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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했다. 오랜만에 밤을 새며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꺼내 봤다. 어떤 영화를 제일 좋아하는지 고를 순 없지만 어떤 영화를 여러 번 봤는지 묻는다면 몇편 꼽을 수 있다. 내겐 <이터널 선샤인>이 그중 한편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익숙하면서도 고사이 살짝 낯설어진 영화는 주로 혼자 밤을 지새워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내 좁은 방문을 두드린다. 이미 아는 내용, 정해진 운명이지만볼 때마다 미묘하게 새로운 기억이 덧씌워지는 기분이라 늘 반갑고 포근하다. 계속 손이 간다. 아마도 그게 내 사랑의 방식이었던 것 같다. 여러 번, 자주, 반복해서 만나는 것. 횟수에서 오는 애정. 함께해온 시간이 내겐 곧 사랑의 증거였다.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늘 마음의 빚이 있다. 내가 가진 마음의 크기는 그게 아닌데, 함께 시간을 보내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 미안해진다. 솔직히 그건 상대에 대한 미안함이라기보다는 내 안에 피어난 자책의 무게일 것이다.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모든 형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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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테토녀’, ‘에겐녀’, ‘테토남’, ‘에겐남’ 같은 신조어들이 눈에 띈다. 보통 처음 보는 인터넷 밈은 무슨 뜻인가 싶어서 찾아보는데 이 용어들은 보자마자 단박에 감이 왔다. ‘테토’는 남성호르몬이라고 (잘못)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을, ‘에겐’은 여성호르몬이라고 (잘못) 알려진 에스트로겐을 줄인 말이겠지. 그렇다면 테토남은 남성스러운 남자, 에겐녀는 여성스러운 여자, 테토녀는 남성스러운 여자, 에겐남은 여성스러운 남자라는 뜻이겠구먼. 그래도 혹시 몰라 찾아보니 짐작대로다. 이건 퇴보다! 어느 모로 보나 MBTI가 훨씬 낫다. 일단 다양성 측면에서 MBTI의 승리다. ‘테겐녀’, ‘에토녀’, ‘테겐남’, ‘에토남’까지 더한다고 해도 8가지밖에 안된다. 그에 비하면 MBTI는 16가지나 된다. 용도 면에서도 MBTI가 월등하다. 상대방이 여성적인지 남성적인지에 관심이 있을 상황은 연애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상상하기 어렵다. 반면 MBTI는 소개팅 자리에서도 쓸 수 있지만 누
[임소연의 클로징] 에겐남에게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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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WOODZ)의 최애곡 <Drowning>이 최근 나의 SNS 알고리즘을 점령했다. 꽤 예전에 하이라이트만 듣곤 흥얼거리던 멜로디였는데 그게 이 곡이란 건 얼마 전에야 알았다. 인트로의 심플한 베이스 멜로디, 삼단 고음 파트 등 킬링 포인트는 수두룩하지만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 건 몇 구절의 가사가 가슴에 꽂혔기 때문이다. ‘다정한 말로 나를 죽여놓고’ 구절의 담담함에 취하고, ‘더 깊이 빠져 죽어도 되니까’ 파트에선 나도 모르는 새 립싱크 중인 자신을 발견한다. 아픔을 한껏 토해내는 모습에 스며들고 마는, 도취 권장곡. 주변에 이 노래 참 좋지 않냐고 영업을 하고 다녔더니 냉동인간 취급을 받았다. 가수가 군대 간사이 1년 전부터 역주행한 뒤 이미 제대까지 했는데 무슨 뒷북이냐는 한심한 눈빛이 쏟아진다. 나도 내가 늦었다는 걸, 남들보다 대체로 시계가 느린 사람이란 걸 안다. 그래도 상관없다. 정보 과잉 시대의 몇 안되는 순기능이 있다면 시간을 거슬러 당도하는 콘텐츠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더 깊이 빠져 죽어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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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하지 못한 자가 숨어 들어간 곳은 그곳이 어디든 흉지다.” 지난해 11월 초 이 지면에 용산 대통령실을 두고 쓴 글이다. 윤석열의 내란은 야당 대표가 피선거권 상실 위기에 접어든 지 18일 만에 일어났다. “내가 겁이 많아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야?” 자신과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면 감옥에 간다’라고 불렸던 대선에서 이겼지만, 대통령이 된 뒤 불어난 죄를 정적의 악재로 덮을 수는 없어 자폭했다. 규명과 단죄는 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가 그와 나눈 거대한 부당거래를 돌아봐야 한다. 거대 양당을 포함한 온 나라가 그에게 휘둘렸다.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저격수’였던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적의 적’이 되자 호위무사로 변신했다. 길게 말할 것도 없다. 박정희 아들도 아니고 재벌 기업 경영자 출신도 아닌 그에게도 꽉 잡혀 산 간신들이다. 그런가 하면 청문회 당시 많고 다양한 의혹들을 놓고 ‘피의 쉴드’를 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부동시로 군
[김수민의 클로징] 부당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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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붐빈다. 워낙 오랜만이라 쓰면서도 낯설다.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 7월30일, 전국에서 극장을 찾은 관객수가 86만명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이후 하루 최다 관객수를 경신한 이 숫자는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도 25%, 지난 6월과 비교하면 무려 60%가 증가한 수치다. 30일 개봉 첫날 43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한 <좀비딸>이 최고의 수혜를 입은 영화로 떠오른 가운데, 예술영화 시장에도 활력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16일 개봉한 알랭 기로디 감독의 신작 <미세리코르디아>는 1만명을 이미 넘겼고, 32년 만에 디지털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아온 소마이 신지의 <이사>(1993)는 1만6천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꼭 할인쿠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극장가에 훈풍이 부는 건 분명하다.
오랜만에 북적이는 극장가를 둘러싸고 벌써 여러 말이 오간다. 비단 할인쿠폰의 효과뿐 아니라 폭염, 여름 신작 개봉 등 외부 요인이 한몫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문이 닫혀도 다음 문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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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 맘다니는 다가오는 뉴욕시장 선거를 앞두고 33살에 민주당의 후보로 지명된 자칭 ‘사회주의자’이다. 뚜껑을 열어보아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당선이 가장 유력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에 대해 전세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내가 가장 주목해서 보고 있는 것은 그의 무료 버스 공약이다. 뉴욕시의 교통체증은 악명이 높고, 버스요금은 계속 인상되어 왔으며, 이것이 다시 자가용의 증가를 부추겨 교통체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는 오래된 일이다. 이러한 대중교통의 미비함이 땀 흘려 일하며 도시를 지탱해주는 서민층에게 부담을 증가시키고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조란 맘다니 후보는 이에 버스 전용 노선의 확충뿐만 아니라 무료 버스의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고 나섰으며, 이는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기후 및 환경 악화의 문제와 맞물려서 대중교통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버스전용차선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은 꽤 오래전부터
[홍기빈의 클로징] 조란 맘다니의 무료 버스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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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다 읽고 나면, 선생님이 추천해준 책도 한권 읽기로 약속할 수 있어?” 학창 시절 자율학습 시간에 무협지를 읽다 걸릴 때마다 다짐을 강요당했다. 학교 앞 책대여점 최우수 고객이자 무협지와 장르소설 수십권을 빌려와 학교에 뿌리는 공급책 중 한명이었던 나는, 국어 선생님의 특별관리 명단에 오른 요주의 인물이기도 했다.
선생님의 지론은 무협지가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나쁜 글이기 때문에 한번 읽고 나면 좋은 글로 상쇄시켜야 한다는 거였다. 당시 나는 그걸 당당하게 무협지를 읽어도 좋다는 암묵적인 합의로 멋대로 왜곡한 뒤 더욱 가열차게 무협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한참 뒤에야 그때 읽었던 ‘나쁜 책’ 중 하나가 중국 문학의 신필 김용 작가의 사조 삼부곡(<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당시엔 <영웅문>이란 이름의 해적판으로 출간됐다)이었다는 걸 알았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그 책들은 내게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책일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무협으로 시작해 웹소설에 굴러 떨어졌더니 히든 이벤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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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수평선 너머로 뭉게구름이 피어나는데, 난 한적한 바닷가 그늘에 누워 그걸 바라보고 있다. 목책 사이로 난흙길을 걸어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짙푸른 색감의 야트막한 산을 향해 걷다 보면 배부터 꼬리까지 새빨간 고추잠자리가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시각과 청각의 기억은 비교적 선명한데 필경 햇살이나 기온도 무척 뜨거웠을 당시의 촉각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헉헉대는 힘겨움보다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만 잔잔히 일렁인다. 짐작건대 이것은 특정한 시공간의 기억은 아닐 것이다. 대략 늦여름에 치우쳐, 내게 ‘전형적으로 남은’, 아니 이런저런 이미지를 끌어모아 하나의 ‘전형으로서 남긴’ 여름 풍광이었을 듯하다. 요컨대 나는 여름을 그렇게 (기분 좋은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스케치북 앞면에 그려졌던 어느 서양화가의 풍경화라든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 뒤섞여 윤색해준 부분도 있을 테다. 단적으로 내 이런 기억의 일부는 <미래소년 코난> 등의
[정준희의 클로징] 또렷한 기억 속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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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굳이, 지금 다시 만들었을까. 요즘 신작들을 쭉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질문이 불쑥 튀어나온다. 오리지널 스토리의 부재는 영화업계의 유구한 전통이자 고질병이다.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어떤 방식이든) 검증된 소재에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 소설에서 코믹스로, 웹툰에서 웹소설로 시대마다 인기 IP는늘 영상화의 표적이 된다. 그마저 몇해 전부터는 곳간에 동이 났는지 아예 고전 클래식을 리메이크, 리부트하는 프로젝트가 부쩍 늘어났는데, 넓게 보면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여러 시도 중에서도 유독, 과거 성공한 영화를 다시 만들거나 이어 만드는 경우는 미묘하게 다르게 다가온다. 단지 인기 있을 만한 소재를 반복하는 것과는 다른 욕망이 슬쩍 끼어든다고 할까. 그 시절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가 묻어난다고 해도 좋겠다.
슬프지만 노스탤지어는 기본적으로 되돌아갈수 없음을 전제로 한 감정이다. 불가능함을 알기에, 더 그립고 애잔하고 애틋해지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전지적 관객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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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hzzzzs3e님이 쓴 유튜브 댓글에서 시작되었다. ‘간신히 겨우겨우 잘생겨진 그 위태로움.’ 개그우먼 엄지윤씨가 최근에 새롭게 내놓은 부케인 ‘엄지훈남’ 영상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엄지훈남’은 엄지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훈남 요리사가 주인공인 가상의 유튜브 채널 이름이다. 개그우먼이 연기하는 남자 캐릭터라고 하면 우스꽝스러운 남자 모습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엄지훈은 진짜 ‘훈남’이다! 도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영상에서 본 그대로를 묘사하자면 이렇다. 이마는 가리고 전체적으로 풍성해 보이는 올 블랙 커트 머리. 넓은 어깨가 돋보이는 블랙 셔츠, 셔츠를 걷어올린 손목에 자리 잡은 큰 사이즈의 시계, 웃을 때마다 얼굴을 다 가릴 정도로 큰 손, 무엇보다 188센티미터의 키. 꽤 큰 키를 빼고는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몇몇 남자 연예인이 바로 떠오르는 흔한 스타일이다. 엄지윤이라는 여성의 남자 흉내라고 하기에는 너무 훈남이라 다
[임소연의 클로징] ‘엄지훈남’에는 있고 ‘케데헌’에는 없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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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열린 문화강국네트워크 제4차 정책토론회에 참여했다. 실제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 중인지 들을 수 있는 귀한 배움의 자리였지만 내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AI가 스토리텔링 영상 콘텐츠의 미래가 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이는 더이상 유의미하지 않다는 게내 생각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조지 루커스가 말했던 것처럼 “당신이 마차를 타는 선택을 할 수는 있지만 자동차 시대가 오는 걸 막진 못한다” . AI가 인류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건 자명한 일이다. 다만, 그럴수록 엄밀한 구분과 방향성이 필요하다.
AI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표명되자마자 벌써 우후죽순 행사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AI가 마치 위기를 돌파할 마법의 열쇠처럼 오인되진 않을지 괜한 걱정이 든다. 한때 인터넷이 정보의 평등을 가져올 거라 낙관했고, OTT 스트리밍서비스가 영화의 아카이브를 제공할 거라 기대했지만 경험상 미래는 늘 예상과 다른 경로로 접어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미래와 미지. 가지 않은 길과 가지 않을 길을 구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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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이 좋다. <약한영웅> 시리즈는 최애작이고, <피라미드 게임>을 모티브로 이 지면에 칼럼도 썼다. 학생 정치는 어떤가. 주애령의 장편 동화 <승리의 비밀>과 <충영초 학생회를 지켜라>는 갓띵작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러닝메이트>에 빠졌다. 주인공이 러닝메이트를 제의받는 초반에, ‘러닝메이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순간이 기억났다. 전교 회장에 막 당선된 6학년 형이 5학년 부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내게 다가왔다. “너를 찍었다. 러닝메이트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는 않았다. 낙선 직후 정말 아까웠던 선거는 중2 때 실장 선거다. 1학년 실장 출신 넷이 붙었다. 투표마다 최하위를 떨어트리는 규칙이었다(다차 투표 형식의 선호투표제?). 이거 무슨 콘클라베도 아니고 5차까지 갔다. 나는 1차에서 2위, 2차와 3차에서 공동 2위였고(1학년 때도 담임이셨던 교사의 한마디, “누군가는 생각을 바꿔야 끝나”), 4차에서 한표가 줄어
[김수민의 클로징] 러닝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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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025년 6월까지 약 4200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6개월 동안 5천만명에 미치지 못했으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하반기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올해 1억 관객을 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였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2004년 1억 관객을 돌파한 이후 21년 만에 1억 관객이 어려울지도 모를 상황에 직면했으니, 시계가 무려 20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코로나 직전 규모였던 2019년 2억2천만명은 고사하고 1억2천만명이 극장을 찾았던 2024년과 비교해도 30% 넘는 하락세라는 점이 오늘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든다. 어떤 산업에서도 전체 시장 규모가 절반 이하로 내려간다면 산업의 기초를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변화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질문을 앞두고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절반이나 줄어든 관객수를 원상 복귀시킬 방법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코로나 직후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컵에 물이 절반 남았다.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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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 세계 어디라 할 것 없이 가지가지의 음모론이 판을 친다. 미국은 몇년 전 파충류들이 인류를 지배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주류 매체와 할리우드를 장악하고 있다는 ‘큐어논’ 이론이 창궐한 적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선거와 개표를 중국 공산당과 국내의 불순세력이 조작하고 있다는 부정선거론이 끈질기게 돌아다니고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어처구니가 없는 이런 조악한 음모론들이 이렇게 강력한 신봉자들을 계속 끌어당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들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자아낸 불평등 그리고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불안감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음미하고 생각해볼 점이 많은 이야기임은 틀림이 없지만 중요한 맹점도 있다. 이 음모론이 삶이 피폐하고 불안정한 그리고 ‘교육 수준이 낮은’ 하층계급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부정선거론을 외치는 집회 현장에 가보면 명품 옷을 입은 상류층들도 있고 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들도 많다. 가질 만큼 가지고 배울 만큼 배운 이들은
[홍기빈의 클로징] 변화의 속도와 음모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