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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는 정치적이다.”(Tout film est politique) 장뤼크 고다르의 전언은 2025년에도 전 세계 영화 시장을 격발한다. 스크린이 극장 바깥의 세계를 비추는 창이라면 영화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 현상, 정치를 자연히 화면 안으로 끌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올해의 해외영화 1위 폴 토머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3위 라이언 쿠글러의 <씨너스: 죄인들>, 5위 자파르 파나히의 <그저 사고였을 뿐>은 모두 정치적 신념이 생존의 의제가 된 시대의 저항 방식을 장르영화의 외피 아래에서 모색한다. 1930년대 미국(<씨너스: 죄인들>)과 2020년대 미국(<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엔 여전히 구조적 인종차별이 만연하고, 동시대 미국과 동시대 이란(<그저 사고였을 뿐>)에선 파시즘적 망령이 헤게모니를 쟁취한 후 약자 시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른다. 이에 시민들은 술집(<
[특집] 올해의 해외영화 6-10위 – 정치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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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화 1위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비바 라 레볼루시옹!”(¡Viva la Revolución!) 우경화의 혼돈 속에서 혁명을 부르짖게 만든 최전선의 시네마.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올해의 해외영화 1위에 올랐다. 영화는 “2025년 현재의 정치 현실을 긴급하게 경각하는 충격파”(정재현)로서 폴 토머스 앤더슨이 오랫동안 파헤쳐온 미국 신화의 암부를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까발린다. 숀 펜이 캐리커처한 록조 대령과 그가 소속되길 꿈꾸는 백인 엘리트 극우 집단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은 “성기와 총기의 조우로 다시 쓰는 당대의 미국”(이보라)으로서 미국 주류사회에 뿌리내린 백인우월주의의 전형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는 팻(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서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로 대물림되는 혁명 정신과 윌라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은 “나와 나를 낳아준 부모의 역사에 냉소와 조롱을 날릴 수 있는 부끄러운 특권”(문주화)을 길어내고, 퍼피디아(테야나 테
[특집] 2025 올해의 해외영화 1-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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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5 BEST MOVIE – 해외영화 베스트5
[특집] 2025 BEST MOVIE – 해외영화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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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 <3670> 배우 조유현
“신선함, 그 자체로 영화의 빛.”(이유채) “어느 편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그의 몸짓과 눈빛이 아직도 선연하다.”(최선)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가 <3670>의 조유현에게 돌아가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탈북민이자 퀴어 청년인 철준으로 분한 조유현은 “출신과 지향에 붙잡히기보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성정 자체를 고민한 것이 역력히 느껴지는”(남선우) 신중한 연기로 고른 지지를 받았다. “이중의 소수자 프레임에 갇힌 인물을 고유한 성정을 지닌 평범한 개인으로 표현한 정확한 캐릭터 분석력”(홍은미)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 소식을 접한 조유현은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소감을 정리할 시간을 정중히 요청했다. 한 시간 뒤 간단하지만 단단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배우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진 저의 첫 얼굴이 철준이었다는 것이 저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자 행복이었습니다. 올해의 이 마음
[특집] 올해의 신인 배우 - <3670> 조유현, <세계의 주인> 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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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제작자 - <홍이> <세계의 주인> 김세훈 프로듀서
올해의 제작자는 <홍이><세계의 주인>을 제작한 세모시의 김세훈 프로듀서다. <우리집><애비규환><지옥만세>등 “독립·예술영화 프로듀서로서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사 세모시를 만들어 <홍이><세계의 주인>을 선보인”(정지혜) 김세훈 프로듀서는 2025년 “지켜져야 할 이야기가 지켜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했”(남선우)다. 두 작품 각각의 제작 방식을 향한 상찬 또한 이어졌다. <홍이>는 “모녀라는 난해한 관계를 완성도 있게 탐구”(이유채)하며 “상업성과 윤리, 주제의식을 균형 있게 견인하는 제작자의 역할을 분명히 보여준 작품”(이유채)이고, <세계의 주인>은 제작자의 존재가 “윤가은의 생각대로, 목적대로, 목표대로, 상상대로 구현될 수 있었던 기반”(이자연)인 동시에 “자연스러운 학교 장면의 컨
[특집] 올해의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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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남자배우 - <어쩔수가없다> 배우 이병헌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오랜만에 이병헌 배우가 <씨네21>올해의 남자배우로 선정됐다. <어쩔수가없다>로 재회한 두 거장,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의 만남은 2025년 아주 굵직한 궤적을 남겼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 특별공로상 수상,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이병헌의 한해는 <어쩔수가없다>로 가득 찼다. 그는 자신의 가정을 위해 연쇄살인까지 택하는 가장 유만수로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심리를 힘들이지 않고 표정에 드러내는 천의무봉의 연기”(허남웅)를 선보였다. 이병헌의 연기력에 놀라는 일이야 다소 새삼스럽지만, “<어쩔수가없다>가 지닌 리듬과 전개의 상당 부분이 그의 슬랩스틱 코미디, 말맛, 완급 조절의 힘”(정지혜)에서 왔고 기어코 “설득이 안되는 인물을 설득해내는 표정연기”(황진미)에 성공했음을 복기하면 2025년 이병
[특집] 올해의 배우 -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파과>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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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의 세계는 점점 넓어지고 있고 흔들리는 구석이 보이지 않아요.”(듀나) 평자들은 <세계의 주인>을 통해 “영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성취를 일구고”(홍은미), “독립영화가 대중과 만나는 현실적 경로를 찾아낸”(최선) 윤가은 감독을 ‘올해의 감독’으로 거명했다. 이들은 특히 “세상을 섬세하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바라보는”(이자연) 동시에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를 동일하게 가져가는”(허남웅) 감독의 시선을 지지하며 영화의 “뛰어난 만듦새, 재현의 윤리와 주제의식”(황진미)을 높이 샀다.
“매년 <씨네21>‘올해의 영화’를 기다려 챙겨본다. 놓쳤거나 다시 봐야 할 영화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내가 이 리스트에 뽑히다니.” 윤가은 감독은 수상 소감과 함께 <세계의 주인>의 지난 여정을 돌아봤다. “1인칭 서사가 아닌 3인칭 서사를 쓰는 법, 기승전결의 서사구조를 해체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세계의 주인>
[특집] 올해의 감독 -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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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영화의 위기 속에서도 중견감독들의 활약은 빛났다. 박찬욱,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예상대로 높은 순위에 오른 한편 1, 2, 5위 모두 차세대 감독들의 신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난관에 부딪힌 한국영화계를 논할 때 세대교체의 부재가 반드시 거론되지만 천착하는 주제와 스타일이 명확한 윤가은, 이란희, 변성현 감독이 보여준 올해의 도약은 더없이 반갑고 앞으로 이들이 한국 독립·상업영화계의 새 축을 단단히 지탱할 것이란 기대를 품게 된다.
1위는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에 돌아갔다. 세 번째 장편에 이르러 윤가은 감독은 성폭력 피해자를 중심으로 청소년 드라마를 정교히 빚어냈다. 그 세심함에 여러 필자가 찬사를 아끼지 않은 동시에 더 많은 논쟁이 요구되는 영화라는 점에 공감을 표했다. 2위 <3학년 2학기>는 이란희 감독이 <휴가>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이다. 공장의 현장실습생들을 다루되 사건, 사고 대신 사회초년생으
[특집] 올해의 한국영화 6-10위 - 영화가 한국을 말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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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위 - <세계의 주인>
아마도 올해 가장 뜨거운 논의를 이끌어낸 한국영화가 아닐까. <우리집><우리들>에 이어 <세계의 주인>에 이른 윤가은 감독은 “자타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를 향해 새롭게 열린 영화적 세계”(송형국)를 꾸려 우리 앞에 등장했다. 그의 세 번째 장편 <세계의 주인>은 18살 주인(서수빈)의 밝음과 호기심의 이면을 살피는 작품이다. “어른이 된 감독의 눈”(김영진)으로 빚은 신작은 “이중, 삼중의 고심이 숏마다 느껴지는 연출”(이유채)로 “비현실적인 소재와 문법을 취하지 않고도 대단히 깊은 감정”(배동미)을 전한다. 윤가은 감독이 “세 작품에 걸쳐 관점과 방법론을 정립”(김혜리)했음을 실감하게 하는 영화로, 신작에서 느껴지는 그의 성장은 “우리가 한국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아동·청소년 캐릭터 스펙트럼의 확장”(남선우)과 다름없다. “겹겹이 촘촘하게 짜인 윤가은 감독의 세계에 선뜻 들어서기 어렵지만
[특집] 2025 올해의 한국영화 1-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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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2021년 이후 천만 영화가 탄생하지 않은 첫해로 기록됐다. 연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든 한국영화는 <좀비딸>(563만명), <야당>(337만명), <어쩔수가없다>(294만명), <히트맨2>(254만명) 등 네 작품이며, <주토피아 2>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각각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했다(12월24일 기준). 해외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선두를 차지하고 500만명을 넘긴 한국영화가 단 한 작품이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흥행작이 부재한 시점에서 극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멀티플렉스는 전시, 공연 등 상영관을 체험형 공간으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부 극장을 폐점했으며 배급사의 경우 단독 개봉, 재개봉, 특별 상영회 등 세부 타깃을 겨냥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2026년 극장가의 정경은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신년호를 맞이해 <씨네21>은 ‘2025년 올
[특집] 2025 BEST MOVIE - 한국영화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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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영화인들이 제다를 찾았고 어디에서도 밝힌 적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들은 매일 열리는 토크 세션에서 무슨 말로 사우디아라비아 관객들을 환호하게 했을까. 영화제 기간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4인의 발언을 요약해 전한다.
숀 베이커 감독
차기작에 관해 처음 말한다고 운을 떼며.
“단편 차기작이 한편 있다. 패션 브랜드 ‘셀프 포트레이트’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만든 영화 <산디와라>로, 양자경이 1인5역으로 분한다. 이번에도 내가 연출, 각본, 편집을 맡았다. 장편 차기작은 <아노라>와 비슷한 규모로, 보다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일 것이다.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특히 제작사가 꺼릴 만한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제발 영화만 바라보고 살지 말라고, 살길을 직접 찾아 나서라고 조언하고 싶다. 지금은 90년대가 아니다. 나 또한 독립영화 감독이다. 영화 연출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고, 연출 이외의 직무에서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
배우
[영화제] “살길을 직접 찾아 나서” 제다를 찾은 영화인들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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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레드씨국제영화제(이하 레드씨영화제)가 12월4일부터 1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도시 제다에서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8년 개국 이래 최초로 문화부를 설립한 후 국가 전역에 35년 만에 영화관을 짓기 시작했으며, 2019년부터 문화부 산하 비영리단체 레드씨영화재단(Red Sea Film Foundation)을 통해 영화제를 운영 중이다. 이번 영화제에선 어떤 영화, 어떤 게스트가 화제를 모았을까. 2025년 열린 영화제에서만 감지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화제작 동향은 어떨까. <씨네21>이 3년 내리 레드씨영화제에 참가해 영화 강국을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제5회 레드씨영화제는 총 15편의 영화를 경쟁부문에 초청했다.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을 제외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서아시아 및 북아프리카에서 제작된 영화가 대부분이었고, 작품들 중 월드프리미
[영화제] 꼭 영화에 담고 싶던삶의 국면들, 제5회 레드씨국제영화제 지상중계 - 화제작부터 영화제가 반영한 산업 현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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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2025)는 1959년 장뤼크 고다르가 만든 <네 멋대로 해라>의 촬영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당대 파리의 풍경부터 <네 멋대로 해라>에 등장하는 장면의 구도, 가장 중요한 실존 인물들의 외양까지도 <네 멋대로 해라>의 판박이로 만들어졌다. 두 영화가 얼마나 닮았는지 사진으로 비교해보자.
왼쪽은 <누벨바그>, 오른쪽은 <네 멋대로 해라>의 스틸컷이다.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 미셸과 파트리시아는 각각 프랑스의 남자배우 장 폴 벨몽도와 미국의 여자배우 진 세버그가 연기했다. <누벨바그>에선 오브리 뒬랭과 조이 도이치가 장폴 벨몽도와 진 세버그를 연기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조이 도이치가 <에브리바디 원츠 썸!!>(2016)에 출연했을 때부터 그를 진 세버그 역에 캐스팅하려 맘먹었으며, 오브리 뒬랭이 <네 멋대로 해라>를 본 적은 없다며 느슨하고 무신
[기획] 장소, 구도, 얼굴 모두 그대로 - <누벨바그>와 <네 멋대로 해라>는 얼마나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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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2025)는 아주 방대하고 정교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진 극영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작중 인물들의 모습, 장뤼크 고다르가 <네 멋대로 해라>(1959)를 찍었을 때의 현장 상황, 문화적 맥락 등을 1959년 파리와 똑같이 만들려 애썼다. <누벨바그>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몇 가지 요소들을 미리 알고 나면 더욱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Q. <네 멋대로 해라>를 먼저 봐야 하나요?
A.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누벨바그>를 더욱 풍성하게 감상하기 위해서, 연출자의 의중을 더 명확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네 멋대로 해라>를 보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누벨바그>는 <네 멋대로 해라>의 실제 제작기 영상에 가까울 정도로 만들어졌고, 점프컷(장면 사이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의도적으로 어기는 방식) 등 <네 멋대로 해라&g
[기획] 고다르, 카이에 뒤 시네마,진 세버그, 그리고···, <누벨바그>에 대해 알아야 할 대여섯 가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