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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14일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던 박일수 열사가 분신 투쟁으로 사망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노동조합 진영은 각종 분열과 대립에 빠진다. 영화는 박일수 열사를 기억하는 두 사람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명은 박일수 열사의 동지였던 조성웅씨다. 그는 산속에서 시를 쓰고 땅을 일구며 산다. 한명은 아이들과 동요를 만들어 부르고 있는 민중가수 우창수씨다. 두 사람은 박일수 열사의 역사를 두고 한국 노동권과 자본주의사회가 드러낸 과오를 짚으면서 또 다른 극복의 방식을 논한다. 맞닿기 어려운 이상과 현실의 균열, 기록과 실제의 차이가 양분할 스크린을 횡단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작가 선정 등 미술계와 영화계를 오가며 활동 중인 홍진훤 감독의 두 번째 장편다큐멘터리다.
[리뷰] 실패의 기록인가, 기록의 실패인가, <오,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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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 채소연(조윤서)은 일본 기자 마츠다(곽시양)와 함께 의문의 종교 집단을 취재하기 위해 한 마을을 방문한다. 외부인을 경계하는 주민들, 예언을 둘러싼 기이한 의식, 취재가 진행될수록 의문의 사건이 이어지며 이들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탐사취재라는 현실적 장치를 출발점으로 삼은 영화는 사라진 줄 알았던 일제강점기의 종교 사건을 현재의 인물들과 연결하며 폐쇄된 공동체와 종교적 광기를 결합한 한국 오컬트의 익숙한 틀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공동체의 집단적 신념이 만드는 비밀스러운 분위기는 점차 초자연적 영역으로 기울고 서사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취재 과정의 설득력과 직업적 전문성이 충분히 강조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모던한 장면 연출과 일정하게 유지되는 서늘한 온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리뷰] 공포는 특수분장이 아닌 서사의 구체성에서 나온다, <삼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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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쉬는 입김마저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의 밤, 데이비드(앨런 리치)는 손님 한명 없는 레스토랑에서 허기를 달랜다. 별안간 한 남자(얀 투알)가 쳐들어와 웨이트리스 애나(니나 베르그만)를 협박하자 그는 사태를 수습한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평온을 찾나 싶지만 아까 본 남자의 트럭이 데이비드의 차를 쫓는다. 트럭을 피하던 그는 결국 사고를 당하고 고립된다. <콜드 미트>는 겨우 지난 혹한의 고통을 소환한다. 고립된 이의 얼굴이 점점 사색이 되고 숏에 빛이 줄어들수록 공포와 긴장은 커진다. 극한 상황에서 본성이 드러나는 심리극이자, 손에 쥔 물건들이 곧 생존 도구가 되는 재난영화다. 여기에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암시하는 환상 동화적 분위기도 스민다. 중반 이후 꼬아놓은 난제를 쉽게 풀어버리며 맥이 일찍 빠지는 감이 있으나 아직 쌀쌀한 3월에 즐길 만하다.
[리뷰] 체온이 떨어질수록 긴장은 오른다, <콜드 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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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미국 시카고. 의학 박사 유프로니우스(아네트 베닝)는 한 여성의 사체를 소생해낸다. 새 생명을 얻은 ‘신부’ 페넬러피(제시 버클리)는 교감에 목말랐던 피조물 프랑켄슈타인(크리스천 베일)의 연인이 된다. 두 커플은 미국 전역을 오가며 기행을 일삼고, 이들의 뒤를 명석한 수사관 미르나 멀로이(페넬로페 크루스)가 추적한다. <브라이드!>는 <프랑켄 슈타인의 신부>(1931)로부터 느슨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의 속편을 집필한다는 대전제나, 한 배우가 신부와 메리 셸리를 모두 오가는 설정 등이 1931년작과 동일하다. 다시 태어난 <브라이드!>를 지탱하는 두축은 서양 영화사와 페미니즘이다. 표현주의부터 할리우드 클래식 뮤지컬, 필름누아르와 아메리칸 뉴웨이브에 이르기까지 서양 영화사의 명작들이 러닝타임 내내 오마주되고, 동시대 가장 훌륭한 여성배우들이 고전기 남성배우들에게 주로 돌아가던 배역을 미덥게 재해석한다
[리뷰] 선대 페미니스트를 향한 오마주, 선배 필름메이커를 향한 콜라주, <브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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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구름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서기 2932년. 소년 아르코(오스카 트레사니니)는 날고 싶다. 12살이 되기 전까지는 비행할 수 없대도 말이다. 자신을 뺀 온 가족이 하늘을 누비는 게 부러웠던 그는 모두가 잠든 사이 누나의 날개와 다름없는 무지갯빛 망토를 슬쩍해 창공을 가른다. 얼떨결에 착륙한 땅은 잿빛 기류가 자욱한 2075년의 지구. 부모 대신 어린 동생을 로봇과 공동육아하는 소녀 아이리스(마고 린가드 올드라)가 아르코를 발견하면서부터 둘 사이에 우정이 싹트는데, 수상한 선글라스를 낀 세 남자가 이들을 주시하며 거리를 좁혀온다.
시간 여행, 첨단기술, 기후 재난의 상상력을 친숙한 화법으로 풀어낸 애니메이션 <아르코>는 어린이를 ‘귀엽게’ 그리는 일에 관심이 없다. 보호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때로는 어른들이 내뿜는 위협마저 느끼면서 문제를 대면하는 이들은 미래의 주인이라는 정체성을 자신하듯 늠름하다. 잇따른 이별의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14살에 <모노
[리뷰] 귀엽지 않아서 귀한, 미래의 늠름한 주인들, <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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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동물을 사랑하는 메이블은 우리 안에 갇힌 교내 동물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거북이, 개구리, 뱀 등을 책가방 안에 욱여넣어서라도 구출하려 하지만 얼마 안돼 선생님의 눈에 띄어 저지당하기 일쑤다. 지극히 일방적이고 서툰 계획. 그러나 실패할지언정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것은 메이블에게 몹시 익숙한 사랑의 방식이다. 유년 시절 많은 것을 함께한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그와의 오랜 추억이 새겨진 연못가는 이제 제리 시장의 도시개발 계획 아래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연못가에서 같이 놀았던 비버, 노루, 오리, 잠자리들도 터전을 잃었다. 제리 시장으로부터 연못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아래 샘 교수를 찾고, 그가 인간의 의식을 동물 로봇에 옮기는 ‘호핑’ 기술을 발명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메이블의 계획은 더욱 선명해졌다. 호핑 기술을 이용해 비버가 되어 실제 동물 세계에 잠입하는 것. 그리고 비버들을 이끌고 연못을 찾아가 아직 이곳에 많은
[리뷰] 웃은지 오래됐나요? 여러분 여기입니다, <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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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구청장의 비리로 구청이 뉴스에 오르내리자 기획과장 국희(염혜란)가 출동한다. 국희는 완벽주의에 실행력까지 갖춘 구청의 해결사. 반면 소심한 성격 탓에 동료의 실수까지 떠안을 때가 많은 연경(최성은)은 상사인 국희의 일거수를 기록하며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다. 통제광인 엄마에 지친 딸 해리(아린)는 의절 편지만 남기고 가출하고, 국희는 뭔가 인생이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한다. 완고했던 직장 여성이 우연히 플라멩코를 접하며 성장한다는 내용의 <매드 댄스 오피스>는 오랜만의 원톱 여성 코미디다. 낯선 도전 속에서 새로이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은 참신할 게 없지만, 미시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물 군상을 맡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발군이다. 배우 염혜란의 주연작으로 중소 규모 영화에서 여성주인공의 등장도 반갑지만, 욕심을 덜어내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에 도달하는 연출이 미덥다.
[리뷰] 더 보탤 것도 없이 완급 있는 코미디, 적소에 배치된 믿보 배우의 앙상블, <매드 댄스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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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제니퍼 로런스)와 잭슨(로버트 패틴슨)은 잭슨의 죽은 삼촌이 남긴 외딴집으로 이사한다. 작가 지망생인 그레이스는 집필에 몰두하고, 음악가인 잭슨은 새 앨범 작업에 전념하려 하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난 뒤 그레이스의 조울은 한층 심해지고, 잭슨은 그레이스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아내를 혼자 두는 쪽을 택한다. <케빈에 대하여>를 연출한 린 램지 감독은 <다이 마이 러브>를 통해 이번에도 자기 자신을 견디지 못하는 여자를 탐구한다. 고립감과 우울에 휩싸여 소리를 지르고 집을 부수는 그레이스를 감독은 제지할 마음이 없다. 관객이 느낄 압박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모든 시청각적 요소의 강도를 올릴 뿐이다. 극장을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다가도 제니퍼 로런스의 연기가 발목을 붙잡는다. 밀도 높은 퍼포먼스다. 그의 폭발과 침잠을 오가는 에너지에 이끌려 집 밖 숲으로, 거대한 환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자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리뷰] 그녀가 얼마나 부서지든, 부서지는 대로, <다이 마이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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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이탈리아. 전쟁은 끝났고 여성에겐 참정권이 생긴 첫해다. 하지만 델리아(파올라 코텔레시)는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사회에서는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차별을 받고, 가정에서는 남편 이바노(발레리오 마스탄드리아)가 자행하는 가정폭력에 매일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델리아는 여느 때처럼 세계의 부조리를 내면화하며 살던 중, 앞으로의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편지 한통을 수령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여성이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이때 델리아의 각성은 제목에 ‘우리’가 명시된 만큼 수많은 여성들에게도 유의미하게 퍼져나간다. 2023년 개봉 당시 이탈리아의 모든 흥행 기록을 새로 쓴 영화로 2차 세계대전 직후 성행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문법, 칸초네풍의 삽입곡 등 작품에 인용된 이탈리아 시네마의 유산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뷰] ‘시네마 천국’의 유산으로 깨우쳐가는 페미니즘,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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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출신의 바젤은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팔레스타인 정착촌 철거 과정을 기록해온 활동가다. 현장 취재차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이스라엘 저널리스트 유발과 동료가 된 뒤로 두 사람은 함께 이스라엘의 야만적 행태에 저항한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군의 폭력과 마을 파괴는 갈수록 심화되고, 주민들이 활용 가능한 땅의 범위도 점점 좁아진다. 가족에게까지 위협이 미치자 바젤은 흔들리고,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유발과 자신의 차이도 체감하기 시작한다. 2019년부터 4년간 촬영된 영상을 기반으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낱낱이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바젤을 비롯한 젊은 활동가들은 카메라를 유일한 저항의 수단으로 여기며 투쟁을 이어간다. 무기력함 속에서도 끝내 카메라를 놓지 않는 기록자들의 의지와 폐허가 된 공간의 교차편집이 참혹한 현실의 굴레를 그대로 직시한다. 제97회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작.
[리뷰] 유일한 생존, 투쟁, 저항 수단으로서의 카메라, <노 어더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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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현을 지방 소멸에서 구하려고 결성된 좀비 아이돌 프랑슈슈는 사가 엑스포에서 세계로 생중계하는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직전에 외계인이 침공한다. 그날 멤버 중 혼자 자아가 없던 0호 야마다 타에(미즈이시 고토노)는 자아를 되찾는다. 타에는 아이돌 은퇴를 선언하고, 봉쇄된 사가를 구하러 UFO로 잠입한다. 프랑슈슈와 매니저 코타로(미야노 마모루)는 타에와 사가현을 구할 작전을 짠다. <좀비 랜드 사가: 유메긴가 파라다이스>는 <체인소 맨>의 제작사 MAPPA가 제작한 동명 TVA 극장판이다. <원피스>의 우다 고노스케 감독이 총감독을 맡았으며 제27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토탈 리콜>등 할리우드 SF영화를 오마주한 서사와 각 캐릭터간의 관계, 안무와 노래의 리듬을 녹여 라이브 무대를 보는 듯한 액션과 유려한 작화, 동시대 일본의 상흔을 마주하는 시선이 돋보인다.
[리뷰] 최초이자 최후의 아이돌 프랑슈슈, B급 SF 감성으로 절망에 저항하는 칼군무 액션 라이브쇼!, <좀비 랜드 사가: 유메긴가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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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여울(김새론)은 오랜 단짝 친구 호수(이채민)에게 고백받는다. 여울의 거절로 영영 멀어질 줄 알았던 둘은 우연히 똑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짝사랑하던 농구부 선배 호재(류의현)를 따라 고등학교에 온 여울은 호수와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하지만 둘 사이에는 앙금이 남아 있다. 그러나 여울의 단짝 주연(유주)이 호수에게 호감을 드러내며 셋의 연애 전선은 뒤엉키기 시작한다. 그즈음 여울은 호재에게 고백받으며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넷의 관계는 한 사건을 계기로 달라진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평면적 연출이 순정만화풍 서사의 풋풋함과 재미를 반감한다. 원작의 데포르메에 담긴 발랄한 귀여움과 활력이 경직된 리듬과 전형적인 숏구도와 편집, 상투적인 내레이션과 음악에 의해 무뎌진다. 배우 김새론의 유작이다.
[리뷰] 풋풋함과 어색함을 뻣뻣함으로 오해한 경우, <우리는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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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후: 뼈의 사원>은 <28년 후>의 엔딩에서부터 사건이 바로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의 2편이자, 전체 시리즈 중에선 4편 격이다. 전편에서 엄마를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던 스파이크(앨피 윌리엄스)는 지미(잭 오코넬)가 이끄는 집단 ‘핑거스’를 만나 이들과 함께 지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들은 스파이크에게 불필요한 폭력을 강요한다. 좀비에 맞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멀쩡한 사람들까지 끔찍하게 해코지하는 핑거스의 모습을 본 스파이크는 크게 실망한다. 한편 스파이크의 엄마를 비롯해 바이러스 참사 이후 죽은 이들을 기리며 홀로 살아가던 켈슨 박사(레이프 파인스)는 알파라 불리는 거구의 좀비가 자신이 쏜 진통제에 중독되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실험 삼아 그를 길들이려 한다. 무리를 이끄는 당위성을 점점 잃어가던 지미는 어떤 위기의 순간에 켈슨 박사가 사는 곳을 지나치게 된다. 지미를 따르던 일원들이 켈슨을 보고 메시아라 여기기 시작하자, 지미는 모종의 음
[리뷰] 사라진 스타일, 의미 없는 파국, <28년 후: 뼈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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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가 만든 중편영화다. 중년 남성 마츠오카(요시오카 무쓰오)가 강사로 있는 요리 교실엔 서늘한 회색빛의 테이블과 칼날들이 자리해 있다. 교실 안에는 창 바깥의 빛이 흘러 들어와 미러볼처럼 산발한다. 조용조용한 칼질 소리와 바깥의 기차 소리가 별일 없이 교차하는 듯싶던 와중, 수강생 청년 타시로(고히나타 세이이치)가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남들은 듣지 못하는 차임벨 소리가 들린다질 않나, 어떤 기계가 머릿속에 들어와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며 교실을 시끄럽게 만들더니, 이내 극단적인 행동으로 경찰까지 출동한다. 마츠오카는 타시로의 소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느 프렌치 레스토랑의 셰프로 영입되려 애쓰면서 아내, 아들과의 일상을 영위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마츠오카의 요리 교실엔 타시로의 경우와 비슷한 공포가 엄습한다.
도심 속의 인간들이 느닷없는 폭력의 충동에 빠져 일상을 깨뜨린다는 이야기, 어딘가 묘한 곳에 자리한 물건과 빛, 신경을 자극하는 소음의 교란, <
[리뷰] 구로사와 기요시의 인간 묘사 에세이, <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