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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사상고전의 신간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홍사현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니체 철학으로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는 홍사현의 ‘옮긴이의 말’까지 살뜰하게 읽을 만한 번역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초인’으로 번역되는 ‘위베르멘슈’ 같은 단어의 출처이자 철학 도서 입문자에게도 언제나 유효한 추천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창시자의 이름으로, 니체는 선악의 이원론을 창시한 자이자 도덕의 발명자를 전통 도덕과 전통 형이상학을 비판하는 설교자로 다시 등장시켰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스스로 오류를 인식하고 자신을 극복하는 인물로 형상화한다. 길을 떠난 차라투스트라는 곡예사, 마법사, 교황, 거지 등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덕, 몸, 읽기와 쓰기, 순결, 친구, 죽음, 구원 등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없다. 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이 책을
씨네21 추천도서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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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항상, 늘, 언제나, 어딘가에 흰색 에르메스 스카프 하나를 매고 있어요. 그건 그녀의 서명이나 마찬가지죠. 미란다 프리스틀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흰색 에르메스 스카프를 하고 다닌다는 건 다들 알고 있어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도시 전설 같은 비하인드를 적잖이 보유한 소설이다. 예를 들어 패션계의 최고 권력자이자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라는 것. 주인 공인 23살의 앤드리아는 작가의 ‘자캐’(작가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라는 것. 파리며 밀라노 등에서 펼쳐지는 패션쇼의 맨 앞줄에 앉은, 선글 라스를 낀 금발 단발머리 여성의 존재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알게 된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화려한 패션계에 발을 들인 앤드리아의 일과 삶, 사랑
씨네21 추천도서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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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를 펼치기 전에 어떤 기대가 있었다. 이번 시집에선 어느 부분을 받아 적어 두고 괴로울 때마다 꺼내 보게 될까. 그의 다섯 번째 시집 <지금 여기가 맨앞>에서는 외롭고 고독한 나, 숲과 별똥별과 저문 강을 상상하며 혼자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위안을 받았더랬다. 시인의 시가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지는지(둘 다 같은 말이지만 시인의 시에선 반복이 중요 하므로 여기서도 비슷한 말을 반복하련다)를 따라가는 것도 독자의 즐거움이지만 이상하게 이문재의 시에서만큼은 그가 여전한 것에 위안을 얻는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자연을 파헤치고 갈수록 강해지며 서로에게 무지해지는 세계를 근심한다. ‘우 리가 너무 늦게 왔거나 아니면/ 너무 일찍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다 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노약자석 옆에 서서 옛날 책을 읽을 때/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대학생을 볼 때/ 우리가 너무
씨네21 추천도서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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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 좀 필독, 페친 사이에서 공유되며 여러 번 눈에 띄던 신문 칼럼에는 반드시 이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한국 대학의 문제를 절감해 교수직을 사직하고 동네 사회학자라는 짧은 소개글로 활동 중인 조형근 칼럼니스트다. 지금은 동네 협동조합 책방의 조합원이 유일한 직함이라는 그의 글은 그 때문인지 거주하는 동네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이웃을 통해 느낀 바에 대해 쓴 것이 다수를 이룬다. <한겨레>의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를 찾아 읽던 구독자에게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그의 칼럼이 책으로 묶여나왔다는 것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다. 그의 글이 다른 칼럼들과 무엇이 다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 먹먹한 슬픔이 남는다는 것이다. 슬픔이 어떻게 다정하고 따뜻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의 숱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해법도 제시하는 지식인 칼럼들 중에서도 조형근의 글은 유독 다정한 온기를 지니고 있다. 그러고도 슬프다. 힘이 없어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지 못하는 이들을 향하
씨네21 추천도서 - <앎과 삶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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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경기에 창업을 택하는 건 큰일 날 소리라고 하는데, 사실 창업을 결심한 사람들이 정말 그걸 모를까.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영화 제목처럼 어쩔 수가 없는 상황에 내몰린 가운데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일을 무언가에 홀린 듯 덥석 저질러버리는 상황도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에는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돈 쓸 곳은 많은데 그만 실직한 남편과 앞날을 걱정하는 아내가 등장한다. 남편은 죽은 형이 남긴 군산의 땅이 ‘돈이 되는 땅’이라는 말에 솔깃한 나머지, 그곳에 적산가옥풍의 건물을 짓고 베이커리 카페를 열어서 돈을 벌자는 계획에 꽂힌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공간이 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서울 아파트 청약까지 포기하여 아내를 실망시킨다. 거기다 예전 같으면 하지 않을 탐욕스러운 짓을 벌인다. 토지 구매 대출금의 이자를 형수에게 떠넘기고, 공사비를 위해 전세금을 쏟아붓고도 모자라 부모님의 땅마저 담보로 잡아버린다. 아내는 남편의 변화가 낯설고 불안하다. 예감이 좋지
씨네21 추천도서 - <여기서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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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작품을 인정받으려면, 나아가 하나의 사조를 대표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카라바조처럼 범죄를 비롯한 여러 사건을 끊임없이 저지르면서 아슬아슬하게 탐미적인 작품을 남기다 39년 만에 세상을 떠난 화가도 있지만, 모네처럼 긴 시간을 살면서 당대에 세상의 인정도 받고 작업을 계속 이어간 성실한 공무원 같은 작가쪽이 아무래도 가능성이 클 것 같다. 겸재 정선은 후자에 속한다. 2001년 초판이 나온 <화인열전>에다 그간의 새로운 연구를 보태 새롭게 선보이는 조선시대 화가 시리즈의 첫 책 <겸재 정선>에 소개된 화가의 인생은 적어도 읽으며 크게 속상하거나 아쉬울 대목은 없다.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진경산수’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완성한 겸재는 가난하긴 해도 양반 집안 태생으로 주변에 그림 그리 기를 가르쳐줄 사람이 있었고 함께 그림을 감상할 사람들도 있었다. 30대까지는 특별한 이력이 없다가 40대에 들어서야 자그마한 벼슬 자리를
씨네21 추천 도서 - <새로 쓰는 화인열전 1-겸재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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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화인열전 1-겸재 정선> - 유홍준 지음 | 창비 펴냄
<여기서 나가> - 김진영 지음 | 반타 펴냄
<앎과 삶 사이에서> -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 이문재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로런 와이스버거 지음 |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 홍사현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 이 책들 정말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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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리학적 연구
후고 뮌스터베르크 지음 윤종욱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
D. W. 그리피스의 <인톨러런스>가 개봉한 해인 1916년에 출간된 영화에 대한 연구서로, 저자 후고 뮌스터베르크는 응용심리학자였다. 영화라는, 새롭게 시작되어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영상기술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살피는 과정은 연극과 영화를 비교하는 일로부터 출발하는데, 영화 바깥으로부터의 영화 연구서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영화는 공간, 시간, 인과관계라는 외적 세계의 형식을 극복하고 주의, 기억, 환상, 감정이라는 내적 세계의 형식으로 사건을 조정함으로써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런 대목들은 100년 전에도 지금도 변치 않는 영화의 본질적인 부분을 잘 짚어낸다.
오발탄
정종화 지음 앨피 펴냄
KOFA 영화비평총서의 신간은 <오발탄>(1961)을 다룬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 원의 이번 책은 “왜 우리라고 좀더 넓은 테두리, 법률선까지
[culture book] <영화. 심리학적 연구> <오발탄> <한국영화가 꿈꾼 복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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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의 계급적 과거를 탐사한 <랭스로 되돌아가다>의 디디에 에리봉이 이번에는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전후한 시간을 통해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으로 썼다. 그의 어머니는 1950년, 스무살에 한살 연상이었던 아버지와 결혼해 스물세살에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다. 결혼하고 55년이 지난 뒤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은 함께했지만 “난 두분이 서로 사랑하거나 존중하는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점점 거동하기조차 힘들어졌지만 자신의 쇠락을 인정하는 법이 없어 언제나 “내가 나아지면…” 또는 “내가 회복되면…”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마침내 요양원에 가지 않을 수 없게 되기까지. 이 책의 부제가 ‘어머니’로 시작하지 않고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가 생
씨네21 추천 도서 -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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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이자 의사이며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로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던 피터 F. 오스트왈드는 황금기 고전음악계의 여러 연주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는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도 25년간 알고 지냈는데, 글렌 굴드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긴 시간 암과 싸우며 <글렌 굴드>를 썼고 책의 출간을 보기 전 세상을 떠났다. <글렌 굴드>는 음악가 글렌 굴드의 커리어가 지닌 변곡점들을 훑는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연주 생활이 그를 병들게 하고, 연주보다 녹음에 열정을 쏟고, 피아니스트에서 프로그램 제작자로 역할을 바꾸고, 중년, 만년, 마지막 타격에 이르기까지의 날들을. 미셸 슈나이더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가 평론가의 시선으로(공교롭게도 그 역시 정신분석학자이기도 했다) 드라마틱하게 글렌 굴드의 음악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면, 피터 F. 오스트왈드는 그와 교류해온 시간을 통해 그의 삶을 보다 면밀히 방대한 양으로 기록했다. 어린 시절의 글렌
씨네21 추천 도서 - <글렌 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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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긴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를 만났다. 다이내믹한 여행 이야기나 들어보려던 내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외국 어딜 가도 한국만큼 재밌는 데가 없어. 특히 음식은 식음료는 서울이 최고야. 서울에 여행 온 사람들은 얼마나 재밌을까?” 어딜 가든 사람으로 넘쳐나서 기나긴 행렬에 줄 서야 하고, 출퇴근 교통난에 드높은 물가, 어딘가 화가 난 것 같은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치고 다니는 이 서울이 말이야? 의문이 들었지만 주문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그 말이 일부 이해가 됐다. 지금 서울은 확실히 상향평준화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도시다. 비단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혜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서울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관광지임에 틀림없다.
명실상부 도시전문가인 김진애 박사는 이미 1999년에 서울을 주인공으로 한 책 <서울성>을 쓴 바가 있다. 경기도에서 태어나 세살에 서울로 이사와 해외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 평생 서울에서 살아온 그는 서울이라
씨네21 추천 도서 - <이토록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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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배우의 히트 추천사를 따라 하자면, <나의 마지막 조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극 드라마, 왜 보냐. <나의 마지막 조선> 보면 되는데.”
고종이 즉위하기 전, 철종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뒤 조대비는 은밀히 흥선군을 만난다. 세찬 비가 쏟아지는 어느 밤, 허름한 차림으로 대비전에 들어서는 흥선군. 그와 조대비의 만남으로 시작하는 소설의 첫장을 읽다 보면, 두 사람의 기색과 눈썹의 미세한 움직임 그리고 그 뒤의 욕망까지 눈앞에 그려진다. 시대적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오고 가는 밀담과 그 곁에서 숨죽인 늙은 상궁의 눈초리만으로 파란만장한 이야기의 서막은 충분히 전달된다.
자가 된 뒤, 상선 남수중의 양자가 된 석호는 운명처럼 견습 내시의 길로 들어선다. 계파를 나누어 권력을 다투는 내시부에서 그는 모진 학대를 받으며 성장하고, 어렵사리 내시가 된 후에는 어린 나이에 왕이 된 고종을 지척에서 모시게 된다. 부친 흥선군과 대비의 압박
씨네21 추천 도서 - <나의 마지막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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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다 산에서 길을 잃고 고립된 세 친구, 그리고 우연히 만난 비슷한 처지의 낯선 남자. 네명이 동굴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죽음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에게 숨긴 비밀을 하나씩 공유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입을 연 낯선 남자 백산이 “사람을 죽인 적이 있어요”라고 말해버린다. 예상대로 죽음이 닥친다면 별일 없이 일이 끝나겠지만 이 사건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네 사람은 구조견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고, 정신을 차린 세 친구는 살인 경험을 고백한 그 남자가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다.
알아서는 안되는 타인의 비밀을 조난 상황에서 알아버린 도입부를 보면 일본 만화이자 영화로도 나온 <고백>이 생각나는데, 산장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고백>과 달리 <무덤까지 비밀이야>는 인물들이 일상으로 돌아온다.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세 친구는 고민에 사로잡히고, 무얼 믿어야 할지 모르는 가운데 선택에 떠밀린다. 백산은 정말 자기가
씨네21 추천 도서 - <무덤까지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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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있어 어떤 도시에 도착한 X의 앞에 펼쳐진 풍경. 거리는 화려하나 건물에 문이 없고 사람도 없어 어디든 들어갈 방법이 없다. 카프카가 떠오르는 이 부조리한 거리를 무작정 걷던 X는 소지품을 모두 잃고, 약속을 어쩌다 했는지 기억해내지도 못한다.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화려한 집들은 다 사라지고 더럽고 버려진 집밖에 없다. 길을 가는 행렬을 쫓아가지만 아무리 달려도 붙잡을 수가 없고, 결국 어둠에 휩싸인 채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걷게 된다.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의 세계는 아무 이유 없이 내게 적대적이고, 나를 한없이 힘든 상황으로 떠민다. 선 몇개로 구성된 애니메이션처럼 형태를 손쉽게 바꾸면서 새로운 고난을 자꾸 얹어준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악몽과도 같은 세계를 헤쳐나가는 경험과도 같은 이야기다. 어느 약국에 온 손님이 풍선처럼 둥근 손을 내밀자, 약사는 톱으로 손을 쓱싹 잘라낸다. 어떤 여자는 벤치에 앉아 있다가 행인들이 타조
씨네21 추천 도서 -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