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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때때로 예언이 된다. 개막작 <캔 아이 겟 위트니스?>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수명을 50살로 제한하는 국제협약에 동의한 세계다. 과거라면 터무니없는 은유였을지 모르나 세계적으로 체감되는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숱한 죽음, 안락사 제도가 실제화된 지금, 꽤 현실적인 상상처럼 다가온다. 극 중 인간들은 과거의 과도한 소비와 기술 의존을 멈추고 검소하고 평등한 삶을 선택한다. 느린 도시에서 어머니 엘리(샌드라 오)와 함께 사는 키아(키라 장)는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 초년생이다. 기록관으로서 죽음을 앞둔 이의 마지막을 그림으로 남기는 과정에서 두려움과 연민,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을 감지한다. 그리고 어머니에게도 인생을 정리할 시기가 찾아오자 모녀의 삶은 변곡점을 맞이한다.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서정적인 연출 감각을 살려 인간성과 윤리를 면밀히 성찰해왔던 캐나다 감독 앤 마리 플레밍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
[인터뷰] 끝을 마주하며, 오늘을 산다는 것 - 개막작 <캔 아이 겟 위트니스?> 앤 마리 플레밍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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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인 기후 위기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재.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3대 국제환경영화제의 정체성에 걸맞게 영화를 통한 환경 메시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행사 운영 자체에서도 환경적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국제연대와 시민참여로 넷제로를 실천하는 지속 가능한 영화제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2025년 제22회부터 이산화탄소 발자국 계산기를 도입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제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실천을 강화합니다.
탄소발자국 계산에 참여하여 ‘탄소발자국 상쇄하기’에 함께해요
1. 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하기: 그린풋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통해 정확한 탄소 배출량 계산하기
2. 목표 달성: 특정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목표 달성 추적이 가능합니다.
3. 탄소발자국 상쇄하기: 나의 탄소 배출량만큼 산출된 맹그로브 묘목 비용 기부(맹그로브 1그루는 연간 약 12kg의
[기획] 탄소중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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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작 리뷰부터 주요 게스트 인터뷰까지
왜 6월5일이 세계환경의날일까. 인류 최초의 환경 회의인 ‘유엔인간환경회의’가 1972년 6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53년 전 각국 정부 대표단이 합의한 환경보호의 원칙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환경적인 결과를 위해 더욱 분별 있는 관심을 갖고, 세계 속에서 행동을 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무지와 무관심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고 의존하고 있는 이 지구환경에 막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힐 수 있다. 반대로 더 많은 지식과 더 지혜로운 행동으로 우리는 인간의 필요, 소망과 더욱 조화를 이루는 환경에서의 더 나은 삶을 우리 자신과 후대에 전할 수 있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라는 단어만으로는 더이상 지구의 문제를 경각할 수 없어 이를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로 바꾸어 부르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도 오래다. 여름마다 지난 몇십년의 기록에 비추어 당해 폭염이 달성한 신기록이 보도되고, 기후 위기에
[특집]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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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22회째 축제를 함께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정부·기업·시민사회의 협동을 이끌어내는 실천공동체로서, 환경재단은 영화의 쓸모를 믿는다. 한편의 영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기후 위기를 인식시키고, 개인의 역할을 일깨운다면 내일은 더 푸르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열 이사장은 “좋은 환경영화에는 한 사회의 전 분야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40여년간 환경운동을 해오며 영화제가 그 배움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애써온 그에게 지난날의 소회와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물었다.
- 기후·환경 문제처럼 복잡한 주제는 영화를 통해 감동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개최해왔다. 그 시작은 어땠나.
2002년 환경재단을 설립하면서 계획한 첫 사업 중 하나가 영화제 개최였다. 1년 정도 준비 과정을 거쳐 2004년에 제1회 영화제를 실시했다. 영화를 상영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씨네인터뷰] 기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어린이들은 ‘어른의 어른’, 최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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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올해로 3년째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직을 수행 중이다. 이미경 대표는 2002년부터 환경재단과 함께하며 영화제의 모든 역사에 함께 머리를 맞댄 장본인이다. 정재승 교수 또한 2021년 5월 환경재단의 이사로 임명된 이래 2022년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에코프렌즈에 위촉됐고, 이듬해부터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 돼 관객과 환경영화 사이를 잇는 교두보를 지어왔다. 두 집행위원장을 만나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구체적인 면면과 영화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 올해로 서울국제환영화제가 개최 22년을 맞이했다. 지난 22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이미경 지구의 환경이 나빠졌고, 전세계적으로 환경 민감도가 높아졌다. 영화제를 개최한 초중반만 해도 환경영화라 칭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작품 수도 많지 않았고 어렵게 작품을 초청해도 ‘이 영화가 과연 환경영화일까?’ 싶은 작품도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 팬
[씨네인터뷰] 영화를 통해 구체화될 변화 가능성을 찾아서, 정재승 & 이미경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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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북쪽으로부터 화염과 피난이 이어지는 2024년 크리스마스이브. 북한 내란을 확신한 한국 정부는 유사시 작전 계획에 따라 국군을 진격시킨다. 현장은 내란이 아닌 거대 산불에 뒤덮여 있었고, 남과 북은 산불 진화 작전에 돌입한다. 이 사건을 발판 삼아 한국은 통일이라는 과업을 성취한다. 그리고 2035년, 한국 통일 10주년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미국 NXN 취재팀은 불현듯 종적을 감춘다. 남겨진 기록에는 홀로 남은 기자 스티븐(오태경)이 ‘초록 불빛’과 관련한 비밀을 파헤치는 추적기가 담겨 있다. 페이크 다큐 형식의 영화는 통일이라는 상상 속에서 사회불평등과 혐오를 유머러스하게 포착한다. 양호해 보이는 표면과 달리 계급과 역사로 분절된 현실이 뼈아프게 다가오고, 정규직 문제를 끌어안은 스티븐의 사정 또한 서글프다. 다만 지나치게 캐리커처화된 연기와 표현 방식은 작품에 거리를 두게 되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리뷰] 주춤거리지 않는 이야기, 묵직한 블랙 코미디로 한 방, <2035: 더 그린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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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연길에 온 하오펑(류호연)은 관광 도중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고 만다. 연락할 방도가 없어 당혹감을 느끼던 그에게 여행 가이드 나나(주동우)는 친구 샤오(굴초소)와 함께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 술자리는 밤까지 이어지고 세 사람은 나나의 집에서 취한 채 잠이 든다. 이로 인해 상하이로 돌아갈 비행기를 놓친 하오펑은 두 사람과 함께 연길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한다. <일로 일로> <드리프트> 등 서정적인 연대의 드라마를 제작한 싱가포르의 감독 앤서니 첸의 신작이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에 놓인 국경도시 연길에서 낯선 이방인들이 일시적인 우정을 쌓는 일주일을 담았다. 마치 빙판에 미끄러지듯 배회하고 헤매는 청춘의 여정을 납득시키는 것은 고독과 온기를 동시에 지닌 주동우의 얼굴이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가 뒤섞인 연길이란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이다.
[리뷰] 온기의 육체와 냉기의 대지를 잇는 주동우만의 온도, <브레이킹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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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7년 IMF 외환위기. 70년의 긴 전통을 자랑하는 국민 소주 기업 국보소주는 회장 석진우(손현주)의 무리한 계열사 확장으로 파산 직전이다. 다행히 국보소주는 법무법인 무명의 변호사 구영모(최영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 한편 글로벌 투자사 솔퀸이 국보소주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 솔퀸의 최인범(이제훈)은 국보소주 합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앞으로는 국보소주의 협력 파트너로 지내며, 뒤로는 유령회사를 거쳐 국보소주의 채권을 구매하는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국보소주에 평생 몸담고 있는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은 회사를 구하려 고군분투하며 석진우의 횡령과 내기 골프 등 오너리스크를 혼자 감당하려 애쓴다. 표종록과 술친구가 된 최인범은 그의 착한 심성을 답답해하면서도 인간적으로 끌리는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소주전쟁>은 한 소주 회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소재로 이목을 끈다. 영화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장점으로는 금융 스릴
[리뷰] 소주 한 잔에 한국을 꽉 눌러 담은 패기만 빛난다, <소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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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빌리 배럿)와 파이퍼(소라 웡)는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사이다. 둘은 어린 시절 서로를 낯설어 하기도 했지만 청소년이 된 지금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든 사건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잇단 죽음. 앤디는 시각장애를 가진 파이퍼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어른의 빈자리를 채우고, 파이퍼는 그런 오빠의 마음을 아는 듯 씩씩하게 일어선다. 하지만 로라(샐리 호킨스)가 있는 위탁가정에 들어가면서부터 두 사람의 노력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로라는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무언가를 감추는 듯하다. 먼저 로라의 집에 살던 소년 올리버(조나 렌 필립스)까지 말없이 이상행동을 반복한다. 설상가상 로라는 이간질을 일삼으며 남매를 떨어뜨려놓는 데에 혈안이 된다.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앤디와 파이퍼는 로라가 놓은 덫에 점점 가까워진다.
<브링 허 백>은 데뷔작 <톡 투 미>로 일약 흥행 감독에 등극한 호주의 쌍둥이 형제 대니 필리포, 마이클
[리뷰] 메스껍고 끔찍하게 뿌리 내린 슬픔, <브링 허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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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란 전역을 휩쓴 히잡 반대 시위가 독재 권력의 한복판에서 만들어진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 담겼다. 이란 사형제도를 다룬 <사탄은 없다>(2020)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신작은 이란 사회에 대한 기록을 넘어서 삶과 자유를 향한 투쟁의 가장 용감한 형태이다. 영화는 테헤란의 한 중산층 가정에 싹트기 시작한 균열을 바라본다. 막 수사판사로 승진한 가장 이만(미사그 자레)은 마흐사 아미니-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의해 폭행당한 뒤 뇌출혈로 사망한 실존 인물- 의 죽음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시민들에게 사형 판결을 내릴 것을 강요받는다. 정식 판사 임명을 기다리며 하루에도 수백건에 이르는 사건들을 처리하게 된 이만은 가족의 안위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나즈메(소헤일라 골레스타니) 역시 남편의 출세가 가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기꺼이 가족을 체제의 통제 속에 놓아두려 한다. 모하마드 라
[리뷰] 예술로 망명해 필름에 새긴 혁명, 촬영부터 상영까지가 모두 영화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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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포스터 아카이브
[Archive] 서울국제환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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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아이스>는 우리가 기억하는 주동우의 대표적인 이미지, 이를테면 슬픔이 체화되어 있지만 이에 매몰되지 않는 조용한 강인함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문법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세 남녀는 백두산 여행을 통해 각자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서로를 이해해간다. 중국 배우들이 싱가포르 감독과 작업한 다국적 프로젝트이며 형식 면에서는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쥴 앤 짐> 같은 누벨바그를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브레이킹 아이스> 속 주동우는 우리가 알던 얼굴 너머의 새로운 이미지, 즉 장르와 국가와 스타일적으로 낯선 순간들을 인상적으로 포착해낸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던 주동우와 <브레이킹 아이스>에 관해 미리 나눴던 이야기를 한국 정식 개봉에 맞춰 정리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섹션 심사위원으로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배우가 아닌 심사위원으로서 상영작의 면면을 살펴보니 어떤가.
= 원래
[인터뷰] 고요함 속의 충돌을 상상하기, <브레이킹 아이스> 배우 주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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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감독 앤서니 첸의 영화에는 언제나 물기가 담겨 있다. <웻 시즌>에선 고온다습한 우기 속 장마가 사제 관계를 감싸안았고,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드리프트>에선 지중해의 바다가 이방인들의 상처를 보듬었다. 그런 그의 영화가 이젠 냉기가 깃든 땅 연길로 향했다.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남자 하오펑(류호연)은 여행 가이드 나나(주동우)와 그의 친구 샤오(굴초소)와 함께 일주일을 보낸다. 얼음처럼 금방 결속된 세 사람은 흔들리는 청춘답게 여러 차례 미끄러져 넘어지고 배회한다. 지난해 <브레이킹 아이스>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앤서니 첸 감독과 <씨네21>이 만난 날도 때마침 궂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물처럼 유려하게 흐르다가도 얼음처럼 단단하게 변하는 그의 언어는 자신의 영화 세계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 북한과 중국이 맞닿는 국경지대 연길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느낀 속박감
[인터뷰] 길을 잃은 청춘들이 모이는 최적의 장소, <브레이킹 아이스> 앤서니 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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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은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의 ‘패거리2’ 역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수많은 영화와 시리즈에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끝까지 간다>의 냉혈한 창민, <독전>의 형사 원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부산 조폭 판호 등 주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배우이지만, 그는 언제나 ‘프렌들리’한 매력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친밀함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환경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고민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간 <씨네21>과 많은 인터뷰를 나눠 오기도 했지만, 이번 인터뷰는 특히 인간 조진웅의 생각을 더 깊이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자리였다.
- 올해 에코프렌즈를 맡게 된 배경은.
평소에도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은 우리 삶에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언제든 관련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가 환경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재앙은 이
기분 좋은 변화, 성장으로, 에코프렌즈 배우 조진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