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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에 빠진 뒤 마음이 요동치는 그 감각, 단순히 ‘첫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거대해서 한 시절의 챕터가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담고 싶었다.” 데뷔작 <남매의 여름밤>으로 가족영화의 서정을 넓혔던 윤단비 감독이 이번엔 소년, 소녀의 떨리는 여름으로 시선을 옮긴다. 신작 <첫 세계>(가제)는 대교도 없는 외딴섬에 사는 고등학생 소녀가 어린 시절 헤어졌던 또래 소년과 재회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윤단비 감독은 자칫 가벼이 소비되기 쉬운 첫사랑 소재를 한 인물의 세계관이 송두리째 재편되는 ‘첫 세계’와의 조우로 격상시킨다.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훌쩍 자라고 나아가 이성적 존재로 변모하는 성장기의 변신 자체가 관계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만드는 힘이다.”
<남매의 여름밤>에서 남매가 머무는 할아버지의 낡은 양옥집이 품은 시간의 결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냈던 윤단비 감독은 신작을 통해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장소들의 고유함을 읽어낸다. “아름다운 풍경을
[인터뷰] 첫사랑의 파도, 성장의 절벽 - <첫 세계>(가제) 윤단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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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체라는 비일상적인 단어는 낯설지만 동시에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밀집을 이루는 무언가다. 이것이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제목이라면 무엇의 무리일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군체>에서 좀비는 바이오기업이 주최한 콘퍼런스 현장에서 등장한다. 여기에는 재임용에 실패해 일자리 기회를 찾아 나선 생물학 교수 세정(전지현)과 그를 지지하는 전남편 규성(고수), ‘인간의 진화’라는 주제에 집요하게 천착한 생명공학 박사 영철(구교환), 건물의 보안팀 직원 현석(지창욱), 그리고 그의 누나 현희(김신록)가 있다. 돌연 알 수 없는 감염 사태가 발생해 당국이 건물을 봉쇄하자 고립된 이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에 돌입한다. 아직 알려진 바가 적은 <군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연상호 감독의 작업실을 찾았다. <지옥>의 지옥사자를 비롯한 수많은 피규어의 시선을 느끼며, 전과 다른 좀비물에 관한 대화가 시작됐다.
- 전작 <
[인터뷰] 외톨이를 위한 찬가 - <군체> 연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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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혼성 댄스 그룹의 열기가 대중음악 지형을 뒤바꾸던 시절이 있었다. 손재곤 감독의 신작 <와일드 씽>은 그 시대를 통과한 가상의 그룹 트라이앵글의 현재를 조명한다. 한때 짧게나마 정상을 찍었던 이들이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연예인으로 살아가던 와중, 다시 한번 빛나는 무대에서 재도약할 기회가 찾아온다. <와일드 씽>은 <해치지않아> <이층의 악당>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이 어느 때보다도 가장 선명한 코미디영화로 귀환한 작품이다. 그는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가 만들 예측 불가능한 앙상블을 두고 담담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잊혀진 혼성 댄스 그룹의 이야기에서 가능성을 본 이유는.
그 당시 음악들이 예능, 드라마를 비롯한 대중문화에서 다시금 들려오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직접적으로 특정 모델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아이돌, 그리고 10대들의 팬 문화
[인터뷰] 웃음의 보폭은 넓게, 무대 위 열기는 결사적으로 - <와일드 씽> 손재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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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자국 없는 몰티즈’, ‘윤종신이 임시보호하고 김은희가 입양한 남자’. 영화감독의 수식어치고 권위 없는 장항준의 별명은 대중적으로 인식된 그의 무해함을 입증한다. 많은 사람들은 장항준의 유머러스함과 친밀함을 좋아하지만, 정확히는 무해할 수 있는(혹은 장난기 높은 별명을 불편함 없이 사랑스러운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적임’이야말로 그가 너른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다. 어쩌면 그가 단종의 비극을 영화로 풀어낸다는 소식에 그 기대감이 높아진 이유도, 그가 인간의 보편적 정서, 슬픔과 연민, 동정과 비수를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해사한 웃음과 낙천적인 목소리 사이로 인간 본연의 비탄을 잘 이해하는 사람. 역사적 기록을 한 꺼풀 벗겨내 그 안에 서린 감정의 두께를 감지하는 사람. 길었던 2025년을 건너 도래하는 2026년 2월에는 장항준이 완성한 비극의 목소리 <왕과 사는 남자>가 온다.
- 중간중간 현장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온라인 반응이 들썩였
[인터뷰] 우리가 모르던 단종을 만나기 위하여 - <왕과 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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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이 남긴 숫자는 여전히 냉혹하다. 극장 관객 1억520만명, 한국영화 점유율 41.2%. 천만 영화는 단 한편도 배출하지 못했다. 563만명을 동원한 <좀비딸>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라는 현실 앞에서 한국영화계는 전략을 재정비 중이다. <씨네21>이 정리한 2026년 신작 영화 라인업을 보면 독립영화를 포함해 약 80편이 개봉작 물망에 올랐다. 전통적인 주요 배급사 작품은 약 23편. CJ ENM 4편(<국제시장2>(가제) <실낙원>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제),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롯데엔터테인먼트 6편 (<경주기행> <부활남> <와일드 씽> <정가네 목장> <하트맨> <행복의 나라로>), 쇼박스 5편(<왕과 사는 남자>, <군체> <살목지>(가제) <폭설> <만
[특집] 극장의 무게중심을 찾아서 - 2026년 한국영화, 선택과 집중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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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올해도 한국영화 신작 라인업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총 11편의 신작 영화의 감독을 만났다. 장항준 감독은 한국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사극 <왕과 사는 남자>로 설 연휴를 연다. 배우 전지현이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한국형 좀비물의 또 다른 진화를 예고 중이다. 14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국제시장> 속편을 윤제균 감독이 새로운 부자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넷플릭스 글로벌 흥행 기록을 세운 <크로스>의 이명훈 감독도 부부 액션을 이어간다. 허진호 감독이 8·15 저격 사건을 바탕으로 연출한 <암살자(들)>, 강동원의 변신을 예고하는 손재곤 감독의 코미디 <와일드 씽>, 저수지 속 공포를 마주하는 이상민 감독의 <살목지>(가제),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들의 액션 코미디인 박규태 감독의 <남편들>까지, 타깃과 장르성이 명확한 중
[특집] COMING SOON – 2026년 한국영화 신작 라인업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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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과 졸업 후 다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 들어가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것으로 안다.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무엇보다 그림이 좋았다. 그림 시험이 전형에 포함된 영화과를 졸업했는데 입시 때부터 그림 그리기가 즐거웠다. 그런데 아직 애니메이션을 잘 모른다. KAFA에서 애니메이션만 20, 30년씩 연구한 분들의 진심을 안 이상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고백하기가 주저된다.
- 그렇다면 <광장>이 애니메이션이어야 했던 이유는.
배경이 북한이지 않나. 1억원의 예산 내에서 북한을 표현하려면 애니메이션이어야 했다. (웃음) 같은 이야기여도 애니메이션이라면 관객들이 보다 손쉽게 접근한다. <광장>으로 여러 영화제를 다니며 확신했다.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데 아마 스토리라인이 실사영화로 만들어져도 크게 이질적이지 않은 내용이라 그런가 보다.
- 숏 구성이 실사영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숏
[인터뷰] 무엇이든 감행한다는 것에 대하여, <광장> 김보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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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김보솔 감독은 북한에서 3년간 근무한 어느 스웨덴 외교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그는 기사에서 하루 업무를 마치고 동료들과 맥주 한잔 기울이고 싶었지만, 경직된 북한 사회의 감시 속에 그럴 수 없어서 외로웠다고 전했다. “그 고독을 자전거 타기를 통해 해소했다고 한다. 이걸 읽는 순간 바로 북한에서 외롭게 자전거를 타는 금발 외국인의 이야기가 선명해졌다. 빙판에 금이 가도록 자전거로 원을 그리며 광장을 배회하는 장면은 보리에 이어 명준에게로 이어진다. 외로움이 전이된 것이다.”
낮은 채도의 녹색이 건물 내부를 채우는 <광장>속 인테리어는 철저한 고증에 의해 탄생했다. “녹이 슨 듯한 특유의 녹색을 많이 사용하려 했다. 조명이 들어가지 않는 실내 장면 또한 의도적으로 녹색을 채워 작품의 톤을 구성했다. 나름의 기준으로 컬러를 배치했다. 명준의 공간은 녹색으로, 건물 외부는 파란색으로 맞추는 식이었다. 관객들에게 <광장>이 파스텔 톤의, 낮은
[기획] 채도는 낮게, 선은 예쁘게, 김보솔 감독의 포토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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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콩트르샹 부문 심사위원상,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감독상, 제18회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즈 최우수애니메이션상,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까지. 총 5년11개월의 긴 작업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광장>이 지난 6개월간 수많은 영화제에서 거둔 성과다. 스웨덴 외교관 보리(이찬용)는 파견지인 평양에서 교통보안원 복주(이가영)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보리와 복주는 북한 사회의 눈을 피해 사랑을 키워가지만, 이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결국 원치 않은 이별 앞에 놓인 보리는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던 통역관 명준(전운종)에게 도움을 청하고, 명준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큰 혼돈을 마주한다. 엄혹한 체제에서 사랑을 꿈꾸는 두 젊은이, 떠나야 하는 남자와 떠날 수 없는 여자, 일생을 지켜온 신념 앞에서 번민하는 존재. <광장>을 채우는 고전적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는 모두 김보솔 감독으로부터 나왔다. 김보솔 감독이 &
[기획] 외로움의 얼굴을 찾아서, 김보솔 감독이 들려주는 <광장> 작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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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리라는 닉네임으로 영화제 기념품을 선보이기 시작한 때부터 또각이라는 사명을 걸고 콘텐츠 업계 전반에서 활약 중인 현재까지, 윤자영 대표의 손을 거친 수많은 굿즈 중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무엇일까? 그를 세상에 알린 물건이라 할 수 있는 배지, 요즘 너도나도 가방에 달고 다니는 키링, 영화를 한손에 펼칠 수 있는 책자, 전통의 인기 굿즈인 포스터, 떠오르는 희소 굿즈인 박스세트를 모두 만들어본 그에게 종별 최애 작업을 묻고 그 제작기를 들었다.
2018 BIFF×MAKERS ‘영화 너무 잘봤구요’ 씨네필 GV 배지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메이커스와 협업한 굿즈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처음에는 안경을 잡고 ‘우선… 영화 너무 잘봤구요’라고 운을 떼는 관객을 그려 배지를 제작했는데, 영화제에서 이 배지가 화제가 된 뒤로 ‘영화과 학생입니다’라고 자기소개하는 관객, ‘앗 시간이 벌써!’라고 말하는 모더레이터까지 배지로 만들어 씨네필 G
[기획] 이 굿즈가 갖고 싶다! 또각 윤자영 대표가 꼽은 종별 최애 굿즈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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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이 바뀌고, 반이 달라져도, 교실에는 늘 이런 친구가 존재했다. 교과서 한구석에 수준급의 낙서를 남기는, 공책 한권을 자기 그림으로 가득 채우는, 가끔은 아무렇지 않게 한장을 툭 뜯어 짝꿍에게 선물하는 친구. 윤자영 또각 대표가 그런 아이였다. <포켓몬스터>와 <디지몬 어드벤처>, 그중에서도 불을 뿜는 겁쟁이 포켓몬 ‘브케인’을 가장 좋아한 어린이는 이런저런 캐릭터를 따라 그리며 재능을 다듬었다. 미술을 꿈꿨으나 집안의 반대로 도전해보지 못했다는 부모님이 당신들의 딸만큼은 전폭적으로 지원한 덕분에 예술고등학교에도 진학했다. 미술대학 전공은 동양화. 선택은 소거법으로 해냈다. 윤자영 대표 왈, “서양화는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았고, 조소는 내가 너무 못했고, 디자인은 수학을 잘해야 했는데, 동양화과는 수능 수학 점수를 보지 않았다.” 다행히 디자인은 복수전공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 후 영화 굿즈 제작의 길로 향한 윤자영 대표의 여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획] 또각또각 성실하게, 디자인 스튜디오 ‘또각’ 윤자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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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주토피아 2> <아바타: 불과 재>, 드라마 <친애하는 X>, 그리고 예능프로그램 <환승연애4>.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 제목들은 최근 이목을 끈 화제작이라는 사실 말고도 한 가지 공통점을 공유한다. 바로 디자인 스튜디오 ‘또각’(@togak_goods)에 공식 굿즈 제작을 맡겼다는 것.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수십 가지 인쇄물, <주토피아 2> 사건 파일 세트, <아바타: 불과 재> 배지, <친애하는 X> 복권 티켓, <환승연애4>입주 환영 키트는 모두 또각의 아이디어를 거쳐 팬들을 흥분시킬 수 있었다.
또각은 2015년경부터 ‘토끼리’라는 닉네임으로 영화 관련 만화를 그리고, 배지를 만들어온 윤자영 작가의 스튜디오다. 아직 대표라는 직함이 낯설어 ‘실장’으로 불리기를 선호한다는 그는 어떻게 지금 가장 활발한 굿즈 제작자가 되었
[기획] 영화를 너무 사랑한 사람이 만든 것, 영화·콘텐츠 굿즈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 ‘또각’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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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에게 시간은 어떤 재료일까. 노래방 시간이 끝나는 게 아쉬워 계속해 몸을 구르고(<시간을 달리는 소녀>), 과거의 시간을 엮어 현재의 공간을 탄생시키던(<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이번에 현재와 과거를 정면으로 교차시킨다. 그것도 사후 세계에서.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결심한 왕녀 스칼렛은 죽음을 맞닥뜨린 이후에도 지리멸렬한 전투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현대식 유니폼을 입은 남자 간호사 히지리가 나타난다. <햄릿>의 견고한 세계관을 재해석한 호소다 마모루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경험을 주축 삼아 섬세한 질문을 다시 빚는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간 질문.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마음을 꾹꾹 눌러쓴 서신과도 같았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답변을 전한다.
- <끝이 없는 스칼렛>은 사후 세계가 메인 무대다. ‘의미 없음’과 ‘허
[인터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끝이 없는 스칼렛> 호소다 마모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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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이 쏟아지는 와중에 <대홍수>를 보게 되었다. 듣던 대로 초반 30분 정도를 버티고 나니 점차 미래 신인류 생성 기술의 전말이 드러났다. 여자주인공이 아이에게 느끼는 ‘이모션’을 굳이 모성이라고 부른다면 이 영화는 ‘모성 신파’보다 ‘모성 호러’에 가깝다. 모성이란 여성이 출산과 함께 생물학적 본성으로 성스럽게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자의와 타의가 뒤섞여 무시무시하게 반복되는 수행을 통해 학습하는 것임을 집요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극한상황에서도 내 아이만 챙겨서는 안되고 출산하는 다른 여성, 옆집 노부부의 손녀까지 챙겨야 한다!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간에 대한 서사의 원형으로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대홍수>와 비교한다면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소설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각색한 ‘부성 신파’로 부를 만하다. 아들이 성장하는 데에 거의 기여한 바가 없는 아버지임에도
[임소연의 클로징] 귀엽지 않은 존재를 돌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