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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속도보다 1.7배 빠른 속도로 지구의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만일 모두가 일반적인 미국인처럼 소비한다면 1.7배는 5배가 될 것이다. 그건 마치 매년 연봉을 전부 써버린 다음, 자녀에게 물려주려 했던 저축액에서 연봉의 절반 이상을 꺼내 다 써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J. B. 매키넌의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가 극단적인 사고실험을 시작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쇼핑을 멈춰야 하지만 멈추지 못하는 소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세상이 쇼핑을 멈추는 날’을 가상으로 보도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매키넌은 현 상황을 짚어가는 작업부터 시작하며 미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에콰도르의 소비자 생활방식을 탐사하고(이 책에 따르면 만일 모든 인구가 현재 한국인처럼 사는 한국 행성이 있다면 4개 이상의 지구가 필요하지만 에콰도르 행성에서 산다면 딱 지구 한개면 충분하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일요일 쇼핑
씨네21 추천도서 -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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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여자들이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둔 부정한 기운”을 가진 여자들이 마녀의 집을 찾아 온갖 하소연을 쏟아내고 해결책을 구한다. “자신의 기구한 운명, 육신의 고통과 불면증, 꿈에 나타난 죽은 식구나 친척, 산 사람들과 티격태격한 일, 아니면 돈-거의 대부분은 돈 문제”에 대하여. 마녀에게는 제대로 돌보는 법이 없는 딸이 하나 있었고, 마녀가 죽은 뒤 딸은 어머니의 지위- 마녀- 를 물려받아 어머니가 해온 역할을 이어가던 어느 날 살해된다. 멕시코에서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라크루스주의 한 마을에서 마녀가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는 소설인 <태풍의 계절>은 어둡고 슬프며,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총 8장으로 이루어진 <태풍의 계절>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여러 이유로 자기 자신만 돌보기도 지독하게 벅찬, 혹은 약물에 절어 있어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이 인물들 대신
씨네21 추천도서 - <태풍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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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용 소극장 무대 한가운데서 시체가 발견된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연극 활동을 병행하던 젊고 잘생긴 남자가 피해자다. 유서가 발견됐으며 피해자가 죽음을 암시하는 전화 통화를 한 기록이 남아 수사 방향은 자살로 향한다. 한편 사건 보고서를 읽던 오 형사는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피해자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의 수상작 <그날, 무대 위에서>는 형사과장이 시체가 발견된 연극 무대를 자세히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객석을 비추는 빛과 주검 위로 쏟아지는 푸른색과 보라색 빛, 피해자의 차림새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품들, 소극장에서 연극 무대로 향하는 계단과 동료 연극인들의 발걸음까지 선연하게 그려지는 묘사는 읽는 이가 마치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한국추리문학상은 그해 발표된 단편 추리소설 중 한편에 ‘황금펜상’을 수여해왔다. 2022년 수상작품집은
씨네21 추천도서 -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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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기사 읽기를 즐긴다. <씨네21>에도 다양한 기획의 대담 기사가 실리는데 보통의 인터뷰와 대담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나의 점으로 대화가 모이지 않고 목적 없이 넘실대는 말의 틈새에서 저마다의 진의를 파악하는 재미? <뒤라스X고다르 대화>는 장뤽 고다르,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작품 세계를 구축한 후 성사된 만남에서의 대화를 글로 엮어낸 것이다. 1997년, 1980년, 그리고 1987년 세번에 걸쳐 진행된 뒤라스와 고다르의 대화는 서로의 작품 세계를 염탐하듯 시작한다. 뒤라스와 고다르 모두 연출자이기에 각자의 최신작에 대한 소회로 문을 연 대화는 점차 물감이 강물에 퍼지듯 마구잡이로 확대된다.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한 견해 차이를 거쳐 영화와 텔레비전, 당시 활동 중이던 다른 예술가들의 근작에 대한 소회, 문화와 대중에 대한 견해, 영화 이미지 재현의 방식,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등 대화는 파편처럼 이리저리 튄다. 가식적인 존중과 배려보다는 대담하고 솔직하게 드
씨네21 추천도서 - <뒤라스×고다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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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의 김나지움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는 비 오는 어느 날 출근길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한 여성의 목숨을 구한다. 모국어가 “포르투게스”라는 여성의 대답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 그는 시계처럼 정확하고 실수 없던 일상을 버리고 충동적으로 리스본을 향한다. 원래는 컬러텔레비전의 생생함도 참지 못하고, 너무 빨리 새로운 세계로 인간을 안내한다는 이유로 비행기 여행도 싫어하던 사람이었으니, 엄청난 일탈이다. 그레고리우스의 손에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구한 아마데우 드 프라두라는 포르투갈 작가의 매혹적인 책 <언어의 연금술사>가 들려 있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레고리우스는 원래 쓰던 두꺼운 안경을 실수로 깬 다음 새로운 안경을 맞춘다. 가볍고 날렵한 새 안경으로 선명하고 강렬한 세상을 어색하게 바라보는 그레고리우스의 모습은, 기존의 삶과 이별하고 프라두라는 아름답고 낯선 존재의 삶을 들여다보는 리스본에서의 여정을 은유한다. 학창 시절의 프라두는 진부한 언어 사용을
씨네21 추천도서 - <리스본행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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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2018년 2월에 열린 고 노회찬 의원의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의 강의를, 2023년이 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사뭇 새롭고 묘하게 다가온다. 5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우리 사회는 그동안 다이내믹 코리아답게 많이 변했다. 강의를 시작하며 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마무리된 2016년의 촛불집회가 사회적 불평등 및 이로 인해 발생한 불공정으로 촉발되었다고 지적한다. 상위 2%의 소득과 하위 90%의 소득 격차가 점점 커지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강원랜드 사례처럼 불법 채용이 버젓이 일어나는 사회가 한국 사회라는 것이다. 노 의원은 권력에 관대한 사법부를 비판하며 권력층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과연 이 사회가 권력층 봐주기에 비판적인 입장인지, 더 큰 이익 앞에서는 적당히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노동문제 전문가로서
씨네21 추천도서 - <우리가 꿈꾸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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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_노회찬 지음
리스본행 야간열차_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뒤라스×고다르 대화_마르그리트 뒤라스, 장-뤽 고다르 지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_김세화, 한새마, 박상민, 김유철, 홍정기, 정혁용, 박소해 지음
태풍의 계절_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_J. B. 매키넌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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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운동과 식단 관리로 예쁜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남기는, 보디프로필에 도전하는 친구가 내 주변에도 있었다. 귀동냥하니 운동만큼 사진 촬영이 중요해 전문 스튜디오가 따로 있으며, 단기간에 보디프로필용 몸을 만들어주는 유명 트레이너들은 예약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촬영 전날에는 물만 마신다는 ‘보디프로필용 식단’을 보니 건강과는 이억 광년 떨어져 있다 싶지만, 자기 계발의 연장선에서 성취를 찾는 이들을 욕할 순 없다. 운동과 근육량 증진이 병행되는 보디프로필을 프로아나와 동일선상에 둘 순 없지만, 프로아나 도전기를 기록한 SNS 글에서 동시에 읽히는 것이 바로 이 몸을 통제함으로써 따라오는 자기 효능감이다. 살이 빠진 후 달라지는 주변 반응에 도취한 감각도 읽힌다. 자기 관리라는 미명하에 우리 몸은 우리 것이 아니게 된다.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에게 이상형을 물으면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 답하고, 혹여 외모가 아닌 커리어 이상형으로 읽힐까봐 “뚱뚱한 사람은 게을러 보인다”고 당당
씨네21 추천도서 -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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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는 모두 우리말로 ‘우주’라고 번역된다. 무엇이 서로 다른가. 각 단어를 어디에서 들어보았는가?” ‘우주의 이해’라는 교양강좌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이 낸 퀴즈다. 수업 진도를 나가기 애매한 첫 시간에 천문학이 낯선 타 과 학생들에게 교수는 퀴즈를 냈다.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쓰려니 아리송하다. “왜 우리는 OO를 안드로메다로 보낸다고 하는가.” 이 퀴즈의 답은 또 무엇일까. 예제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천문학자 심채경이 강의 시간에 낸 퀴즈이고, 그 정답과 학생들이 제출한 기발한 답변은 책에 수록되어 있다. 뉴턴에게 영감을 받았다거나 어릴 때부터 원대한 꿈을 품고 천문학자의 길을 걷게 된 건 아니라고 그는 소개한다. 천문학자는 어떤 에세이를 쓸까. 학계의 어려운 용어가 아닌 심채경의 언어로 천문학자이자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이고, 박사이자 강사이기도 한 일상을 별들이 궤도 운동한다. 심채경 박사가 출연 중인 tvN
씨네21 추천도서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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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소설 입문작으로 추천할 때도, 베스트 웹소설을 꼽을 때도 <전지적 독자 시점>은 늘 첫손에 꼽힌다. ‘문피아’ 누적 판매 1위, ‘네이버 시리즈’ 누적 다운로드 1억건, 웹툰화 즉시 ‘네이버 웹툰’ 1위 등극,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영화화 계약 기록도 눈길을 끌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내려놓기 어려운 속도감과 재미가 <전지적 독자 시점>이 완결까지 꾸준히 사랑받게 만든 매력이다. 주인공 김독자는 10년간 연재된 3149화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을 끝까지 읽은 단 한명의 독자다. 김독자는 중학생 때부터 대기업 계열사 계약직 직원이 된 오늘날까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충실한 독자로 이야기를 따라왔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김독자. 그런데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변이 발생한다. 그동안 읽어온 웹소설 속 상황이 펼쳐지는 것.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씨네21 추천도서 - <전지적 독자 시점 Part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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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가 쓴 프랑수아 트뤼포의 평전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초판에 이어 한상준 번역가가 불명확한 표현과 오역을 꼼꼼히 재검토하고 수정했으며 정성일 평론가가 새롭게 쓴 추천의 글이 담겼다. 이 책은 트뤼포의 편지와 일기를 포함해 그가 남긴 무수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일기장, 연애편지, 친구와 주고받은 서신, 업무 서한, 스크랩 기사와 사회면 기사, 청구서, 의료 처방전까지 트뤼포의 제작사 카로스 영화사에 꼼꼼히 정돈되어 있다. “트뤼포의 인생은 늘 그의 영화의 풍요로운 원천이자 1차 자료, 일종의 이야기의 보고”였다. <400번의 구타>부터가 그의 삶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였으니까.
<트뤼포…>는 트뤼포가 어떻게 영화감독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전달한다. 그는 감독 이전에 시네필이었으니까. 예를 들어 청소년기의 트뤼포는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
씨네21 추천도서 -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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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의 문지 스펙트럼이 출간되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인 <인간 실격>은 출간된 지 7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젊은 독자들 사이에 널리 읽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자이 오사무 생전 마지막 완결작이기 때문에 그의 삶을 녹여낸, 어쩌면 유서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인간 실격>은 서문과 세편의 수기, 그리고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의 첫 문장은 “나는 그 남자의 사진을 세장, 본 적이 있다”. 이 세장의 사진은 한 남자의 삶의 세 국면, 그리고 이어질 세편의 수기가 각각 가리키는 시기와 관계가 있다. 마지막 사진에 대해서는 이렇게 쓴다. “이른바 ‘죽은 얼굴’이라는 것에도 무슨 표정이나 인상 같은 게 있는 법인데, 인간의 몸에 짐 끄는 말 대가리라도 갖다 붙이면 이런 느낌이 들려나?” 대체 이 남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첫 번째 수기가 그려내는 남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시작해, 세
씨네21 추천도서 - <인간 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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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_다자이 오사무 지음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_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 지음
전지적 독자 시점 Part1 01~08_싱숑 지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_심채경 지음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_김안젤라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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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김이설, 백은선, 안미옥, 이근화, 조혜은 지음 / 다람 펴냄
<돌봄과 작업: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정서경, 서유미, 홍한별,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박재연, 엄지혜, 이설아, 김희진, 서수연 지음 / 돌고래 펴냄
엄마 되기와 일하기는 어떻게 양립 가능할까. 이 질문을 여러 여성 저자들이 자신의 삶을 걸고 이야기하는 책 두권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는 여성 작가 6명이 엄마가 된다는 일과 글쓰기에 대해 적은 앤솔러지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에게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근화 시인은 남편과 아이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고 적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냥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말하고 이해시켜야 하며, 행동과 태도도 가르쳐야 한
씨네21 추천도서 -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돌봄과 작업: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