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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간/ 중국, 프랑스/ 2025년/ 156분/ 경쟁
이걸 어떤 영화라고 해야 할까. 판타지? 영화를 위한 영화? 기억과 이미지에 대한 우리 인식에 도전하는 실험? 비간 감독의 네 번째 작품 <광야시대>를 마주하는 순간, 의미와 장르적 범주로 이 영화를 해석하는 시도는 불가능함을 받아들이게 된다. 비간은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세트를 재현한 무성영화로 문을 연다. 영화의 화신처럼 보이는 신비로운 여인(서기)이 <노스페라투>와 <프랑켄슈타인>이 뒤섞인 듯한 어느 괴물을 돌보고 있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소동극을 시작으로 영화는 다섯 개의 다른 이야기를 그려낸다. 근미래, 인간들은 꿈을 꾸지 않으면 불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꿈꾸는 자는 불꽃을 피우다 녹아내리는 촛불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타즈머’라 불리는 이단자들은 단명할지언정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양천새가 연기한 판타즈머는 꿈을 통해 20세기 중국사의 다양한 시공간을 떠돈다.
BIFF #8호 [경쟁] 광야시대 Resurr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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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부산 어워드 (Busan Award)를 신설,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경쟁부문에 오른 14편의 아시아 작품에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의 시상을 진행한다.
BIFF #8호 [별점] 경쟁작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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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웨블리 / 미국 / 2025년 / 83분 / 플래시 포워드
9.24 L6 16:30 / 9.25 L10 14:00
<오마하>의 간결한 각본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관찰을 통해 가족의 서사를 쌓아 올린다. <퍼스트 카우>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보여준 존 마가로의 내성적 연기에 온전히 기댈 수 있는 공간이 그렇게 생겨난다. 강제 퇴거 통지를 받고 쫓겨난 아버지(존 마가로)와 딸 엘라, 아들 찰리, 그리고 리트리버 한 마리가 낡은 차에 몸을 싣고 네브래스카 오마하로의 로드 트립을 떠난다. 운전석에 앉은 아버지는 무력감과 수치심을 숨기려 애쓰지만, 차창 너머로 보안관이 다가오고 끼니를 해결할 돈 마저 떨어지는 순간에 눈가에 떠오르는 절망을 아홉살 딸 엘라가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 가족이 왜 오마하로 향하는 것인지 초조한 심정으로 단서를 헤아려가는 소녀의 시선이 비극의 무게를 더한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의 경제적 여파를 흡수한 로드무비인 <
BIFF #8호 [씨네초이스] 오마하 Om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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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국 / 한국 / 2025년 / 110분 / 비전-한국
9.24 L10 17:30
부모와 딸 하나로 이뤄진 가족이 있었다. 그 견고해 보이던 삼각형의 꼭짓점 하나가 사라지자 두 여자는 균형을 잃는다. 인선(이지현)은 남편 없는 일상이, 수연(홍승희)은 아버지 없는 고향이 낯설기만 하다. 그의 부재만큼이나 두 사람을 괴롭히는 건 그 남자가 스스로 죽기로 한 이유를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 무지로 인한 고통은 집 밖 타인들의 무례를 먹고 자라나 모녀 사이마저 메워버린다.
이광국 감독의 신작 <단잠>은 자살 유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생활의 풍경화를 한장 두장 넘기다 인물을 보듬으려는 마음으로 그린 추상화까지 내보이는 영화다. 공통 경험을 가진 이들끼리의 연대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두루 탐색하는 시선 또한 이 영화에 무게감을 더한다. 인간관계에 있어 무엇도 쉽게 속단하지 않는 태도가 이야기 전반을 지배한 덕분이다. 주인공 모녀를 둘러싼 군상의 이채로운 면면을 놓치지 말고
BIFF #8호 [씨네초이스] 단잠 BEAUTIFUL DRE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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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코 소사이 / 이탈리아, 독일 / 2025년 / 100분 / 플래시 포워드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없는 세상이라면 항상 취해 있는 것이 차악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365일 혈중 알코올 농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두 한량 카를로비안카(세르지오 로마노)와 도리아노(피에르파올로 카포빌라)처럼 말이다. 정처 없이 술을 찾아 헤메던 술꾼들은 샌님같은 건축과 학생 줄리오(필리포 스코티)를 우연히 만난다. 세 사람은 어떤 목적지도 정해두지 않은 채 끝없는 음주의 길에 오른다. 숙취를 느낄 새도 없이 비틀거리는 만취의 로드무비다. 다만 <가는 길에 딱 한 잔 더>가 알콜의 힘을 빌려 그려낸 것은 단순한 여흥의 삶이 아니다. 주정뱅이들이 탄 차창 뒤로는 황량한 이탈리아의 동시대적인 풍경이 그들을 비웃듯 지나친다. 주정처럼 뇌까리는 대화 사이로는 자본의 유령이 넘실거리는 우화가 스며들어 있다. 어쩌면 이들은 숙취와 같은 냉혹한 현실을 피해 차라리 영원히 깨지 않기를 택한 것이다
BIFF #8호 [씨네초이스] 가는 길에 딱 한 잔 더 The Last One for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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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8호 [Topic] 오늘의 이벤트
BIFF #8호 [Topic] 오늘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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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어워드’의 향방은 과연 어디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바지에 들어설수록 경쟁부문을 비롯한 각종 부문의 수상작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 어워드를 비롯한 주요 부문의 시상은 9월 26일 18시부터 이어질 폐막식에서 치러진다. 5개 부문의 부산 어워드(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을 비롯해 뉴 커런츠상, 비프메세나상, 선재상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25일에 진행되는 비전의 밤에선 올해의 배우상,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 다큐멘터리 관객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 CGV상 등 20여 개 부문의 상이 시상될 예정이다.
BIFF #8호 [Topic] ‘부산 어워드’의 영예는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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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3일 15시 30분,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선 APM(아시아프로젝트마켓) 시상식이 진행됐다. 1998년 부산프로모션플랜(Pusan Promotion Plan; PPP)으로 시작해 28회를 맞은 올해 APM엔 15개국에서 온 30편의 영화 프로젝트가 선정됐으며, 이 중 13개의 작품에 APM 부산상, CJ ENM 어워드, 홍해필름펀드상, KB어워드, 칸타나 어워드(픽처, 사운드), TAICC상 등의 상이 수여됐다. ACFM은 “장르적 다양성과 지역별로 뚜렷한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들 주목”하며 “한국에서는 장르 다양성과 섬세한 감수성이 공존하는 신진·중견 감독들의 다채로운 신작 선정”하겠단 시상 기준을 밝혔다. 미화 1만 달러의 개발비가 지원되는 CJ ENM 어워드는 <세입자> 등을 연출한 윤은경 감독의 <고치>에게 돌아갔다. “항상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는 SNS 과잉 시대에 한 유튜버 부부가 물고기 '고치'를 통해 인
BIFF #8호 [News] 상보다 기쁜 응원의 시간, APM(아시아프로젝트마켓) 시상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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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무릇 월급쟁이라면 다 읽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의 국내 번역판에 담긴 박찬욱 감독의 추천사다. 박찬욱 감독은 오랫동안 <액스>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액스>를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오랫동안 소통해왔다. 그렇게 탄생한 <어쩔수가없다>는 <액스> 또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와 얼마나 다를까. <어쩔수가없다>만이 지니는 특이점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만수의_표적들
유만수(이병헌)는 자신과 유사 경력을 지닌 취업 경쟁자의 프로필을 입수하기 위해 유령회사인 ‘레드 페퍼 페이퍼’를 세운다. 소설 <액스>와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에 등장했던 ‘B. D. 산업용지’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버크
[기획] <어쩔수가없다>만의 특이점은 이렇게 완성됐다, <액스>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와의 전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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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가 없지, 않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보는 내내 당신의 뇌리를 지배할 하나의 질문. 만수(이병헌)는 왜 꼭 저 길을 택해야 했을까. 만수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극 중 또 다른 실직 가장 범모(이성민)에게 아라(염혜란)는 일갈한다. “실직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후의 대처가 문제”라고. 관객의 심경을 대변하는 아라의 대사를 들으며 이제 의심은 명확한 질문으로 거듭난다. 만수의 행동들은 정말 재취업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인가. 어디까지가 변명이고 어디부터가 진심인가. 애초에 진심이란 건 어떻게 알 수 있나. 우리를 증명하는 건 우리의 말인가, 생각인가, 행동인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늘 그랬듯 ‘어쩔 수 없다고 믿는’ 상황들이 진행될수록 질문은 도리어 두터워진다. 다만 전작 <헤어질 결심>과 차이가 있다면 질문이 안개처럼 흩어져 모든 것을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질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기묘한 긴장감이 피어오른
[기획] 고추잠자리와 분홍 소시지의 코미디, 송경원 편집장의 영화 <어쩔수가없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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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는 것에 대한 반응도 있었지만 드디어 이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일보다 이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시네필들의 환영의 목소리 역시 뒤따랐다. 여느 때보다 화려한 개막식과 이후 이어진 개막작 상영 후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늘 그래왔듯 <어쩔수가없다>를 본 누구나가 자기만의 리뷰를 쏟아낸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고, 얹고 싶지만 또 그것이 이 영화를 완전히 설명할 순 없을 것이다. 부산에서 <어쩔수가없다>를 먼저 본 송경원 편집장이 주간지의 숙명을 받아들여,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충분히 들여 이 영화를 뜯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누른 채 ‘어쩔 수가 없이’ 첫 리뷰를 보내왔다. 향후 끊임없이 이어질 다양한 감상과 영화를 향한 수다의 촉매가 되어줄 것이다. 더불어 원작 <액스> 그
[기획]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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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모닝 쇼>는 한편의 방송이 송출되기까지 필요한 거의 모든 인원을 프레임에 담는다. 그들 중 일부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하지만, 그 그림자에 파묻힌 미디어 노동자들의 심경까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해부한 작품은 손에 꼽을 것이다. 드라마 속 아침 방송의 프로듀서 미아, 기상캐스터에서 앵커로 승격한 얀코, 그리고 신입 진행자 크리스티나를 연기한 배우 캐런 피트먼, 네스터 카보넬, 니콜 비하리도 동의했다. 그들은 시즌4의 인물 관계도를 암시하면서 조연들까지 고유하게 존재하는 <더 모닝 쇼>의 진가를 상기시켰다.
미아 조던 역 캐런 피트먼
“시즌4를 <더 모닝 쇼> 최고의 시즌으로 꼽고 싶다. 이 시리즈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깊어지고, 우리가 지향하는 협업의 기준점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매 시즌 그걸 해내고 있다. 이번 시즌 내게 가장 중요했던 건 인종, 문화 배경이 다른 여성들간의 진정성 있는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한국계 미국인
[인터뷰] 그들 각자의 고유한 존재감으로, <더 모닝 쇼> 시즌4를 함께 만든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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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프렌즈>의 자매로서 호흡을 맞춘 제니퍼 애니스턴과 리스 위더스푼은 2020년대를 <더 모닝 쇼>의 동료로서 헤쳐나가고 있다. 두 사람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여성으로 생존해온 경험을 살려 각각 알렉스와 브래들리라는 입체적 인물을 조형했다. 아침 방송 진행자에서 언론사 중역으로 발돋움한 알렉스,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행보로 저널리즘을 수호하려는 브래들리는 배우인 동시에 프로듀서로 나아간 두 베테랑의 몸을 빌린 덕에 선명해졌다. 네 시즌에 걸친 연기 및 제작 과정을 회고하기 위해 브라질, 베트남,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 취재진을 화상으로 대면한 애니스턴과 위더스푼은 그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었다.
- 알렉스와 브래들리의 관계는 시즌을 거듭하며 변해왔다. 지금 이들은 어디쯤인가.
리스 위더스푼 시즌4가 시작할 때 알렉스와 브래들리의 사이는 다소 삐걱거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렉스가 브래들리를 못마땅해 한다.
제니퍼 애니스턴
[인터뷰] 이것은 두 친구들의 러브 스토리다, <더 모닝 쇼> 시즌4 배우 겸 총괄 프로듀서 제니퍼 애니스턴, 리스 위더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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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아침은 온다. 언제 잠에서 깨어나 허리를 일으키는지에 따라 하루의 시작점이 다를지언정 태양은 매일 우리 머리 위에 뜬다. Apple TV+ 시리즈 <더 모닝 쇼>를 채우는 인물들은 그 거스를 수 없는 운동에 익숙하다. 오전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새벽을 사는 그들은 각자의 목표와 지향을 품되 ‘온에어’라는 일출만큼은 함께 맞이한다. 하지만 간판 진행자가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되고나서부터 ‘방송국 놈들’의 전우애는 일그러진다. 의심이 벌려둔 틈새로 낯선 얼굴도 파고든다. 그것이 전국구 유명 앵커 알렉스(제니퍼 애니스턴)와 지역 언론사 기자 브래들리(리스 위더스푼)의 첫 만남이었다.
이전투구에 능한 사회인들의 이합집산을 세 시즌째 쫓아온 <더 모닝 쇼>가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시즌1을 추동한 사건이 시즌3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매듭을 지었고, 시즌4에서 주인공들은 또 한번 지도 없는 모험을 떠난다. 미투 이후의 일터를 상상하던 에미
[기획] 다시 한번, 온에어, 시즌4 맞이한 <더 모닝 쇼>의 주역들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