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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1903년 하와이 호놀룰루 선착장에서 시작되었다. 100여명의 조선인들은 일제의 야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나먼 타국으로 향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사탕수수 농장에서 땀 흘려 일한 끝에 이들은 자신들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든 와중에도 고국의 독립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던 그들이었다. 광복 이후 미국 이민법이 개정되며 다인종사회가 본격화되었지만, 험난함은 여전하다.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후손들이 선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그들이 밟던 땅 위에서 연주를 시작한다. <하와이 연가>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하와이 한인 이민사를 되짚는다. 전작에서 같은 주제를 한 차례 다뤄본 경험이 있는 감독은 능숙하게 푸티지를 재조립해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영화는 세계 각국의 이주민과 함께 한센병 환자촌으로 지정된 칼라우파파의 사연을 다루며 보편적인 인류애를 선사한다.
[리뷰] 한 줄기 음악이 잊힌 과거의 목소리들을 한데 불러 모은다, <하와이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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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사랑하는 17살 소녀 마리.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념하는 발레 공연을 마치고 난 뒤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가 막대한 빚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서 다음날 빚쟁이와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망감에 빠진 마리는 별똥별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진심을 다해 소원을 빈다. 그날 밤 별똥별의 마법으로 인형처럼 몸이 작아진 마리는 빚쟁이가 남긴 호두까기 인형을 포함한 여러 장난감과 대화를 나눈다. <호두까기 인형과 마술피리>는 차이콥스키의 동명 발레를 재해석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다. 발레곡을 편곡한 뮤지컬 사운드트랙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음악을 더해 연말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호두까기 인형> 등 여러 명작 동화를 설정과 플롯에 인용한 듯 보이나 주축이 될 명확한 구심점이 없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캐릭터디자인에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예쁜 마음으로 모은 동화집이지만 부담스럽고 산만하다, <호두까기 인형과 마술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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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중인 레즈비언 커플 선우(손수현)와 희서(박가영)에게 몇겹의 시련이 닥친다. 아래층 집에선 이상한 악취가 올라와 신경을 건드리고, 선우의 불안정한 경제력은 언제나 둘 사이의 나쁜 긴장감을 초래한다. 자신들의 상황을 가족들에게조차 숨겨야 하는 동성 커플의 곤란함 역시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즉 이 커플은 대개의 연인이 겪는 보편적인 심리적 갈등에 더하여 한국 사회가 가하는 구조적 문제까지 버텨내야 한다. <시국페미> <우리는 매일매일> 등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강유가람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 <럭키, 아파트>는 어느 연인의 일대기를 통해 섬세한 감정선을 부여하는 동시에 감독이 꾸준히 주목해왔던 사회적 문제를 적절히 결부한다. ‘불편하다’라는 단어를 오용하며 사회 소수자를 혐오하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사람들의 민낯을 표면에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손을 잡고 나아가려는 선우와 희서,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더욱더 귀해 보인다.
[리뷰] 다분히 언러키한 이 세상, 그럼에도 행운을 심으려는 귀한 연애, <럭키,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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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 희연(장윤주)은 난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거듭되는 실패에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정신 건강을 위해 줄곧 맡아오던 고3 담임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반 학생 유미(최수인)의 임신 소식으로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학교는 ‘학생답지 않은’ 행실을 보인 유미를 내쫓으려 한다. 그녀의 유일한 보호자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학교 방문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출산예정일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희연은 제자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를 고민한다. <최소한의 선의>는 여성의 관점에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해온 김현정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한순간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 고등학생과 그를 바라보는 교사의 양가적인 감정선에 주목한다. 어른과 아이, 교사와 학생, 난임 환자와 10대 미혼모. 잉태를 둘러싼 기쁨과 절망이 교차하는 곳엔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조차 불가능한 사회가 불편한 민낯을 드러낸다.
[리뷰] 교사, 학교, 그리고 국가의 정당한 역할은 무엇인가?, <최소한의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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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저보다 달의 표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광활한 우주보다 더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SBS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고래와 나>가 극장판으로 새로 개봉한다. 지구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사는 포유류인 고래를 좇기 시작한 <극장판 고래와 나>는 자연스레 바다의 현재, 생태계 파괴, 종다양성의 획일화, 불법 포경 등 다양한 문제로 드넓게 뻗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극장판 고래와 나>는 잔혹한 현장을 비추기보다 바다의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방식을 택한다. 대양을 유유히 탐험하는 물살이들과 그 주변에서 삶을 유지하는 동물들의 평온한 모습은 자연보호의 근본적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한다. 고래의 자유로운 질주를 보다보면 해양 생명에게 환경문제로부터의 해방을 선사하고 싶어지고, 매일 다른 표정을 짓는 장엄한 바다는 모든 해양쓰레기를 소거하고 싶은 마음을 키운다. 그렇다고 영화가 순진무구
[리뷰] “바다가 고래를 위해 푸르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고래를 위하여>), <극장판 고래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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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양궁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지만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인 진봉(류승룡)은 성과 부실을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 1순위가 된다. 그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아마존 볼레도르(가상의 국가)로 가 양궁 감독이 되는 것이다. 진봉이 메달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면 볼레도르 정부는 그의 회사에 금광 개발권을 주고, 회사는 그에게 승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사측의 제안이다. 우여곡절 끝에 볼레도르에 도착하지만 현지인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 죽을 위기에 처한 진봉에게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이 기적처럼 나타난다. 그가 떨어진 타가우리 마을은 최근 금광이 발견된 이후 지속적으로 정부의 공격을 받고 있다. 진봉은 빵식의 도움을 받아 세계 선수권 양궁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데 성공하면 마을의 안전을 보장하게끔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협상을 시도한다. 하지만 금광 개발과 아마존 보호는 양립할 수 없다. 활쏘기에 재능 있는 시카, 이바, 왈부 원주민 3인방을 발탁해 훈련시킨 진봉에게 위기가
[리뷰] 한시도 눈 뗄 수 없는 구성이란 이런 것, <아마존 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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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브룩(톰 하디)과 베놈은 패트릭 멀리건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지명수배된다. 둘은 멕시코까지 도망치지만 심비오트를 추적하는 특수부대의 집념 어린 추적을 피하지는 못한다. 결국 누명을 벗기 위해 자발적으로 뉴욕으로 가기로 결심한 순간 에디와 베놈은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 제노페이지에게 습격당한다. 심비오트 사냥꾼 제노페이지는 심비오트를 만든, 심비오트들의 신 널(앤디 서키스)의 명령에 따라 지구에 왔다. 널은 심비오트들에게 배신당해 안드로메다의 감옥 클린타르에 갇혀 있는데 거기서 풀려나기 위해선 에디와 베놈의 몸에 이식된 열쇠 코덱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디와 베놈은 온 우주를 위협할 널의 해방을 막고자 다시 의기투합한다. <베놈: 라스트 댄스>는 톰 하디가 각본에 참여한 <베놈>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개봉 전부터 베놈이 등장했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쿠키영상과 이어질 영화라는 기대감으로 팬을 들뜨
[리뷰] B급 매력을 즐기는 관객에게 선사하는 소니의 최상급 롤러코스터, <베놈: 라스트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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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미국, FBI 특수요원 리 하커(마이카 먼로)는 첫 탐문 수사에서 초능력에 가까운 육감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를 눈여겨본 리의 상사 카터(블레어 언더우드)와 브라우닝은 리에게 ‘롱레그스’라는 서명을 남기는 연쇄살인마가 30년간 자행한 일가족 연쇄살인 사건을 배정하는데, 사건의 공통점이란 생일이 14일인 여자아이가 있는 가족이 희생자라는 것과 아버지가 가족을 모두 살해했다는 것이다. 리는 오래된 사건 파일을 읽고 분석해 나가는 한편 롱레그스가 작성한 편지 속 암호 해독에 밤낮으로 매달린다. 마침내 리가 암호를 해독하고 연이은 살인사건에 숨겨진 법칙을 발견하게 되면서 조사에 진척을 보이고, 이어 카터와 리는 롱레그스가 과거에 일으킨 살인사건의 생존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여전히 희생자를 물색 중인 롱레그스가 한발 앞서 남기고 간 흔적으로 인해 카터는 리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게 되고, 리는 카터가 단독범이라 믿는 롱레그스에게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
[리뷰] 스타일리시하게 묶고 꼬은 장르의 매듭들, <롱레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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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이동휘)와 우정(한지은)은 마땅한 보금자리와 수입이 없는 처지임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근거 삼아 결혼을 마음먹는다. 하지만 선우의 아버지 철구(강신일)가 쓰러지면서 둘의 결혼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선우는 철구의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바삐 돌아다니고, 여유로운 만남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게 된 선우와 우정은 결혼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이러한 위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선우는 그간 멀리했던 부모와의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우정과의 사랑을 더 단단하게 만들려 한다. 전작 <운동회>에서 다소 못난 가족구성원들의 좌충우돌 소동과 화합을 그렸던 김진태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영화의 중심 주제는 가족이다. 아무리 다투고 미워하며 잠시 떨어져 있다 해도 결국엔 살을 부딪치며 살아가게 되는 우리네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모라동>이란 제목으로 상영됐다.
[리뷰] 이 시대의 결혼 이야기에 편히 공감케 하는 안정적 연출의 묘, <결혼,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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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한해인)과 설이(한소희)는 강원도 소재의 한 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동기생이다. 아역배우 출신인 설이는 지금껏 연기만 하고 사느라 자신을 제대로 몰라 혼란스럽고, 배우 지망생인 수안은 불투명한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고민투성이의 삶이래도 수안과 설이는 근처 바다로, 서울로 함께 떠돌며 둘만의 천국을 만들어간다. 그러다 두 소녀는 서로에게 이끌리는 감정이 사랑임을 자각한다. 하지만 수안은 이 관계가 우정이라 선을 긋는다. 수안과 설이는 모두 배우라 타인을 가장하는 연기엔 능숙해도 정작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설명하는 데엔 자신이 없다. 영화는 명확한 서사구조나 적확한 감정선을 세우는 대신, 몽환적인 촬영과 조명, 사변적인 대사를 활용해 수안과 설아의 내러티브를 의미 불명의 모호한 대상으로 남겨둔다. 이 전략이 두 청춘의 방황을 외현하는 데엔 효과적이나 작품의 밀도를 채우는 데까지는 기능하지 못한다.
[리뷰] 물기 어린 몽환으로 스케치한 청춘의 예쁜 혼돈,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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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한뼘만 한 엠마(정해은)는 동물 마을의 유일한 인간 소녀다. 라마 부모가 온 정성을 다해 보살피는데도 체구가 작은 탓에 언제나 친구들에게 무시당한다. 소외감을 느낀 엠마는 자신의 진짜 뿌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멸종된 동물을 연구하는 늑대 에드워드(김다올)와 천재 발명가 거북이 뉴턴(박시윤)이 그녀 곁을 지킨다. 한바탕 우여곡절 끝에 숲속 친구들은 서쪽 바다 너머에 소인들이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자신감을 얻은 엠마 일행은 열기구를 타고 지도에도 없는 섬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 <리틀 엠마>는 <신데렐라: 마법 반지의 비밀>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레오 루이스 랴오 감독의 신작이다. 주인공 엠마의 내레이션이 이야기 전반을 이끌며 한편의 잠자리 동화를 듣는 듯한 포근함을 준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디자인만큼이나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전복시킨 발칙한 세계관이 눈길을 끈다.
[리뷰]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뒤집는 발칙함, <리틀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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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스카이(나오미 스콧)는 긴 공백기를 딛고 대대적인 월드 투어를 준비 중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스카이가 친구 루이스(루카스 게이지)의 자살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뒤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괴기한 미소를 짓는 환영과 의문스러운 목소리가 계속 스카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흥행에 성공한 <스마일>이 2년 만에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파커 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잔혹한 죽음을 목격하면 저주가 전염된다는 ‘스마일 엔티티’의 기본 설정은 여전하다. 다만 주인공의 직업이 정신과의사에서 가수로 바뀌면서 불가항력적인 현상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내적 트라우마의 공포를 집요하게 탐구했던 1편과 달리 <스마일2>는 고어한 묘사에 집중한다. 정신적 외상을 신체적 외상으로 바꿔 시리즈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선택이 기존 팬들에겐 낯설게 다가올 듯하다.
[리뷰] 내적 트라우마를 신체 훼손으로 무마하려는 오판, <스마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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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실적 꼴찌인 의료기기 영업사원 근성(허지원)의 부업은 인터넷방송 BJ다. 물론 회사 생활처럼 그의 방송도 ‘하꼬’ 신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우연히 동창회에서 유튜버로 잘나가는 개그맨 종만(남연우)을 만난 근성은 그에게 합방을 제안하지만 대차게 거절당한다. 홧김에 만취 방송을 켜고 종만의 학교폭력 사실을 폭로한 근성은 다음날 인터넷상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다. 전승표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개그맨>은 인터넷방송의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탐구한다. 떡상, 나락, 어그로, 주작 등으로 대변되는 개인 방송의 구조를 투명하게 그려낸 리얼리즘이 영화의 강점이다. 특히 실제 스트리머를 보는 듯한 배우 허지원의 열연과 노골적인 언어로 점철된 채팅장과 도네이션(기부)이 현실감을 더한다. 다만 조회수에 매몰된 세 인물의 이전투구를 너무 깊게 파헤친 나머지 자극적인 1인 방송의 병폐에 동화된 것처럼 보이는 접근 방식에 의문이 남는다.
[리뷰] 리얼리즘의 함정에 빠져 인방 생태계의 심연을 허우적댄다,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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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국숫집을 운영하는 미연(김정난)은 자식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엄마다. 가게 일을 돕는 아들 기훈(박지훈)에겐 넓은 기회를, 집을 떠나 아이돌로 활동 중인 딸 지은(김보영)에겐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단 죄책감이 그의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색하지 않고 씩씩하게 생활하던 중 지인과 동네를 잊어버리는 일을 겪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세상 참 예쁜 오드리>는 집안의 풍파를 함께 겪으며 가족이 화합하는 이야기다. 미연의 곁을 지키는 기훈은 엄마를 한층 깊이 이해하고 다시 집을 찾은 지은이 엄마에게 손을 내밀면서 세 사람 관계에 새살이 돋기 시작한다. 평범하게 전개되는 내용에 감칠맛을 더하는 건 배우들이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화통한 모습을 보인 김정난의 쇠락한 엄마 연기와 <약한영웅 Class 1>에서 감정을 억누르던 박지훈의 마음껏 표출하는 연기가 반전의 매력을 주며 영화에 새로운 색깔을 입힌다.
[리뷰] 무난무난한 작품에 감칠맛을 더하는 배우들의 연기, <세상 참 예쁜 오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