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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엉망진창 해결사 긴토키가 돌아왔다. 가부키초의 인기 해결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긴토키는 6개월 만에 사무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사무소에는 자신보다 훨씬 상태가 나은 또 다른 나, 금발의 킨토키가 자기 행세를 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신파치, 카구라 등 동료들도 모두 진짜 긴토키를 알아보지 못한다. 긴토키는 자신의 정체성을 도둑맞았음을 직감하고, 사건을 해결할 묘안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이번 영화는 TV애니메이션 <은혼> 시리즈의 방영 20주년을 기념해 기존의 인기 에피소드를 재편집한 극장판 중 <가시아귀편> <일국경성편>에 이은 세 번째 ‘온 씨어터’ 시리즈다. SF 블랙코미디의 설정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격돌 장면을 비롯해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패러디가 난무한다.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은’ 설정을 모두 ‘금’으로 바꾸어 디자인하고 새로운 푸티지 영상을 만들어 삽입하는 팬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리뷰] 진짜 흉내내는 가짜도 웃기다, <은혼 금혼편 온 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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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학번 민영(김정연)은 동아리 모집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 진욱(윤동원)에게 한눈에 반한다. 매력적인 진욱의 목소리에 이끌리다 보니 어느새 노래패 ‘들꽃소리’의 일원이 되어 있다. 같은 시각 삼형공업 앞에는 부당해고를 규탄하는 시위가 한창이다. 노동자들은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 노조를 꾸려 대항해보지만, 사측의 강도 높은 대처에 내부 분열이 일어난다. 생존권이 걸린 파업 당일, 민영은 시민과 경찰이 격렬히 대치하는 위기 상황에 마주한다.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는 <귀향>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의 신작이다. 90년대 전후에 활동한 대학교 노래패의 사연에 기반한 영화는 현재 노동 구조의 모순마저 아우른다. 로맨스가 가미된 전반부는 통통 튀는 리듬을 이어가지만, 선악이 명확히 나뉜 스토리텔링으로 주제에 걸맞은 뜨거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모든 캐릭터가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리뷰] 목소리만으로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다는 판타지,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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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가시라 고로(마쓰시게 유타카)는 프랑스 파리에 갔다가, 어느 일본 할아버지로부터 간곡한 부탁을 받는다. 추억의 음식, ‘잇짱지루’의 재료를 찾아달라는 것. 산과 바다의 재료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감칠맛이 폭발하는 국물 음식이라 한다. 그렇게 고로는 일본 고토 열도부터 한국 거제도 등 곳곳을 누비며 궁극의 국물을 향한 ‘미식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먹방 드라마의 원조 격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고독한 미식가>의 극장판이다. 주연배우 마쓰시게 유타카가 직접 연출과 각본을 맡으며 감독으로 데뷔해 화제가 됐다. 단출하고 정갈한 감성을 자랑하는 시리즈에 비하면 영화는 보다 역동적이고 픽션이 강조됐다. 옆자리를 흘끔대며 군침을 흘리던 고로상의 모습은 유재명 배우가 이어받았다. 특유의 굶주린 표정으로 “배가 고프다!”라고 외치는 고로상의 시그니처 장면, 음식의 질감과 분위기까지 세밀하게 포착하는 보이스오버는 여전하다.
[리뷰] 고로 상만 보인다.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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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명창 박록주는 국악계에 만연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국극을 설립했다. 여성국극은 한때 팬덤을 몰고 다닐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60년대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쇠퇴기를 걷는다. 하지만 조선 최초 ‘뮤지컬’의 유구한 역사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다. 조영숙 명인의 마지막 제자 박수빈과 황지영이 시들어가는 여성국극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하나. 스승님이 돌아가시기 전 잊혀져가는 전설들을 모아 제대로 큰 판을 한번 벌이는 것이다.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는 지난해 <정년이>로 새로운 부흥기를 맞은 여성국극의 역사와 현재를 되짚는다. ‘정년이’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조영숙 명인은 아흔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건재함을 뽐낸다. 자신이 몸담은 분야를 지켜내려는 젊은 예술인들의 사명감에서 장르를 넘어서는 숭고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리뷰] 당의(糖衣)를 입히지 않고도 담아낸 예술가의 존재 증명,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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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이 비밀 작전을 계획한다. 나치의 살상 무기인 U보트를 무력화시키는 것. 그리하여 대장 거스(헨리 카빌)를 중심으로 칼과 활쏘기의 전설 앤더스(앨런 리치슨), 생존의 달인 제프리(알렉스 페티퍼), 폭발물 전문가 프레디, 영리한 아일랜드 청년 헨리, 그리고 잠입 전문 마조리까지 목숨을 건 최정예팀이 탄생한다. 미국의 중견 감독 가이 리치가 돌아왔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2016년에 공개된 처칠의 비밀문서를 바탕으로 한 실화 기반 영화다. 가이 리치 작품답게 거침없고 호탕하다. 육지와 바다 어디에서든, 총과 맨몸 어떤 무기를 쓰든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이중 활을 주재료로 한 아날로그 액션이 개성을 발휘한다. 변장과 연기를 특기로 하며 홀로 작전을 수행하는 여성 요원 마조리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가이 리치의 연륜에서 오는 안정적 재미만큼은 보장한다.
[리뷰] 변함없이 거침없고 호탕한 가이 리치, <언젠틀 오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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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소피 대처)와 조시(잭 퀘이드)는 서로를 천생연분이라 생각한다. 둘은 친구 캣(메건 수리)의 초대로 러시아 재벌 세르게이(루퍼트 프렌드)의 호숫가 저택에서 열리는 밤샘 파티에 참석한다. 다음날 아침 모두가 뻗어 있는 사이 혼자서 산책하러 간 아이리시가 피범벅이 되어서 돌아온다. 〈컴패니언>은 미국 드라마 <서버가토리>의 각본가 드루 행콕의 데뷔작으로 본인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차세대 호러 퀸으로 불리는 소피 대처와 드라마 <더 보이즈>의 휴이로 열연한 잭 퀘이드가 호연을 펼친다. 호러와 코미디, SF 등 장르를 오가고 여러 차례 반전을 거듭함에도 흐트러짐 없는 탄탄한 시나리오가 매력적인 영화다. 유해한 남성성과 가스라이팅, 정서 돌봄 로봇과 섹스 로봇, 성 소수자 등의 소재를 적절히 배합해 테크노페미니즘과 기술 윤리, 사랑에 대한 논쟁적 화두를 던지는 지적 치밀함도 인상 깊다.
[리뷰] 여러모로 최첨단의 방식으로 남성성을 뒤집는 페미니즘 스릴러의 새 지평, <컴패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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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부재한 세계, 그들이 남긴 주거지엔 오직 동물들만이 살아가고 있다. 홍수로 인해 사지에 몰린 ‘고양이’는 정처 없이 떠다니던 배를 발견한다. 처음엔 카피바라만이 여정의 동료였지만 이후 여우원숭이, 골든 리트리버 등 우연히 마주친 동물들이 탑승하면서 이들은 팀을 이뤄 고난을 헤쳐나가기 시작한다. <플로우>는 디자인, 연출, 각본, 편집 등 애니메이션의 모든 파트를 혼자 작업한 데뷔작 <어웨이>로 이름을 알린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과 다르게 <플로우>에선 다른 이들과 협업을 하긴 했으나 주요 디자인과 애니메이팅, 연출은 혼자 진행했다. 인간의 해석이 반영된 결과라는 느낌은 있지만 그럼에도 종마다의 행동 특성이 잘 반영됐기 때문에 대사 없이도 주인공 동물들의 감정과 목적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대홍수라는 재난과 배라는 요소가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지만 신앙과 심판에 관해 역설하는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동물들은 미래를 위해 필요
[리뷰] 연대를 향한 감독의 선명한 외침,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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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지점장 네이선 케인(잭 퀘이드)은 평소 짝사랑했던 직장 동료 셰리(앰버 미드선더)와 꿈에 그리던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러나 네이선은 그녀와의 만남이 불편한 기색이다.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희귀 유전 질환인 선천성 무통각증 환자인 네이선 스스로 만든 마음의 벽 때문이다. 그는 병 때문에 혀가 잘릴까봐 두려워 녹즙만 마시고 게임 친구만 사귀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셰리와의 만남은 그를 세상으로 나서도록 만든다. 다음날 둘이 일하는 은행에 무장 강도가 침입하고 셰리가 인질로 납치된다. 네이선은 혈혈단신으로 그녀를 구하러 달려간다. <노보케인>은 데니스 퀘이드의 아들이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더 보이즈>에서 휴이를 연기한 배우 잭 퀘이드가 주연으로 활약하는 액션영화다. 마찬가지로 잭 니컬슨의 아들 레이 니컬슨이 빌런 사이먼을 연기한다. 영화는 <테이큰> 등 전형적인 복수극의 공식을 복습하는 듯하다. 대신 애니메이션
[리뷰] ‘<존 윅>’ 코스프레를 하고 질주하는 <쏘우>의 마라맛 스릴, <노보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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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런던 어느 클럽 앞. 정보국 소속 최고 요원인 조지(마이클 패스벤더)는 동료 요원인 미첨(구스타프 스카르스고르드)과 접선한다. 미첨은 수천명을 죽일 수 있는 비밀 기술인 ‘세버러스’가 내부 배신자에 의해 사라졌다고 말한다. 유력한 다섯명의 용의자 중 한명은 조지의 아내인 정보 분석가 캐슬린(케이트 블란쳇). 둘은 정보국 내의 대표 부부다. 미첨은 일주일 내로 범인을 색출하라고 말한다. 다가오는 일요일, 조지는 식사 대접을 빌미로 용의자 모두를 집으로 초대한다. 캐슬린을 제외한 네명은 각각 부부로 총 3커플이 식탁에 모여 게임을 시작한다. 빈정 상하는 말이 오가고 부부간에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다. 조지는 조용히 이를 관찰한다. 월요일 아침이 밝고, 조지는 출근한 사무실에서 미첨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블랙 백>은 정보국 요원인 부부가 서로를 의심하며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는 한편의 근사한 스파이 스릴러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신작으로 <
[리뷰] 기본에 충실한 심플하고 세련된 스파이 스릴러, <블랙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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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 2부에 등장하는 해영(이설)이 가진 밝음은 100%를 넘는다. 민(권유리)이 일하는 특수 청소 업체에 합류한 첫날부터 낯가림 없이 한팀이 되고 한집 생활을 하게 됐을 땐 애교 많은 막내딸처럼 군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해영이 내뿜는 에너지는 주변을 따뜻이 데우기보다는 서늘하게 만드는 쪽이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해영은 민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순수하고 다정한 사람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정말 착한 척 위장하고 있는 걸까? 앞선 1부의 기이한 소녀 소현(기소유)이 자라서 누가 됐는지를 찾는 2부에서 이설은 인물의 텐션을 능란하게 조절해가며 관객을 혼란시킨다. 데뷔 이래 보통 사람과 극단적 캐릭터를 고루 맡으며 양쪽의 능력을 동시에 길러온 그의 저력이 <침범>에 이르러 빛을 발한다.
- 문학잡지 <릿터>에 책을 좋아하는 배우로 소개된 바 있다. 그만큼 <침범> 시나리오에 대한 감상이 궁
[인터뷰] 좋아하는 마음 가득히, <침범> 배우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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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의 2부를 책임지는 김민(권유리)은 걸어가는 그를 돌려세워 우리가 아는 그 권유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만큼 낯설다. 배우 특유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는 온데간데없고 음울한 아우라를 풍긴다. 늘 고여 있던 웃음기도 싹 빠졌다.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막막함, 다시 말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은 그 자신을 좁은 방에 웅크리게 했다. 그런 민에게 경계 없이 치고 들고 들어오는 해영(이설)은 위협적인 존재다. 해영과 부딪치면서 민의 적막한 인생에 소음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파도치는 인물의 내면이 선명히 떠오른 권유리의 얼굴은 놀라움을 안기며 앞으로의 그에게 신선한 기대를 품게 한다.
- 직전 영화 <돌핀>의 나영에 이어 <침범>의 민도 대중적으로 익숙한 ‘유쾌한 권유리’와는 거리가 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나.
김민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컸다. 사연도 많고 기구한 인생을 살
[인터뷰] 욕심껏 과감하게, <침범> 배우 권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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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뮤지컬 <달고나>로 데뷔, 그동안 출연한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를 다 합하면 30편이 넘는 배우 곽선영의 스크린 데뷔작은 뜻밖에도 3월12일 개봉한 <침범>이다. “주변에서 하도 얘기해 이제는 모두가 <침범>이 내 첫 영화라는 걸 안다”라며 수줍게 웃다가 이내 영화 후기를 묻는 골똘한 표정에선 초심자의 긴장이 엇비쳤다. 곽선영은 쉽지 않은 첫길을 선택했다. <침범>에서 그가 분한 수영 강사 영은은 또래와 다른 행동을 일삼는 7살 딸 소현(기소유)의 엄마다. 아이가 사고를 쳤다는 전화를 언제 또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 지 오래된 듯 보이는 영은의 첫 얼굴에서부터 곽선영의 공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첫 영화 현장이 어떻게 남아 있나.
특유의 무드가 있는 것 같다. 드라마를 시작한 지 10년이 채 안됐으나 경험상 드라마 현장은 굉장히 바쁘고 빠르게 돌아간다면 영화 현장은 호흡이 길다고 느꼈다. 비교적 극에 대해서 오래
[인터뷰] 공감으로부터, <침범> 배우 곽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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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2일 개봉작 <침범>의 세 여자는 파괴적인 침입자에 의해 예측 불가한 삶을 살고 있다. 과거 1부의 엄마 영은(곽선영)이 통제하기 힘든 어린 딸 소현(기소유) 때문에 시름하고 있다면 현재 2부의 민(권유리)과 해영(이설)은 서로가 칼이 된다. 주도권을 놓친 채 살아가는 인생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침범>은 각각의 관계를 통해 말하고 있다. 커버 촬영을 위해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은 영화 분위기에 맞춰 입은 블랙 의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말보다 앞서 나간 두팔 벌린 포옹과 따뜻한 눈빛에서 세 여성배우 사이에 피어난 도타운 우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침범>의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선 넘는 우정, <침범>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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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비채 펴냄
필립 로스의 전작을 쉬이 읽은 독자가 아니라면 <샤일록 작전>을 펼치는 데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벽돌책으로 보이는 두께에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메타픽션적인 작품이라는 소개는 난해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립 로스의 명료한 문장은 소설이 난해할 틈을 주지 않으며, 바로 이 거대한 이야기의 소용돌이를 향해 돌진하는 데 소설의 문이 열리자마자 우리는 주인공 ‘필립 로스’씨가 직면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필립 로스이다. 물론 작가는 ‘이 소설은 허구’라고 하면서 법적인 이유로 여러 사실이 변형되었다고 밝히기도 한다. 실제로 책에는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 열린 나치 강제수용소 교도관의 재판 내용을 그대로 적은 기록도 등장한다.
주인공 필립 로스는 어느 날 친척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는다. 이스라엘에서 필립 로스를 사칭하는 인물이 강연을 하고 방송 인터뷰를 하는 등 정치 활동을
씨네21 추천도서 - <샤일록 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