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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스웨덴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주한스웨덴대사관과 스웨덴영화진흥원이 주최하고, 영화사 백두대간, 스웨덴명예영사관이 주관하는 스웨덴영화제는 한국에 스웨덴영화를 알리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 어느덧 14회를 맞이한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음악을 매개로 서로 다른 두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 <노바와 앨리스>다. <노바와 앨리스>의 엠마 북트 감독, 요한 르헤보리 배우의 방문과 더불어 올해는 한층 더 폭넓은 산업 교류를 위해 스웨덴영화방송프로듀서협회의 주요 인사인 요한 홀메르 협회장과 얀 블롬그렌 드라마국 국장이 내한했다. 여기 오늘 스웨덴의 목소리를 전한다.
- 어느덧 14회를 맞이한 스웨덴영화제에 개막작 <노바와 엘리스>로 한국을 찾았다.
엠마 북트 한국은 첫 방문이라 굉장한 모험을 하는 기분이다. 일주일간 많은 경험과 영감을 얻어갈 거라는 확신이 든다. <패스트 라이브즈>와 <머터리얼리스트>를 매우
[인터뷰] 한국에서 열린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 엠마 북트 감독, 요한 르헤보리 배우, 스웨덴영화방송프로듀서협회 요한 홀메르 협회장, 얀 블롬그렌 드라마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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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록이지만 고교 육상선수 민재(이레)에겐 탐탁지 않다. 곧 있을 시 대표 선발전에 출전하려면 2등 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 대표로 선발돼 실업팀에 입단하고 숙식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 흔들릴까 불안한 민재는 코치인 지수(금해나)에게 진위를 묻지만 돌아오는 건 받아들이라는 말뿐이다. 그사이 치고 올라오는 동료 혜림(김세원)을 보며 민재는 한순간 잘못된 선택을 한다. 이를 알게 된 코치는 사건의 은폐를 대가로 민재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불운한 상황에서 타협의 질주와 양심의 중단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내일의 민재>는 인생의 방향과 속도를 찾아가는 영화다.
지난 10월27일 개막한 제38회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의 미래’ 섹션에 초청된 박용재 감독과 이레 배우를 월드프리미어 직전 도쿄에서 만났다. 생각을 빼곡히 적은 종이 여러 장을 정독하던 신인 연출자의 긴장을, 13년차 배우가 톡톡 터뜨려주며 대화는 쏜살같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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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필요한 건 멈출 용기, <내일의 민재> 박용재 감독, 배우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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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종>의 냉철한 윤자유에 이어 배우 한효주가 분한 인물은 넷플릭스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이하나였다. 쇼콜라티에인 하나는 천재적인 실력과 감각을 지녔지만, 시선공포증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남들과 제대로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그는 제과회사의 후계자이자 초콜릿숍 ‘르 소베르’의 대표인 소스케(오구리 슌)와 만난다. 결벽증으로 타인과의 교류에 어려움을 겪던 소스케는 이상하게도 하나와 접촉할 때만큼은 아무렇지 않고, 하나 역시 소스케의 눈을 편히 마주할 수 있다. 초콜릿에 관한 열정을 토대로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한일 합작품인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공개 직후 약 40개국의 시청 순위 톱10을 기록하고 일본에선 ‘오늘 일본의 톱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모든 게 처음인 것처럼 여전히 순수하고, 응원해주고 싶은” (한효주) 매력을 지닌 하나가 숱한 상처와 실패를 딛고 나아가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배우
[인터뷰] 정말 사랑하는 일, <로맨틱 어나니머스> 배우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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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년에 종종 나갔던 한 모임이 있다. 대화의 주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 ‘딴나라당’, ‘쥐명박’, ‘닭근혜’ 욕이었다. 취기가 오르면 <한겨레><경향신문>을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좀더 어울리며 기다리다 보면 풀뿌리 운동을 같이할 수 있겠거니 했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자 선거 궁리밖에 없었다. 그즈음 발길을 끊었다. 그해 선거들은 그들의 적(이자 나의 적)이 이겼다. 일차적으로는 정치인들이 책임질 일이겠으나, 이기는 데 필요한 일을 그들이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했던 욕을 또 한다고 해서 적의 지지율이 깎이지는 않는다. 지지 진영이 없는 시민들을 만나지도 않았으니 우군을 늘릴 수도 없다. 때마침 출현한 뉴미디어로 인해서 모임은 더 활기를 띠고 신규 참여자도 들어왔겠지만, 이미 모인 사람들의 동질성이 더 강화되고, 원래 성향이 흡사한 사람들이 더 모이고, 늘 하던 말의 열기만 더 오른 것에 불과하다. 그때
[김수민의 클로징] 파이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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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엘리아스(마크 앙드레 그롱당)는 쇼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비보를 접한다. 오랜 기간 연을 끊고 지내온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다. 찝찝함을 안고 홀로 고인이 떠난 집을 수습하던 엘리아스는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아버지의 흔적을 마주한다. 데뷔작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서 아동을 상대로 한 가정폭력을 다룬 자비에 르그랑 감독은 두 번째 장편 <후계자>로 다시 한번 가족 내부로 들어간다. 가부장제의 그늘이 드리운 사회에서 “남성은 어떻게 같은 남성에게조차 최악의 상대가 되었나”를 논하고 싶었다는 감독은 오이디푸스, 이카루스, 햄릿과 같은 인물을 떠올리며 이 비극의 회로를 꾸렸다고 한다. 반복되는 나선형 이미지와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는 열쇠들도 일종의 대물림을 시각화한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부터의 전개가 개운치 않은 감도 있지만, 고전적이면서 직관적인 매력을 갖춘 스릴러.
[리뷰] 나선형 회로에 갇힌 남성성을 비관하다,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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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헌터이자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인 ‘D’ (다나카 히데유키)가 지주의 딸 샤를로트를 찾아 나선다. 샤를로트가 뱀파이어 마이어 링크에게 납치됐기 때문이다. D의 주위에 또 다른 뱀파이어 헌터 레일라 등이 합세하고, 액션과 판타지 그리고 로맨스가 얽힌 이 추적극은 어둠에 휩싸인 체이트성으로 들어선다. 다크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작품으로, 2000년에 제작된 이후 25년 만에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다. <무사 쥬베이>로 20세기 말 재패니메이션을 세계에 알린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과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 감독 미노와 유타카, <아키라>에 참여했던 미술감독 이케하타 유지 등이 합심했다. 고딕호러와 로맨스의 세계를 바탕으로 SF, 서부극, 크리처 장르의 향취를 뒤섞어 펼친 아름다움의 완성도가 압도적이다.
[리뷰] 당신이 ‘멋’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뱀파이어 헌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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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디미트리우스 슈스터-콜로아마탕기)은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돌연변이다. 힘을 숭배하는 프레데터 사이에서 소외된 덱을 보호하는 이는 친형뿐이다. 그는 난폭한 아버지에게서 동생을 지키려다가 죽는다. 덱은 형의 소원대로 칼리스크를 죽이고 자신이 프레데터임을 증명하고자 행성 제나로 떠난다. 그곳은 모든 생명체가 무기인 곳으로, 덱은 하반신이 망가진 휴머노이드 티나(엘 패닝)을 만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프레데터>프랜차이즈의 신작으로 전작 <프레이>의 감독 댄 트랙턴버그가 메가폰을 쥐었다. 애크러배틱한 액션과 미야자키 하야오풍의 경이로운 크리처 디자인,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 생태적 상상력과 소수자의 연대라는 주제 등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프레데터>시리즈와 다른 방향의 오락성을 그려낸다.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기업 웨이랜드 유타니가 나오며 <에이리언>시리즈와의 접점도 예고한다.
[리뷰] 애니메이션 1기를 몰아서 보는 듯한 재미, 동시대 남성성을 고찰하는 윤리, <프레데터: 죽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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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은 3번의 시도 끝에 유치에 이른 초국가적 이벤트였다. 2018년 2월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열렸던 평창동계올림픽은 국가의 위상을 입증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였으며, 선수들에게는 스스로를 증명하는 시험대이자 영광을 누리는 시상대가 마련된 꿈의 장소였다. <종이 울리는 순간>은 전세계로 영광의 순간을 송출하던 찰나의 이벤트가 끝난 후 남겨진 흔적을 응시하면서, 지금도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단 3일간 열렸던 알파인스키 경기의 환호성과 맞바꾼 것은 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가리왕산의 원시림이다. 가리왕산을 터전으로 삼았던 야생동식물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적자로 운영되고 있는 텅 빈 케이블카다. 산림 복원과 시설 유지라는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양측의 아우성 너머로, 발언권을 부여받지 못한 숲의 오래된 주인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리뷰] ‘가리왕자갈산’, 훼손을 넘어 도륙, <종이 울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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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로 휠체어농구를 소재로 한 영화. 농구대잔치 시절 ‘코트의 여우’로 명성을 날렸던 고 이원우 감독과 그의 제자로 휠체어농구 발전에 공헌한 고 한사현 감독에 영감을 받아 극화한 작품이다. 휠체어농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참여하는 통합 스포츠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말하기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계 없이 함께 뛰는 스포츠라는 점을 알리는 데 포커스를 맞춘다. 한때 국가대표였던 스타, 사고로 코트를 떠난 천재, 제각기 상처를 품은 선수들이 한팀을 이루어 성장하고 회복하는 여정은 진정한 의미의 승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농구 스타 우지원과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 용인대 YB팀이 만들어내는 리얼플레이는 느려도 멈추지 않는 달팽이들의 분투에 진정성을 더한다.
[리뷰] 스포츠 영화의 킥은 리얼플레이에 있다, <달팽이 농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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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딸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연희(임채영)는 남편이 남긴 빚 때문에 밤낮없이 일하며 초콜릿으로 끼니를 때운다. 자신의 이를 치료해주던 치과의사 서진(김선혁)에게 구원의 환상을 품게 된 연희는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숨겨진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작 <숙희>에서 구원자로서의 여성을 그린 양지은 감독은 구원자를 기다리다 붕괴하는 연희를 따라가며 사랑과 구원의 경계가 어디인지 묻는다. 진짜 불행을 파헤치기보다 표면적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복되는 상징적 장면들은 묘한 끌림을 만들어낸다. 달라진 모습으로 새로운 구원자를 찾아 나서는 듯한 연희의 마지막 잔상이 오래 남는다. 나를 구원하는 열쇠가 타인의 손에 있다고 믿는 눈빛.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리뷰] 포즈에 매몰된 자기연민의 불행놀이,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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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고급 아파트에서 사는 파니(루 드 라주)와 장(멜빌 푸포)은 사교모임을 즐기는 이상적인 상류사회 커플이다. 완벽해 보였던 두 사람의 삶은 어느 날 파니의 고등학교 동창 알랭(닐스 슈나이더)이 나타나며 균열이 시작된다. 파니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알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점점 빠져든다. 운명적인 만남을 믿는 문학가 알랭과 달리 부자 남편 장은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고 선택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아내의 변화를 의심한 장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사생활을 캐고, 파니의 불륜을 확인한 뒤 위험한 선택을 결심한다.
우디 앨런 감독이 50번째 영화 <럭키 데이 인 파리>로 돌아왔다. 우디 앨런의 첫 번째 불어영화이자 프랑스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로마 위드 러브><미드나잇 인 파리><레이니 데이 인 뉴욕>등 도시 시리즈의 연장에 있다. ‘뜻밖의 행운’(Coup de Chance)이란 원제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 우연과 운에 얽힌 아이러니
[리뷰] 찬스(Chance)와 초이스(Choice) 사이 여전히 반짝이는 농담(혹은 진실), <럭키 데이 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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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소녀 이징(니나 예)이 엄마 그리고 언니와 함께 대도시 타이베이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시골에서 살다온 이징의 눈에 타이베이는 온통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꿈의 공간이지만, 엄마 슈펀(저넬 차이)과 언니 이안(시 유안 마)에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버텨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 같은 곳이다. 슈펀은 야시장 한편에 국수 가게를 차려 생활비를 마련하려 하지만 월세를 감당하기조차 여의치 않고, 이안은 뭐라도 하기 위해 찾은 일자리가 영 불편하다. 거기에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전남편과의 관계와 부모의 생일잔치까지 더해져, 슈펀이 어린 이징을 신경 쓰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만 간다. 어느 날 외할아버지로부터 왼손잡이에 관한 무서운 미신을 듣게 된 이징은, 그때부터 뭔가에 홀린 듯 아슬아슬한 일탈을 벌이기 시작한다.
<왼손잡이 소녀>는 2004년 숀 베이커 감독과 공동 연출한 <테이크 아웃>이후 21년 만의 단독 연출 데뷔작을 만든 쩌우스칭 감독
[리뷰] 시궁창을 댄스홀로 만드는 마법사 숀 베이커의 친구들, <왼손잡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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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배고픈 갈매기 떼에 생선을 던져주고 있다. 가오리의 움직임을 닮은 연의 그림자가 이끼로 덮인 바위 둔덕 위를 어른거린다. 죽마(竹馬)에 오른 소년이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놓인 붉은색 오두막 앞길을 뒤뚱거리며 이동한다. 샤론 록하트의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Windward, 2025)에 등장하는 기나긴 풍경숏들은 엄정한 일관성하에 연출된 타블로의 행렬을 보여준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 연안에 있는 포고섬의 지형과 그곳의 아이들을 모티프로 한 12개의 타블로로 구성된 이 영화는 문자 그대로 ‘바람의 형상화’를 위한 풍경다큐멘터리이다. 수분여에 달하는 롱테이크숏들은 모두 섬의 지질학적 특성을 초점으로 하여 먼 거리에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시간의 지속을 통해 탐구한다. 아이들이 발견하고, 성장한 장소들로부터 시작하여 섬의 다양한 공간을 이동하며 지리와 지질학에 대한 명상을 제공하는 이 영화는 시간성을 초월하여 장소의 의미와 맥락을 변형하고 시네마의 언어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 바람을 보여다오, 침묵을 들려다오 - 현대 다큐멘터리가 풍경을 도입하는 방식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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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는 미셸 공드리가 연출하고 찰리 코프먼이 각본을 쓴 <이터널 선샤인>이다. 만인의 인생 영화를 구태여 지금 다시 소환해야 하는 까닭은 지난해 개봉 20주년을 맞아 스콧 토비어스가 <가디언>에 쓴 평론의 일부로 대체한다. “이 작품이 지금도 21세기 최고의 러브 스토리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로맨스의 필수 요소가 실패에 있다는 독특한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랑의 본질에 해당하는 어수선을,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혼란을 찬양한다.” 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10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한국 아트하우스 시장에서 셀린 시아마 열풍을 불러온 작품이자, 피메일 게이즈(여성적 응시)의 예술적 당위를 증명해낸 사례로서 “동시대 (여성)영화사의 최전선에 당당히 위치할 수 있는 영화”(남선우)임에 틀림없다. 작품이 표방하는 여성주의적 의제만큼 이 영화가 묘사하는 멜로의 정수를 극찬하는 평가도 뒤이었다. 셀린 시아마 감독
[특집] 영화가, 사랑을 담아, 해외영화 베스트 9위부터의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