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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것을 싫어하는 건물주 민상(유해진)은 세입자로 들어온 수의사 진영(김서형)이 늘 똑같은 옷을 입고 병원 앞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게 거슬린다. 매일같이 티격태격하던 동물병원의 기류가 바뀐 것은 이곳의 단골 고객 민서(윤여정)가 세계적인 건축가라는 사실이 드러나고부터다. 리조트 건축 프로젝트를 반드시 따내야 하는 민상은 투자자들 앞에서 덜컥 민서와 친분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를 진실로 만들기 위해 진영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한편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해외에 있어 홀로 외롭게 사는 민서의 유일한 가족은 반려견 완다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민서가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고 혼자 남겨진 완다는 길을 잃는다. 민서는 종종 자신의 집에 오던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의 도움을 받아 함께 자신의 유일한 동반견을 찾아 나선다. 반려인과 헤어진 완다가 발견된 곳은 선용(정성화)과 정아(김윤진) 부부의 집 앞이다. 그들은 갓 입양한 딸 지유(윤채나)와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리뷰] ‘도그데이즈’, JK필름의 김치찌개에, 강아지라는 치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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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곰돌이 리락쿠라로 유명한 산엑스(San-X)에서 제작한 스미코구라시는 추위를 싫어하는 북극곰 시로쿠마,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펭귄?, 누군가 먹어주는 게 꿈인 돈가스 끄트머리 돈카츠, 수줍음 많은 고양이 네코, 공룡이지만 도마뱀인 척하는 도카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면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주인공이 되기보다 구석에 웅크려 있기를 좋아하는 소극적인 면모는 알 수 없는 위로를 전하며 따뜻한 기운을 남긴다. 스미코구라시의 첫 극장판인 <스미코구라시: 튀어나오는 그림책과 비밀의 아이>는 명작 동화 속에 들어간 스미코들의 순수하고 무해한 여정을 그려낸다. <성냥팔이 소녀> <빨간 모자> <복숭아 동자> <인어공주> <아라비안 나이트> 등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친구들은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러닝타임 내내 사랑 넘치는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무엇보다 구석을 좋아하는 스미코들의 소심한 성향이 동화 속 세상을 만나면서
[리뷰] ‘스미코구라시: 튀어나오는 그림책과 비밀의 아이’, 전국의 삼천만 I를 위한 귀여운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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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리안(쥘리에트 비노슈)에게 활자화된 경제위기는 더이상 와닿지 않는다. 그녀는 고용불안의 현실을 체험하고자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캉에서 일용직 청소부 생활을 시작한다. 이혼한 가정주부로 위장한 채 노동자들을 관찰하는 사이 크리스텔(헬렌 랑베르)과 마릴루(레아 카르네)라는 두 친구가 생긴다. 마리안은 그녀들과의 순박한 우정이 기쁘면서도 정체가 발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프랑스 기자 플로랑스 오브나의 르포르타주 <위스트리앙 부두>를 각색한 <두 세계 사이에서>는 원작에서 두드러지지 않은 잠입 저널리즘의 도덕적 고민에 집중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 속에 잠시 머무르는 유명 작가의 모습은 주변인들에게 사치스러운 위선과 동정으로 다가온다. 마리안 자신도 이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크리스텔이 제공하는 인간적인 유대와 취재원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불안정성 사이에서 번민한다. 크리스텔 역의 헬렌 랑베르 등 실제 노동자인 비전문 배우들의
[리뷰] ‘두 세계 사이에서’, ‘체험한다’와 ‘살아낸다’ 사이의 그 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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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런던 땅에 발을 내딛는다. 지난 7년간 7대양을 떠돌며 세상을 배운 그의 이름은 윌리 웡카(티모테 샬라메)다. 윌리의 수중엔 은화 몇닢뿐이지만 그의 모자 속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득한 꿈이 있고 머릿속엔 런던 시민들을 사로잡을 초콜릿 제조술과 마술 실력이 있다. 누가 보아도 세상 물정 모르는 뜨내기인 윌리는 블리처(톰 데이비스)의 꼬임에 넘어가 가난한 여행객을 등쳐 먹는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먼)의 여관에 갇힌다. 하지만 윌리는 달콤백화점에 초콜릿 가게를 내겠다는 창업 계획을 포기할 수 없다. 윌리는 여관의 고아 소녀 누들(칼라 레인)과 함께 런던의 초콜릿 연합에 맞서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웡카>는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의 1964년작 소설과 이를 바탕으로 한 두편의 영화로 인기 캐릭터가 된 초콜릿 공장주 ‘윌리 웡카’에 관한 프리퀄이다. 이전의 두 영화와 전혀 다른 무드를 취하지만, 영화에 가득한 뮤지컬 넘버와 캐릭터의 의상 컨셉
[리뷰] ‘웡카’, 낯선 문화를 향한 관용과 연대를 녹인 폴 킹의 달콤한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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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에서 발생한 한 남자의 의문의 추락사. 의학적 사인은 두부외상, 법의학적 사인은 사고 혹은 의도가 개입된 사망. 같은 시간 유일하게 산장에 있던 아내 산드라(잔드라 휠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최초 목격자인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네르)은 시각장애로 인해 신빙성 있는 증언을 하지 못한다. 추락의 원인을 되짚는 법정에서 단란해 보이던 가정의 속사정이 낱낱이 해부된다. 법정물과 가족 드라마를 절묘하게 엮어낸 <추락의 해부>는 가족이라는 세계의 지엽적 단면이 폭력적인 의심의 체계 아래 곡해되는 과정을 그린다. 확실한 물증이 없어 정황증거만으로 판단하는 법정은 다니엘에게 두개의 가정적 진실을 제시한다. 반면 애증의 얼굴을 오가는 잔드라 휠러의 열연은 단단히 유착된 가족관계의 진실은 간단히 분리해낼 수 없는 것임을 역설한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인격 살인의 대상이 되는 산드라와 무너지는 가족공동체는 무자비한 의심과 이분법적 사고로 점철된 사회의 현주소를 곱씹어보게 한
[리뷰] ‘추락의 해부’, 정교한 카메라를 따라 관계의 피부를 절개하는 의심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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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탈리아 밀라노에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세워지고 있을 무렵, 한 동굴 탐험대가 남부 칼라브리아 내륙의 한 시골 마을로 향한다. 이들은 대략 700m에 달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비푸르토 동굴을 탐험하기 위해 온 것이다. 조용했던 마을은 이들 덕분에 떠들썩해지기 시작한다. 탐험대는 동굴 입구에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탐험을 시작한다. 이 모습을 산 중턱에서 양치기 노인이 내려다본다.<일 부코>는 1961년 유럽에서 가장 깊은 동굴인 비푸르토 동굴을 탐험한 동굴학자들의 모습을 재현한 영화다. 감독의 전작인 <네번>(2010)처럼 이 영화에도 대사가 없다. 자막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이 오직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시적인 영화다. <네번>에서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인간과 동물과 자연을 병치시킴으로써 형상화했다면, <일 부코>는 인간의 표면과 자연의 내부를 겹침으로써 관객에게 심상을 만드는 시도를 한다. 영화 후반부에 죽음이 임박한 노
[리뷰] ‘일 부코’, 인간의 표면과 자연의 내부를 겹쳐 세계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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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유토피아>는 탈북민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를 폭로한 다큐멘터리다. 지금까지 낙원이라 믿고 자란 자국을 스스로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기록했다. 어려서부터 서양 국가들은 야만적이고 참혹하다는 메시지의 동화와 동요를 접하고 자란 아이들은 오로지 북한만이 유일한 천국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북한에서 자행되는 아슬아슬한 정치 싸움과 지속되는 국민적 빈곤, 생존하기 위한 일상적 사투 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목숨을 내어놓고 강을 건넌다.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히면 극악한 고문이 이어지고, 북에 남은 가족들은 하릴없이 추방되고 만다. 탈북의 희망인 브로커들은 오직 돈으로만 움직이며, 그사이에 어린 여성들은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 안에 머물러 살아가는 것만큼 벗어나는 것에도 엄청난 용기와 감내가 필요하다.
어릴 적 거쳐온 탈북 과정을 낱낱이 고백하는 이현서씨, 북한에 두고온 아들의 월남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소연씨,
[리뷰] ‘비욘드 유토피아’, 지나치게 연민하지도, 지나치게 관여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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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별세한 시대의 아이콘 제인 버킨의 삶과 업을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를 선택한 이에겐 예상과 다소 다른 결과물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제인 버킨의 생과 커리어를 연대기적으로 훑는 아카이브 푸티지나 관계자들의 정갈한 인터뷰 등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영화가 상투적이고 심심한 전기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감독의 무궁한 상상력과 배우의 무진한 가능성이 만난 협업의 결과인 동시에,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에 서 있는 독특한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촬영되는 거, 본인에 대해 말하는 거 좋아해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중략) “이 영화 할 거죠?” “네, 대장님!” 60대의 감독 아녜스 바르다는 40살 생일을 앞두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배우 제인 버킨을 마주한다. 그들은 진솔한 담소를 나누고, 바르다의 질문과 버킨의 대답이 이어진다. 버킨의 삶, 감정, 기억, 생각이 그의 독백
[리뷰]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아녜스와 제인, 두 예술가의 삶과 영화에 대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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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노백(미아 바시코프스카)은 엘리트 학교에 새로 부임한 영양 교사다. 환경과 건강을 염려하는 아이들에게 노백은 ‘의식적으로 먹기’라는 느린 식사법을 제안한다. 눈앞의 음식을 천천히 응시하면서 먹으면 먹는 속도가 줄고 자연스레 먹는 양도 줄게 된다. 음식을 적게 소비하면 환경을 지킬 수 있고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마음의 평화까지 얻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아이들의 심리적 부담을 부드럽게 헤아려주는 노백의 관심에 학생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고, 결국 믿음을 향해 완전히 잠기게 된다. 의식적 식사를 성공적으로 터득한 학생들은 노백의 지도에 따라 다음 단계로 향하며,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먹는 모노 다이어트를 거쳐 아예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금식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도전한다. 이것은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다. 이미 그녀를 완전히 신뢰하게 된 아이들은 다음 과제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노백은 아이들에게 세상 어딘가에 먹지 않고 지내며 비밀스럽게 편견에 맞서고 있는 ‘
[리뷰] '클럽 제로', 웃을 수도 화낼 수도 없는 무기력한 부조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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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도래하는 순간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혼란한 와중에도 정직 테크의 경리 영미(이유영)의 짝사랑은 변함이 없다. 같은 회사 직원 도영(노재원)의 횡령을 눈감아주고 금액을 맞추기 위해 부업을 병행하면서도 말이다. 사촌 대신 큰어머니까지 부양하는 상황임에도 영미는 불평 한마디 없다. 1999년 12월31일, 영미가 큰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와중에 도영이 모습을 드러낸다. 20세기의 마지막 날 두 사람은 못다 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미는 도영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69세>를 연출한 임선애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미쓰 홍당무>의 미숙(공효진)을 상기시킬 만큼 독특한 매력을 지닌 영미의 행보에 주목하는 작품이다. 두 파트로 분리해도 무방할 만큼 영미의 삶은 2000년을 기점으로 극단적으로 변한다. 도영의 범죄를 묵인한 죄로 옥살이를 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의 앞에 도영의 부인 유진(임선
[리뷰] '세기말의 사랑', 이상하고 독특한 여성들의 다정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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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화(김금순)는 남편의 사고사 이후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갑작스럽게 정리 해고 대상이 된 그녀에게 악재가 겹친다. 윤화의 아들이자 집안 장손 세진(최우빈)이 그녀 몰래 전 재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친척들은 어려워진 사정을 핑계대며 문중 땅을 빼앗으려 한다. 윤화의 남편 기일에 맞춰 등장인물 모두가 울산에 모이며 영화가 막을 올린다.
<울산의 별>은 여성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을 드러낸다. 계급을 다루는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에 발생하는 사건의 원흉은 대부분 돈이다. 하지만 <울산의 별>은 전형적인 ‘사회고발 독립영화’의 틀 안에 머물지 않는다. 독특한 소재나 플롯 구조를 활용하는 건 아니다. 작품의 참신함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각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들간의 차이에 있다.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를 보며 인혁(도정환)이 내뱉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전근대적이야.” 젠더 고정관념은
[리뷰] '울산의 별', 우리는 모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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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은수(크리스 필립스)가 양자들과 함께 반란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는 이후 왕좌를 차지하지만 기주후 소호의 딸 달기(나란)를 후궁으로 맞이하면서 폭군이 되고 만다. 은수의 천륜을 저버린 만행과 폭정으로 하늘이 노한다. 곤륜산의 원시천존(천쿤)은 천벌이 내려진 인간들을 구할 봉신방을 강지아(황보)에게 주어 인간계로 보낸다. 사대 백후를 제거한 은수에게 마계가 동참하고, 마침내 신계와 인간계 그리고 마계의 전쟁이 일어난다.
<봉신연의: 조가풍운>은 명대 소설 <봉신연의>와 송대 소설 <무왕벌주평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역사적 사건에 도가 사상을 씌운 동양 판타지 장르물이지만 영화의 주제는 권력 앞에서 한없이 비정해지는 인간상에 가깝다. 이미 수차례 영상화됐지만 5400억원의 제작비와 8년의 제작 기간은 새로운 기대를 심어준다. 특히 영화 초반 기주성 대규모 전투 장면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연상시킬 정도로 장대한 스케일을
[리뷰] '봉신연의: 조가풍운', 전투 신 하나만큼은 장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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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마친 학생들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이들이 다니는 시마다 고등학교는 폐교가 정해져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졸업식이 얼마 남지 않은 교실은 마냥 들뜬 분위기다. 졸업식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모교와 작별을 준비한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과도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더 큰 세상을 향한 발걸음이지만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소녀들에게 첫 이별은 무척이나 시린 경험이다.<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로 국내에서 호평받은 아사이 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인공 네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며 벚꽃이 만개한 졸업식 풍경이 스크린에 담긴다. 하지만 영화는 정교한 서사를 통해 각 학생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엔 관심이 없다.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장면 연출도 없다. 오히려 영화는 공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온전히 담아내고자 한다. 카
[리뷰]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그 시절 우리의 작은 세상은 참으로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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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드레스에 금발 머리를 한 남자가 한밤중에 긴급 체포된다. 거동이 불편한 그는 수십 마리의 개를 트럭에 태운 채 이동 중이었다. 경찰 앞에선 함구했으나 정신과 의사가 찾아와 사연을 묻자 그는 조금씩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자신을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라고 소개한 남자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다. 어머니는 가출했고 형과 아버지는 투견을 키우던 사육장에 오랜 기간 그를 방치했다. 결국 경찰에 구조됐지만 아버지가 쏜 총탄에 맞아 보조 장치 없인 걸을 수 없게 됐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그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건 수백 마리의 개들이었다. 인간관계보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신뢰하는 영화의 태도는 뤼크 베송 감독의 전작 <그랑 블루>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도그맨>은 인간-동물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악을 처단하는 수호자로서 묘사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일부 비약적인 요소가 존재하지만, 더글라스의 비극을 노래로 승화한 케일럽
[리뷰] '도그맨', 인간과의 관계엔 불행이, 동물과의 관계엔 구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