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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맷 데이먼)의 집으로의 귀환은 요원하기만 하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미움을 사 하염없이 바다 위에서 표류하며 적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차릴 수 없는 또 다른 싸움을 하게 된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리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러닝타임 172분에 달한다. 길고 장대하다. 하지만 그 끝은 묵직하다. 아이맥스 예매창을 들락날락하며 <오디세이> 개봉을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 언론 시사회를 통해 영화 <오디세이>를 먼저 목격한 기자와 평론가들의 별점과 단평을 전한다.
<오디세이>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외 개봉 8월5일
김성훈 기자 ★★★★
야만과 탐욕의 시대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왜 고전에 눈을 돌렸고, 고전을 재해석해야 했는지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오디세우스의 속죄와 반성은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다. 고전의 핵심을
<오디세이> 시사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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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한 이레네(마틸다 데 안젤리스)가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부모가 집을 비우는 동안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오빠 오마르(유리 투치)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쉽지 않다. 이레네는 그가 자립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안하지만 오마르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예스, 유 캔’에 출연해 유명한 가수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예스! 유 캔>은 서로를 잘 몰랐던 남매가 가까워진다는 익숙한 가족드라마의 문법을 따른다. 둘만의 식사와 오디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레네는 자신의 편의를 먼저 생각했던 이기적인 마음을 돌아보고, 오마르는 자신의 안정적인 미래를 바라는 동생의 진심을 깨닫는다. 후반부에는 음악 오디션 특유의 벅찬 감동도 기다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배우 유리 투치가 오마르를 연기했다.
[리뷰] 가족드라마, 코미디, 음악영화의 화음을 맞추다, <예스! 유 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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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소영이 무용수를 꿈꾼다. 분당병원에서 공연했던 소영은 3년 내내 춤을 추고 싶다고 안무 선생님인 희정에게 하소연한다. 소영이 공연을 준비하며 겪는 고통, 슬픔, 기쁨이 화면 가득 담긴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소영이 직접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해나간다. 흔들리는 소영의 걸음에 카메라도 흔들린다. 희정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면서도 집중을 요구하며 소영을 부르자, 소영은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함께 공연을 올리는 혜성이 소영과 친해지기 위해 서로 마주 보다 울자,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우냐며 소영이 환하게 웃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호칭을 넘어 ‘일반인’이고 싶은 소영의 몸짓이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걸음을 내딛는 것도 불안해 보이는 소영이 팔을 뻗어 리듬을 만들고, 뒹굴며 그녀만의 몸짓을 완성해내는 노력이 빛나는 영화다.
[리뷰] 흔들리는 걸음에서 피어난 몸짓의 힘, <소영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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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통일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SF다. 환경오염과 계급 구조, 노동 착취 문제를 근미래라는 장르에 녹여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들여다보는 점도 인상적이다. 오염된 바다를 막기 위해 4000km 장벽이 세워진 근미래, 유전적 돌연변이 오메가는 바다를 청소하는 노동자가 되어 인간의 통제를 받으며 살아간다. 공무원 수진(김푸름)은 지정구역을 벗어난 오메가(고우)를 추적하고 그들을 좇는 여정에서 두 집단이 얽힌 사회의 단면을 마주한다. 공간을 폐쇄적으로 사용하는 연출로 인간과 오메가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경계를 드러내고 독특하게 분장한 인물들은 오염된 환경에서 목숨을 이어가야 하는 극악의 미래 환경을 보여준다. 방대한 세계관을 차근차근 설명하기보다 단편적인 정보와 거친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생략된 설명은 각자 추측해 메우도록 관객의 몫으로 상당 부분 맡기고 있다. 제7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부문에 초청돼 세계 영화계
[리뷰] 저 홀로 드높은 장벽이 작품과 관객 사이에도, <지느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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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사막, 한 남자가 갈증을 달래며 걷고 있다. 모험의 최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유리병 속 쪽지를 꺼내야만 하는 그는 잠시 뒤를 돌아본다. 자신을 따라오는 소년의 뒤통수라면 병을 깰 수 있을 만큼 단단하지 않을까. 마음의 소리에 응답한 남자는 겁에 질린 소년의 등 뒤에서 팔을 쳐든다. 여기까지가 미국인 소설가 옴(애덤 스콧)이 집필 중인 정복자 3부작의 에필로그 도입부. 옴은 자기 손으로 쓴 그 내용이 불만족스러운 눈치다.
작품을 매듭짓지 못한 옴은 난생처음 아일랜드로 향한다. 부모의 신혼여행 장소인 빌베리 우즈 호텔 부근 숲에 그들의 뼛가루를 뿌리기 위해서다.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의 추억이 궁금했던 옴은 호텔 바텐더에게 허니문 스위트룸에 대해서도 묻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 밖이다. 그 방은 오래전 폐쇄되었으며, 마녀에 의해 악령이 씌었다는 것. 분필로 원을 그리면 마녀로부터 안전하다는 팁까지 전해 들은 옴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침상에 들지만, 이상한
[리뷰]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호러 신성, 데이미언 매카시, <호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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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이라곤 8명밖에 없는 시골 마을 호포항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커다란 소가 논에 쓰러져 있는데 할퀸 자국이 가득하고 살점을 뜯어먹은 자국은 없다. 배고픈 호랑이였다면 소를 먹었을 테지만 그런 흔적은 없기에 이 살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마을 청년 성기(조인성)에 의해 이 사실을 인지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직감하고 순찰차를 몰고 시내로 향한다. 벽이 뚫리고 피 흘리는 주검이 거리에 늘어져 있는 모습에 놀라기도 잠시, 범석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거대한 외계인과 마주한다. 영화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SF영화다. 폭력과 믿음이란 커다란 주제에 천착해온 나홍진 감독은 이번에도 강도 높은 폭력적인 이미지, 좁은 시골 마을을 오가는 끝없는 추격신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허약하고 작은 존재인지를 드러낸다.
[리뷰] 인간이 얼마나 허약하고 작은 존재인지,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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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 강좌에서 한아(염문경)가 발표한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2099년, 지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자는 자신을 통제하려는 남자들에게서 탈출을 시도한다. 발표를 들은 철(이종민)은 남성 혐오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낸다. 이런 일이 있었던 터라 한아는 시나리오를 봐달라는 철의 제안이 마뜩잖다. 그렇지만 다듬으면 나을 것 같은 이야기에 복수하고 싶은 사람도 같고, 은근히 대화도 잘 통하기에 철의 손을 잡기로 한다. <지구 최후의 여자>는 포만감을 안기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이 만드는 영화가 극중극으로 펼쳐지고, 이들의 삶은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된다. 영화인이 아니더라도 지구가 멸망하는 그 순간, 계속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사람에게 크게 와닿을 영화다. 주연배우인 염문경과 이종민이 연출도 맡았다.
[리뷰] 눈물 닦고, 주먹 꽉 쥐고, 웃으며 희망으로, <지구 최후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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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겠다는 나희덕 시인의 동명 시에서 제목을 따온 <가능주의자>는 동물권 운동을 지속해온 여성들의 인터뷰를 엮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리부트 전후의 타임라인에 집중한다. 교차성을 인식하면서부터 신념을 더 굳게 다진 활동가들은 동료를 모으고, 국회로 향하고, 대중을 만나며 비건이 소비 트렌드가 되는 시대까지 목격한다. 방해 시위, 직접 구조, 현장 조사에 얽힌 심경과 번아웃 경험까지 터놓는 그들은 유행에 그치지 않는 진정한 동물 해방을 꿈꾸며 숨을 고른다. 박이윤정 감독은 그 목소리들로 일종의 계보를 작성한다. 단체의 탄생과 소멸을 기록하는 그래픽으로 중심을 잡고, 인물들을 잇는 연대의 감각을 편집에 녹이는 식이다. ‘나’를 바꾸지 않기 위해 세상을 바꾸려는 여성들의 용기는 그렇게 스크린 너머로 전해진다.
[리뷰] 비교해본 자들만이 쓸 수 있는 낙관의 연대기, <가능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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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작가 폴(미셸 피콜리)은 아내 카미유(브리지트 바르도)와 살 아파트 할부금을 위해, 미국인 프로듀서 프로코시가 제안한 프리츠 랑의 <오디세이> 각색 작업을 받아들인다. 스튜디오에서 프로코시가 카미유를 자기 스포츠카에 태우려 하자 폴은 아내의 불안한 눈빛을 읽고도 물러선다. 그 몇초의 계산을 목격한 순간부터 카미유의 사랑은 경멸로 바뀌고, 이어지는 34분간의 아파트 시퀀스가 부부의 붕괴를 실시간으로 해부한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을 바탕으로 완성된 <경멸>은 어쩌면 고다르는 어렵다는 통념에 맞서는 아름답고 감정적인 걸작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왜 끝나는가. 영화는 끝내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라울 쿠타르의 시네마스코프 화면, 조르주 들르뤼의 애수 어린 선율 속에서 <경멸>은 두 질문을 하나로 수렴시킨다.
[리뷰] 고전과 현대를 잇는 고다르의 눈부신 낭만, 정교한 자기반영, <경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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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 시리즈가 악당의 세계를 벗어나 영화의 세계로 무대를 옮긴다. 최고의 악당을 찾아 헤매고 그루의 성장기를 함께했던 미니언즈는 이 작품에서 직접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가 된다. 제임스, 헨리, 에드가 거장 감독이 되기를 꿈꾸며 영화에 출연시킬 몬스터를 찾아 나서는 모험을 펼친다. 세 친구가 도착한 곳은 영화산업이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1920년대 할리우드. 세트장을 오가며 괴물을 쫓는 여정은 예기치 못한 사고를 연달아 불러오고 엉뚱한 실수가 이어지면서 미니언즈 특유의 소동극을 완성한다. 그동안의 익숙한 유머를 유지하면서 영화가 만들어지던 시대의 풍경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턴, 조르주 멜리에스, 뤼미에르 형제로 이어지는 초기 영화사의 명장면을 미니언즈식 슬랩스틱으로 재해석하고, 고전 괴물영화의 분위기와 초기 특수효과 감성을 유쾌하게 버무려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반가울 만한 오마주가 곳곳에 숨어 있
[리뷰] 직업 체험도 좋지만 역시 본업 할 때가 최고, <미니언즈 & 몬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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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모아나>가 실사영화로 재탄생했다. 2016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은 6억8천만달러가 넘는 글로벌 흥행 수익을 거두고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폴리네시아 신화를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세계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모아나의 이야기는 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으로 훌륭하게 자리매김했다. 바다를 동경하던 모투누이의 소녀 모아나(캐서린 라가이아)는 섬에 내린 저주를 막기 위해 전설의 영웅 마우이(드웨인 존슨)와 함께 미지의 바다로 향한다. 광활한 바다 너머 신화 속 존재들을 찾아가는 항해는 소녀를 예상치 못한 모험 속으로 이끈다.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와 캐릭터, 음악, 명장면을 뛰어난 완성도로 옮겨내며 그동안 디즈니 실사영화를 둘러싼 원작 훼손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 충실하게 구현했다. 실제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과 눈부신 남태평양의 풍광이 더해져 애니메이션 속 세계를 현실
[리뷰] 디즈니 실사영화 논란을 잠재울 충실한 구현력, <모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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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릴리안 스타이너(조디 포스터)는 ‘파리의 아메리카인’이다. 미국에서 프랑스로 건너와 부르주아 계층에 성공적으로 편입했지만, 난감한 문화를 접할 때면 어김없이 ”프랑스인들이란!”을 외치며 혀를 찬다. 그 프랑스인들엔 릴리안의 환자들이 포함된다. 9년간 상담한 폴라(비르지니 에피라)는 사전 통보 없이 세 차례나 내원 약속을 어기고, 마찬가지로 오랜 환자인 줄리앙은 그간 거액의 상담료를 내도 실패했던 금연이 최면 치료 한번에 성공했다며 릴리안을 몰아세운다. 타인도 릴리안을 치료하지 못한다. 안과의사이자 전남편인 가브리엘(다니엘 오테유)은 이유 없이 매일 눈물을 흘리는 릴리안의 안구 상태를 그저 원인불명이라고 진단할 뿐이다. 신경이 곤두설 대로 곤두선 릴리안에게 더 큰 충격이 닥친다. 폴라가 자살한 것이다. 폴라의 딸 발레리는 모친의 죽음 이후 릴리안에게 매달리고, 남편 시몽(마티외 아말리크)은 아내의 자살이 릴리안의 과다 처방 때문이라며 분노를 퍼붓는다. 이때 릴리안
[리뷰] 조디 포스터의 공사다망 추리극장, <파리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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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목동 다윗은 선지자 사무엘로부터 왕이 될 운명이라는 예언을 들은 후에 사울 왕의 질투를 받으며 도망자의 삶을 시작한다. 구약성경 사무엘서를 바탕으로 만든 이 애니메이션은 다윗이 목동에서 왕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다. 웅장한 음악과 노래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그의 믿음을 아름답게 전달하며 성경에 친숙하지 않은 관객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다윗을 영웅적인 전사보다 음악가이자 시인으로 바라본 시선이 인상적이다. 갈등의 고비를 전투 대신 노래로 풀어가기 때문에 긴박한 액션을 더 보고 싶은 아쉬움이 남지만 따뜻한 정서와 선의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 한국어 더빙에 배우 박보검이 다윗 역을 맡아 한층 풍성하게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리뷰] 검 대신 악기를 드는 성경 뮤지컬,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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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굿 퍼킨스 감독과 <백룸> 제작진이 선보이는 네온의 새로운 공포영화. 숲속 외딴 오두막에서 기념일을 보내던 리즈(타티아나 마슬라니)는 연인 말콤(로시프 서덜랜드)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연이어 겪는다. 인물의 사연이나 사건의 전말을 차근차근 쌓아올리기보다 집과 숲, 빛과 그림자, 공기와 침묵을 통해 공포를 빚어내는 작품으로 무언가 어른거리는 듯한 정체불명의 감각이 오래 남는다. 공들여 디자인한 미장센과 화면구성은 기이함을 극대화하는 또 하나의 볼거리. 영생이라는 설화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들며 이미지와 분위기만으로 공포의 형체를 서서히 갖춰나간다. 명확한 해답이나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않지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크리처를 만나는 즐거움은 확실히 누릴 수 있다.
[리뷰] 서사보다 크리처로 공포를 디자인하다, <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