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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유명 팀의 레이(와이엇 러셀)는 다발경화증으로 선수 생활을 쉬는 중이다. 그는 재활에 전념하고자 수영장이 딸린 주택으로 이사한다. 수영장은 가족을 돈독하게 만드는 공간이 된다. 레이 또한 수영장에 들어온 온천수의 힘으로 기적같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의 아내 이브(케리 콘던)와 두 자녀 이지(아멜리 회페를레)와 엘리엣(개빈 워런)은 한밤중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중에 악몽 같은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나이트 스윔>은 호러 장르의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확장했으며 제임스 완이 제작을 담당해 화제가 되었다. 수영장에 있는 물을 귀신으로 그려낸 기발한 발상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의 만듦새는 아쉽다. 유려한 수중촬영과 안정적인 호흡 등은 분명히 인상적이나 인류세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그려낼 수 있던 소재의 힘을 살려내지 못하는 진부한 각본이 문제다. 독창적인 시퀀스가 더러 있으나 낡은 점프스케어와 클리셰가 가득해
[리뷰] ‘나이트 스윔’, 독창적인 발상이 서서히 익사하는 것을 보는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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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딸을 앞세운 유경근씨는 삶을 이어갈 방법을 알고 싶다. 그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또 다른 참사 피해자 유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대구 지하철 화재부터 이한열 열사의 죽음까지 한국 현대사는 비극의 연속이었다. 영화가 진행되며 개개의 사건들은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통해 안전 불감증이라는 사회적 어젠다로 한데 포개진다. 이 모든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자신의 정치성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애도를 고민하지 않는 사회상을 과감히 제시하며 변화를 촉구한다. 비판이 가해지는 대상은 불법 건축물을 허가한 군청과 진상규명과 재수사 요구를 거절하는 정부에 그치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추모식과 봉안 시설을 거부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피해자를 조롱하는 한국의 기괴한 문화와 맞닿아 있다. 일상이 파괴된 유족들에게 남은 희망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빛바랜 가치뿐이다. <기념 촬영>과 &l
[리뷰]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애도를 고민하지 않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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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부활절 축제 준비에 한창인 래빗스쿨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는 매해 부활절을 상징하는 황금알을 수호할 네명의 부활절 기사단을 선정한다. 그 주인공은 루이즈와 앤디, 에미(엘리스 에이커만), 그리고 사고뭉치 맥스(노아 레비)다. 맥스는 선정된 날 라이브방송과 드론을 동원해 부활절을 방해하려는 멋쟁이 토끼단의 대장 레오와 다툼을 벌이고, 레오는 래빗스쿨에서 쫓겨난다. 이에 앙심을 품은 레오는 토끼의 영원한 숙적인 여우 가족과 손잡고 부활절 축제를 망치려 한다.
<래빗스쿨2: 부활절 대소동>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상영된 동명의 독일 애니메이션인 <래빗스쿨>의 속편이다. 캐릭터 디자인, 스토리, O.S.T 등 영화의 요소 대부분이 전형적이며 특히 빌런을 라이브방송 등 인터넷 문화와 연결하려는 설정은 다소 도식적으로 보인다. 슈퍼히어로 장르 공식을 따라가는 만큼 각 캐릭터의 초능력과 정신적 성장을 제대로 그려내야 했으나 “능력보다는
[리뷰] ‘래빗스쿨2: 부활절 대소동’, 동화를 기대하고 왔는데 교회에 온 듯한 당혹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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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는 요즘 유행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앵거스를 포함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누구 하나 음악에 진심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무대는 곁다리일 뿐 코치들의 짓궂고 무례한 농담의 수위에 따라 투표 결과가 달라진다. 어느 날 앵거스가 갑작스레 실종되자 버디는 ‘진짜 음악’을 세상에 들려주기 위해 그의 후임 자리를 도맡는다. 세계 정상급 록스타인 그가 맡게 된 연습생은 애석하게도 팝스타를 꿈꾸는 어린 걸 그룹이다. 철없는 아이들과 겨우 타협점을 찾지만 문제는 음악적 방향만이 아니다. 재치 있는 입담을 뽐내지 못하면 절대 투표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버디는 상대팀에 인신공격을 날리고 환호받는다. 결국 그도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국 놈들’이 되고 마는 것일까? <드림쏭3>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버디와 아이들이 진정한 음악의 힘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시리즈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던 주인공이 이번엔 미래의 꿈나
[리뷰] ‘드림쏭3’, 방송국 놈들에게 귀여운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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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17일 광주 전남도청 뒷골목은 화평반점이라는 중식당의 개업 잔치로 시끌벅적하다. 일평생 남의 가게 주방장으로 살아온 아버지(강신일)가 드디어 자기 손으로 가게를 연 경삿날이기 때문이다. 맏며느리인 철수 엄마(김규리)는 만삭의 몸으로 홀 서빙을 돕고 결혼을 앞둔 삼촌(백성현)은 예비 신부와 인사를 드리러 온다. 온 동네 이웃들이 모여 축하를 건넨 화평반점의 첫날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손주 철수(송민재)는 목욕탕에 들러 세신까지 하면서 본격적인 첫 장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줄 알았던 철수네 가족의 기대와 달리 광주의 거리는 온통 계엄군과 최루탄으로 가득 찼다. 거리는 계엄령으로 봉쇄되고 무장한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의 유일한 자랑이었던 장남 철수 아빠(이정우)는 계엄군에 쫓겨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충무로에서 30년간 미술감독으로 지냈던 강승용 감독의 연출 데뷔작 <1980
[리뷰] ‘1980’, 덤덤해야 할 역사의 비명을 미원 범벅의 간짜장처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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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는가. 영화 <댓글부대>는 자연스레 형성되는 집단적 의견이 아닌 명확한 목적과 음해 공작으로 완성되는 온라인 설전을 현실처럼 반영한다. 문제를 직관적으로 판별해내는 눈을 가졌으나 다소 허영심 높은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은 대기업 뒤편에 숨겨진 비리를 조사하던 중 한 중소기업의 폭로를 단독으로 보도하게 된다. 국민의 대대적 관심이 필요한 이슈였지만 돌연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더니 모든 게 무용해지고 만다. 고발 보도는 잊히다 못해 오보라는 오명을 얻고 용기낸 취재원은 억울함에 극단적 선택을 감행한다. 모든 게 순식간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흐르는 시간보다 온라인상의 시간은 더 빠르고 조급하게 흐른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 오직 절망과 허무함만이 남은 그때, 젊은 남자가 다가와 상진에게 팀알렙에 관한 정보를 넘긴다. 찡뻤킹(김성철), 찻탓캇(김동휘), 팹택(홍경)으로 구성된 이 팀은 온라인상에 벌어지는 갑론을박을 철저한 계산하에 조종하고 변
[리뷰] ‘댓글부대’, 사이버 세상 속 여론의 뒷면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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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가로지르는 등하굣길에 새로운 나무 이름을 익힐 수 있고, 이따금 들리는 사냥꾼의 총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아직 자연과 가까운 어느 작은 산골 마을. 도시에서 온 연예 기획사 직원들이 5월 착공 예정인 글램핑장 설명회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만난다. 산이 곧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들은 회사 두달 매출과 맞먹는 중소기업 코로나19 보조금 때문에 급조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상황이었고, 그 속셈이 마을 주민들에게도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정화조 위치를 바꾸지 않으면 이곳의 지하수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올 것이며 사람들이 피운 모닥불 등을 이유로 대형 산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 또한 설명회에서 제기된다. 특히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타쿠미(오미카 히토시)의 반발이 매섭다. 지역 주민들의 시선에서 시작된 영화는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일개 연예 기획사 직원일 뿐인 타카하시(고사카 류지)와 마유즈미(시부타니 아야카)의 시점에서 이 사안을 한번 더
[리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제 불가능한 자연의 폭력성이 파괴적 개발주의와 충돌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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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무명가수전> 첫 시즌 우승 후 3년. 이후 가수 이승윤은 두장의 정규 앨범을 냈다. 그리고 그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도 극장 개봉했다. <이승윤 콘서트 도킹: 리프트오프>는 이승윤이 지난해 2월 서울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한 2023 이승윤 전국투어 콘서트 <DOCKING>의 서울 공연 마지막날 실황을 담은 영화다. <이승윤 콘서트 도킹: 리프트오프>는 아직 지난 콘서트의 여운에 젖어 있는 그의 팬 삐뚜루들도, 아직 이승윤의 라이브 무대를 접해본 적 없는 관객들도 보고 나면 퍼포머로서 이승윤이 지닌 매력을 십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첫곡 <웃어주었어>부터 마지막 앙코르곡 <흩어진 꿈을 모아서>까지, 콘서트 세트리스트에 포함된 전곡의 라이브 영상이 빠짐없이 담겨 있고, 이승윤뿐 아니라 그의 가창을 뒷받침하는 밴드 멤버들의 연주도 공들여 포착한다. 콘서트의 열기 그대
[리뷰] '이승윤 콘서트 도킹: 리프트오프', 콘서트의 열기를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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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제작한 <에픽하이 20 더 무비>는 콘서트 실황 영화로서 무대 위에서의 시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타블로, 투컷, 미쓰라 세 멤버가 힙합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음성으로 들려주는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자연스레 이들의 추억을 함께 따라갈 마음의 채비를 마치게 된다.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에픽하이는 그간의 시간을 되짚으며 각자의 깊은 속내를 고백하거나 일상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오히려 콘서트를 그대로 보여주길 택했다. 오랫동안 대중 곁을 지켜온 선곡표를 순차적으로 따라가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손쉽게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이동하기 때문이다. 에픽하이는 이런 식으로 지난 시간을 기념한다. 20주년의 크고 작은 사건을 하나씩 나열하기보다 노래의 형태로 간직된 시간을 관객들과 공평하게 나눠 갖는다. 특히 콘서트 현장에서 조망하기 어려운 다양한 각도의 뷰를 볼 수 있는 것도 콘서트 실황 영화의 묘미. 무대가 얼마만큼 섬세하
[리뷰] ‘에픽하이 20 더 무비’, 데뷔 20주년, 에픽하이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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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인 삼거리파의 두목 인성(김정태)에게 3명의 적이 생긴다. 첫 번째 적은 형사 도필(지승현)이다. 도필이 키우던 반려 햄스터가 인성과 부하들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자 복수를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삼거리파의 습격으로 보스를 잃은 왕갈비파의 경철(오대환)과 태용(이용규)도 복수를 원한다. 삼거리파를 피하려던 경철은 교회에, 태용은 절에 은거하게 된다. 우연히 경철은 인기 목사가 되어 신도들을 거느리게 되고, 태용도 스님 생활에 익숙해진다. 한편 형사 도필은 신내림의 징조를 받으며 무당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목사, 스님, 박수무당으로 전직한 셋은 ‘목스박’이란 이름을 내세운다. 그리고 힘을 합쳐 삼거리파에 맞선다.
2000년대 중반 무렵 유행하던 조폭 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코미디의 방식도 옛것에 가깝다. 단순한 슬랩스틱, 콩트, 말장난 등의 일차원적 개그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관객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코미디를 구가하는 방식이 이전 시대의 답습이
[리뷰] ‘목스박’, 옛날 옛적 조폭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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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지 일년 후인 1924년. 일본 제국의 육군과 해군은 군비 경쟁에 한창이다. 군수물자를 밀수출해 이들의 비자금 조성을 돕던 사업가 호소미 킨야(도요카와 에쓰시)가 돈과 함께 사라지자 그의 가족은 제국군에 몰살된다.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나와 도쿄를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실은 어린 아들 신타(하무라 진세이)는 곧장 군대에 발각된다. 그때 미지의 총잡이 여인 오조네 유리(아야세 하루카)가 나타나 그를 구한다. 시대의 표적이 된 전직 첩보원과 자산가의 아들이 생존을 향한 투쟁을 시작한다. <리볼버 릴리>는 게이샤, 여성 사무라이, 여고생 등 남성향 피규어를 내세운 1970년대 일본의 킬러 첩보 액션을 계승한다. 할리우드에선 쿠엔틴 타란티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미지가 동시대 일본 최고의 배우 아야세 하루카에게 도착했다. 선배 영화들과 비교하면 여성 캐릭터가 거의 성애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담백하며, 제국주의 군대를 직접 악으로 규정하는 용기가 있다. 그러나 13
[리뷰] ‘리볼버 릴리’, 원초적인 쾌감도 없는 역수입 타란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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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이버 마약팀의 에디 방(펑위옌)은 홍콩에 거점을 둔 다크웹을 운영하면서 마약 밀수 조직의 보스로 추정되는 조지 램(유덕화)을 체포하려고 한다. 그는 오래전 조지 램 조직에 심어둔 스파이 호사우(임가동)의 첩보를 통해 호시탐탐 조지 램을 체포할 기회를 노린다. 조지 램은 임신한 애인 비비안(류아슬)에게 청혼한 다음에 가정을 꾸리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려다 에디 팡에게 꼬리가 잡힌다. 조지 램의 오른팔이자 친구인 호사우는 체포 작전이 임박할수록 우정을 지키느냐 가정의 미래를 지키느냐를 두고 고뇌한다. <잠행>은 홍콩 누아르영화의 전설적인 배우 유덕화가 제작에 참여하고, 16년 만에 악역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2년 연속 홍콩금상장영화제 촬영상을 탄 감독 관지요가 메가폰을 잡았다. 시작부터 화려한 총격전을 벌이는 <잠행>은 전성기 때의 홍콩 누아르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코드가 가득한 영화다. 다만 <CSI>류의 미국 드라마를 보는
[리뷰] ‘잠행’,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중년들, 그리고 홍콩 누아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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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어느 한적한 농장에 운석이 떨어진다. 그 여파로 마을에는 작은 웅덩이가 생긴다.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계 입양아 칼(코르넬리우스 원 리델클라우센)이다. 그의 양부모는 틈틈이 농장 일을 돌보는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마을의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운석이 칼의 방에 옮겨진 이후 칼의 내면에는 조금씩 다른 욕망이 싹트기 시작한다. 아들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챈 부모는 그의 생일을 기념해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로 한다.
낯선 곳에 불시착한 운석은 디아스포라의 상징이다. 공기처럼 존재하는 인종차별 속에서 칼의 외로움은 두드러진 대사나 사건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대신 현실과 초현실의 대비로 주인공의 정체성 혼란을 대변하고 있다. 이를테면 세계의 작은 붕괴가 묘사되는 순간은 고립된 마을에서 고향을 찾고 싶은 심리 변화와 병행된다. 하지만 칼이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한국 로케이션에서 칼이 섞이지 못하는 이질적인 모습
[리뷰] ‘조용한 이주’, 마을에 불시착한 운석처럼, 경계인의 기묘한 위치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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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고발 전문 영국 다큐멘터리스트 조이(릴리 제임스)는 차기작을 고심 중이다. 이번엔 가볍게 가자는 제작자의 성화에 못 이겨 파키스탄인 소꿉친구 카즈(샤자드 라티프)를 찍겠다고 타협한다. 조이는 카즈가 국가 전통에 따라 중매결혼을 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한 그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카즈가 다른 여자와 백년가약을 맺는다는 것도 갈수록 마음에 걸리는 상황에서 조이는 카즈의 결혼식이 열리는 파키스탄으로 향한다. <왓츠 러브>는 좋아하는 상대의 마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거쳐온 역사까지 알아가는 과정을 로맨틱코미디의 기법으로 담아낸다. 카즈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던 조이는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기 위해 조건을 신중히 따지는 카즈 가족의 결혼관을 계산적이라고 깎아내리지 않고 또 다른 사랑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은 커플들의 각양각색 러브 스토리를 중간중간 끼워넣어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란 주제를
[리뷰] ‘왓츠 러브’, 무엇 하나 같은 게 없는 사랑의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