을 향한 사회적 기대가 인간을 어디까지 붕괴하도록 만드는지 탐구한 수작이다. 로즈 번은 이 영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배우상)을 안았고
[특집] ⑤ 수입 촉구 목록 – 수입을 촉구합니다, <다리가 있다면 널 걷어찰 거야> <피터 후자르의 날> <원 오브 뎀 데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