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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일, 송희지, 신이인, 양안다, 여세실, 임유영, 조시현, 차현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시를 쓰고 읽는 것에 있어 살필 것들이 있다. 시를 쓰고 읽는 얘기에 관해 쓰는 사람과 그것을 읽겠단 사람. 그들이 각각 취할 수 있는 태도. 시가 자리할 수 있는 지면이나 스마트폰, 태블릿, 누군가의 머릿속, 누구들의 입술 사이… 그런 매개체 중 하나를 고른다면. 나의 눈과 손은 어떤 위치에 어떤 자세로. 어떻게 있을까. 물음이 끊이질 않는다.” <시 보다 2024>에 실린 차현준의 시작 노트 도입부다. <시 보다 2024>에 대한 출판사의 책 소개에는 “한국 현대 시의 흐름을 전하는 특별 기획”이라고 되어 있는데, 오늘의 한국 시를 만날 수 있는 시 앤솔러지 기획이다.
“여기서부터 당신이 살던 행정구역이 낯설어집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또박또박 읽어보다가// 뒤를 돌아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표지판이 눈앞에서 멀어질 때// 두툼한 보조 배터리를 한 손으로 말아 쥔
씨네21 추천도서 - <시 보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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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신용목, 조해진, 반수연, 안보윤, 강태식, 이승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종소는 후배의 출판사에 가서 일을 도왔다. 출판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말을 후배가 어렵게 꺼낸 지난달까지는.” 겸임교수로 8년을 일했지만 임용에 실패한 뒤 대학교와 연결된 리듬이 불규칙해지며 경제적 사정도 예외 없이 나빠진 종소는 어머니와 살고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노인 우울증에 걸렸는데, 알고 지내는 후배의 말을 들은 그는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는 은은한 불안에 휩싸인다. 카페를 운영하는 영주는 아들이 학교에서 ‘압사 놀이’를 주도해 체구가 작은 학생을 기절시킨 사건과 관련해 학교를 방문하는 일을 남편과 논의한다. 아들 상현의 말에 따르면 “영상에서 본 참사 사건을 흉내내보고 싶었고 겨우 그 정도로 사람이 쓰러질 줄은 몰랐다”고. 영주는 카페에 자주 오는 손님을 본 남편이 하얗게 질리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 손님이 바로 종소이고, 영주의 남편은 종소의 임용을 방
씨네21 추천도서 -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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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지음 창비 펴냄
상하이를 대표하는 작가 장아이링은 영화 <색, 계> <붉은 장미 흰 장미>의 원작이 된 소설들을 썼다. 그는 마치 <색, 계>의 이야기처럼 친일파 후란청과 사랑에 빠져 중국을 뒤흔든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이욱연은 <홀로 중국을 걷다>에서 이 이야기를 전하며 장아이링의 단편소설 <봉쇄>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전한다. 일본의 공습으로 공습경보가 울리고 일상이 멈춘 순간, 일상의 삶에 억눌린 채 의식의 수면 아래 잠재돼 있던 무의식 세계의 욕망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초면인 삼십대 남성과 이십대 여성은 서로에게 강렬한 사랑을 느낀다. 봉쇄가 풀리기 전까지. 짧은 소설 한편이지만 역사와 사회를 두루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지점들에 대해 지역별로 풀어가는 책이 바로 <홀로 중국을 걷다>이다. 이 책은 특히 일제강점기에 다양한 이유로 중국 땅에 살았던 중국의 조선인들 이야기를 자세하게 서술하는데,
씨네21 추천도서 - <홀로 중국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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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비채 펴냄
<영매탐정 조즈카>의 속편.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행하는 여러 행동까지 자세하게 보여준 뒤, 범죄가 완벽하게 은폐된 듯한 상황에서 사건을 파고드는 영능력자 여성이 등장해 본격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전개로 이어지는 도서 미스터리(도서 미스터리라서 책 제목이 ‘인버트’다) 연작이다. <구름 위의 맑은 하늘> <포말의 심판> <신용할 수 없는 목격자> 등 세편이 실려 있다. <구름 위의 맑은 하늘>은 프로그래머 고마키 시게히토가 오랫동안 원한을 품고 있던 동창이자 회사 대표인 요시다 나오마사를 살해하면서 시작한다. 목욕을 하다가 미끄러져 사망했다고 위장한 뒤 자신의 알리바이까지 착실히 만들어둔 고마키는 옆집에 이사 왔다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저, 피곤하실 텐데 죄송합니다. 옆집에 이사 온 조즈카라고 해요.” 고마키는 옆집에 이사 왔다는 여성에게 마음이 설렌
씨네21 추천도서 - <인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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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트> -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비채 펴냄
<홀로 중국을 걷다> - 이욱연 지음 창비 펴냄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 조경란, 신용목, 조해진, 반수연, 안보윤, 강태식, 이승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시 보다 2024> - 박지일, 송희지, 신이인, 양안다, 여세실, 임유영, 조시현, 차현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0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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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돌아보지 않는 법을 아는 캐릭터를 언제나 부러워해왔다. 현실에 주저앉지 않는 법, 실망하지 않는 법에 대해서라면 얼마든 자기 계발서를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만으로 무력감만이 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에 수렴하는 문제인 것만 같아서. <그레이트 서클>은 모든 것이 ‘나’에 수렴한다는 자기 인식으로 세상 끝까지 날아오르는 이야기다. 거침없고 대담하게.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거대하게 상상할 줄 알았던 두 여성의 이야기는 소설 속 문장을 빌리면 당당한 선언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펼쳐지고 또 펼쳐지며, 언제나 끝이 없다. 하나의 선, 하나의 원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앞을 바라본다. 수평선이 있다. 뒤를 본다. 수평선. 지나간 것은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의 나는 미래에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소설의 제목인 ‘그레이트 서클’은 구 위에서 그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원을 의미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그레이트 서클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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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것은 커다란 수수께끼 중 하나다. 우리가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몇분 만에 알게 되는 걸까?” 핼은 영국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16살 소년이다. 핼은 어릴 때 TV에서 두 소년이 나오는 영상을 보았다. 둘은 아서왕의 돌에 칼을 간 뒤 서로의 손을 긋고 두 피를 섞어 맹세한다. “이제 우리는 영원한 단짝 친구야.” 핼은 이때 이후로 언제나 충실하고 서로의 곁을 지켜줄 단짝 친구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내게도 언젠가 그런 친구가 나타날 거야. 그 경이로운 운명은 어느 날 갑자기 핼의 앞에 나타난다. 핼이 탄 요트가 폭풍에 휩쓸리자 바다에서 갑자기 나타난 배리가 그를 구해주고 집에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고 따뜻한 음식을 먹인다. “너는 어디서 나타나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거야”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짧은 시간 핼은 배리와 뜨거운 애정을 나누게 된다. 여름에 만난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고작 7주였다. 16살의 여름,
씨네21 추천도서 -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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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지음 비채 펴냄
디저트를 언제 먹더라. 단것을 무지 좋아해 고속노화의 길을 향해 스피드를 올리고 있는 내 경우에는 단것을 혼자서도 찾아 먹지만, 대부분은 누군가와 식사 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음료와 함께 찾아 먹을 것이다. ‘디저트를 소재로 단편소설을 써주세요’라고 청탁을 받았을 5명의 작가를 상상해봤다. 원하는 디저트를 하나씩 결정하고, 이 디저트를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작가가 디저트를 테마로 완성한 단편소설 앤솔러지 <녹을 때까지 기다려>는 그렇게 탄생한 소설집이다.
누구에게나 최애 디저트가 있을 것이고, 하나의 디저트로 소설을 써야 한다면 어떤 디저트를 선택할까. 오한기는 초콜릿을, 한유주는 이스파한을, 박소희는 젤리를, 장희원은 사탕을, 이지는 슈톨렌을 소재로 썼는데 각기 다른 디저트의 종류만으로도 작가의 개성이 보이는 듯하다. 이것이 소설인지 에
씨네21 추천도서 - <녹을 때까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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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책 제목을 읽고 나는 순간 다소 경박하게 소리내 웃고 말았는데, 영화 제목 <헤어질 결심>이 (<헤어질 결심>의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집 제목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으로 바뀐 언어유희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집의 제목은 ‘나는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만들었는가’의 맥락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있지?’처럼 경악을 동반한 질문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게,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한 거야, 혹은 만든 거야? 박찬욱 감독이 쓴 서문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은 팬데믹 기간을 관통하여 2022년 5월 경기도 파주에서 완성되었는데, 그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찍은 사진들 중 일부를 골라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에 실었다고 한다. “내 주장에 의하면 모두 제작 현장 사진이다.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만들까 대개 그 생각만 하던 때였으니 어디를 가나 내게는
씨네21 추천도서 -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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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지음 창비 펴냄
할 말이 없다는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뜻은 아닌데, 할 수 있는 말을 고르는 게 적잖이 괴로워서다. 이 괴로움은 나의 몸 안에서부터 솟아오르기도 하고 바깥을 향하는 시선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침묵 속에서 잠잠히 마음을 놓고 있는 편이 좋게 느껴지는 상태다. 그러다 보면 어라, ‘이 상태를 좀 좋아하는지도?’라는 깨달음에 도달하기도 한다. 내 안에 고여 있는 언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썩 괜찮은 기분을, 박연준의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을 읽으며 느꼈다. 시인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인 박연준의 새 에세이다.
“골동품과 유실물은 같은 공간에 담긴다. 서로를 노려본다. 낡아가는 일과 잊히는 일 중에 무엇이 더 나쁜가 생각한다.”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눈길이 가는 단어들은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다. 맨 처음에 등장하는 시간은 새벽이다.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4등분되어 존재
씨네21 추천도서 -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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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박연준 지음 /창비 펴냄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지음 /비채 펴냄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든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레이트 서클1, 2> 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9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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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 지음 창비 펴냄
현대예술가이자 퀴어적 존재로서 다양한 글쓰기를 해온 이반지하의 세 번째 단독 저서. 이번에는 ‘공간’에 대해 다룬다. 주제로 삼기엔 너무 광범위한 개념을 담은 단어일까? 책은 “완전히 열려 있어도, 한 귀퉁이만 닫혀 있어도, 어디로도 통하지 않는 길, 서로를 연결하는 길”도 공간이라고 말한다. 집, 직장, 사회복지 내지는 규범 모두가 포함될 수 있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미흡한 폐쇄성으로 정의되는 넓은 의미의 공간에 대해 느슨하게 연결된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작가는 고정된 공간에 속해서 정착하고 가꾸고 안주해본 적이 없다. 머물던 곳에서 도망치고 다른 장소로 이주하는 삶은 결혼이라든지 매끄럽게 설계된 독립과 무관하며 ‘작품’이라 부르는 짐더미를 이고 지고 사는 예술가인 그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글쓰기의 괴로움을 토로하고 매일 먹는 도시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친구에게 받은 에드바르 뭉크 인형의 위치를 고민하는 그의 글에
씨네21 추천도서 -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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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비채 펴냄
눈빛만으로 남자를 죽인 여자. 그리스신화 속 괴물 메두사는 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돌로 변하는 괴물로 묘사된다. 고르고네스 세 자매 중 유일하게 불사신이 아니다. 때문에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려 죽는다. 메두사의 이미지는 많은 대중문화에서 차용되어왔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메두사가 주는 공포를 남성의 거세 불안과 연결시켜 논의하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당신이 알고 있던 메두사다. 제시 버튼은 기존 신화에서 벗어나 메두사가 그의 언니들과 바위섬에 살던 시절부터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이미 아테나의 저주를 받고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 상태다. 어느 날 난생처음 보는 아름다운 남자, 페르세우스가 배를 타고 섬에 나타난다. 평생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렸고 이젠 머리카락 대신 뱀을 갖고 있는 그는 차마 남자 앞에 나타날 수 없다. 메두사는 남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조심스럽게 교감을 시도하며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씨네21 추천도서 - <메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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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성 지음 나비클럽 펴냄
<계간 미스터리>와 한국추리문학상 수상작품집 등 한국 미스터리 소설들을 다수 펴내는 나비클럽에서 <추리소설로 철학하기>에 이은 또 한권의 미스터리 비평서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가 출간되었다. <곡성> <파묘>와 같은 오컬트 호러부터 <선재 업고 튀어> 같은 멜로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장르가 미스터리와 연결되어 전개되고 해석된다. 미스터리는 어떻게 모든 서사에 침투하는 힙한 장르가 되었을까. “무균실을 지향하는 세계에서 미스터리는 분명 유해한 이야기다. 미스터리는 언제나 선을 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의 플롯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우선 범죄를 구성하고 범죄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미스터리는 범죄를 매개로, 사회에서 촉발되는 다양한 유해함의 상상력을 다룸으로써 ‘유해한 이야기’를 넘어서는 ‘유해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현재 성공적인 한국 콘텐츠들의 공통점으로 미스터리 장
씨네21 추천도서 -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