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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 정세랑 지음 마음산책 펴냄
<세부 속으로> - 리디아 데이비스 지음 서제인 옮김 에트르 펴냄
소설가가 쓰는 글쓰기 책은 특별한 데가 있다. 많은 경우 그들은 글쓰기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조심스럽게 에두르며, 다른 작가의 말을 인용하는 일이 많다. 마지막으로는, 읽는 이에게 용기를 북돋우고자 한다.
정세랑의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는 작가가 세상을 읽는 법을 섬세하게 다룬다. 독자는 작가에게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화 상대인데, 수상할 정도로 양말 선물을 많이 받게 된 이유라든가 독자를 울리는 일이 잦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독자가 느끼는 지고의 기쁨과 관련되어 있다. 작가와 독자의 연결감은 연결되지 않았다는 데서 온다. 관련해서 ‘집필 외 활동은 얼마만큼 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빼놓을 수 없다. SNS나 대면 행사 등에 대한 고민은 단언컨대 그 둘을 아무리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에게라도 태산 같은 고민거리.
[culture book]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세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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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그 행복에는 나보다 연약한 존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무거운 의무까지도 포함항목이다. 반려동물과 살면서 느끼는 충만한 행복과 책임감, 다 아는 얘기를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같이 살아 보기 전엔 그 진의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개와 고양이와 식물과 같이 사는 것을 선택하고 그들의 생애주기를 끝까지 감내해본 사람만이 그 무게를 온전히 알 수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해 말해보자.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도리스 레싱이 쓴 유명한 문장 뒤에 김영글 작가는 자신의 반려묘가 주는 행복감을 소개한다. 반려묘 모래가 자신의 몸 위에 살며시 올라와 앞발로 꾹꾹 배를 누를 때, 녹두의 부드러운 뱃살을 만질 때, 요다의 사뿐한 걸음걸이와 앞발을 살짝 꼬리로 감싸는 아름다운 곡선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얼마나 충만하게 차오르는지 모른다고. 자기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쓰는 일을 열줄 미만으로 그치다니, 열장은 쓸
씨네21 추천도서 - <반려인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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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세르의 장편소설 <호피무늬 모자>는 한권의 책이 전부 파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파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묘사임에도 이 책을 다 읽어도 우리는 파니가 그래서 결국 어떤 사람이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파니가 돌발적인 행동을 하고, 변덕스러운 인물이라서이기도 하지만, 때로 지나치게 자세하고 정성스런 묘사는 그 촘촘한 구체성 때문에 대상의 총체를 보기 어렵게 만든다. <호피무늬 모자>는 화자가 파니를 바라보는 시선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자는 말 그대로 화자(서술자)다. 파니처럼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화자는 그저 파니의 친구로만 이 책에서 존재 가치가 있으며 파니에게 마구잡이로 휘둘리면서도 계속 파니의 곁에서 그가 생의 의지를 이어가기만을 기도하는 존재다. 그러나 우리는 금세 알 수 있다. 파니의 모든 행동은 과거형으로만 존재한다. 화자가 두개골을 열어 그 고통의 연원을 속속들이 알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파니는 더는
씨네21 추천도서 - <호피무늬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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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브르통이 쓰고 문학평론가 황현산이 옮긴 <초현실주의 선언>에서 가져온 ‘소량 현실’이라는, 거창한 듯 소박한 듯한 제목을 가진 시를 읽는다. 아름다움은 폐허와 자주 혼동되고, 모조 지구에서는 여름에 폭설이 내리는데, 우주에서 날아오르기 위해 새들은 없는 날개를 꺼내야 한다. 앙드레 브르통은 죽었고 황현산도 죽었고 초현실주의는 현실에 발 딛고 있어서, “우리가 듣는 음악은/ 우리 안에서 흘러나오는 거야/ 네가 지금 보는 풍경이/ 너의 오랜 후년에 떠오르듯이”라는 시의 도입부를 이해할 것 같다는 착시로 이끈다. 없는데, 있습니다. 가능한데,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시가 작동하는 방식.
하재연의 네 번째 시집 <인간이라는 환상처럼>이 출간되었다.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 데뷔하고 2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하재연은 시집 <라디오 데이즈><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을 펴냈는데 시집
씨네21 추천도서 - <인간이라는 환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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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걷다 어딘가 아는 얼굴 같은 사람을 마주친다. 어쩌면 그 사람일까 생각하다 보면 상대는 바쁜 현대인답게 금방 사라져가고, 뒤늦게 깨닫는다. 아, 시간이 흐른 만큼 내 기억 속의 얼굴은 그냥 과거일 뿐이고 지금은 달라져 있겠구나. 그렇게 회상에 빠지고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시점에서 얼마나 달라져 있나 깨달으며 멜랑콜리해지고, 동시에 과거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아쿠아리움>은 그해 여름, 어머니와 함께 어디든 같이 다닌 기억을 이야기한다. 그때는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어른이 된 나는 안다. 아버지와 헤어지고 직장까지 잃은 어머니가 여름방학에 아홉살짜리 아이를 집에 차마 혼자 둘 수 없었기 때문에 데리고 다녔다는 것을. 동네의 작은 물고기 가게에서 예쁜 열대어를 구경하며 거대한 아쿠아리움을 꿈꾼 아이에게 현실은 생각보다 더 잔혹했지만, 가게가 망한 후에도 물고기를 돌본 주인의 마음처
씨네21 추천도서 - <굴과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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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하철역 근처 분식집에서 저녁을 해결한 적 있다. 많은 사람이 앉았다 일어나고 ‘배달의민족, 주문’ 알림음이 귀 아프게 울리고 음식이 계속 나왔다. 자주 열리는 문 사이로 거리의 소음이 들어오고 날벌레도 돌아다니는 와중에 가게에서는 애절하기 그지없는 90년대풍 발라드를 틀었다. 비탄에 빠져 절절히 흐느끼는 그 노래가 지친 직장인의 맵고 달고 짠 저녁 한끼에 희한하게도 어울려서,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하고 있을 때 <펑펑>을 읽게 되었다.
<펑펑>은 할 말이 많은 책이다. 90년대 솔로 가수 돌풍에서 시작해 아이돌 전성시대를 거쳐 케이팝이라는 단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202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가 저자에게는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내는 시간이었고, 케이팝과 하나되어 슬픔을 해소한 시간이었다. 케이팝은 머리 염색이나 손짓 하나까지도 기획의 손길이 들어간다. 컴백곡 앞에서 팬들은 말 그대로 깨알 단위로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실력과 인성을 따지고 코디를
씨네21 추천도서 -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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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 복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굴과 모래> - 주영하 지음창비 펴냄
<인간이라는 환상처럼> - 하재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호피무늬 모자> - 안 세르 지음 송원경 옮김 문학동네 펴냄
<반려인의 하루> - 김영글, 안희제, 정우열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6월의 책 - 독서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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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우리는 이곳 ‘문화의 알프스’에서 요들송이나 부르고 있었는가?” 작품을 재치 있게 ‘까는’ 것으로 정평난 평론가 안드레아 롱 추가 평론가를 평론하는 글로 <권위>의 문을 연다.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정치의식은 쉽게 상품화되며, 현재주의의 허영은 모두를 갉아먹는다. 책상을 쾅쾅 두드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들에서 중요한 전제는 “모든 진정한 권위의 비밀은 돈에 있다”. 비평이 처한 위기를 진단하면서도 돈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돈이 진실을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보장받는다는 일이 창작만큼이나 평론에서도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강조다.
안드레아 롱 추는 특정 작가들을 ‘저격하는’ 비평을 쓴다고 말해진다. 안드레아 롱 추는 그런 말을 듣는 데 불만이 없다(“어째서 서평이 개인적이어서는 안되는가?”). 숏폼 플랫폼에서 책을 읽은 독자들이 표지사진처럼 우는 영상을 올리는 화제성으로 바이럴을 타며 ‘끌올’된 한야 야나기하라의 <리틀 라이프>에 대한
[culture book]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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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되기 위해 대상을 온전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비드 린치 영화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그랬다. 그의 비밀과 꿈, 환상과 비틀린 현실은 이해를 넘어서는 매혹을 불러일으켰다. <꿈의 방>은 데이비드 린치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대기적으로 나란히 두고 당신의 이해를 돕는 책이다.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가 린치의 주변 인물 100여명을 인터뷰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집필한 <꿈의 방>은 린치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한 회고록이자 평론가가 취재를 통해 완성한 전기가 된다. 여러 면에서 재미있는 책이다. <이레이저 헤드>를 완성했지만 칸영화제 출품도 뉴욕영화제 출품도 거절당한 뒤 “나는 할리우드의 핵심에 들어갈 준비가 됐어. 변두리를 전전하는 건 이제 신물이 나”라고 했다는 대목에서는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 적은 없어도 제대로 일이 돌아가는 바닥에서 일을 도모하고자 한 린치의 욕망이 느껴진다. <엘리펀트 맨>을 만들던
씨네21 추천도서 - <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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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매일이 무탈하도록 공들여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부가 있고, 급식 노동자가 있고, 청소 노동자가 있고, 노동 변호사가 있으며, 요양보호사, 배우,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어떤 일은 창작이라고 불리며 노동 취급을 하지 않아 생업으로는 오히려 어려운 일이 되는가 하면, 어떤 일은 그림자 취급을 받아 아무리 공을 들여도 제대로 인정을 받기 어렵다.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 <생업>은 그 지난하고도 어려운, 보람되지만 만만찮은 생업의 순간들을 길어올린다. 하나하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와 같다는 인식이 저절로 찾아온다.
스물일곱에 귀향한 ‘전업 농부’ 김후주씨가 말하는 청년 승계농의 어려움은 단순히 농사일의 어려움만으로 말할 수 없다. 승계농, 후계농들이 농사를 중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족간 갈등이라는데, 일은 하고 돈을 제대로 못 받아서다. 그래서 ‘금호미’라고 불린다. “금호미는 일을 안 하면 거지가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
씨네21 추천도서 - <생업(生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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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읽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페이지에 그림이 전부고 글자는 몇줄 되지 않으니 쓱쓱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같은 그림책을 더 풍성하게 읽어내는 방법이 있다면 솔깃할 수밖에. 김소영 작가의 <숨은 어린이 찾기>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시작해 어린이를 위한 독서 교실을 오래 운영해온 저자의 즐거운 책읽기를 담은 에세이다. 어린이의 사소한 순간을 크게 보여주는 장면을 곰곰이 뜯어보고 기쁨이 탄생하는 순간을 발견하거나(<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 바느질로 표현한 새가 날아가는 모습에, 강아지의 졸린 눈에 경탄하거나(<나는 매일 그려요: 꼬마 무 지개와 구름 강아지>), ‘가짜 뉴스’의 시대에 ‘소문’ 대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그랬구나!>) 하는 대목들을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책만큼이나 현실의 자그마한 좋은 일들이 팡팡 소리를 내며 느낌표와 함께 폭발하는 느낌을 받는다. 성실한 독자
씨네21 추천도서 - <숨은 어린이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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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의 각 시 제목들에는 대부분 ‘그’라는 지시관형사가 달려 있다. 그 파란 차, 그 당나귀, 그 염소, 그 구조물, 그 아파트와 같은 식이다. 그러니까 실재하는 파란 차의 보편성, 실제 염소를 정의할 때 설명하는 말, 우리가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공통적인 성격 같은 것은 이 시집에서 그다지 중요치 않다. 시인 김유림이 본 파란 차, 시인이 본 구조물, 시인이 설명하고자 하는 아파트, 시인이 본 시점의 바다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시집 제목처럼 이 시집의 시들은 모두 시인이 탐구한 새로운 단어의 설명, 시인이 만든 세계의 단어 사전과도 같다. 시집에 대한 소개글 중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경관의 발명’에 대한 글이 무엇보다 적절한 예시이다. 곰브리치는 “알프스의 경관은 산맥의 파노라마를 보여주는 회화보다 앞서 존재한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발견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알프스를 그린 회화가 있었기에 알프스의 풍경이 발견됐다라는 주장이다. 그 산이 거기 있었기에
씨네21 추천도서 -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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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고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극심한 빈곤에 놓인 194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에 사는 소년이 매일 하는 일은 쓰레기장에서 누더기를 거둬 노점으로 가져가 파는 것이다. 공산당 여성 조합원 주도로 남부의 가난한 아이들을 북부의 여유로운 집에 보내 돌봐주는 정책이 시행되고, 아메리고 역시 기차를 타고 북부로 향하게 된다. 동네 사람들은 아메리고의 엄마에게 ‘아들을 팔아먹는다’고 비난하지만, 더는 아이를 굶길 수 없었던 엄마는 “그곳에 가면 아이가 배불리 먹고 토실토실 살이 찔 거”라는 말을 믿고 북부로 가는 기차에 아들을 태운다. 전쟁과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진 가난과 북부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돌봄은 이 책의 먹먹한 감동 포인트다. 보상 없는 나눔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즘 세태에서는 남의 집 아이를 대가 없이 돌봐준다는 그 시절 정책을 선뜻 믿기 어려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아이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는 것은 아닌
씨네21 추천도서 - <칠드런스 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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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스 트레인> - 비올라 아르도네 지음 김희정 옮김 문학동네 펴냄
<탐구> - 김유림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숨은 어린이 찾기> - 김소영 지음창비 펴냄
<생업(生業)> - 은유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꿈의 방> - 데이비드 린치, 크리스틴 매케나 지음 윤철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5월의 책 - 숨은 재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