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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게임 기업 엔컴의 CEO 이브(그레타 리)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영속성 코드’를 찾아 세계를 누비는 중이다. 수십년 전 실종된 엔컴의 전 CEO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이 발견했다고 알려진 ‘영속성 코드’는 인간의 DNA를 디지털화하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할 열쇠다. 엔컴의 경쟁사인 딜린저 시스템의 리더 줄리안(에반 피터스)은 가상의 게임 세계 그리드와 현실을 연결하는 기술을 도입해 프로그램 ‘아레스’(재러드 레토)를 AI 비밀 병기로 개발 중이다. 줄리안은 아레스를 이용해 경쟁사 엔컴을 해킹하는데, 그 과정에서 디지털 세계에서만 존재하던 프로그램 아레스가 인간의 형상을 한 채로 세상 밖으로 나온다. 아레스는 디지털이 아닌 진짜 현실 세계를 경험하면서 오작동을 일으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줄리안의 음모로 그리드에 갇히게 된 이브와 결탁해 뜻밖의 동맹을 맺게 된다. 줄리안은 자신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아레스에 불만을 품고 아레스의 하위 프로그램인 아테나(조디
[리뷰] 디지털 피노키오 스토리, <트론: 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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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17분, 같은 반을 다니는 17명의 아이가 한날한시에 가출한다. 단 한명, 알렉스(캐리 크리스토퍼)만 제외하고. 그로부터 한달 뒤 알렉스는 여전히 입을 꾹 닫고 있으며 수사는 별 진전이 없다. 학부모는 답답함에 담임 저스틴(줄리아 가너)을 향한 마녀사냥을 시작한다. 저스틴은 알렉스를 미행하다가 그의 집에서 수상쩍은 기운을 감지하고 실종의 실마리를 추적한다. 이윽고 아들을 잃은 학부모 아처(조시 브롤린), 경찰 폴(올든 에렌레이치), 교감 마커스(베네딕트 웡), 마약중독자 제임스(오스틴 에이브럼스) 등이 사건에 연루된다. <웨폰>은 <바바리안>의 감독 재커리 크레거가 연출과 각본을 담당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정교한 논리로 짜인 능수능란한 스토리텔링이다. 시작할 때 영화는 소녀의 내레이션으로 몰입감을 준다. 그다음 <라쇼몽>처럼 한 사건을 6명의 시점(저스틴, 아처, 폴, 제임스, 마커스, 알렉스 순)으로 나누어 전개하는 비선형적인 서사를 선택
[리뷰] 홀려도 후회 없을 마술적인 입담. 스티븐 킹의 후계자가 여기에, <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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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 태저(송지효)는 항상 무감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산다. 근무일엔 일터인 교도소와 집만을 오가고, 휴일엔 동네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정도다. 영화는 태저에 관한 특별한 사연이나 사건을 애써 부여하기보단 그가 보내는 하루하루의 습관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차분하고 정제된 인물의 성정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내 태저는 한 교도소 수용자의 가족 이야기에 얽히며 애틋한 관찰자, 그리고 조력자로 변화하게 된다. 변화는 태저가 일하는 교도소의 ‘432’번 수용자 미영(옥지영)이 모친상을 당하면서 시작한다. 장례식에 가지 못한 미영의 사정에 딱함을 느낀 동료 교도관 혜림(윤혜리)이 태저에게 함께 조문을 가자고 청한 것이다. 그렇게 방문한 빈소에서 태저는 미영의 어린 딸 준영(도영서)을 만난다. 준영은 보호자 없이, 미영의 친구가 운영하는 모텔에 사는 중이다. 태저는 준영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고, 두 사람은 종종 사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준영
[리뷰] 과장된 설득 없이도 충분히 이어지는 감정의 선들, <만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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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했지만 4년째 다른 작가의 보조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와다(도모토 쓰요시). 혹사에 가까운 노동과 낮은 임금 속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어른은 없다’는 체념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사고로 해고까지 당한 그는 방바닥의 개미를 따라 무심코 그린 동그라미 하나가 SNS를 타고 전세계적 유행을 일으키며 하루아침에 인기 작가가 된다. <동그라미>는 <카모메 식당><안경>으로 국내외 많은 사랑을 받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현대미술을 둘러싼 논란을 영리하게 끌어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감독 특유의 담담한 위로를 잊지 않는다. 그림을 그린 당사자조차 해답을 알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답답함을 불교적 통찰을 경유한 서사로 풀어내며 맑고 간결한 울림을 전한다.
[리뷰] 급할수록 향을 잃는 다도(茶道)의 영화,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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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립 해병대의 전설적인 특수요원 레본(제이슨 스테이섬). 20년 넘게 나라에 헌신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자살한 아내를 둘러싼 오해뿐이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거짓 소문으로 딸과의 만남마저 위태로워진 그는 건설 현장에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의 딸 제니(아리아나 리바스)가 괴한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딸을 잃는 고통을 또다시 지켜볼 수 없었던 레본은 숨겨온 정의의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워킹맨>은 <비키퍼>에 이어 제이슨 스테이섬과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배우와 감독의 앙상블로 탄생한 액션 시퀀스는 보장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진부한 인신매매 응징극의 클리셰를 답습하여 전작보다 돋보이는 지점을 찾기 어렵다. 또 다른 액션 스타인 실베스터 스탤론이 각본을 맡았다.
[리뷰] 요란한 포장지에 싸인 익숙한 맛이 끝내 피로감을 유발한다, <워킹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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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돕기 위해 생산된 헬퍼 봇 올리버(신주협)와 클레어(강혜인)는 빈 아파트에 버려진 채 살아간다. 떠난 주인 제임스(유준상)를 기다리던 올리버는 앞집에 사는 클레어와 주인을 찾아 나서고 두 로봇의 여정이 시작된다. 대학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재해석한 이 작품은 로봇 이야기임에도 차갑거나 기계적인 질감을 배제한다. 금속성 광택이나 첨단 장비가 없는 집 안의 세심한 인테리어는 따뜻하고 서정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삶에 로봇이 늘 있어온 듯한 가정 풍경을 보여주어 사실감을 높인다. 특히 인간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인간적 인간’을 등장시키지 않고 타자를 악역으로 만들지 않는 선택은 우리의 일상이 그렇듯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올리버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택배 기사(강홍석)의 표정 변화와 두 로봇의 버전 차이를 미세하게 구별하는 디테일이 돋보인다.
[리뷰] 인간 없는 인간세계가 오히려 인간다운, <어쩌면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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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창사 특집 단편 드라마가 드라마 방영 10주년과 한글날을 기념하여 2주간 롯데시네마에서 특별 상영한다. 단막극을 웹드라마로 먼저 공개해 천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던 화제의 작품으로, 청소년의 고민과 사랑을 명랑하게 담아낸 판타지 사극이다. 수학을 포기한 고3 장단비(김슬기)는 수능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하고 수학과 한글 연구에 몰두하는 조선의 왕 이도(윤두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완성도 높은 디테일과 섬세한 연출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며,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해 반전과 유머를 이어간다. 판타지다운 상상력으로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이 작품은 수능으로부터 도망친 단비를 통해 오늘을 버리지 말고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도 잊지 않고 전한다. 고3 가방에서 나오는 신문물의 활용과 캐릭터의 입체적인 활약이 기발하고 사랑스럽다.
[리뷰] 귀여움에 취하고 디테일에 놀라다, <퐁당퐁당 러브: 더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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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하우스와 냥이 친구들을 되찾기 위한 개비(레일라 록하트 크레이너)의 초특급 구조 작전! 긍정 소녀 개비는 매직하우스를 훔쳐간 괴짜 수집가를 쫓아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신나는 모험을 펼친다. 귀여운 비주얼의 친구들과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개비의 하루는 아슬아슬한 재미와 맛있는 웃음, 따뜻한 우정으로 가득하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개비의 매직하우스 극장판>은 반짝이는 색감과 톡톡 튀는 연출로 아이는 물론 노는 법을 잊은 어른들까지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블랙핑크 로제가 부른 <APT.>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에스파의 엔딩곡 를 듣는 즐거움도 커서 컬러 도파민과 함께 뮤직 도파민이 팡팡 터진다. 엔딩크레딧엔 쿠키영상이 숨겨져 있어 재미와 설렘이 끝까지 이어진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개비와 함께 너의 색깔을 밝혀봐!
[리뷰] 도파민 터지는 초특급 구조작전, 그리고 쿠키!, <개비의 매직하우스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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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준(박근형)은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것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두 독거노인 우식(장용)과 화진(예수정)을 만난다. 어느 날 소고기뭇국을 나눠 먹으며 오랜만에 고기의 맛을 느낀 그들은 홧김에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은 뒤 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친다. 그로부터 묘한 쾌감을 느낀 셋의 아슬아슬한 무전취식이 이어진다. <사람과 고기>는 현재 대한민국의 주요 사회문제인 노인 빈곤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고기를 먹는 것으로 욕망을 실현한다는 아이디어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만큼 고기를 사치품으로 여기는 계층이 사회에 많아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세 주연배우의 몸짓과 표정엔 연기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 상영작.
[리뷰] 언젠가 다 똑같은 고기가 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 <사람과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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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을 운전하던 에그발(에브라힘 아지지)이 떠돌이 개를 차로 들이받는다. 그는 우연히 바히드(바히드 모바셰리)가 운영하는 정비소에 들르는데, 에그발의 의족 소리를 듣고 바히드는 임금 체불 문제로 항의하다 수감됐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에그발이 당시의 고문관이라 확신한 바히드는 곧바로 에그발을 납치한 채 함께 수감됐던 동료들을 찾아간다. 그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고민하는 사이, 에그발의 임신한 아내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란 정권의 부조리를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비판하고 나선 영화다. 등장하는 다섯 주인공의 서사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반체제 혐의로 수감됐을 때 수감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반영됐다. 정당한 요구를 했음에도 수감자들이 과한 형벌을 받았고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점, 그럼에도 이들의 저항이 또 다른 폭력을 야기하지 않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제7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리뷰] 가장 큰 복수는 가해자와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사고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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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네이버웹툰 <연의 편지>가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다.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더빙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는 아름다운 작화와 음악으로 중무장했다. 과거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할머니 댁 근처로 전학 온 소리(이수현). 하지만 과거의 힘이 너무 센 탓일까. 새 학교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매몰될 즈음 소리는 비밀스러운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다음 편지를 찾기 위해선 이곳으로 가봐!” 학교 곳곳에 숨겨진 편지를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벌어지는 동화적인 장면은 일종의 교내 어드벤처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연의 편지>가 그리는 10대 아이들은 순진무구하게 행운에 기대기보다 제 손으로 다음 챕터를 여는 자력을 지녔다. 특히 이수현이 부른 메인 O.S.T <연의 편지>가 청량함을 고조시킨다.
[리뷰] 요즘 힘들다는 당신에게, 초록빛 무성한 편지를 보냅니다, <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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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이 시작된다. 다만 이번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려놓기 경쟁이다. <보스>는 한때 명절 극장가의 대표 장르라고 해도 좋을 조폭 코미디의 계보를 오랜만에 잇는다. 1990년 후반 ‘식구파’는 조직명 그대로 끈끈한 협력으로 지역을 접수한다. 순태(조우진), 판호(박지환), 강표(정경호)는 각자 싸움 기술을 발휘해 조직을 반석 위에 올려놓지만 세월은 조직폭력배를 원치 않는다. 중국집 요리사를 꿈꾸는 순태, 춤의 매력에 눈을 뜬 강표가 각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이 조직의 보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치열한 ‘보스 양보전’이 펼쳐진다. 추석 극장가의 ‘보스’였던 조폭 코미디 장르가 시대에 맞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강력한 개연성으로 작동한다. 모난 구석이 없이 추석 극장가 공략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잘 뽑힌 오락영화다.
[리뷰] 추석과 조폭 코미디. 여전히 먹히는 공식으로 풀어낸 안전한 오락,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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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닌, 그 옆에 있던 조연은 시간이 지나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작품 바깥을 상상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원작 팬들에게 추억의 시간을 선물하듯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선사한다. 오직 하니의 라이벌로 기능하던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이제 고등학생이 된 두 사람은 보다 고차원의 주제로 싸운다. 특히 길거리 위를 달린다는 ‘에스런’ 경기를 새롭게 창조하면서 다채로운 액션, 경기를 긴장감 넘치게 만드는 변수, 하니와 애리가 균형을 이뤄야만 하는 개연성 등을 지혜롭게 보완했다. 중간중간 유아동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되는 장면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후반부 경기가 많은 것을 상쇄하기 충분하다. 노브레인 황현성이 음악감독을 맡아 스포츠물의 벅차오름을 고양시킨다.
[리뷰] 어쩌면 그동안 세상이 하니와 애리에게 주고 싶었던 것들이 마침내,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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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덴지는 전기톱의 악마와 계약한 후, 모든 것을 썰어버리는 막강한 힘의 ‘체인소 맨’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일본 공안 소속의 데블 헌터가 되어 각종 악마와 맞서 싸우고 있다. 한편 상사 마키마를 흠모하는 덴지는 자신에게 진정한 마음이랄 게 있는지 고민하는 중이기도 하다. 여기엔 제대로 된 사회의 보살핌 없이 자란 덴지의 성장배경이 뒷받침되어 있다. 그런 덴지에게 불현듯 찾아온 또 한명의 소녀, 보랏빛 머리칼과 신묘한 눈망울을 지닌 레제. 덴지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레제와 함께 설레는 시간을 보내지만, 뜻밖의 악마와 마주치며 잠깐의 사랑을 멈추고 결투를 시작한다. 동명의 인기 만화 중 한 에피소드를 극장판으로 만든 작품이다. TVA에서 명확히 살아나지 못했던 원작의 허무하고 충동적인 정서가 훨씬 더 잘 어우러지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일반적이지 않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덴지의 성격이 비약 없이 자연스레 드러나면서 <체인소 맨>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가
[리뷰] 물의 고요에서 불의 열망으로, 톱질도 순애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