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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뮤지컬 <니진스키> <데카브리>,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졸업> <노무사 노무진>, 영화 <검은 수녀들>까지 2017년 뮤지컬 <난쟁이들>로 데뷔한 이래 배우 신주협은 다매체에서 열의 있는 행보를 펼쳐왔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경계 없이 활동하고 싶었다”는 그는 그 꿈을 현실로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전했다.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은 두 번째 올리버 도전기다. 2018년 재연된 동명 뮤지컬에서 처음 사람과 흡사한 ‘헬퍼 봇-5’ 올리버 역을 연기한 그는 스크린에 전보다 더 사실적이고 섬세한 로봇을 불러냈다.
- 영화 제안을 받았을 때를 어떻게 기억하나.
처음에는 거절했다.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니 욕심 내면 안된다고, 그러다가 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용기를 많이 줬다. 올리버라는 좋은 캐릭터를 영화로도 보여줄 기회이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응원에 부담을
[인터뷰] 이토록 사실적인 열정, <어쩌면 해피엔딩> 배우 신주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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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한국, 제주 이주 정책이 시작돼 한적한 서울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남자는 사람이 아니다. 그의 정체는 ‘헬퍼 봇-5’ 올리버(신주협). 사람을 돕기 위해 제작됐지만 주인 제임스(유준상)가 떠나 홀로 살고 있다. 외롭기보단 평화로운 올리버의 생활은 이웃 로봇 ‘헬퍼 봇-6’ 클레어(강혜인)가 충전기를 빌리러 오면서 소란하고 예측 불가능해진다. 급기야 제임스를 찾으러 가는 제주행이 결정되고 베스트 드라이버인 클레어가 이 여정에 동참하면서 두 로봇은 뜻밖에도 사랑을 배워간다.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은 동명의 저명한 대학로 뮤지컬을 스크린에 펼친 작품이다. 2018년 재연 무대를 함께한 배우 신주협과 강혜인이 다시 한번 올리버와 클레어로 분했다. 이미 친한 누나 동생 사이인 두 배우는 <씨네21> 스튜디오에 일찍 도착해 놀랄 만큼 어색함 없이 대기시간을 보냈다. 촬영을 시작하자 서로가 더 근사한 포즈를 취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편안히 호흡을 맞췄다
[커버] 서로가 더 알고 싶은 우리의 결말은, <어쩌면 해피엔딩> 배우 신주협, 강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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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부산 어워드 (Busan Award)를 신설,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경쟁부문에 오른 14편의 아시아 작품에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의 시상을 진행한다.
BIFF #6호 [별점] 경쟁작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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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오/한국/2025년/105분/비전-한국
9.22 L10 20:00 / 9.23 L3 15:30 / 9.24 C3 19:00
무명 배우 정미는 홀로 사는 아버지 철택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심각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그녀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나 막막함을 느낄 여유도 없이 아버지를 간병해야 한다. 이혼 후 자유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현숙에게도 기어이 또 다른 미션이 주어진다. 간만에 찾아온 형제자매들은 현숙에게 구순이 되어가는 노모를 떠넘기려 한다. 그런데 실은 노모에게도 인생의 다음 장을 위한 새로운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철들 무렵>은 시놉시스와 등장 인물들의 설정만 보면, 다소 분위기가 예상되는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단 몇 분 만의 오프닝으로 기분 좋게 박살난다. 독특한 리듬의 편집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진 결과물이 인상적이다. 앞으로의 한국 독립 영화에서 자주 보고 싶은 기발함이다. 가족으로 인해
BIFF #6호 [씨네초이스] 철들 무렵 Coming of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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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다채로운 이벤트들로 가득했던 주말의 끝자락. 어느덧 부산국제영화제도 전체 일정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5일 차를 맞이했다. 문화계 명사들과 극장에서 인생 영화를 보고 직접 이야기를 듣는 두 차례의 까르뜨 블랑슈와 뜻밖의 케미스트리를 선보인 오픈 토크까지. 이 정도면 관객들에겐 알차다 못해 배부를 정도로 든든한 고봉밥 같은 하루가 아니었을까.
까르뜨 블랑슈: <뜨거운 오후> X 손석희
<뜨거운 오후>의 북미 개봉일이었던 1975년 9월 21일에서 딱 50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 “저조차도 큰 화면으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언론인 손석희는 인생 영화를 관객들과 함께 본 소감을 객석과 공유했다.
관객과의 질문을 가지는 시간 중 베테랑 앵커였던 손석희마저 허를 찔린 날카로운 질문들이 속속히 등장했다. 그 중의 백미는 “만약 언론인 손석희가 <뜨거운 오후>에 대한 보도 헤드라인을 정한다면”이었다. 긴 고
BIFF #6호 [화보] 알차도 너무 알찬 BIFF의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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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과 영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단편 앤솔로지 기획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윤가은 신작 <세계의 주인> 편집이 막 끝나가고 있을 때 앞서 두 편의 장편 영화(<우리들> <우리집>)를 함께 만들었던 제정주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열심히 영화 작업을 마치고 난 뒤 아직 시동이 꺼지지 않은 시점이라 무엇이든 좀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마음이 자칫 헛헛해지려고 할 때에 이 작품을 만나 다행이었던 셈이다. 씨네큐브는 개관 당시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내가 가장 많이 찾은 극장이기도 하다. 여러 의미가 뒤섞여, 조금 이례적으로 무턱대고 뛰어들게 됐다.
이종필 나도 <파반느> 후반작업이 거의 완성되어가는 시점에 제안을 받았다. ‘극장의 시간들’을 말하는 작품에 왜 침팬지 이야기냐고 물으신다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 내가 겪었던 일이다. 2000년 즈음에 어느 책을 접한 것을 계기로 동물원에 가서
BIFF #6호 [스페셜] 우리가 출발하는 곳, <극장의 시간들>이 남긴 풍경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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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영화 산업 지원”을 약속하는 자리로 선택한 영화가 <극장의 시간들>이란 점을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 가볍게 시작하자면 두 개의 단편을 묶은 앤솔로지 영화의 길이는 62분. 우선 너무 길지 않은 영화라는 점도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진지하게는, 동시대 산업의 중심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 감독들이 극장과 영화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작품이라는 의미가 마침 절묘히 맞물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2013년 <전국노래자랑>으로 데뷔한 이종필 감독은 5번째 장편영화인 신작 <파반느>의 개봉을 준비 중이고, 2016년 <우리들>로 데뷔한 윤가은 감독은 신작 <세계의 주인>을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보인 뒤 바쁘게 부산을 찾았다. 신작 투자와 흥행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영화산업의 위기론이 만연한 시기에 단단한 차기작을 완성해 낸 두 감독에게 앤솔로지를 위해 뭉칠
BIFF #6호 [스페셜] 우리가 출발하는 곳, <극장의 시간들>이 남긴 풍경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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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로즈니차. 이 이름의 무게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풍경이 전쟁의 이미지로 휩싸이고 있는 지금, 더 무겁다. 1964년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자란 그는 2000년 무렵부터 꾸준히 인류의 폭력을 다큐멘터리로 목도하고, 극영화로 전환해 왔다. 비극의 현장을 비극 그 자체로 진술했던 그의 마스터 클래스 제목이 ‘증언의 방식: 바라보고 기억하다’임은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경력을 일약 압축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레닌그라드 포위전에서 발생한 인간들의 고통과 시체 더미를 보여준 다큐멘터리 <봉쇄>(2005), 한 러시아 트럭 운전사의 시선을 빌려 인간의 갖은 악행을 로드 무비 형식으로 풀어낸 극영화 <나의 기쁨>(2010) 등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세계는 늘 우리의 비극적 감각을 일깨우는 파문으로 이어져 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섹션에 초청된 그의 신작 <두 검사>(2025) 역시 1937년 스탈린 체제의 권위적 부조리를
BIFF #6호 [스페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 마스터클래스 ‘세르게이 로즈니차, 증언의 방식: 바라보고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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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 회고전에서 처음 그와 사랑에 빠진 대니얼 라임 감독.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즈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그와 함께 성장하는 수련을 이어오고 있다. 영화 거장들과 영화 현장의 “숨은 영웅”들을 탐구하는 단편 에세이나 다큐멘터리로 채워진 그의 필모그래피는 그는 “작곡가, 프로덕션 디자이너, 촬영 감독 같은 장인들”의 일상과 개인적인 경험이 어떻게 작품으로 발현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다뤄왔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철학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메소드 다큐멘터리 감독’이라 불린다는 그는 이번엔 오즈의 발자취를 따라 일본을 여행하고, 오즈가 시나리오를 썼던 곳에서 영화를 편집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했다. 그렇게 완성한 신작 <오즈 야스지로의 일기>는 오즈의 생을 이루는 많은 구성요소 중 그 삶에 있던 ‘진흙’, 즉 전쟁에서 겪었던 고통과 상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
BIFF #6호 [인터뷰]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을 따라, <오즈 야스지로의 일기> 대니얼 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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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자정 세 편의 영화를 연달아 상영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 패션’은 밤샘마저 각오한 가장 열정적인 영화 팬들이 모이는 자리다. <프로텍터>의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마주 앉은 밀라 요보비치는 진지한 목소리로 “이후 편집 과정에서 부산 관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라며 “영화를 위해 개선할 점 세 가지만 말해달라”는 이례적인 요청을 건넸다. 데뷔 40년 차. 틴에이지 모델로 시작해 <제5원소>(1997)의 히로인이 되었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15년간 이끌어온 배우에게 신작 <프로텍터>는 또 다른 분기점이다.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시험하고, 한국 제작진과의 협업을 통해 가능성을 모색하며, 동시대 여성 액션의 현실적인 의미를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린 밀라 요보비치의 진솔한 목소리를 전한다.
- 부산에 온 소감은.
밀라 요보비치 정신없지만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마음과 영혼을 쏟아부은 이 작은 영
BIFF #6호 [인터뷰] ‘다른 할리우드 영화’이자 ‘다른 한국 영화’가 되기를. <프로텍터> 배우 밀라 요보비치, 애드리언 그런버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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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에서 <지난 여름>을 찍고 돌아온 서울. 최승우 감독은 전작의 깨달음이 “일상에 들어서니 무색할 정도로 감지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대신 그의 눈에는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바쁘게 반복적인 일상을 살면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서울의 초상이 들어왔다. 전작의 시공간을 완벽히 대비시킨 신작 <겨울날들>은 아무 말조차 할 수 없는 한기만이 맴돈다. 무언의 영화. 이는 “말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다면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최승우 감독의 확고한 선언이다. 언어가 유실된 자리에는 더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영화를 만들며 가장 먼저 떠올렸던 “철거 현장에서 해체되고 부서지는 파열음”을 비롯해 모두가 시체처럼 침묵을 지키는 출퇴근길이 그러하다. “언젠가 한 번 사람들이 모두 휴대폰만 보고 귀를 막고 있는 출퇴근길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목적지만 설정해 둔 채 한 곳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현실의 지침이 턱끝까지 느껴졌다.” 영화 속 침묵만큼이나 더 거
BIFF #6호 [인터뷰] 침묵의 무게, <겨울날들> 최승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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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데뷔작이다. <지우러 가는 길>에서 배우 심수빈은 담임 선생님의 아이를 갖게 된 고등학생 윤지로 분한다. 경선(이지원)이 임신 중지를 결심한 윤지의 의도를 알아채고 도와주려는데, 처음엔 그의 손길을 거절하다 점차 경선을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부산영화제에서 성공적으로 데뷔를 마친 심수빈은 “영화제 이전엔 긴장돼서 잠도 못 이뤘는데 집에 돌아갈 날이 되니 12시가 지난 신데렐라가 되어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차분하고 진중하게 자신의 첫 영화 현장을 전하던 배우 심수빈의 말을 전한다.
- 각본을 어떻게 읽었나.
유재인 감독님께서 <지우러 가는 길>의 자연스러운 미술을 추구하셨다고 하는데 시나리오에서부터 미감이 느껴졌다. 센스 있고 다채로운 시나리오였다. 윤지에게 공감이 됐고 나와 통한다고 느꼈다.
- 어떤 면에서 공감이 되던가.
내게 은지는 고슴도치처럼 보였다. 겉으로는 방어적이지만 속으로는 누군가의 애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BIFF #6호 [인터뷰] 연기의 희열, <지우러 가는 길> 배우 심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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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슈타 차테르지/인도/2025년/109분/아시아영화의 창
9.25 C5 20:00
첫 장편 연출작 <방랑의 로마>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인도 여성 감독 타니슈타 차테르지가 두 번째 작품 <암린의 부엌>으로 부산에 돌아왔다. 주인공 암린(키르티 쿨하리)은 남편과 자녀들을 살뜰히 챙기는 주부. 인도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데 따른 차별로 인해 종종 괴롭지만, 안팎으로 종교적 소임을 다하며 살아간다. 가사 노동에도 충실하던 그는 남편이 사고로 다친 후 임금 노동에까지 뛰어든다. 음식 솜씨 좋은 그가 취업한 곳은 비건 부부의 집. 다른 문화권에서 온 부부는 암린이 본 적 없는 식재료를 꺼내놓고는 “평소 하는 것처럼” 요리하라고 한다. 당황하면서도 부딪혀보는 암린은 생소한 조리법 이상으로 새로운 삶의 단면을 엿본다.
그 과정에는 신나는 음악, 맛깔나는 편집, 총천연색 상상 신의 희열이 동반한다. 영화는 인물이 크고 작은 충격을 받을 때마다 함께 놀
BIFF #6호 [씨네초이스] 암린의 부엌 Full P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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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멘 칼레디 / 이란, 조지아, 벨기에 / 2025년 / 73분 / 와이드 앵글 - 다큐멘터리 경쟁
9.22 C3 13:00 / 9.24 L2 20:00
이란의 쿠르드 마을에 사는 78세 카디제 할머니는 다큐멘터리스트하면 외면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대상이다. 부상으로 도래지를 떠나지 못한 황새 한 마리를 돌보고 있는 그녀는 비싼 치료비와 먹이값, 황새는 진료할 수 없다는 수의사들의 외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도시를 누비고 튜브에 몸을 실어 물고기 사냥에 나서는 당찬 할머니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단 하나,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떠나려는 딸의 계획이다. 쿠르드족 출신 헤멘 칼레디 감독의 장편 데뷔작 <노래하는 황새 깃털>은 한 사람의 생애 전체가 아닌 찰나와도 같은 몇 주를 정성껏 응시한다. 유쾌한 주인공을 담아내는 카메라와 편집 방식은 관찰 대상을 닮은 듯 위트를 잃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사소해 보이는 일에 온 마음을 쏟는 한 사
BIFF #6호 [씨네초이스] 노래하는 황새 깃털 Singing W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