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3킬로미터> 이요하라 신 지음 홍은주 옮김 비채 펴냄
<8월의 은빛 눈> 이요하라 신 지음 김다미 옮김 비채 펴냄
과학적 지식을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환경에 녹여내 소설을 쓰는 이요하라 신의 단편집 두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 중 <8월의 은빛 눈>은 서점대상과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 어느 책을 먼저 읽어도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8월의 은빛 눈>에 수록된 <아르노와 레몬>의 주인공 마사키는 아파트 관리업체 직원으로, 최근 맡은 업무는 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주민 퇴거 교섭이다. 문제는 한 입주인이 갑작스레 비둘기를 기르기 시작했다는 것. 주인이 따로 있는 듯한 비둘기에 대해 조사하던 마사키는 회귀본능이 뛰어난 전서 비둘기에 대해 알아갈수록 집을 떠나와 돌아가지 못하게 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8월의 은빛 눈>이라는 제목은 지구 내핵 표면에 눈처럼 떨어지는 철 결정의 작은 조각들을 말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취업 준비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호리카와. 호리카와는 일종의 다단계 일을 시작한 동창을 만나는데 동시에 동네 편의점의 서툰 직원 응우옌과도 엮이게 된다. 타인의 일에 관심을 둘 생각이 없었는데도, 결국 그들 각자가 지닌 어른의 사정을 알게 된다. 호리카와가 응우옌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지구 내핵에 관한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과학에 관심 없는 독자라도 소설을 읽다 보면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간 과학적 설정에 관심을 갖게 된다.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에서 지구행성물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작가가 ‘어깨에 힘을 빼고’ 쓴 이 소설들은, 과학이 있어서 세계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달까지 3킬로미터>의 표제작은 한밤에 ‘사전 답사’를 위해 장거리 택시를 타려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사전 답사’의 의미를 알아차린 택시 기사는 자살에 좋은 장소가 가까이에도 있다며 그곳을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권한다. 달까지 3킬로미터인 곳으로. 이 두권의 소설집에서는 인간관계, 특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암모나이트를 찾는 법>은 매일이 고단한 소년이 화석을 캐는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설로, <8월의 은빛 눈>에 수록된 <바다로 돌아가는 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전 지구로 넓힌다면, 자신의 가족에 국한하지 않고 다음 세대를 돌본다면, 자연이라는 이야기를 전파해나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온기 찬 곳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따뜻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안다는 건 나누기다. 올바로 나누는 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 <달까지 3킬로미터>에 수록된 <암모나이트를 찾는 법> 중에서, 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