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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상대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관계를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은중과 상연, 두 사람은 10대부터 40대까지 넘나들며 재회와 절교를 반복한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의 이해>를 연출한 조영민 감독은 질투, 동경, 애정, 증오가 복잡하게 얽힌 두 인물의 연대기를 차분한 호흡으로 그려낸다.
- <은중과 상연>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 처음에 3부까지 대본을 받아봤는데 소소하지만 잘 읽혔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작품들의 성향이 그래서인지 잔잔한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데 그게 내 취향에도 잘 맞는다. (웃음) 다른 사람들이 왜 이 작품을 맡았냐고 물으면 “이상하게 은중과 상연이라는 사람이 신경 쓰였다”고 답하곤 했다. 이들이 어떻게 10대부터 40대까지 함하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 들여다보니 은중과 상연은 어떤 인물이던가.
= 은중은 평범
[인터뷰] 질투, 선망, 애증을 전부 끌어안은 관계였다, <은중과 상연> 조영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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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연상호 감독이 토론토에 머물 때 국내에선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토론토 시간으론 새벽 3시지만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은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연상호 감독다운 보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피곤해 죽겠다”면서도 생기가 있었다. “오랜만에 극장 영화를 개봉하는 거라 재밌다”고 했다. 오랜만에? 올 3월 연상호 감독의 영화 <계시록>을 봤는데 무슨 소린가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넷플릭스 영화고, 극장 영화는 2020년 <반도> 이후 5년 만이다. 앞을 못 보는 노년의 전각 장인 영규(권해효)와 그의 아들 동환(박정민), 그리고 백골로 발견된 아내 영희(신현빈)의 연대기를 극장용으로 엮어내기 위해 연상호 감독은 2억원이란 저예산을 투입해 13회차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
- <얼굴>을 처음 공개한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인터뷰] 성과주의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얼굴> 연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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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에 따옴표를 친 이유는 사실 확인에 대한 일부의 의문 때문이다. 지난 9월13일 서울 잠실에서 찰리 커크 추모 집회가 열렸으며 5천명 규모의 참가자들이 운집했다는 소식이 우파 계열의 매체들에서 일제히 보도되었고 여러 사진과 동영상들이 SNS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른바 ‘메이저’ 매체들에서는 보도된 바 없고 이를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그 사진과 동영상이 모두 AI로 합성된 가짜 뉴스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나도 판단할 방법은 없지만, 워낙 허를 찌르는 상상 밖의 집회였는지라 주요 매체가 취재하지 못했을 뿐 사실 자체를 부정할 근거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미국의 유력 정치인도 아닌, 그것도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했던 한 청년 인플루언서의 비극적 죽음에 멀리 한국에서 추모 집회가 열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영국에서도 찰리 커크의 추모 집회에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니까. 이제 신우익 운동은 확연
[홍기빈의 클로징] ‘잠실의 찰리 커크 추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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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반환점을 돌아 완주를 향해 달려가는 칙칙폭폭 BIFF 열차. 주말이 다 지났는데도 현장의 열기만큼은 불타는 월요일이다. 지치지 않고 영화제를 즐기는 관객들의 열정은 거세게 부는 바람마저 막을 수 없다.
마카오, 대만, 홍콩을 가로지르는 범-동아시아 퀴어 로맨스 영화 <걸프렌드>의 감독과 출연진 6인방이 전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이번 정착지는 부산국제영화제! 왼쪽부터 배우 밍치 첸, 배우 나탈리 쉬, 배우 제니퍼 유, 트레이시 초이 감독, 배우 엘리즈 라오, 배우 엘리자베스 탕, 배우 피시 리우.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의 포토콜을 보기 위한 오후 네시의 하늘연극장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층과 3층까지 가득 메운 관객을 위해 손을 뻗은 배우 이진욱(왼쪽부터), 임선애 감독, 배우 금새록, 배우 유지태. 하늘연극장에서 팬미팅의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로 독자들의 마음을
BIFF #7호 [화보] 반환점을 돌아도 열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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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심사위원이면서 체급을 키운 할리우드 신작과 돌아온 <빅 볼드 뷰티풀>의 코고나다, 일본에서 22년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사 영화로 등극 후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으로 한국을 찾은 <국보>의 이상일 감독을 각각 만났다. 이상일, 코고나다와 더불어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누적 시청 3억 뷰를 돌파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의 원작을 재해석한 <결혼 피로연>의 앤드루 안 감독까지 국경 너머로 저력을 뻗친 한국계 감독들이 영화의전당에 한데 모였다. 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경계를 넘나드는 아시아 필름메이커들의 정신적,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원작자 요시다 슈이치와의 협업
<악인>을 계기로 작가 요시다 슈이치와의 협업을 시작한 이상일 감독은 2010년대 초 무렵부터 여러 해에 걸쳐서 그와 함께 온나가타(가부키에서 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성 배우)에 관한 자료를 찾고 이야기
BIFF #7호 [스페셜] 경계에서 중심까지, 활약하는 한국계 감독들 ② 이상일 감독, <국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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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리즈 연출작 <파친코> 시즌1 촬영 당시 부산에 머물렀던 코고나다가 전작 <콜럼버스>(2017), <애프터 양>(2022)보다 한결 규모가 커진 신작으로 이 도시에 돌아왔다. <빅 볼드 뷰티풀>은 코고나다가 처음으로 타인이 쓴 각본을 영화화한 것이나 핵심 컨셉부터 주요 장면까지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로 빼곡하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해 보고 싶었다.”
사라진 시간, 사라질 기억을 스크린에 붙잡아두기 위해 프레임을 정돈해 온 시네아스트는 이번에도 지난날로 향하는 문을 연다. 그 손잡이를 돌리는 데이비드(콜린 패럴)와 사라(마고 로비)는 신비로운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유년기부터 당장 어제처럼 느껴지는 가까운 과거로까지 모험을 떠난다. 익숙한 여행지는 그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젊은 신체, 전 연인의 지친 표정까지 생생하게 제공한다. 여기서 무언가 되돌릴 수 있을까?
무엇도 되찾을 수 없을지라도, 데
BIFF #7호 [스페셜] 경계에서 중심까지, 활약하는 한국계 감독들 ① 코고나다 감독, <빅 볼드 뷰티풀>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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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리(샤오-잉 바이)와 그녀의 엄마(9m88) ‘여인’은 아버지이자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여인은 쌓인 울분을 샤오리에게 화풀이할 때가 많고, 그럴 때마다 샤오리는 옷장에 숨어 고통의 시간이 지나길 바랄 뿐이다. 한편 한없이 자유로운 친구 리리가 전학을 오고, 샤오리는 그와 친해지며 자기 삶의 굴곡을 견뎌낼 힘을 얻게 된다. 영화 <밀레니엄 맘보> <쓰리 타임즈> <자객 섭은낭> 등에 출연한 배우 서기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연출 데뷔작이다. 샤오리의 엄마로서 198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샤오리 가족의 분위기를 형성해 낸 배우이자 싱어송라이터 9m88에게 서기 감독은 무한한 신뢰를 표헀다. <소녀>와 함께 배우로서의 역량과 연출력을 엮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가는 신인 감독 서기의 등장이 더없이 반갑다.
- “연출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제안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서기 이전까지 감독이 되
BIFF #7호 [경쟁] 나와 과거와 현재를 공존시키며, <소녀> 서기 감독, 배우 9m88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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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영화가 10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주류 영화계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스리랑카, 그 안에서도 가장 변방의 풍경에서 길어 올린 SF <스파이 스타>가 관객이 지녔던 상상력의 영토를 저 멀리까지 확장시킨다. 우주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과학자 아난디(인디라 티와리)가 마주한 지구는 ‘일바이브’라는 미지의 감염병이 창궐한 낯선 행성이다. 찰나의 순간마다 전파가 세계를 연결하는 초고도 기술 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고립과 단절의 감각이 그녀를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신체가 잘려 나가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과 맞먹는 외로움이라는 고통, 그 진창 속에서 우리를 꺼내줄지도 모를 단 한 사람의 도래를 99분 간 그녀와 함께 기다린다. 바깥 세계가 스리랑카에 기대하는 특정한 이미지를 따르는 대신 기술과 과학이 빚어내는 인간의 가장 깊은 정동을 새로운 미래 서사로 다시 쓰는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으로부터 그 사유의 시작에 대해 들었다.
- <어둠
BIFF #7호 [경쟁] 별들이 우리를 감시하는 세상에서, <스파이 스타>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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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름으로>에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영화를 찍으려는 남자 제현(문인환)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남기려는 아내 수진(정회린)이 나온다. 이제한 감독은 실제로 남자를 쓰며 자신을, 여자를 그리며 아내를 생각했다고 한다. “죽어가는데 영화를 찍겠다는 남자나,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영화에 담겠다는 여자나 미련하기는 매한가지나, 그 둘의 안간힘은 슬프다. ” 우리는 이 영화에서 같은 배우가 사람과 유령을 오가며 세 가지의 다른 존재로 변신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 모두가 ‘영화 만들기’라는 행위에 너무도 절박했다가 어느덧 순순히 홀연해진다.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잊으라는 주문에 가까운 이제한의 신작을 보고 나면 애달프지만 맑은 여운도 찾아온다. 이에 감독은 담담히 덧붙였다. “기억도 기록도 영화도 어느 순간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없어진다니, 괜한 욕심도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 같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인과 관계상 온
BIFF #7호 [경쟁] 안간힘과 받아들임, <다른 이름으로> 이제한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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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묵티 자야순다라 / 프랑스, 스리랑카, 인도 / 2025년 / 99분 / 경쟁
9.23 BH 19:30 / 9.24 B3 19:30 / 9.25 KT 14:30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에는 한 장면 한 장면마다 단호하고 야심 찬 시선이 배어 있다. 첫 프레임, 고요하면서도 위압적인 우주선이 우주를 떠다니는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는 장르적 웅장함과 슬픔과 치유를 묵묵히 성찰하는 시적 정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다. 특히, 길게 펼쳐진 자연 풍경 위로 은밀하게 비현실적 존재의 흔적을 얹는 순간에는 영화가 가진 절묘한 조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SF적 서사가 전면에 나서는 장면에서는 그 균형이 흔들리며, 자야순다라의 고차원적 사유와 미래적 우화 사이의 간극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 스타>는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장면들은 유기적으로 엮여 있으며,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감상적 과잉에 빠지지 않는다
BIFF #7호 [경쟁] 스파이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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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한 / 한국 / 2025년 / 95분 / 경쟁
9.24 B3 12:00 / 9.25 C7 16:30
디지털 시대 이후(2000년대 전후) 영화 제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영화에 관한 영화’는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되었다. 어쩌면 그 뿌리는 1988년 나이키의 “Just Do It” 캠페인에 있을지도 모른다. 무턱대고 시작하라는 그 구호가 영화라는 매체에도 일종의 집단적 강박으로 스며든 것이다. 이제한 감독 역시 그 집착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2012년부터 독립영화 제작사에서 8년간 일한 그는 2020년 퇴사를 결심하고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첫 장편 <소피의 세계>(2021)에 이어 <환희의 얼굴>(2024)이 그렇게 탄생했다.
2009년 인도의 고(故) 감독 바빠디띠야 반도빠디아이는 <하우스풀>을 만들었다. 연이은 흥행 참패 끝에 자신의 영화를 걸 극장을 직접 빌려야만 하는 예술영화 감독의 이야기였다. 예술과 자본의 충돌이라는 문제는 이제한
BIFF #7호 [경쟁] 다른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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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부산 어워드 (Busan Award)를 신설,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경쟁부문에 오른 14편의 아시아 작품에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의 시상을 진행한다.
BIFF #7호 [별점] 경쟁작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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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오종 / 프랑스 / 2025년 / 112분 / 아이콘
9.24 C1 10:00
<프랑수아 오종의 이방인>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1942)과 가장 다르면서도 또 닮은 영화다. 이를테면 카뮈 문체의 핵심인 자유간접화법(discours indirect libre)은 <프랑수아 오종의 이방인>에 소거된 듯 혹은 영화 언어로 번역된 듯 보인다. 뫼르소(뱅자맹 부아쟁)는 영화 중반까지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전무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 공백을 오로지 뫼르소의 시점숏으로만 채운다. 즉 소설의 주요 특징인 주인공의 내면 서술이 대사로 주어지지는 않지만 영상의 장점을 빌려 뫼르소가 감각하는 모든 심리를 화면으로 간접 표상하는 것이다. 이처럼 <프랑수아 오종의 이방인>은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할 소설 중 한편을 영상 문법으로 독해하는데에 나름의 방법론을 구축해낸다. “햇살이 눈 부셔 사람을 죽였다”라고 진술하는 뫼르소의 심리를 감각
BIFF #7호 [씨네초이스] 프랑수아 오종의 이방인 The Str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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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 요한 하우거루드 / 노르웨이 / 2024년 / 111분 / 아이콘
9.23 L6 19:30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의 황금곰상은 다그 요한 하우거루드의 <사랑을 꿈꿀 때>에게 돌아갔다. 영화 속 사랑을 꿈꾸는 주체는 17세 소녀 요한네(엘라 오베르비)다. 시인인 할머니(안네 마리트 야콥센)의 서가에서 우연히 소설책 한권을 빼든 이후 소녀는 텍스트가 환기하던 사랑의 감각을 일상에서도 경험한다. 요한네의 레이더에 포착된 상대는 프랑스어 교사 요한나(셀로메 엠네투). 선생님을 향한 애정을 멈출 길이 없는 소녀는 머릿속을 요동하는 열병의 나날을 글로 기록한다. 그리고 이 글은 할머니는 물론 엄마(아네 델 토르프)에게 닿으며 매일 새로운 수용미학을 낳는다. <사랑을 꿈꿀 때>는 책과 언어, 글과 스토리텔링을 매개로 꿈결 같은 사랑을 되짚는 영화다. 온갖 달변가들의 지적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요한네와 어머니, 그리고 그의 할머니까지 총 3대에 걸친
BIFF #7호 [씨네초이스] 사랑을 꿈꿀 때 Dreams (Sex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