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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믿어요_이석원 지음
외계 문학 걸작선_이갑수 지음
반에 반의 반_천운영 지음
도둑맞은 자전거_우밍이 지음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_이길보라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3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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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고갈되고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랑은 위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사치와 낭비에 불과하다.” 냉혹해 보이는 진단의 이면에는, 그럼에도 사람들은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문제는 그 사랑의 정의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겠지만.
이두온의 장편소설 <러브 몬스터>는 인구 증가 정책에 힘을 쏟는 지방 소도시에서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이내 그 자리의 참석이 거부된 데 대한 분노에 사로잡힌 누군가가 만남이 주선되는 광장의 천막을 덮친다. 그리고 일대는 정전이 되는데, 그중에는 수영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이빙을 하는 순간 정전을 경험한 허인회의 상황에서부터 <러브 몬스터>는 숨가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허인회는 죽을 뻔했다가 수영 강사 조우경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이 사건의 진실은 소설 후반부에서 제법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허인회의 남편 오진홍은 오랫동안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불륜 상대인 염보라가
씨네21 추천도서 - <러브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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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지만 그렇게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구성원이 조용히 희생하고, 때로는 죽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밑바닥에서>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암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7년간 근무했고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대구의 코로나19 중환자실로 파견되어 근무한 김수련 간호사의 경험담을 담은 책이다. 최근 몇년간 간호사들이 직접 병원 근무 경험을 기록한 에세이가 자주 나왔는데, 희망을 품은 책이든 냉정한 시선을 보이는 책이든 공통점이 있다면 병원 간호사, 특히 신규 간호사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중환자실은 언제든 갑자기 혈뇨가 나오거나 인공호흡기 서킷이 분리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상황이 다급히 돌아가는 와중에 전화벨이 울릴 수 있다. 시간에 맞춰 투약, 체위 변경, 구강 간호 같은 일 말고도 물품 개수를 확인하고 전산 입력을 하고 보호자와 레지던트에게 전화를 거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보고서를 제
씨네21 추천도서 - <밑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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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기 계발서 열풍을 불러온 작가로 손꼽히는 이가 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이다. 회사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한다는 제안은 ‘자기 브랜딩’ 같은 말들이 당연한 지금에야 익숙한 이야기지만 21세기 초반에는 IMF 이후 달라진 직장 풍속과 어우러져 큰 영향을 미쳤다. 구 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작업하던 원고 ‘마음편지’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 문장들로 저자가 질문을 던지면 독자가 보내온 답으로 구성할 계획이었다. 2013년에 세상을 떠난 저자를 대신해 ‘콘텐츠랩 심재’ 홍승완 대표가 원고를 보완하고 그에 대한 답까지 채워 책을 완성했다. 여느 자기 계발서가 그렇듯, 이 책 또한 나 자신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다룬다. 그 과정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있어야 가장 어울릴 사람인지 따져보며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평생 신념과 열정에 충실했던 버트런드 러셀의 사상을 음미하며 잊고 있던 내면의 열정을 짚어보자고 한다. 운명처
씨네21 추천도서 - <마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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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거나 가족을 파탄으로 이끌고 간 사람의 이야기, 한 다리만 건너면 흔하게 들을 수 있다. 누구네 아버지가, 혹은 할머니가 그랬다는 풍문을 전해 들을 때마다 우리는 “아니, 멀쩡한 사람이 도대체 왜? 가족들은 안 말리고 뭐했대?”라고 순진한 의문을 품게 된다. 사이비 종교에 포섭되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가 취약하거나 정보에 무지하고 무언가에 쉽게 중독되는 심약한 종류의 인간일 거라고 짐작하기 쉽다.
한국계 미국 작가 권오경의 <인센디어리스>는 광신적 종교에 마음을 빼앗긴 이들의 심연을 파고드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인센디어리스’는 방화, 선동적이라는 의미. 소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인물과 그의 연인, 그리고 종교 집단 교주의 내면을 묘사하며 인간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이며 우리가 거기서 얻고자 하는 진리란 무엇인지 모색한다.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피비에게 어머니, 그리고 피아노는 인생의 전부였다. 딸이 주체적으로 살길 바라던 피비
씨네21 추천도서 - <인센디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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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이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무엇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화차>나 <모방범>을 감명 깊게 읽었다면 사회파 작가라고,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시리즈(<기타기타 사건부> <외딴집> 등)를 좋아한다면 옛날이야기 전문가로 기억할지도. <용은 잠들다>나 <브레이브 스토리> 등에서는 판타지 미스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던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는 과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과 SF적인 요소들이 간혹 엿보인다. SF 앤솔러지 잡지에 연재 제안을 받은 작가가 “그동안의 ‘어쩐지 SF’가 아니라 ‘제대로 SF’인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 것은 이전 소설에 묻어났던 ‘어쩐지 SF’적인 요소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다. 10년간 발표한 SF 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은 신간 <안녕의 의식>에는 총 8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노인이 된 작가
씨네21 추천도서 - <안녕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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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_미야베 미유키 지음
인센디어리스_권오경 지음
마음편지_구본형, 홍승완 지음
밑바닥에서_김수련 지음
러브 몬스터_이두온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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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속도보다 1.7배 빠른 속도로 지구의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만일 모두가 일반적인 미국인처럼 소비한다면 1.7배는 5배가 될 것이다. 그건 마치 매년 연봉을 전부 써버린 다음, 자녀에게 물려주려 했던 저축액에서 연봉의 절반 이상을 꺼내 다 써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J. B. 매키넌의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가 극단적인 사고실험을 시작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쇼핑을 멈춰야 하지만 멈추지 못하는 소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세상이 쇼핑을 멈추는 날’을 가상으로 보도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매키넌은 현 상황을 짚어가는 작업부터 시작하며 미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에콰도르의 소비자 생활방식을 탐사하고(이 책에 따르면 만일 모든 인구가 현재 한국인처럼 사는 한국 행성이 있다면 4개 이상의 지구가 필요하지만 에콰도르 행성에서 산다면 딱 지구 한개면 충분하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일요일 쇼핑
씨네21 추천도서 -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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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여자들이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둔 부정한 기운”을 가진 여자들이 마녀의 집을 찾아 온갖 하소연을 쏟아내고 해결책을 구한다. “자신의 기구한 운명, 육신의 고통과 불면증, 꿈에 나타난 죽은 식구나 친척, 산 사람들과 티격태격한 일, 아니면 돈-거의 대부분은 돈 문제”에 대하여. 마녀에게는 제대로 돌보는 법이 없는 딸이 하나 있었고, 마녀가 죽은 뒤 딸은 어머니의 지위- 마녀- 를 물려받아 어머니가 해온 역할을 이어가던 어느 날 살해된다. 멕시코에서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라크루스주의 한 마을에서 마녀가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는 소설인 <태풍의 계절>은 어둡고 슬프며,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총 8장으로 이루어진 <태풍의 계절>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여러 이유로 자기 자신만 돌보기도 지독하게 벅찬, 혹은 약물에 절어 있어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이 인물들 대신
씨네21 추천도서 - <태풍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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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용 소극장 무대 한가운데서 시체가 발견된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연극 활동을 병행하던 젊고 잘생긴 남자가 피해자다. 유서가 발견됐으며 피해자가 죽음을 암시하는 전화 통화를 한 기록이 남아 수사 방향은 자살로 향한다. 한편 사건 보고서를 읽던 오 형사는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피해자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의 수상작 <그날, 무대 위에서>는 형사과장이 시체가 발견된 연극 무대를 자세히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객석을 비추는 빛과 주검 위로 쏟아지는 푸른색과 보라색 빛, 피해자의 차림새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품들, 소극장에서 연극 무대로 향하는 계단과 동료 연극인들의 발걸음까지 선연하게 그려지는 묘사는 읽는 이가 마치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한국추리문학상은 그해 발표된 단편 추리소설 중 한편에 ‘황금펜상’을 수여해왔다. 2022년 수상작품집은
씨네21 추천도서 -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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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기사 읽기를 즐긴다. <씨네21>에도 다양한 기획의 대담 기사가 실리는데 보통의 인터뷰와 대담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나의 점으로 대화가 모이지 않고 목적 없이 넘실대는 말의 틈새에서 저마다의 진의를 파악하는 재미? <뒤라스X고다르 대화>는 장뤽 고다르,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작품 세계를 구축한 후 성사된 만남에서의 대화를 글로 엮어낸 것이다. 1997년, 1980년, 그리고 1987년 세번에 걸쳐 진행된 뒤라스와 고다르의 대화는 서로의 작품 세계를 염탐하듯 시작한다. 뒤라스와 고다르 모두 연출자이기에 각자의 최신작에 대한 소회로 문을 연 대화는 점차 물감이 강물에 퍼지듯 마구잡이로 확대된다.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한 견해 차이를 거쳐 영화와 텔레비전, 당시 활동 중이던 다른 예술가들의 근작에 대한 소회, 문화와 대중에 대한 견해, 영화 이미지 재현의 방식,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등 대화는 파편처럼 이리저리 튄다. 가식적인 존중과 배려보다는 대담하고 솔직하게 드
씨네21 추천도서 - <뒤라스×고다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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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의 김나지움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는 비 오는 어느 날 출근길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한 여성의 목숨을 구한다. 모국어가 “포르투게스”라는 여성의 대답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 그는 시계처럼 정확하고 실수 없던 일상을 버리고 충동적으로 리스본을 향한다. 원래는 컬러텔레비전의 생생함도 참지 못하고, 너무 빨리 새로운 세계로 인간을 안내한다는 이유로 비행기 여행도 싫어하던 사람이었으니, 엄청난 일탈이다. 그레고리우스의 손에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구한 아마데우 드 프라두라는 포르투갈 작가의 매혹적인 책 <언어의 연금술사>가 들려 있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레고리우스는 원래 쓰던 두꺼운 안경을 실수로 깬 다음 새로운 안경을 맞춘다. 가볍고 날렵한 새 안경으로 선명하고 강렬한 세상을 어색하게 바라보는 그레고리우스의 모습은, 기존의 삶과 이별하고 프라두라는 아름답고 낯선 존재의 삶을 들여다보는 리스본에서의 여정을 은유한다. 학창 시절의 프라두는 진부한 언어 사용을
씨네21 추천도서 - <리스본행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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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2018년 2월에 열린 고 노회찬 의원의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의 강의를, 2023년이 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사뭇 새롭고 묘하게 다가온다. 5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우리 사회는 그동안 다이내믹 코리아답게 많이 변했다. 강의를 시작하며 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마무리된 2016년의 촛불집회가 사회적 불평등 및 이로 인해 발생한 불공정으로 촉발되었다고 지적한다. 상위 2%의 소득과 하위 90%의 소득 격차가 점점 커지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강원랜드 사례처럼 불법 채용이 버젓이 일어나는 사회가 한국 사회라는 것이다. 노 의원은 권력에 관대한 사법부를 비판하며 권력층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과연 이 사회가 권력층 봐주기에 비판적인 입장인지, 더 큰 이익 앞에서는 적당히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노동문제 전문가로서
씨네21 추천도서 - <우리가 꿈꾸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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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_노회찬 지음
리스본행 야간열차_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뒤라스×고다르 대화_마르그리트 뒤라스, 장-뤽 고다르 지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_김세화, 한새마, 박상민, 김유철, 홍정기, 정혁용, 박소해 지음
태풍의 계절_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_J. B. 매키넌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