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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레이만(아부 상가레)은 파리의 배달 노동자다. 아프리카 기니에서 프랑스까지 흘러온 그의 일상은 생존을 건 사투다. 아직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지 못했기에 이런저런 수수료를 떼가며 일해야 하고, 브로커에게 합법적 망명을 위한 서류 값을 지불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잘 곳과 먹을 것도 포기해야 한다. 술레이만의 운명을 가르게 될 망명 심사 면접장에서 그는 숨겨왔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15분 동안 이어지는 면접 장면, 비전문 배우이자 실제 파리의 이민노동자로 사는 아부 상가레 배우가 보여준 연기에 제7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은 남우주연상으로 답했다. 영화는 같은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리뷰] 현실 어딘가의 일상적 사투를 되도록 있는 그대로,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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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미술교류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미대생들이 일본 고베의 외딴 산골 마을을 찾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폐신사를 방문한 학생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한밤중에 돌아온 이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피칠갑이 된 남학생의 귀에는 정체불명의 힌두교 주문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악귀에 씐 이들은 도끼와 드릴로 스스로를 해친다. 여동생마저 종적이 묘연하자 유미(공성하)는 대학 선배이자 무속인인 명진(김재중)에게 도움을 청하고, 일본을 찾은 명진은 악귀의 기운을 좇다 터널에서 봐선 안될 것들과 마주친다. <내 남자> <#맨홀>에서 어두운 인간의 욕망을 파고들었던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의 오컬트 신작이다. 일본의 황폐하고 음산한 공간들이 동양적 공포를 유도하지만 악귀에 씌인 피해자들의 무자비한 자해 장면만이 시각적 자극을 남긴다.
[리뷰] 일본의 황폐하고 음산한 공간들의 동양적 공포, <신사: 악귀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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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에 한인 모자가 산다. 아들 도준(남우현)은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고, 엄마 미진(박은혜)은 성공한 사업가지만 불법도박에 빠져 빚쟁이 신세다. 모자 사이가 극악으로 치닫던 어느 날, 미진은 동철(한재석)이 이끄는 범죄 조직에 납치된다. 도준에게 제시된 시간은 단 48시간뿐. 그는 촌각을 다투며 엄마를 구하려는 결투를 벌인다.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남우현의 액션, 그리고 주인공 도준이 마주하는 필리핀 사회의 암부. <납치 48시간>은 이 두축을 지지대 삼으며 특색을 꾀하지만 달려나가는 폼이 매끄럽지 못하다. 시퀀스별로 차이 없이 반복되는 액션이나 미디어가 재현해온 동남아시아에 대한 편견을 답습하는 배경 묘사가 특히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과 필리핀이 공동제작한 첫 액션영화로, 마닐라에서 모든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리뷰] 강고한 상투성을 돌려찰 순 없었나, <납치 4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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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용기(주민형)는 악당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을 꿈꾸는 시네필이다. 그는 극단적으로 마른 몸에 집착하는 지숙(백지혜)을 짝사랑한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에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한 세대의 다른 얼굴들. SNS의 팬덤을 보유한 운동선수 우주(정수현)가 전학 오면서 세 친구의 관계도 어그러진다.
단편 <구경>(2022)으로 로테르담국제영화제를 찾았던 한창록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미국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미수 사건에서 출발했다. 제목은 충(衝)동, 충(衝)돌, 충(衝)격을 의미하는 동시에 오프닝의 우글거리는 곤충들처럼 들끓는 자기혐오와 파괴심을 호명한다. <충충충>은 퇴폐보다 더 날것의 추함을 드러내는 데 망설임이 없는 영화다. 실시간 스트리밍, 딥페이크, 다이어트약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10대의 일상이 리비게쉬의 질주하는 사운드와 사이키델릭한 색채를 입은 파편으로 부서진다. 특히 뒤틀린 에로티시즘과 폭력은 <충충
[리뷰] 싸구려 현실보다 더 추하게, 침 대신 피를 뱉는 정신으로, <충충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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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만스>로 유년기를 회고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오랜 관심사인 외계인 이야기로 복귀했다. 그 중심에는 두 남녀가 있다. 우선 다니엘 켈너(조시 오코너)는 쫓기고 있다. 그를 따라붙는 건 다름 아닌 그의 직장 워덱스. 미국의 군산복합체 내 비밀조직인 워덱스는 사이버 범죄로 교도소에 복역했던 다니엘을 채용해 자료 보안을 맡겼으나, 그가 수십년치 기밀을 빼돌리려고 하자 수장 노아(콜린 퍼스)가 앞장서 추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니엘은 당당하다. 그는 자신이 훔친 데이터가 전 인류에 공개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그의 곁에는 같은 신념으로 워덱스를 뛰쳐나온 휴고(콜먼 도밍고)가 있다. 그들은 일터가 숨겨온 진실, 그러니까 외계인과 워덱스의 실체를 세상에 알리려 한다.
마거릿 페어차일드(에밀리 블런트)에게도 불만이 있다. 여러 지역 방송국을 전전해온 그는 뉴스 앵커를 꿈꾸지만 기상캐스터 자리에 머무는 중이다. 또 한번 이직을 타진하려는 그를 애인이 만류하자 기이한 일이
[리뷰] 두려워 말라는 속삭임에 탄복하거나, 허탈하거나, <디스클로저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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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악 스켈레토의 침공으로 이터니아 왕국이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한다. 왕자 아담(니컬러스 갤리친)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지만, 피난 과정에서 우주의 힘이 깃든 소중한 검을 잃어버린다. 오클라호마에 불시착하여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외로운 상황. 자신의 검이 한 장난감 가게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담은 용사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여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마스터즈 오브 유니버스>는 1987년 동명 실사영화를 리부트한 작품이다. 철제 무기를 앞세운 액션은 리드미컬한 편집과 맞물리며 묵직한 타격감을 선사한다. 90년대풍의 투박한 CG를 두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원작 특유의 마초 감성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영리하게 재해석한 방식만큼은 흥미롭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음악 작업에 참여해 존재감을 뽐냈다.
[리뷰] 만화책을 사랑하던 아이들을 위해 다시 한번, “I HAVE THE POWER”, <마스터즈 오브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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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의 나라 템페스트를 세운 리무루는 천제 에르메시아의 초대로 동료들과 함께 휴양을 떠난다. 푸른 바다가 펼쳐진 섬에서 여유를 만끽하던 중, 해저 왕국에서 도망쳐 나온 무녀 유라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그녀로부터 카이엔국이 수룡의 힘을 빌려 지상을 침략하려 한다는 소식을 접한 리무루는 다시 한번 세계를 구하기 위한 싸움에 뛰어든다. <극장판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창해의 눈물편>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시리즈의 두 번째 극장판이다. 기존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적극 활용한 팬 서비스형 작품인 만큼, 기존 세계관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반가움을 느낄 요소가 많다. 특유의 경쾌한 속도감은 장점이지만, 인물들의 동기와 갈등 구조가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리뷰] 단순함이 강점이자 단점, <극장판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창해의 눈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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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문화대혁명으로부터 2년 뒤인 1967년. 베이징의 한족 지식 청년인 양커(두효)와 첸젠(풍소봉)은 국가의 뜻에 따라서 내몽골로 간다. 6개월 뒤 두 청년은 하늘신 텡그리과 늑대를 모시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몽골 문화에 신비로움을 느낀다. 특히 첸젠은 잘못 들어선 길에서 늑대와 마주친 후 늑대에게 매혹된다. 새끼 늑대를 죽여서 가죽을 파는 공산당 간부에게서 새끼 늑대를 구조해 기르게 된다. <울프 토템>은 <베어><티벳에서의 7년>등 영화에서 자연과 동양을 다루어온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작품이다. 장룽의 동명 원작을 각색했다. 광활한 내몽골의 풍경을 담은 촬영과 실제 늑대를 동원한 몹신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원작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외면하는 단순 서사와 자연 찬가가 찜찜함을 남긴다.
[리뷰] 자연의 웅장함을 마음 편히 즐기고 싶으나 걸림돌이 너무 많을 때, <울프 토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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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집배원 신현준(신현준)은 경찰 우희(배우희)에게 갑자기 체포당한다. 그가 1년 동안 경찰이 추적한 현상수배범인 최철구(신현준)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이기 때문이다. 신현준은 그날부터 계속 최철구로 오해받는다. 한편 경찰 병만(김병만)과 우희는 수사 중 최철구가 헤어진 연인 얀페이(레지나 레이)를 만나러 대만에 갔다는 사실을 접한다. 두 사람이 최철구를 구속하려고 대만으로 출국할 즈음, 신현준도 업무차 대만을 가면서 셋은 공조수사를 꾀한다. <현상수배>는 <치외법권>을 연출한 신재호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의 만듦새는 허술하다. 콩트 코미디와 수사물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데다 이야기 전개는 전적으로 우연에 의존한다. 인위적인 콩트 연출, 1차원적 패러디와 이야기를 겉도는 로맨스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리뷰] 그냥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 <현상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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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레즈비언 바를 운영하다 고향 이반리로 돌아온 장만옥(양말복). 마을의 이장이자 전남편인 철주(박완규)와 재회한 만옥은 주민들의 시선과 편견, 오래된 관계로 뒤얽힌 가운데 이장 선거에 출마한다. 퀴어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이를 무겁고 비장한 갈등으로 다루지 않는 이 작품은 이유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자칫 메시지가 앞서거나 설명적으로 흐르기 쉬운 소재를 충청도 특유의 말맛과 가식 없는 서사 전개로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에게 특정한 입장을 설득하려 들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천천히 좁혀나가는 과정에 있다. 심각한 논쟁 대신 유머와 정겨움으로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는 이 영화는 결국 ‘다 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소박한 해답에 가닿는다.
[리뷰] 입담과 웃음으로 차지게 빚은 무지갯빛 인생 이야기, <이반리 장만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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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여러 국가와 지역으로 분열돼 있던 19세기, 가리발디 장군은 붉은 셔츠를 입은 약 천명의 의용군과 함께 시칠리아에 상륙한다. 연이은 전투 끝에 그는 시칠리아, 나폴리를 포함한 남부 이탈리아를 장악한다. <위대한 환상>은 이탈리아 통일을 이끈 가리발디의 천인대 원정을 다룬 작품이다. 전쟁의 영광을 치켜세우기보다 통일이란 이상을 좇는 과정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이면을 들여다본다. 가리발디의 명령을 받아 군을 이끄는 오르시니 대령(토니 세르빌로) 과 의용군 트리코(살바토레 피카라), 스피탈레(발렌티노 피코네)를 중심으로 극이 펼쳐진다. CG 없이 시칠리아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됐으며 극적인 전투 신에 공을 들이면서도 간간이 유머를 곁들이는 점이 특징이다. 탈영병인 트리코, 스피탈레의 활약을 보는 재미는 있으나 극의 리듬이 늘어지는 점이 아쉽다.
[리뷰] 이탈리아 통일사의 이면을 기록하다, <위대한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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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인간을 바라봐왔다. 부모와 자식, 혈연과 비혈연, 함께 산 시간과 기억의 무게를 탐구해 온 그의 관심사는 작품마다 형태를 달리하며 이어지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은 그의 탐구 영역을 미래 사회로 확장한 작품이다. 가족이라는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휴머노이드라는 새로운 존재를 중심에 놓음으로써 인간이 앞으로 어떤 세계와 마주하게 될지를 질문한다.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SF가 등장하는 이유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아야세 하루카, 다이고)는 아들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를 가족으로 맞아들인다. 카케루(구와키 리무)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이 존재는 죽은 아이를 대신하는 용도로 제조됐지만, 가족 곁에서 시간을 보내며 점차 자신만의 위치를 만들어간다. 카케루는 가족구성원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그 과정에서 영화는 기억과 애도, 공감과 이해, 직시와 치유의 문제를 차례로 꺼내 보인다. 고레에다
[리뷰] 상자 속의 너무 많은 양, <상자 속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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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이 되면 지구로 1년간 순례를 떠나야 하는 세상. 하지만 지구로 떠난 일부 순례자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슬픔도 고통도 없는 유토피아를 뒤로한 채 그들은 왜 불완전한 세계를 선택했을까. 김초엽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허평강 감독의 애니메이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완벽한 세계를 스스로 떠난 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에서 출발한다. 유토피아를 버리고 불완전한 삶을 택한다는 설정은 낯설고 흥미롭다. 특히 고통과 상실, 관계와 감정 같은 인간 고유의 결핍 요소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지만, 작품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과 인물들의 변화를 설명 위주로 전개해 관객이 스스로 해답을 발견할 기회는 다소 줄어든다. 그럼에도 우리가 바라는 행복에 대한 화두는 선명하게 남는다.
[리뷰] 거대한 주제를 감당하기엔 작고 허약한 몸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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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제이미 워드)가 죽음을 앞둔 마지막 밤, 제자들은 유월절 식사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믿음과 충성, 불안과 의심이 뒤섞인 가운데 유다(로버트 네퍼)는 점차 배신의 유혹에 흔들리고, 베드로(제임스 올리버 휘틀리) 역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시험 앞에 놓인다. 마우로 보렐리 감독의 <최후의 만찬>은 잘 알려진 성경 속 사건을 예수의 시선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내면으로 확장해 바라보는 성서 드라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영화미술과 시각 작업 분야에서 오래 경력을 쌓아온 감독은 예수의 생애 중 십자가 처형 직전의 짧은 시간을 선택해 집중 조명한다. 이미 수없이 재현된 이야기지만 유다와 베드로의 흔들리는 감정과 선택에 초점을 맞췄으며 잘 알려진 결말과 함께 그 사건 속에 있던 인물들이 무엇을 느끼고 번뇌했을지를 포착해 따라간다.
[리뷰] 수없이 재현된 이야기에 인간의 두려움을 얹다, <최후의 만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