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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뜻밖의 사고를 당한 마케터 천샤오저우(우적). 환영이 보이는 후유증에 매일 시달리던 그는 완벽한 외모와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푸드 크리에이터 펑자난(왕영로)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서로를 알아가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그를 괴롭히던 의문이 하나둘 풀리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와 밝고 쾌적하게 설계된 색채로 영화에 산뜻한 활력을 불어넣는 이 작품은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에 다소 익숙한 로맨스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관계에서 비롯한 상처와 불안을 자연스럽게 끌어안으며 알싸한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의 눈부신 비주얼과 청량한 정서에 빠져 있다 보면 초여름 체감온도가 내려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리뷰] 색감 속도감 청량감으로 초여름 체감온도 내리는 법, <너만 보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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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토이 스토리>가 속편으로 돌아왔다. 보핍과 함께 우디가 바깥세상으로 떠난 지 7년 만이다. 보니의 방에서 아늑한 생활을 이어온 장난감들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맞닥뜨린다. 동네 곳곳 장난감들 사이로 풍문처럼 퍼진 태블릿PC의 존재가 보니에게도 찾아오고 만 것이다. 보니는 더 이상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다. 정말로 장난감의 시대는 끝난 걸까. 한편 첫 번째 어린이 주인이었던 에밀리의 집을 다시 찾은 제시는 그곳에서 블레이즈라는 소녀를 발견하고, 그가 보니와 친구가 되기를 소망한다. 실제로 전 세계 장난감들이 직면했을 동시대적 문제를 현실성 높게 반영한 5편은 어처구니없는 농담과 무해한 사랑으로 안정적으로 나아간다. 특히 코난 오브라이언이 목소리 연기한 스마티 팬츠가 몹시 웃기다.
[리뷰] 어쩜 나만 이토록 사랑해주니, 이 멸망의 세계에서, <토이 스토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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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스타 셰프가 된 세실(쥘리에트 아르마네)은 자신의 이름을 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오픈을 2주 앞두고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신메뉴 고민과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던 세실은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참에 며칠간 고향에 머물기로 한다. <리브 원 데이>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세실이 마주하게 되는 소소한 일상을 뮤지컬 형식으로 그려낸 영화다. 여기엔 무슨 일을 저질러도 자신을 다독여주는 고향 사람들로부터의 치유도 있지만, 반대로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지긋지긋한 감정을 재확인하는 순간도 있다. 영화는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말한다. 프랑스 감독 아멜리 보냉의 데뷔작으로 2025년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
[리뷰]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담백한 노래, <리브 원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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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 고아라(고아라)는 특정 음역대를 들을 수 없는 난청이다. 그녀는 중학교 음악 시간에 노래를 불렀다가 놀림을 당한 후 더는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한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어머니가 된 그녀에게 음악은 더는 춤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다. 그녀는 아이에게 불러줄 자장가를 만들기 위해 청각장애인의 음악적 경험을 연구하는 작곡가 이원우(이원우)를 찾아간다. <소리없이 나빌레라>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의 감독이자 인디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는 현진식 감독의 신작이다. 2024년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감독도 자신이 난청 환자임을 숨기지 않으며, 정교한 사운드로 청각장애인의 감각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려 애쓰는 점은 경이롭다. 다만 덜 정돈된 플롯이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진정성 있는 체험이 산만한 서사에 갇히는 아쉬움, <소리없이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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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대전 서구 용촌동의 정방(정뱅이) 마을이 쑥대밭이 된다. 기후 위기로 인한 기록적인 폭우로 제방이 무너진 것이다. 마을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으나 외부인의 도움으로 마을 주민은 전부 살아남는다. 하루아침에 집이 송두리째 사라져도 마을 주민들은 좌절하지 않는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에게 직접 지은 밥을 먹이며 보상에서 제외된 이웃을 챙기려 움직인다. <정뱅이>는 <느티나무 아래> <벼꽃>으로 환경문제를 다뤄온 오정훈 감독의 신작 다큐로 2026년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만듦새는 정석적이다. 정뱅이 마을의 주민, 정부 관계자, 예술가 등을 인터뷰하면서 재난 현장과 재난 회복력을 담아내고 동시에 기후 위기 시대의 제도적 장치의 한계를 지적하며 대안을 모색한다.
[리뷰] 건강하고 정다운 태도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 <정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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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마주친 축구부 연우(유가은)를 본 뒤 여름(김시아)은 망설임 없이 카메라를 든다. 아버지의 죽음 후 사진 찍기를 멈췄던 여름에게 렌즈를 통해 바라보고픈 상대가 생긴 것이다. 연우에게 사진을 선물하기 위해 필름을 현상한 여름은 아버지가 촬영했던 사진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마루(곽민규)를 찾아가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과거를 전해 듣는다. 호모포비아가 등장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 여름은 정체성 고민에 몰두하는 대신 자신과 아버지의 성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첫사랑의 설렘에 집중한다. 여름과 연우, 여름의 아버지와 마루의 관계를 겹쳐 보이며 연대와 성장, 상실의 치유까지 두루 다루는 청량한 청춘영화다. 성스러운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농심신라면상을 수상했다.
[리뷰] 상실과 사랑의 첫여름, <여름의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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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의 정중한 사무라이 코사카(야마구치 마키야)가 어느 날 갑자기 현대로 ‘타임 슬립’한다. 영화는 이 시간 여행의 배경을 단출하게 생략하고, 코사카가 현대에서 적응하는 이야기로 눈을 돌린다. 그는 우연히 시대극 드라마의 촬영장에 떨어지고, 어느새 ‘죽는 사무라이 역할’ 전문 배우가 되기에 이른다. 촬영 현장의 열정과 웃음, 코사카가 겪는 사무라이이자 배우로서의 고민 등이 적절하게 엮이며 부담 없는 한편의 소동극이 펼쳐진다. 야스다 준이치 감독이 10명 안팎의 비전문 스태프와 함께 만든 소규모 영화다. 단 한개 상영관에서 개봉을 시작한 이 작품은, 이후 10억엔 흥행과 제48회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포함한 7개 부문 석권 등 이례적인 성과를 기록하며 일본영화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리뷰] 무사도+언더도그+시간 여행+메타 여행, 치트 키 대결합,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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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서진(신민아)은 헤어진 남자 친구 현민(이승룡)의 지독한 스토킹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법원은 현민에게 집행유예 선고를 내리고, 현민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에 이른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서진은 그 즉시 멀리 떨어져 사는 쌍둥이 여동생 서인(신민아)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죽음은 이미 동생 집 안에 당도해 있다. 서진은 지하실에서 목매달아 죽은 동생을 발견한다. 지인들은 최근 받은 눈 수술 결과에 실망한 서인이 자살했다고 말하지만, 서진은 동생이 살해당했음을 직감한다. 평소 서인은 자신의 시각장애가 오히려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도예가로서 성공했기에 자살할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죽은 동생의 집에 은신하게 된 서진은 모계 유전으로 나날이 시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불안을 느낀다. 영화 <눈동자>는 이처럼 몸으로 느끼는 공포를 겹겹이 포개며 관객을 조여온다. <싸이코> <마더
[리뷰] 겹겹이 포개진 공포,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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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어떻게 될까’는 늘 미지의 영역으로 창작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다. <짝사랑 세계>는 이 질문에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응답한다. 영화 속 사후 세계는 현실과 겹쳐 있으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생활감이 가득한 집이 현실의 시선으로 보면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처럼 보일 뿐이다. 어린 시절 죽음을 맞은 뒤 이곳으로 넘어온 미사키(히로세 스즈), 유카(스기사키 하나), 사쿠라(기요하라 가야)는 함께 살아가며 나이를 먹고, 학교와 직장에 다닌다. 단란한 삶에 적응해가던 이들에게 큰 사건이 생긴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알게 되고, 자신들을 살해한 아동 합창 클럽 살인사건의 가해자(이지마 구)가 출소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짝사랑 세계>는 도이 노부히로 감독,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 등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제작진이 다시 한번 협업한 작품이다. 일본에서 주목받는 20대 여성 배우인 히로세 스즈, 스기사키 하나, 기요하라 가야가 각자
[리뷰] 그곳에서도 삶이 제한 없이 이어지기를, <짝사랑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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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17살의 현재(황보운)와 가족들.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버지의 뜻대로 응해주는 어머니와 달리 현재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든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10년째 행방불명된 딸을 찾아 헤매는 해인(채정안)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현재의 사정을 안 뒤로 해인이 몸을 던져 현재를 구하고 둘은 잠시간 함께 생활한다. 모녀지간처럼 지내지만 둘 사이의 묘한 거리감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현재를 위하여>는 인물 개개인의 결핍과 욕망을 응시하는 작품이다. 현재와 해인의 관계가 유사 가족의 형태를 띠긴 하나 이들의 동거가 손쉬운 해결책으로 제시되진 않는다. 상실을 인정하고 회복하는 데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함을 주지시키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 초청작.
[리뷰] 상실을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 <현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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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레이만(아부 상가레)은 파리의 배달 노동자다. 아프리카 기니에서 프랑스까지 흘러온 그의 일상은 생존을 건 사투다. 아직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지 못했기에 이런저런 수수료를 떼가며 일해야 하고, 브로커에게 합법적 망명을 위한 서류 값을 지불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잘 곳과 먹을 것도 포기해야 한다. 술레이만의 운명을 가르게 될 망명 심사 면접장에서 그는 숨겨왔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15분 동안 이어지는 면접 장면, 비전문 배우이자 실제 파리의 이민노동자로 사는 아부 상가레 배우가 보여준 연기에 제7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은 남우주연상으로 답했다. 영화는 같은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리뷰] 현실 어딘가의 일상적 사투를 되도록 있는 그대로,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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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미술교류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미대생들이 일본 고베의 외딴 산골 마을을 찾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폐신사를 방문한 학생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한밤중에 돌아온 이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피칠갑이 된 남학생의 귀에는 정체불명의 힌두교 주문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악귀에 씐 이들은 도끼와 드릴로 스스로를 해친다. 여동생마저 종적이 묘연하자 유미(공성하)는 대학 선배이자 무속인인 명진(김재중)에게 도움을 청하고, 일본을 찾은 명진은 악귀의 기운을 좇다 터널에서 봐선 안될 것들과 마주친다. <내 남자> <#맨홀>에서 어두운 인간의 욕망을 파고들었던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의 오컬트 신작이다. 일본의 황폐하고 음산한 공간들이 동양적 공포를 유도하지만 악귀에 씌인 피해자들의 무자비한 자해 장면만이 시각적 자극을 남긴다.
[리뷰] 일본의 황폐하고 음산한 공간들의 동양적 공포, <신사: 악귀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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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에 한인 모자가 산다. 아들 도준(남우현)은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고, 엄마 미진(박은혜)은 성공한 사업가지만 불법도박에 빠져 빚쟁이 신세다. 모자 사이가 극악으로 치닫던 어느 날, 미진은 동철(한재석)이 이끄는 범죄 조직에 납치된다. 도준에게 제시된 시간은 단 48시간뿐. 그는 촌각을 다투며 엄마를 구하려는 결투를 벌인다.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남우현의 액션, 그리고 주인공 도준이 마주하는 필리핀 사회의 암부. <납치 48시간>은 이 두축을 지지대 삼으며 특색을 꾀하지만 달려나가는 폼이 매끄럽지 못하다. 시퀀스별로 차이 없이 반복되는 액션이나 미디어가 재현해온 동남아시아에 대한 편견을 답습하는 배경 묘사가 특히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과 필리핀이 공동제작한 첫 액션영화로, 마닐라에서 모든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리뷰] 강고한 상투성을 돌려찰 순 없었나, <납치 4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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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용기(주민형)는 악당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을 꿈꾸는 시네필이다. 그는 극단적으로 마른 몸에 집착하는 지숙(백지혜)을 짝사랑한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에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한 세대의 다른 얼굴들. SNS의 팬덤을 보유한 운동선수 우주(정수현)가 전학 오면서 세 친구의 관계도 어그러진다.
단편 <구경>(2022)으로 로테르담국제영화제를 찾았던 한창록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미국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미수 사건에서 출발했다. 제목은 충(衝)동, 충(衝)돌, 충(衝)격을 의미하는 동시에 오프닝의 우글거리는 곤충들처럼 들끓는 자기혐오와 파괴심을 호명한다. <충충충>은 퇴폐보다 더 날것의 추함을 드러내는 데 망설임이 없는 영화다. 실시간 스트리밍, 딥페이크, 다이어트약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10대의 일상이 리비게쉬의 질주하는 사운드와 사이키델릭한 색채를 입은 파편으로 부서진다. 특히 뒤틀린 에로티시즘과 폭력은 <충충
[리뷰] 싸구려 현실보다 더 추하게, 침 대신 피를 뱉는 정신으로, <충충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