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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만년 전 다이노시티에 운석이 충돌한다. 트루 박사(이장원)는 홀로 시간 여행 우주선을 타고 미래에 간다. 트루 박사는 거기서 훗날 다이노맨 구조대가 될 다이노맨(조현정)과 프테라맨(김선혜), 브론토맨(신용우), 케라걸(김새해)의 알을 발견한다. 몇년 후 아슬아슬 서커스단에 희귀 동물을 팔아넘기는 우주 악당 무술 로봇단이 나타난다. 그들은 수달과 수리부엉이는 물론 다이노맨 구조대도 납치하려 한다. <극장판 다이노맨: 공룡산의 비밀>은 TV애니메이션 <시간탐험대 다이노맨>의 극장판이다. 극장판은 TV애니메이션에서 다루지 않은 다이노맨 구조대의 탄생 비화를 통해 캐릭터를 친절히 소개하며 시작한다. 2D와 화려한 3D를 넘나드는 작화와 동화를 보는 듯한 소박한 서사가 영유아 관객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화마다 다른 멸종위기 동물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의 규칙을 따라가는 진행이 특히 미덥다.
[리뷰] 소박한 재롱 잔치를 보는 듯한 느낌에 내내 흐뭇한 미소가, <극장판 다이노맨: 공룡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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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망한 태권도선수였지만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선우(강지영)는 어머니의 밀린 병원비와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초 단위로 숨 가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범한건설 윤 상무(엄태웅)가 그를 찾아온다. 범한건설의 손녀딸 한지연의 ‘가게무샤’가 되어달라는 요청과 함께. 가게무샤란 얼굴도 외형도 똑같은 그림자 사무라이로, 모두를 속이는 가짜 신분을 뜻한다. 최근 마약과 뺑소니로 물의를 일으킨 한지연을 대신해 얼마 동안 매스컴의 눈을 돌릴 미션이 선우에게 떨어진다. <아이 킬 유>는 배우 강지영의 세밀한 1인2역을 발판 삼아 아슬아슬한 곡예를 질주한다. 중간중간 익숙한 클리셰에 멈칫하게 되지만 예측 불허하게 어긋나는 상황이 두려움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진실을 좇던 영화가 주변 요소로부터 다소 동요되는 사이 그것을 안정화시키는 건 단연 배우 강지영의 힘이다.
[리뷰] 오직 강지영의 감성, 목소리, 무게, 액션에만 의지한 채, <아이 킬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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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하우스의 호러 코미디 <메간>이 속편으로 돌아왔다. 재부팅된 메간에 대적할 만한 AI 아멜리아(이반나 사흐노)가 조카 케이디(바이올렛 맥그로)를 위협하자 그의 이모이자 AI 전문가인 젬마(앨리슨 윌리엄스) 일당이 힘을 합친다. 그 싸움의 규모가 전편에 비해 커지면서 인간과 AI 사이의 감정이 쌓이는 소소한 재미가 감소한 측면이 있다. 공포영화적 연출도 덜하다. 그럼에도 2년 전 밈에 등극한 메간의 춤사위만큼은 한층 진화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에서도 메간은 몸을 흔든다. 아니, 절체절명의 순간에 몸을 흔드는 메간 때문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게 바로 이 영화가 챗GPT 시대에 당황하는 인간들에게 선사하는 공감의 몸짓일까? 한과 흥을 두루 갖춘 AI 메간은 엔딩크레딧이 흐르는 동안에도 사지 꺾기를 멈추지 않으니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유쾌한 여운을 만끽하시라.
[리뷰] 챗GPT 출현에 당황한 인간들을 누그러뜨리는 AI의 한과 흥, <메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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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안효섭)는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애독자다. 작품의 인기가 사그라들었을 때도 김독자만이 유일하게 작품을 챙겨 읽었고 그는 언제나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을 동경했다. 하지만 그런 김독자조차 소설의 결말, 정확히는 유중혁이 표상하는 작품의 주제 의식에 찬동하지 못한다. 김독자는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작가에게 “이 소설은 최악”이라며 실망을 후기로 남겨 전송한다. 어느 저녁 직장 동료 유상아(채수빈)와 함께 퇴근하던 김독자는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작가로부터 “당신이 원하는 대로 소설의 결말을 써보라”는 회신을 받는다. 이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내용과 똑같은 사건이 그의 눈앞에 드러난 것이다. 소설이 곧 현실이 된 세상에선 ‘시나리오’라 불리는 신들의 미션을 완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미 작품의 내
[리뷰] 좋거나 나쁘거나 한국 여름영화에 기대할 법한 것들, <전지적 독자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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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엔타운 속 엔타운들의 이야기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를 시작하고 끝맺는 주인공 아게하(이토 아유미)의 내레이션이 20년 만의 재개봉으로 돌아왔다. 엔타운은 영화 속 가상의 도시다. 일본 경제가 호황을 누리자 각국 이민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모여들었고 엔타운을 만들었다. 이방인들은 일본인들에게 엔타운이라 불리며 차별과 가난, 범죄에 노출된 삶을 이어간다. 이곳에서 부모에게 이름조차 받지 못한 채 떠돌던 한 소녀가 상하이 출신의 그리코(차라)를 만나 아게하라는 이름을 가진다. 아게하는 그리코와 페이홍(미카미 히로시), 란(와타베 아쓰로) 등과 함께하며 소박하되 청명한 일상을 보낸다. 다만 이들이 위조지폐 사건에 연루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아게하와 친구들은 일본 도심으로 가게 되고, 그리코는 가수로 성공하지만 아게하는 다시 길을 잃는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러브레터>(1995) 이후 이와이 슌지가 내놓은 두 번째 장편이자
[리뷰] 재개봉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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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아 수녀(스테파니 리)가 친구의 자살 사건 진상을 좇던 중 오 형사(이신성)와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오 형사 역시 연쇄 자살 사건을 수사하던 중이었고, 두 사람은 자살한 사람들이 모두 이상한 보자기가 담긴 택배 상자를 받은 뒤 죽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택배를 보낸 악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각자 어두운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는 컬트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진지하다. 영화만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마치 오프닝이 다섯개쯤 되는 듯한 도입부를 들 수 있다. 오프닝 타이틀 이후 이야기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사이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다 영영 탈선한다. 데이비드 린치풍의 기이한 구성을 노린 것으로 보이나 미스터리를 가중하기보다는 피로감을 선사한다. 각본과 편집이 맺고 끊는 지점이 부재해 산만한 인상을 남긴다.
[리뷰] 전력투구로 만루홈런, <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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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미식(신미식). 그에게는 언젠가 아프리카로 날아가 사람들에게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꿈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그는 마침내 사진관을 정리하고 무모한 도전에 나선다. 남몰래 그를 연모하던 수진(양수진)과 카바레에서 잘린 트로트 가수 태화(장태화)도 그의 여정에 함께한다. <꿈꾸는 사진관>은 실제로 오지를 누비며 현지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1세대 여행사진가 신미식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의 연기 도전인 만큼 대사와 몸짓에 어색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러나 조악한 만듦새에도 영화에 스며든 정직한 태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자아낸다. 극영화의 형식을 취했지만, 아름다운 마다가스카르의 풍광은 픽션의 외피를 뚫고 나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제47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초청작.
[리뷰] 소박한 꿈과 무모한 도전, <꿈꾸는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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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이병헌)는 아서왕 전설에 푹 빠진 말썽꾸러기 아들 월터(최하리)와 고양이 윌라의 방해로 낭독 공연을 망쳐서 화가 나 있다. 아내 캐서린(이하늬)은 그에게 월터를 용서하고 그가 쓴 신작을 읽어주라고 말한다. 찰스는 아서왕보다 위대한 왕 중 왕의 이야기가 있다고 아들을 구슬린다. 그 왕 중의 왕은 바로 예수다. <킹 오브 킹스>는 찰스 디킨스의 동화 <우리 주님의 생애>를 각색한 애니메이션이다. 초호화 성우진과 미국에서 <기생충>의 흥행 기록을 넘어섰다는 점이 화제가 되었다. 영화는 <신약>을 거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서 디킨스라는 화자를 설정해 구연동화의 톤을 가져간다. 예수의 기적을 설득력 있게 그린 비주얼도 눈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다만 <신약>을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하려다보니 각 에피소드 사이의 연속성이 희미해졌다는 단점이 두드러지며 감상을 방해하는 신파도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이젠 신약도 단기 속성 클래스로, <킹 오브 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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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구의 방에 반 토막이 난 그림 한점이 떨어진다. 노진구는 도라에몽의 ‘들어가는 라이트’를 써서 그림 속의 소녀 클레어를 만난다. 그녀는 13세기에 사라진 아트리아 공국 출신으로 길을 잃고 숲을 헤매던 중이었다. 도라에몽 일행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지만 그곳을 멸망으로 몰고 갈 악마 이젤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그림이야기>는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비밀도구 박물관>의 감독 데라모토 유키요가 12년 만에 연출한 작품이다. <도라에몽> 45주년을 기념한 기획에 알맞게 완성도가 탁월하다. 중세 영웅담을 보는 듯한 탄탄한 서사와 고흐, 뭉크, 알폰스 무하 등 고전 회화부터 낙서까지 여러 그림이 어우러진 작화는 애니메이션 장르 고유의 상상력을 최대치로 구현한다. <도라에몽>의 본령인 창의적 도구와 그 활용도 흠잡을 데가 없다. <도라에몽>에 대한 애정을 담은 아이묭의 주제곡도 감동을 선사한다.
[리뷰] <도라에몽>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감동이 여기에,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그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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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침묵하지 않는다. 수면 아래 사는 모든 생명이 크고 작은 움직임으로 생동함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역동적인 해양생태계의 소리가 잦아든다면 이는 곧 바다가 다급히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큐멘터리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는 서서히 죽어가는 바다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난다. 스페인의 해양음향학자, 제주도의 해녀, 멕시코의 해양생태공원 관리자, 세이셸의 환경운동가, 호주의 수중 사진사와 인도네시아의 어부까지. 각자가 경험한 위기의 징후는 전부 다르지만 삶의 터전인 바다가 위협받고 있다는 감각만큼은 모두 동일하다. 해양생태계를 담은 수중촬영과 바다의 소리로 구성된 영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를 눈과 귀로 체험하게 한다. 3천여명의 그린피스 회원의 후원으로 제작됐다.
[리뷰] 두 귀로 절실히 느껴야 할 공동의 위기,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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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형제로 둔 범재는 괴롭다. 유명 웹툰 작가 주경(김용지)을 언니로 둔 만년 지망생 단경(김현수)의 처지가 그렇다. 함께 일하던 미술 강사 동료도 데뷔에 성공하는 현실에 불만을 가진 그는 의뢰를 받고 그림을 그리는 커미션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이후 낮에는 언니의 도움으로 거장 만화가 진필(남명렬)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밤에는 다크웹에서 커미션을 받는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어느 날 단경은 자신이 그린 고어물과 닮은 살인사건을 발견한다. 신재민 감독의 <커미션>은 동인 문화에서 만연한 거래 방식인 커미션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다. 만화계의 문하생 구조와 커미션의 자유도를 대비시키며 재능을 둘러싼 비뚤어진 욕망을 표현한다. 다만 서브컬처를 소재로 삼을 때 자주 겪는 얕은 표현 수위가 실제 문화와 거리감을 조성하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제29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상영작이다.
[리뷰] 천재 앞에 선 범재처럼 소재에 비해 밋밋하다,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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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을로 돌아온 남자 제레미(펠릭스 키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알랭 기로디의 신작은 표면적으론 실종 사건을 다루는 범죄스릴러지만, 실상은 정체된 공동체에 감돌기 시작한 성적 충동이 우스꽝스럽게 재연된 한편의 꿈 같다. 영화는 동네 빵집을 운영하던 남자의 장례식으로 시작해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죽음과 그 이면에 얽힌 욕망을 들춘다. 제레미는 남편의 죽음 이후 혼자 남은 마르틴(카트린 프로)의 집에 머무는데, 그의 아들 뱅상(장바티스트 뒤랑)은 이를 못마땅해하고 이웃 친구 왈테르와의 관계도 경계의 대상이 된다. <미세리코르디아>는 포괄적 의미의 ‘퀴어’ 시네마다운 에너지로 가득하다. 기로디는 폭력과 성적 긴장 사이를 기괴한 유머로 잇고, 돌출적인 사건과 정서를 이보다 더 태연할 수 없는 무표정으로 제시한다. 도덕의 제약을 비껴선 인간의 정동이 자비를 뜻하는 제목과 함께 은밀한 자취를 남기는 영화다.
[리뷰] 욕망과 도덕의 야생에서 솟이난 고귀한 독버섯처럼, <미세리코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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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 다른 모리 코고로 탐정의 활약이 극장판을 장악한다. 지금으로부터 10개월 전, 눈 덮인 숲속에서 한 남자를 좇던 나가노현 야마토 칸스케 경부는 갑작스러운 총상과 함께 눈사태를 맞닥뜨린다. 한편 평온한 저녁을 보내던 모리 코고로는 형사 시절 절친했던 동료 와니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10개월 전 눈사태에 관해 묻던 그는 코고로 가족과 만나기로 하지만, 약속 장소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하고 만다. 두 갈래로 나뉘어 질주하는 플롯은 나가노현 형사 3인방과 코난의 두뇌 싸움을 통해 단 하나의 결말을 집요하게 찾아내고 만다. 무엇보다 <명탐정 코난> 특유의 코믹함과 경쾌함을 책임졌던 모리 코고로는 이번 극장판에서 진중하고 냉철한 면모를 쏟아낸다. 그간 본 적 없는 모리 코고로의 진가를 발견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세계관 내 최고 사격수로서의 한끗이 실려 있다.
[리뷰] 당연하게 여겼던 인물이 주인공이 된 순간, 말 못 할 벅차오름,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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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전문 유튜버 레인맨(마미야 쇼타로)은 직장 동료 야나오카(DJ 마쓰나가)에게 2층짜리 주택의 설계도를 건네받는다. 미스터리 마니아 괴짜 건축설계사 쿠리하라(사토 지로)는 그 설계도를 보자마자 집의 구조가 누군가를 납치하고 살인하는 데 적합하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공교롭게도 그 인근에서 토막 난 시체가 발견된 적이 있다. 다음날 레인맨에게 그 집에서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의문의 여성(가와에이 리나)이 다가온다. <이상한 집>은 괴담 유튜버 우케쓰가 유튜브에서 2470만뷰를 달성한 괴담을 바탕으로 쓴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의 완성도는 미흡하다. 모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원작의 스산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전형적 J호러의 연출을 되풀이한다. 미스터리 장르의 전반부와 <이누가미 일족>풍 스릴러의 후반부 사이의 이음매도 희미하며 비주얼과 설정도 독창적이지 않다.
[리뷰] 그저 ‘무서운 집’을 보고 싶었다, <이상한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