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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포켓몬이 어울려 사는 세계, 포켓몬 마스터를 꿈꾸는 소년 지우(이선호)는 로타마을에서 열리는 포켓몬 배틀 대회에 참가해 ‘파동의 용사’로 인정받는다. 이윽고 지우가 지닌 신비한 파동의 힘이 먼 옛날 봉인되었던 포켓몬 루카리오를 깨운다. 그러던 중 로타마을 근처 ‘세계가 시작하는 나무’에 사는 환상의 포켓몬 뮤가 나타나 지우의 파트너 포켓몬인 피카츄를 데리고 사라져버린다. 지우와 친구들, 루카리오는 피카츄를 찾으러 떠나고 ‘세계가 시작하는 나무’에 얽혀 있는 뮤와 루카리오의 비밀을 알게 된다. 메가 IP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8번째 극장판으로 인간과 포켓몬 사이의 내적인 유대 관계를 강조하는 이야기다. 인간에게 상처받았던 루카리오가 지우와 피카츄의 깊은 우정에 감응하는 과정이 주로 그려진다. 포켓몬들의 귀여움 그리고 우정과 감동까지 <포켓몬스터> 시리즈 특유의 여러 정수가 담겨 있다. 4K UHD로 리마스터링되어 국내 첫 극장 개봉한다.
[리뷰] 20년이 지나도 설레는 포켓몬과의 만남, 힘찬 이별, <극장판 포켓몬스터 AG: 뮤와 파동의 용사 루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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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 형사로 승승장구하던 현준(신현준)은 지금은 집안의 골칫거리 신세로 전락해 엄마 수미(김수미)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5년 전의 한 사건으로 인해 직급이 강등된 채 작은 지구대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현준의 일상은 수미의 구박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미가 무엇보다 안타까워하는 것은 현준이 무려 5년 동안 자신의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현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오는데, 그건 어느 날 현준이 벼락을 맞은 다음부터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준은 이를 통해 꼬인 자신의 인생을 되돌려놓으려 한다. <귀신경찰>은 노련한 두 배우의 익숙한 티키타카를 확인할 수 있는 코미디영화다. 배우 고유의 특성으로부터 비롯된 웃음이 영화의 명확한 장점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영화가 내미는 구수한 개그들을 진부하게 느낄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뜬 김수미 배우의 유작이다.
[리뷰]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귀신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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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정희(황지아)는 늘 가족 탓만 하는 엄마가 불만이다. 때늦은 엄마의 ‘사춘기’를 끝내기 위해 모든 불행의 시작인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할아버지를 만나는 데 성공하지만 생전 처음 마주한 엄마의 아버지에게 선뜻 말을 걸기가 쉽지 않다. 정희가 가족 상봉의 문턱에서 주저하는 사이 악의에 찬 어둠의 그림자가 성큼 그녀에게 다가온다. 신현규 감독의 첫 장편영화 <문워크>는 아직 어른들의 세계가 낯선 어린 딸의 시선으로 위 세대의 갈등을 바라본다. 불행의 대물림을 자기 손으로 끊어내겠다는 당찬 포부가 시골의 정경과 어우러지며 따스함을 자아낸다. 감각적인 시퀀스로 막을 올린 영화는 이후에도 도전적인 연출을 이어나간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한 황지아는 다양한 톤을 출중하게 소화해낸다. 다만 ‘힐링’을 표방하는 영화에서 납득하기 힘든 거북한 대사와 사건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옥에 티로 느껴진다.
[리뷰] 누군가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는 장면을 너무도 손쉽게, <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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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제시카 채스테인)는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의문의 남성 사울(피터 사즈가드)을 만난다. 사울은 실비아를 미행하는 것으로 모자라 문 앞에서 밤새도록 앉아 있는다. 밤새 공포에 사로잡혔던 실비아는 아침에서야 그가 치매 환자임을 알게 된다. 며칠 뒤 실비아는 사울에게 오해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메모리>는 과격하고 논쟁적인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거장 미첼 프랑코의 신작이다. 돌봄과 사랑의 이분법을 무너뜨리는 감독의 날카로움은 여전하다. 대신 일부러 불편함을 자아내는 인위적인 설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관객이 두 사람의 트라우마와 멜로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내어준다. 감독 특유의 건조한 카메라는 감정의 과잉을 절제하며 거리를 유지한다.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피터 사즈가드와 제시카 채스테인의 호연이 더없이 아름다운 순간을 만든다.
[리뷰] 돌봄과 사랑을 넘어서 서로를 치유하는 유토피아적 관계를 상상하는 성숙한 멜로,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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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암살 요원 생활을 청산한 준(권상우)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웹툰 <암살요원 준>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다. 웹툰 작가 김상혁으로 재탄생한 그는 기대를 한껏 받으며 <암살요원 준> 시즌2를 공개한다. 신작이 혹평에 시달리고 딸도 자신을 외면하자 절치부심해 연필을 다시 쥔다. 고심 끝에 그린 웹툰이 호평받는 와중에 그 웹툰을 모방한 범죄가 일어난다. <히트맨2>는 B급 감성과 첩보물을 더한 영화 <히트맨>의 속편이다. 숏폼으로 만들기 적당한 단발성 콩트와 코믹스를 보는 듯한 애니메이션 연출 등 전작의 개성을 계승하나 전작에 비해 유머가 시대착오적이며 타율마저 낮아서 아쉬움을 남긴다. 전작보다 스케일이 확장되고 액션도 진일보했지만 전작 특유의 잔재미가 휘발되었다. 결론적으로 ‘왜 프랜차이즈화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리뷰] 프랜차이즈화인가 억지 밈인가, 판단은 관객의 몫, <히트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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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아시아 땅에 살고 있는 판다 팡과 용 지에롱. 누구보다 절친한 그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아프리카에서 온 사자들에게 지에롱이 납치당한 것이다. 겁이 많지만 의리 있고 선한 마음을 지닌 팡은 납치범들이 남긴 지도를 발견하고 친구를 찾아 나선다. 물론 모험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착한 팡을 이용하려는 다른 동물들이 있었으니, 그중 팡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원숭이 조조다. 조조 역시 처음엔 나쁜 마음을 품었으나 이내 팡의 진심을 느끼고선 그를 돕기 시작한다. 한편 사자들은 지에롱의 능력을 활용해 앙숙 하이에나를 공격할 계획을 짠다. <꼬마 판다 팡의 아프리카 대모험>은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애니메이션영화임이 분명하다. 다양한 동물들의 개성을 영리하게 활용한 캐릭터 설정이 돋보이며, 아이들에게 특정 종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심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노력 또한 칭찬할 만하다.
[리뷰] 희망은 언제나 있다, 팡과 함께라면, <꼬마 판다 팡의 아프리카 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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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곽승일)는 시에서 지원받는 예산을 바탕으로 ‘힐링 캠프’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캠프는 위로와 휴식이 필요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이번엔 이유를 알 수 없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준비 과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프에 참가 신청을 하는 시민들이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게 될 것보다 그 과정의 중요성을 중시하는 영서(마영주), 둘만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동반 참여한 남매 지환(임병주)과 아진(권서연), 그리고 정체를 특정하기 힘든 소희(우리안)가 그 주인공이다. 그렇게 그들은 자연에서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박용철 감독의 <수호>는 소규모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고충과 심리묘사가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영화다. 비록 규모가 작아도,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아내고야 만다. 수호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낸 캠프의 마지막 프로그램이 자아내는 감동이 인상적이다.
[리뷰] 포기하지 않는다면, 신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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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온다!” 만나야 할 영화는 끝내 찾아온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전설적인 데뷔작 <벌집의 정령>이 긴 세월을 뛰어넘어 국내 정식 개봉한다. 제21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황금조개상을 수상한 이래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준 이 작품은 영화의 존재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20세기 영화사의 걸작’이란 수식어에 손색이 없다. 스페인 내전 직후인 1940년 무렵, 스페인의 한 시골 마을에 이동식 영화 트럭이 찾아온다. <벌집의 정령>은 역사의 알레고리를 소녀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영화다. 아나가 정령을 찾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어느새 내전으로 엉망이 된 스페인의 아픔과 겹치고, 동화 같은 환상 속에 서늘한 진실이 아른거린다. 보이지 않기에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적 마술은 5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생기를 발휘한다.
[리뷰] 동화같은 환상 속에 아른거리는 서늘한 진실, <벌집의 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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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엄마를 잃은 11살 소녀 카린(고토 노아)은 아빠 테츠야(아오키 무네타카)와 함께 절을 찾는다. 아빠는 엄마의 기일 전까지는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후 떠나고 카린은 혼자가 된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걸 실감하며 기운을 잃어가던 차, 절에 사는 37살 고양이 앙주와 만나면서 일상의 재미를 되찾는다. <고스트캣 앙주>는 타이틀롤을 맡은 캐릭터의 매력을 동력 삼아 움직이는 작품이다. ‘아저씨 고양이’가 가진 느긋함과 잔정이 영화를 포근하게 감싼다. 카린과 앙주가 환상적인 모험을 하다가 만나는 요괴들의 외형이 각기 달라 보는 재미를 안긴다.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만든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이자 그동안 캐릭터 컨셉 디자이너로서 영화작업에 참여했던 구노 요코의 정식 감독 데뷔작이다.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애니메이션영화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리뷰] 비워져도 다시 채워지는 뭉근한 마음, <고스트캣 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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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에 원인 모를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다. 감염자는 동물과 인간의 형상을 한몸에 지닌 수인(獸人)이 되어 격리되거나 사살된다. 소년 에밀(폴 키르셰)의 어머니 역시 수인화를 겪어 보호소에 격리 중이다. 프랑수아(로맹 뒤리스)는 어떻게든 가족을 복원하기 위해 아들 에밀과 함께 보호소 근처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한데 가족구성원을 수인으로 둔 두 부자와 달리 마을 사람들에게 수인은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수인을 향한 시민들의 테러가 극으로 치닫던 어느 날, 에밀의 어머니가 호송 중 탈출해 실종된다. 이들이 처한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밀에게도 변이의 조짐이 발현된 것이다.
돌연변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엑스맨> 시리즈 등 소수자 차별을 돌연변이 존재로 은유한 작품은 대개 ‘무엇’(What)이 중요한 질문(“무엇이 정상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등)을 건네며 의제를 서사화한다. 반면 <애니멀 킹덤>이 보다 집중하는 질문은
[리뷰] 무엇(What)보다 어떻게(How)에 집중하는 정치, 윤리적 상상력, <애니멀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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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물어봐>
tvN, 넷플릭스 / 16부작 / 연출 박신우, 김진성, 오승열 / 출연 이민호, 공효진, 오정세, 한지은 / 공개 1월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SF로서도 로맨스로서도 갸우뚱
한국은 국제적 위상이 커짐에 따라 우주정거장에 최첨단 실험 설비를 탑재한 생물학모듈을 설치하는 데 성공한다. 이곳에서 우주인들은 치매, 난임, 난치병 등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의 보스 이브(공효진)는 700억원을 지불하고 우주에 온 공룡(이민호)의 존재를 성가셔하는데, 사실 지구에서 산부인과 의사였던 그에게는 비밀스럽게 완수해야 할 미션이 있다. 난임으로 고생 중인 MZ그룹 며느리의 난자에 건설 현장에서 사망했던 회장 아들의 정자를 주입시킨 시험관 아기를 만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우주로 떠난 공룡은 자신이 회장에게 이용당했을 뿐 진짜 임무를 수행하게 될 사람은 고은의 정략결혼 상대인 강수(오정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별들에게 물
[OTT 리뷰] <별들에게 물어봐> <모텔 캘리포니아> <배뱀배뱀뱀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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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작은 연극 극단에 신입 단원들이 들어온다. 그중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혜리(전혜연)가 있다. 연극이 재미있어 보여 지원했다는 당돌한 포부에 단원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 해영(박호산)은 그녀에게서 자신을 사로잡았던 젊은 시절의 순수한 열정을 발견한다. 하지만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이 끝내 독이 된 것일까? 공연 준비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혜리를 둘러싼 지저분한 루머가 극단 내에 돌기 시작한다. 해영은 극단을 위해 결단을 내리기로 마음먹는다.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는 예술인들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꾸준히 조명해온 정형석 감독의 신작이다. 카뮈의 사유로 무장한 그는 이번에도 부조리한 현실 위에서 외줄타기를 이어 나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진실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는 작법은 이제껏 예술인을 그린 작품들과 의미 있는 차이점을 가진다.
[리뷰] 카뮈 향 짙게 밴 거울 속, 웃고 우는 예술가들,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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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4대 대성당을 전문 건축가와 미술사들의 코멘터리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영화. 먼저 성베드로대성당은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가 건축에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성당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베르니니의 <발다키노> 등을 직접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라테라노성요한대성당, 산타마리아마조레대성당, 성 밖 성바오로대성당 등 로마를 대표하는 역사적 공간들이 소개된다. 한때 <모나리자>를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사진으로 보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많은 관람객에 치이며 애쓰는 것보다 집에서 컴퓨터로 편하게 고해상도 사진을 감상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예술 작품을 보는 가장 최상위의 방식이 꼭 실물 감상이 아닐 수 있다고 알려주는 듯하다. 밀도 높은 가이드와 함께 극장 스크린으로 즐기는 예술 여행 나름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리뷰] 극장 스크린으로 즐기는 바티칸 투어, <성 베드로 대성당과 로마의 교황청 대성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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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유출 사건으로 일본이 떠들썩해진 틈을 타 요리코(쓰쓰이 마리코)의 남편이 자취를 감춘다. 이후 아들과 둘이 살아가던 요리코는 생명수를 숭배하는 사이비종교에 심취한다. 어느 날, 나이든 남편(미쓰이시 겐)이 찾아와 자신이 암환자라 밝히고 생의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갑작스레 일상에 끼어든 남편의 존재로 인해 요리코는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강변의 무코리타>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카모메 식당> <안경> 등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전작의 인상을 바탕으로 <파문>을 본다면 기분 좋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영화를 통해 남성 중심적 제도, 성차별과 같은 일본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동일본대지진, 방사능 유출 사건 등 재난을 적극적으로 극에 끌어들인다. 재난 상황의 전시보다는 재난 발생 이후 인물들의 대처 방식에 주목하며 그 속에서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리뷰] 재난 후에 남겨진 자들의 회복과 연대, <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