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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위런>은 국내 최초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목표로, 1년 동안 세계 7대 마라톤 완주에 도전한 가수 션의 여정을 기록한다. 신체적 한계를 돌파하며 달리기가 선사하는 삶의 의미를 체화하는 션의 분투 그리고 배우 박보검의 내레이션이 인물이 지닌 선의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쉘위런>은 션의 뜻깊은 도전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달리기는 단순히 목적지로 향하는 수단이 아니라, 두발이 지면에 닿고 떨어지는 리듬을 지닌 역동적인 움직임이다. 카메라가 인물의 헌신을 성실하게 따라가는 것에 더해, 달리는 행위 자체가 뿜어내는 감각적인 이미지를 조금 더 부각할 순 없었을까. 영화가 전형적인 이미지 안에서 맴돌고 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타인을 위해 묵묵히 한계를 통과하는 두발의 궤적만큼은 긴 잔상을 남긴다.
[리뷰] 선의를 향한 정직한 질주, <쉘위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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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와 멀어졌던 제이(오스틴 에이브럼스)는 아버지 미트(조시 브롤린)의 유골을 찾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다. 깊은 바닷속에서 고래에게 삼켜진 제이는 산소가 떨어지기 전에 밖으로 탈출해야 한다. 대왕오징어와 사투를 벌이며 고래의 내장 속을 헤매던 도중 생전에 아버지가 가르쳐준 생존법을 하나둘 떠올린다. 바다를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그곳에서 아버지와 못다 한 대화를 나눈다. 거대 생명체의 내부를 무대로 한 생존극에 부자간 갈등과 화해를 엮는다. 고래 뱃속이라는 낯선 공간을 활용한 시각적 볼거리와 제한된 산소로 인한 시간 압박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한편, 과거의 기억들을 현재의 생존 과정과 겹쳐놓는다. 대니얼 크라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어벤져스>의 타노스로 익숙한 조슈 브롤린이 아버지 미트를 연기한다.
[리뷰] 아버지가 알려준 살아남는 법, 아버지를 품고 살아가는 법, <웨일폴: 고래에 먹힌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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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지망하는 여자(임유원)가 친구의 공모전 당선 소식을 접한다. 씁쓸한 마음으로 집에 온 여자는 보일러실 안의 남편(정재윤)을 만난다. 한겨울에 제비가 들어왔다던 남편의 말을 넘겨들었던 그날 밤, 새소리를 들은 여자는 보랏빛이 새어 나오는 문을 발견한다. 문이 열리며 새로운 단원이 펼쳐지고, 이야기는 다른 시공간을 비춘다 공모전 낙방과 슬럼프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새의 이미지와 보랏빛 공간으로 옮겨놓으며, 잘되지 않아도 꾸준히 쓰려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린다. 인물들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고 ‘너’와 ‘남편’으로 지칭하며, 반복되는 인물과 장면을 통해 서로 다른 이야기와 시간을 겹쳐놓는 방식으로 특정 인물을 넘어 누구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도록 ‘쓰는 사람들’을 어루만진다.
[리뷰] 쓰고 싶다는 마음이 끝나지 않는다, <퍼플 스왈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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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4학년 후지노(나나세 후리, 데구치 나쓰키)는 학급신문에 네컷만화를 그리며 만화가의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은 쿄모토(오카다 로카, 마키타 아쥬)라는 미지의 존재에 의해 잠시 중단된다. 학급신문에 실린 쿄모토의 만화, 특히 배경을 묘사하는 실력에 압도당하고 열패감을 느낀 후지노가 펜을 내려놓은 것이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후지노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기점은 또다시 쿄모토다. 선생님의 부탁으로 후지노는 집 안에만 있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쿄모토에게 졸업장을 전해주러 간다. 쿄모토의 집에 기척이 없자 후지노는 장난스럽게 네컷만화를 그리는데, 이것이 방 안으로 흘러들어가 쿄모토의 눈에 띈다. 쿄모토는 바깥으로 나와 사실은 후지노의 엄청난 팬이었음을 열렬히 고백한다. 만화를 통해 우정을 다진 둘은 함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프로의 세계에서도 인정받는다. 하지만 쿄모토의 어떠한 마음은 둘의 관계에 균열을 낸다. 그럼에도 후지노는 만화를 그린다.
후지모토 다쓰키 작
[리뷰] 시공간의 정취를 인물의 감정 사이에 묻혀내는, <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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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사고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은 레미스 마을은 이상하리만치 평화롭다. 대체 교사로 마을에 온 세르지오(미켈레 리온디노)는 마을에서 신성시되는 학생 마테오(줄리오 펠트리)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마테오와 포옹하면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은 너나없이 그를 찾아가지만 세르지오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테오를 구하려 한다. 그러던 중 세르지오는 그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영화는 마테오에게 의존하는 마을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고통과 상실을 대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행복해 보이는 마을의 전경과 불안에 휩싸이는 세르지오의 심리를 대비하며 기이한 분위기를 쌓아간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며,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뒤 판타스틱 페스트에서 관객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리뷰] 고통을 없애주는 기적은 족쇄가 된다, <홀리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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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넘긴 병수(이상하)는 아버지 기팔(정희태)의 아파트를 넘겨받고 싶다. 그렇게 다짜고짜 찾아간 아파트에는 자신과 동갑내기인 기팔의 상간녀 채린(임유빈)이 살고 있다. 아버지의 자식을 임신했다는 채린의 말에 병수는 그의 생활을 돕는 조건으로 비밀 동거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채린의 임신 사실은 끝내 어머니 옥분(이서원)의 귀에 들어간다. 채재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가족은 아니고>는 외도와 주거 문제 등 통속적인 가족의 위기를 특유의 유쾌함으로 풀어나간다. 쉴 새 없는 코미디에서 유독 돋보이는 것은 <우리의 이름>으로 인상적인 조연을 선보인 이상하 배우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다. 초중반의 위태로운 설정을 다소 쉬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점은 아쉽지만 작은 제작 환경 안에서 화면을 다채롭게 메우는 말과 몸짓의 리듬이 유려하다.
[리뷰] 가족이라는 거울 앞에서 능청스러움을 잃지 않기, <가족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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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웨이(사묘)는 딸 레이니를 홀로 키우며 무술을 가르치는 싱글 대디다. 어느 날 딸이 아동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고, 왕웨이는 곧바로 그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한편, 나빈(조 타슬림) 역시 실종된 아내를 찾고 있다. 왕웨이와 나빈은 각자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조직의 소굴에 뛰어든다. <퓨리어스>는 집요할 만큼 액션의 쾌감에 충실한 장르영화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사묘의 맨몸 액션은 물론 활과 망치, 자전거 등을 활용한 기발한 액션이 영화 내내 펼쳐진다. 잔혹함과 유머, 비정함과 온기 사이 적절한 균형이 인상적이며 개성 있는 컬트적 캐릭터들의 만화적 액션을 보는 일도 즐겁다. <바람의 검심> 시리즈의 무술감독 다니가키 겐지의 연출작으로 제58회 시체스영화제 판타스틱 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리뷰] 순수하고 집요한 홍콩 액션 차력쇼, <퓨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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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 가문의 소년 필립(정의진)은 공룡 박물관에서 자랐지만 공룡이라면 지긋지긋하다. 박물관을 물려받길 바라는 아버지와 다툰 필립이 홧김에 시간의 문을 여는 돌 ‘이카 스톤’을 작동시키자 방에 있던 모두가 1억년 전 공룡 시대로 빨려 들어간다. 평소 짝사랑하던 리나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 나서며 공룡들과 동료가 되기도, 악당 공룡과 대적하기도 한다. 모험을 통해 리나와 가까워진 필립은 진짜 멋진 모습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영화는 시간 여행과 공룡 어드벤처를 다루며 필립의 성장과 가족의 화해를 그리는 한편 중간중간 그림체가 다른 사나이 왕국 장면을 삽입하여 다채로운 볼거리를 더한다. 공룡과 시간 여행이라는 장르적 재미에 필립의 변화를 더한 성장 애니메이션으로 가족과 자기다움의 의미를 전한다.
[리뷰] 거칠어야 멋진 건 아니야, <다이노 패밀리: 사고뭉치 공룡 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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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호러, 로맨스 등 장르로 구분하곤 하지만 배우의 이름이 하나의 장르처럼 통용되는 사례는 톰 크루즈가 유일하다. ‘톰 크루즈 영화’ 속에서 캐릭터들은 늘 전속력으로 달리고, 선글라스를 낀 채 오토바이를 멋들어지게 타며, 깎아지른 곳에서 훌쩍 뛰어내린다. 오랜 시간 이 배우는 관객이 기대하는 지점을 흡족하게 보여주기 위해 완벽을 추구해왔다. 언급한 유형의 장면을 볼 때마다 매번 감탄스럽다는 건 놀랍지만, 어느새 극 중 서사보다 배우의 개성이 도드라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매버릭, 이단 헌트, 잭 리처, 로이 밀러, 닉 모튼은 각기 다른 임무를 맡지만 다 비슷하지 않던가.
<디거>는 ‘톰 크루즈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선 관객을 완벽히 배반하는 영화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 뚱땅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음악이 흐르는 검은 스크린에 별처럼 보이는 작은 빛들이 흩뿌려져 있다. 톰 크루즈를 보러 온 관객에게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비인간 물질부터 보여준
[리뷰] 당황스러울 만큼 대담하게, <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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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자리에서 서성인다. 무엇을 사야 하고 언제 팔아야 하는지, 수익률을 비교하고 새로 나온 상품을 들여다보는 동안 정작 묻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은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증권사에서 26년을 보낸 김대중 작가와 숲파트너스의 최근민 컨설턴트가 함께 쓴 <이길 수 있는 투자만 하라>는 바로 그 빈자리에서 출발한다.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맞히는 데 쏟던 관심을 투자자가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조건으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자산을 어떻게 나누고 비용을 얼마나 줄여 한번 정한 원칙을 얼마나 지킬 것인가. 책의 질문은 결국 이 세 가지로 모인다.
'왜 인덱스 투자만이 승산 있는 게임인가'라는 부제는 책의 결론을 명쾌하게 요약한다. 도발적으로 들리지만 책의 걸음은 오히려 차분하다. 투자 성과에 관한 통계에서 시작해 금융회사의 수익 구조와 투자자의 행동을 차례로 살핀 뒤 인덱스 투자와 퇴직연금 운용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오래 지킬 수 있는 투자의 조건, <이길 수 있는 투자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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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들리면 사람이 사라진다. <포르테>는 외딴 숲속 영화 제작 현장에서 거장의 곡을 대필하게 된 신인 영화음악가 연지(임채영)가 본인의 욕망과 마주하며 생기는 기괴한 사건을 담는다. 새로운 선율이 완성될 때마다 동료 스태프들이 의문의 실종과 죽음을 맞이하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과감한 색채로 구축한 음습한 이미지와 적극적으로 사용된 호러의 클리셰는 공포감을 어렵지 않게 조성한다. 영화 전반을 강박적으로 내리누르는 피아노 선율은 ‘세게 연주하라’는 포르테라는 제목과 조응하며 인물의 분열적인 신경증을 직관적으로 와닿게 한다. 다만 폐쇄적인 공간 설정에 갇혀 인물의 감정 흐름이 설득력 있게 축조되지 못하고, 악마라는 익숙한 클리셰에 기댄 전개는 영화 제작 현장을 다룬 메타적 설정과 조화롭게 포개지지 못한 채 겉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세게 내리친 클리셰, 겉도는 메타의 야심, <포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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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부고에도 슬퍼하지 않던 뫼르소(뱅자맹 부아쟁)는 덤덤히 장례를 치른다. 바로 다음날 그는 매력적인 여인 마리(레베카 마르데르)와 해수욕을 즐긴다. 거리의 소동을 바라보던 뫼르소는 이웃의 일에 휘말려 한 아랍인을 죽이게 된다. 재판에서 뫼르소는 살인의 경위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일을 추궁받는다. 재판 내내 사람들은 그의 무심한 태도가 살인보다 큰 죄인 것처럼 말한다.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 <이방인>은 원작이 서술한 인물의 감각을 충실히 영상화한다. 뫼르소가 느끼는 강렬한 빛과 더위를 화면에 담고 그를 향한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생생히 들려준다. 영화는 소설에서 이름 없이 살해당한 아랍인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의 누이를 보여준다. 소설의 뫼르소가 놓쳤던 다른 이방인까지 드러냈다.
[리뷰] 원작의 날을 누그러뜨리고 또 다른 이방인을 비춘다,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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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가 대리석으로 변하는 혈액 매개 바이러스가 한 도시를 덮친다. 싱글 맘 엄마(골시프테 파라하니)와 살고 있는 13살 소녀 알파(멜리사 보로스)는 어느 날 팔에 A 모양의 타투가 새겨진 채 집으로 돌아온다. 학교에는 알파가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의사인 엄마는 감염의 불안 속에서 과거를 떠올린다. <티탄>으로 제7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신작으로 전작에서 보여줬던 보디 호러와 신체 훼손의 모티프를 더 넓은 세계관으로 확장했다. 감염을 둘러싼 사회의 풍경은 퀴어와 에이즈, 중독자, 하위문화, 코로나 등의 맥락을 내포하며 혐오와 차별의 역사를 들춘다. 새로운 퀴어의 탄생을 알리는 듯한 엔딩과 과감한 촉각적 이미지들은 인상적이지만 감독 특유의 기이한 낙관성이 본작에서 적절히 작동하는지는 의문이다.
[리뷰] 혐오의 역사를 껴안는 기이한 낙관주의, <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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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카와(아오키 하루카), 하치와레(다나카 마코토), 우사기(오자와 아리) 일행이 특별한 섬으로 향한다. 토벌 성공 시 보수가 100배라는 내용에 이끌려서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섬의 어느 동굴을 탐험하던 중 세이렌과 인어들을 만나 그들의 비밀을 접하는데, 마을에선 세이렌이 섬 주민들을 납치하고 있다는 소식도 듣는다. 주인공들은 주민들의 부탁으로 세이렌과 맞서며 인어고기에 얽힌 전설을 마주하기에 이른다. 일본캐릭터대상 그랑프리를 네 차례나 수상한 <치이카와> 시리즈는 단행본 누계 500만부와 애니메이션 5억뷰를 넘어선 일본의 대표적인 캐릭터 IP로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번 극장판은 자칫 섬뜩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귀여운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발랄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돋보인다.
[리뷰] 누가 악당일까? 곱씹을수록 어른 동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