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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어른 김장하>(2023)에서 김현지 감독이 영화로 증명했던 것은 인간만이 지니고 베풀 수 있는 고귀함이었다. 감독의 신작 <남태령>은 2024년 12월3일 내란 이후 광장으로 집결한 사람들, 그중 2024년 12월21일 동짓날 밤 남태령으로 모여든 사람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향했던 전봉준투쟁단이 경찰과 대치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긴박한 순간들을 다룬다. 농민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연대를 견인하는 이들은 20~30대 여성들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나간 남태령의 그날 밤은 민주주의에 대해 잠들어 있던 사람들의 의식을 깨웠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분열과 혐오로 얼룩지다 못해 끝내 예외상태에 빠진 대한민국에서 겪어온 차별과 소외를 고백한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방한용품과 음식을 공유하며 가장 긴 동지의 밤에 서로의 목소리와 체온을 나누며 부대낀 이들이 열망한 것은 새로운 날의 아침이다. 계
[리뷰] 겨울밤 광장에서 인간의 고귀함을 다시 길어올린다, <남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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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와 안나 부부는 소문난 반칙왕이다. 육아와 교육, 입시, 취업까지 거의 모든 생애 순서와 방법론이 정해져 있는 한국 사회에서 자기들만의 대안적 삶을 꾸리는 중이다. 활달하기 그지없는 4남매를 키우기 위해 키즈카페에 가기보단 동네 공터에 놀이기구를 만들어주고, 식사 준비의 과정도 놀이의 시간으로 바꾼다. 소위 말하는 ‘안정된 직장’을 나와 전업주부가 된 아빠 몽키는 이러한 가족의 시간을 꼼꼼히, 그리고 역동적으로 기록한다. 워킹 맘 안나는 집안의 경제력을 책임진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등으로 국내의 대안 육아, 교육 현장에 관심을 기울여온 황다은, 박홍열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딱딱하게 굳은 사회의 틈에서 비집어 나오는 모종의 인간적 가능성을 포착한다. 영화는 몽키가 찍은 스마트폰의 세로 영상과 다큐멘터리 촬영자의 푸티지를 교차하면서 다양한 시각의 유동성을 표면에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몽키네 가족과 영화는 낙관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안적 삶이 가져오는
[리뷰] 구상을 실현으로 만드는 반칙의 기술, 다큐멘터리의 요술, <반칙왕 몽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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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리볼리에 서기 위해 온갖 황당한 계획을 짜는 코미디언 맷 존슨과 맷이 어떤 말을 하든지 찰떡같이 이해하는 뮤지션 제이 매캐럴. 둘은 2008년 너바나와 아무 상관없는 코미디 듀오 너바나 더 밴드를 결성했고 17년째 리볼리에 입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도 굳건했던 둘의 우정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그 우정은 맷이 CN타워 꼭대기에서 스카이다이빙하는 계획을 강행하다가 실패한 후 틀어진다. 그 계획이 고소공포증이 있는 제이의 역린을 건드리고 만 것이다. 그다음날도 맷은 <빽 투 더 퓨쳐>를 보고 캠핑카에 타임머신을 만드는 계획을 짠다. 제이는 철들지 않는 맷에게 실망해 밤에 맷 몰래 캠핑카를 몰고 도망치려 한다. 캠핑카가 시속 88km에 다다른 순간에 타임머신이 작동한다. 둘은 졸지에 2008년으로 돌아가고, 타임머신의 연료인 오르비츠를 구하러 과거에 살았던 허름한 아파트에 잠입한다.
<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
[리뷰] 인생 영화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4차원 코미디의 탄생이라니, <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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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개인의 생일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일어난 날이 같다는 발상에서 출발하는 작품. 송동윤 감독이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2017년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 때 연단에 섰던 1980년 5월18일생 김소형씨의 실제 연설 영상을 모티브로 삼았다. 1980년 5월18일 광주에서 태어난 소설가 미수(남소연)는 자신이 태어나던 날 실종된 아버지와 그를 찾아 헤매는 어머니로 인해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며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소설가로 살아간다. 어느 날 미수 앞으로 우편물이 도착하고, 그를 계기로 과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아픈 역사와 마주한다. 가족사를 좇는 이야기와 당시의 실제 기록 영상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비극의 역사를 현재 서사로 불러오려는 시도를 구현할 형식의 완성도에 대한 문제를 해결 과제로 남긴다.
[리뷰] 소재에 기대어 의도만 남긴 채, <5월18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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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펜싱 유망주였던 형 즈한(조우녕)이 소년원에서 돌아오면서 동생 즈지에(류수보)는 형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학교와 가족 안에서 조용히 생활하던 즈지에는 형의 등장 이후 조금씩 이전과 다른 감정에 휩싸인다. 펜싱부 에이스인 형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무서운 소문 사이에서 흔들리던 즈지에는 점차 형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그를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넬리시아 로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피어스>는 밀고 당기는 펜싱의 심리전을 인물 관계 속으로 끌어들인 작품으로, 이상과 환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형제의 심리를 서늘하게 그렸다. 가족드라마와 심리스릴러, 퀴어 성장 서사를 비슷한 농도로 섞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감독은 극단적인 클로즈업숏을 활용한 감각적 연출이 봉준호 감독의 영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뷰] 장르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욕망의 풋워크, <피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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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3D로 제작된 <안젤름>을 한국에서는 2D 평면으로 관람하게 되지만, 영화에 내장된 입체감과 공간감은 우리가 아는 2D영화들을 앞지른다. 극장 스크린을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 안젤름 키퍼를 위한 전용 갤러리로 만들려는 빔 벤더스의 야심이 상영 형식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1945년생 동갑내기인 두 예술가는 나치 시대를 가까스로 피해 태어났으나, 평생 독일인 정체성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각자의 작품에 투영해왔다. 영화는 키퍼의 예술을 차근차근 설명하기보다는 관객들이 그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치들을 영화-미술관 곳곳에 설치해놓는다. 아티스트 전기영화의 일반적인 문법을 기대한다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두 거장이 이뤄내는 기묘한 합일에 몰입하다 보면 얻게 되는 미적 경험의 순간이 있다.
[리뷰] 두 거장이 이뤄내는 기묘한 합일, <안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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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계 프랑스 고등학생 파티마(나디아 멜리티)는 어느 날 자신이 여자에게 끌리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만난 한국계 여성 지나(박지민)와 교감하며 퀴어 정체성을 받아들이지만, 사랑하는 어머니와 언니들 앞에서 이 새로운 자아를 드러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프랑스 내 북아프리카계 이민자 서사에서 부모 세대의 보수적인 종교성과 현지에서 성장한 2세대의 자아 정체성 사이의 충돌은 늘 치열하게 다뤄지는 주제다. <파티마가 사랑한 계절>역시 이 지점을 파고드는 성장영화지만, 작품을 상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연기에 있다. <리턴 투 서울>을 통해 세계 영화계에 처음 소개된 박지민은 방황하는 청춘으로 다시금 분하고, 이 데뷔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나디아 멜리티는 매 순간 독보적인 퀴어니스를 발산한다.
[리뷰] 용기 있는 캐스팅, 독보적인 커플링, <파티마가 사랑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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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반려견 훈련사 하영(최승윤)은 반려견 훈련 캠프에서도, 일상에서도 완벽한 리더다. 그러나 단 한명, 동생 소라(김승화)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살인죄로 복역하던 소라가 출소 후 하영을 찾아오면서 자매는 같은 공간에 놓인다. 소라의 등장과 맞물려 인근 지역에서 들개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하영은 캠프에서 탈출한 유기견 두부가 들개임을 직감한다. <훈련사>는 어린 시절 같은 사건을 겪었으나 현재는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자매의 심리적 갈등과 들개 포획을 얼개로 긴장감을 점화시킨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를 맡은 김승화의 예측 불가한 연기와 최승윤의 절제된 연기, 또한 등장한 모든 개들의 연기가 출중하다. 서은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 영화이며 밴쿠버국제영화제, 예테보리국제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되었다.
[리뷰] 통제 속에서 돌출된 연기가 숨을 틔운다, <훈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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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어떻게 계승되는가. 전 지구적으로 열광했던 마이클 잭슨(자파 잭슨)의 전기영화 <마이클>은 그가 유년 시절 형제들과 함께 일궈낸 가족 밴드 ‘잭슨 파이브’ 시절부터 제 이름으로 우뚝 서고자 했던 독립과 저항의 시기까지 삶의 굴곡을 흥미롭게 그려나간다. 마이클 잭슨 하면 떠오르는 친숙한 일화는 물론, 어둡고 내밀하고 사적인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 어느새 천재 예술가의 우수를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의 삶과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조응해나갔는지 관찰할 수 있다. 다만 ‘마이클 잭슨’이라는 성역을 건들 수 없다는 듯 신격화된 설계는 그의 아버지 조 잭슨(콜먼 도밍고)의 악랄함만 부각시키며 단편적으로 끝을 맺는다. 입체감 없는 스토리가 아쉽지만 그럼에도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무대는 여전히 불가역적으로 아름답고 역동적이다.
[리뷰] 눈 깜빡하니 어느새 스타디움이 된 영화관,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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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할리우드 액션 스타 쟈니 케이지(칼 어번). 전매특허였던 가라테 액션이 시대에 뒤처진 뒤로 그는 매일 술에 기대 살아간다. 그렇게 무너져가던 그의 앞에 레이든 사부(아사노 다다노부)가 나타나 지구를 구할 마지막 전사로 선택받았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한편 샤오 칸(마틴 포드)에게 왕국을 빼앗긴 뒤 그의 양녀로 길러진 키타나 공주(아델라인 루돌프)는 복수심으로 가득 찬 채 채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마침내 결전의 막이 오르고, 아웃월드 세력은 규칙마저 무시한 채 경기장 밖에서 상대를 제거하려는 계략을 꾸민다. 90년대 오락실을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격투 게임의 실사영화이자 리부트 <모탈 컴뱃>의 후속작이다.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잔혹한 ‘페이탤리티’ 연출을 한층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며 하드코어 액션의 쾌감을 전면에 내세운다. 새 캐릭터와 전작 인물들을 대거 복귀시켜 팬서비스에도 공을 들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인물을 한꺼번에 끌어안은 탓에 서사는 산만하게 흩어지고 감정
[리뷰] 과잉과 난잡함마저 오락으로 밀어붙이는 난폭한 팬서비스, <모탈 컴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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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영여고 교생 은경(한선화)은 모교에 부임해 감개무량하다. 첫 출근날, 변함없는 교정을 걷고 옛 담임의 반까지 맡아 의욕이 솟지만 과한 열정 탓에 주의가 필요한 인물로 찍히고 만다. 앞으로는 몸을 사리겠다고 다짐한 것도 잠시, 빨간 망토를 걸치고 다니는 세 학생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학생들의 정체는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 소라’. 동아리원 ‘아오이’ 지수(홍예지), ‘리코’ 샛별(이여름), ‘하루카’ 민지(이화원)는 전국 모의고사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들이다. 학생들이 요괴 이다이나시(유선호)에게 영혼을 바쳐 정답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은경은 제자들 걱정에 이다이나시를 직접 만나기로 한다.
<교생실습>이 어떤 영화냐고 묻는다면 ‘아메바 소녀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 설명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김민하 감독은 첫 번째 작품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2024)을 쓸 때부터 시리즈화를 염두에 두고 거대한
[리뷰] 사탕을 문 호러의 에너지로 3편을 향하여, <교생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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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슈가 세상을 떠났을 때, 20여년을 기다려온 협업은 시작도 전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탄츠테아터 부퍼탈 단원들은 슬픔의 끝에서 빔 벤더스 감독을 설득해낸다. 생의 감각으로 충만한 몸짓은 죽음을 영원한 단절이 아닌 또 다른 만남의 계기로 전환시킨다. 한강 작가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피나>는 영화가 타 예술의 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울림을 영화적 언어로 재구성한 모범적인 사례다. 빔 벤더스 감독의 다정한 시선은 무용수들의 경이로운 에너지와 공명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피나의 예술 세계를 스크린 위에 옮겨놓는다. 카메라는 무대와 부퍼탈의 풍광을 가로지르며 남겨진 이들의 숨소리를 따라 무용과 연극 사이의 틈에 영화를 새겨 넣는다. 굳이 서사의 흐름을 좇을 필요는 없다. 쉬이 번역되지 않는 몸짓을 언어로 포착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미끄러지기 마련이다. 언어가 닿지 못한 자리에는 무용수 개개인
[리뷰] 재개봉 영화 <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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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의 드림팀이 20년 만에 새 파트에 돌입했다. 영예의 ‘골드키보드상’을 수상하던 날, 앤디(앤 해서웨이)가 동료 기자들과 동시에 해고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수상 소감 자리에서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피력한 그는 악덕 기업의 편에 섰다는 오명을 쓴 ‘런웨이’의 구원투수로 스카우트된다.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리프)와 패션 디렉터 나이젤(스탠리 투치)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디오르의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와도 재회한다. 신임 기획 에디터로서 앤디는 대중이 환호할 특종을 잡기 위해 모든 인맥을 동원한다. 패션 소비 행태의 변화, 지면 매체의 위기 등 20년의 세월은 직원을 대하는 미란다의 태도까지 바꿨다. 패션 매거진의 힘이 약화되면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속절없이 휘말리지만 그럼에도 일터와 동료, 신념만은 끝까지 지키려는 ‘런웨이’ 에디터들의 야심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끝없이 이어지는 패션쇼와 행사 등 볼거리는 충분하다. 하지만 판타지적인 해결책에 의존하는
[리뷰] 애증의 새 발간호를 기다리는 마음. 베테랑들의 순정이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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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지옥의 입구인가, 출구인가. 공업고등학교 재학생 히데미(미나미 사라)는 하굣길에 교정을 빠져나오며 자문한다. 학교에서는 잘나가는 동급생에게 자리를 빼앗겨 바닥에 주저앉는 신세고, 집에서는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마주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히데미에게 숨 쉴 구멍이 있다면 그건 바로 랩이다. 종종 공터에서 동료들과 프리스타일 사이퍼를 주고받으며 거친 말을 내뱉는 그의 앞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프로듀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달콤한 제안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낳는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히데미가 사고를 기회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두 친구가 합류하면서, 영화는 익숙한 학원물에서 청춘 누아르의 모습을 갖춘다. 1999년생 작가 나미키 도의 소설이 원작인 <올 그린스>는 히데미의 내레이션으로 극을 열어 상처 많은 소녀의 생애로 관객을 접속시키더니 순식간에 그와 유사한 심경으로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을 불러모은다. 대책이 없을지언정 여기 아닌 어딘가로 나아가겠다는 결
[리뷰] 치기마저 용기로, 혈기조차 끈기로, <올 그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