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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결심하는 순간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국정원 블랙요원 조 과장(조인성)은 동남아시아에 인신매매로 끌려온 휴민트 수린(주보비)를 인도적으로 돕고 싶다. 그러나 조직은 수린의 정보만 취할 뿐 그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승인하지 않는다. 수린의 삶에 개입할 것인가 물러설 것인가. 조인성 배우는 이 선택의 시간을 길게 늘어뜨리며 관객의 숨을 조인다. 그리고 종국에는 늘 선한 쪽을 택한다. 한데 그 모습이 조인성이란 배우를 통과하면 설득력 있고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흔들리는 눈빛, 깊게 팬 미간의 주름, 그리고 긴 팔다리를 시원하게 뻗어내는 특유의 액션까지. 그가 구현하는 외면과 개입 사이의 낙차는 영화의 공기를 뒤흔든다. 류승완 감독은 그의 ‘결심의 순간’을 유독 극적으로 포착해왔다. <밀수>에서 춘자(김혜수) 대신 조폭들과 맞서기로 마음먹을 때, <모가디슈>에서 북한 사람들을 돌려보내려는 한 대사(김윤석)에게 반박하는 순간 영화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의 캐릭
[인터뷰] 품위있고 다정하고 여유있는 - <휴민트>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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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는 국정원 요원 조 과장(조인성)과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마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간 정보원, 즉 휴민트를 둘러싸고 두 남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의리를 관철한다. 온도차가 흥미로운 캐릭터만큼이나 두 배우 역시 다른 성질의 연기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한층 절제된 침착함으로 작품을 지그시 감싸는 조인성과 전보다 뜨겁고 굵직한 표현력으로 방점을 찍는 박정민, 두 사람의 독특한 조우를 소개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조인성, 박정민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깊고 묵직한 존재감 - <휴민트>의 두 남자, 배우 조인성과 박정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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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이 숲속 마녀의 딸이라는 말이 있어.” “본 적 있어요. 혼자 길을 헤매더라고요. 팔에 매를 얹고서. 혼자 숲까지 데려가기도 한대요.”
새와 교감하고 숲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녜스(제시 버클리)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다. 이제는 여자아이들도 글자를 읽고 쓰는 법을 배우게 됐지만 홀로 세상을 탐독하는 여자에겐 여전히 이상한 풍문이 더해진다. 그런 아녜스에게 윌(폴 메스칼)은 계속해 질문을 던진다. 평가가 아닌 관심, 속단이 아닌 대화. 그간 가족에게도 받아본 적 없던 온기에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진다. 숲에선 많은 비밀이 오갔다. 라틴어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사실은 남들과 대화하는 게 어렵다는 윌의 고백과 어머니의 가르침을 회상하는 아녜스의 추억이 온화하게 뒤섞인다. 영화의 포문을 열던 첫 장면. 토양에 단단히 정박한 나무뿌리 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외로운 아녜스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혼자가 아니기로 그가 선택했다.
나는 나의 길을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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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땅을 선택하는 여자 - <햄넷>이 비극을 받아들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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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녜스는 ‘숲속 마녀의 딸’이라 불릴 만큼 마을에서 여성스러운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는다. 매와 함께 생활하고 어둡고 깊은 숲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몹시 독립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여성이다. 영화가 아녜스를 묘사하는 방식은 명확해 보인다.
아녜스를 통해 그의 내면에 펼쳐지는 역동적인 풍경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가 세상에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매일매일 쏟아지는 생각과 사유, 고민과 모순 등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대성이 있다. 아녜스를 오늘날의 사람으로, 가치관으로 표현하는 것. 이 세밀한 작업은 나 혼자 할 수 없어 각본 작업을 함께한 매기 오패럴과 아녜스로 탄생한 제시 버클리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했다. 우리는 정말 긴밀하게 하나가 되었다. 아녜스의 조각을 찾기 위해 집중했고 제시 버클리에게서 피어나는 것들을 관찰했다. 다만 원작 소설의 아녜스의 결을 유지하고 보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따라갔다. 우리는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꾸며내려 하지 않았다. 하나의
[인터뷰] “우리는 슬픔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 <햄넷> 클로이 자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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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애의 족쇄는 어떻게 끊어질까. 영화 <햄넷>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을 승화해 연극 <햄릿>을 탄생시킨 셰익스피어와 그의 아내 아녜스의 비화를 풀어낸 작품이다. 매와 교감하며 숲을 떠돌던 아녜스(제시 버클리)와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하는 윌(폴 메스칼)은 사랑에 빠져 서로를 탐닉하고 가정을 꾸린다. 셰익스피어의 일생을 다룬 많은 작품이 그의 희비극이나 작가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면, <햄넷>은 그의 아내 아녜스를 무대 정중앙으로 불러 두 사람이 함께 직면한 사건과 감정을 열거한다. 2021년 <노매드랜드>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쥐고, 올해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의 강력한 후발 주자로 언급되는 클로이 자오 감독은 원작 소설 <햄넷>의 세계관을 영상문법으로 유려하게 연다. 아름답고 강렬하게, 숨 막힐 듯 장엄하게. 어떤 것으로도 쉽게 대체될 수 없고 변형될 수 없는 슬픔의 원형은 어떻게 포착될까. 궁극적인
[기획] 그 슬픔을 사랑하네 나는 우네, 사랑을 잃고 - <햄넷> 클로이 자오 감독 인터뷰부터 리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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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기타와 기타리스트. 두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서사가 떠올랐다.” <다섯 번째 흉추> <지느러미>의 박세영 감독이 우즈(WOODZ)와 합을 맞춘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로 돌아왔다. 의문의 손님 남기(저스틴 H. 민)가 건넨 기타를 연주한 이후로 우진(우즈)이 천재적인 능력을 소유하게 되는 이야기다. 우즈의 신곡에 내재된 강렬한 에너지가 그대로 녹아든 동시에 박세영 감독 특유의 거친 질감의 미장센, 섬세한 연출이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의 미스터리함을 극대화한다.
- 초반부터 우즈와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했다고.
그렇다. 우즈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었다. 덕분에 더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고 오랜만에 자유롭게 임한 협업 작품이었다.
- 우진, 시은(정회린)이 일하는 ‘해피 기타’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뮤지션을 꿈꾸는 우진의 욕망
[인터뷰] 쾌감으로 질주하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박세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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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2023)을 마친 뒤 박석영 감독은 지쳤다. 10년간 장편 5편을 쉬지 않고 만드는 동안 고비는 늘 있었으나 이번에는 일을 그만두어야 할 시점이라고 느낄 만큼 코너에 몰려 있었다. 첫 장편 <들꽃>부터 함께해온 이성은 촬영감독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둘 다 휴식이 절실했다. 박석영 감독이 이성은 촬영감독에게 일본 여행을 제안한 건 그 때문이었다. 충분히 먹고 놀되 사실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으러 간 타국에서 영화 친구들은 원하는 걸 얻었다. 박석영 감독이 여섯 번째 장편 <레이의 겨울방학>에 유독 깊은 감사를 표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 도쿄에 사는 일본인 중학생 레이(구로사키 기리카)와 일본에서 일하는 아빠를 보러온 한국인 고등학생 규리(정주은)가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출발점은 구로사키 기리카 배우였다고.
구로사키 기리카는 미국에서 함께 공부한 내 베스트 프렌드이자 영화에서 레이의 아빠로 출연하는 쓰루타 고조의 딸이
[인터뷰] 영화가 요구하는 대로, <레이의 겨울방학> 박석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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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탈주>의 개봉 이후 누구보다 바쁜 2025년을 보냈던 이종필 감독이 신작 <파반느>로 그 기세를 이어간다. 박민규 작가의 2009년작 로맨스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극장의 시간들>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다시 시작한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질투는 나의 힘’(로맨스/멜로) 부문의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던 이 감독이다.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여러모로 정신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을 이종필 감독에게 소회를 물었다. 뜻밖에도 그는 <파반느>의 넷플릭스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이 “데뷔작 찍은 기분” 같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 <탈주> 이후 대외 활동이 많았는데 그사이에 신작 준비를 한 것이 놀랍다.
<파반느> 본촬영은 <탈주>
[인터뷰] 고단한 사람들의 투박한 멜로, <파반느> 이종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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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민경진은 데뷔 52년 만에 첫 주연 타이틀을 갖게 됐다.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그의 출연작은 모두 107편이다. 주로 비중이 적은 조연이었지만 출연작의 면면이 가히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절을 정통으로 가로지른다.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1993)를 시작으로 임권택, 장선우, 이창동, 강우석, 봉준호, 허진호, 나홍진 감독 등의 영화에서 이장, 식당 주인, 경비원, 아빠, 사무장, 브로커, 경찰 등으로 등장했다. 타고난 목소리가 선명해서 짧게 스쳐 지나가도, 심지어 문고리를 잡고 닫는 역할에 불과할지라도 관객의 기억에 각인되곤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의 새로운 과정인 ‘장편랩’ 1기 작품인 <간첩사냥>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국가 수호를 부르짖으며 간첩을 잡겠다고 나선 노인 ‘장수’다. 숨은 사연이 많은 인물이다. <씨네21>과의 첫 인터뷰 자리에 나선 그에게 생애 첫 주연작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 <간첩
[인터뷰] “어려워하지 말고 그냥 하자”, <간첩사냥> 배우 민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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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모를 알레르기로 오랫동안 안과를 다니고 있다. 인터넷에서 본 ‘삶의 질 뚝뚝 떨어트리는 병’이란 글엔 안과질환이 3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병도 앓고 있는 나로서는 3위 정도에 머물러주는 이 눈병이 고맙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조하지 않아도 나는 안과에 가는 걸 언제나 좋아했다. 거기선 대부분의 사람이 울고 있지만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안과 대기실의 분위기만큼이나 울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되는 노래가 좋다. 대부분의 K팝이 그렇지 않으냐고 되묻겠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울고 있는 사람은 양극화된 존재다. 모두를 원망하다 모두를 용서하고, 이유 없이 비장하다 속절없이 무너진다. 웃는 사람은 종종 앞에 선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지만, 우는 사람은 대체로 상대를 그 슬픔에 동화시킨다. 그 정동을 꿰뚫는 노래는 많지 않기에 나는 <NEVER>라는 노래를 매번 과대평가한다.
<NEVER>는 <프로듀스 101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내 목숨조차 아깝지 않을 사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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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시절의 일이다. 살림이 조금 펴자, 작게나마 뒤뜰이 있는 개인 주택을 선택했다. 과일나무가 두어개 있었는데, 살구 종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익을 때까지 매달려 있다가 떨어진 것들을 주워 먹으면 꽤 맛이 좋았다. 늘 부족한 타국살이에서도 잠시나마 풍족한 기분을 누리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그것이 필요할 때마다 잘 익어 떨어져주는 게 아니란 데 있었다. 풍요를 즐길 수 있는 시기는 끽해야 몇주 정도였다. 여기저기 잔뜩 떨어진 것들을 골라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한들 오래 갈 수 없었다. 겉보기엔 멀쩡했던 녀석들이라고 해도 그 안에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주인들이 이내 고개를 들었다. 옛사람들이 왜 그렇게 저장식품을 만들어두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지천에 깔려 썩어나가는 것들이 아까워서, 또 당장은 입에 물리지만 조만간 아쉬워질 것임에 분명해서, 여차하면 잼이라도 만들어둘까 싶었다.
특정 시기의 풍요는 나 같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도 방자하게 만듦이 분명했다. 바닥에 널
[정준희의 클로징] 결핍과 풍요 사이의 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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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괴담 동아리 학생들이 심령 스폿으로 유명한 산에 오른다. 금기된 장소로 향한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자체 개발한 앱으로 귀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다. 위령제가 시작되자 산은 금세 스산한 기운으로 물들고, 이내 출처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이들을 덮쳐온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학생들은 황급히 의식을 중단하려 하지만, 이미 원한 섞인 저주는 라이브 방송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간 뒤다. <귀신 부르는 앱: 영>은 신예감독 6명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공포물이다. 작품별 편차는 피할 수 없지만, 각자의 개성 또한 또렷이 배어 있다. 영화의 전체 컨셉이 유기적으로 조율되지 못해 걸림돌로 작용하는 대목은 아쉽다. 그럴 때마다 확고한 비주얼디자인이 서사의 공백을 메운다. 아누팜 트리파티, 김규남을 비롯한 반가운 얼굴들과 신인배우들의 열연만으로도 관람의 즐거움은 충분하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드레날린 라이드’ 공식 초청작.
[리뷰] 고작 앱 하나로 묶기엔 자유분방한 매력들, <귀신 부르는 앱: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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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에 떨어진 우진(우즈) 앞에 남루한 차림새의 남기(저스틴 H. 민)가 나타난다. 처참히 망가진 기타도 수리 가능하다는 ‘해피 기타’의 소문을 들었다며 그는 조각 난 기타를 우진에게 건넨다. 홀린 듯 기타를 수리하고 연주한 우진은 전에 없던 음악적 재능을 거머쥔다. 그러나 연주를 거듭할수록 그의 몸은 기타의 저주에 잠식되기 시작한다. 박세영 감독이 연출한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뮤지션 우즈(WOODZ)가 첫 정규앨범 발표를 앞두고 꾀한 세계관 확장과 맞닿아 있다. 우즈가 쓴 원안에 박세영 감독, 오유경 작가가 살을 붙여 완성한 작품으로 주인공 우진으로 분한 우즈, 그와 대적하는 배우 저스틴 H. 민,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정회린 배우가 조화롭게 합을 맞춘다. 우진의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연 신들과 기타의 생명력을 구현한 몽타주가 인상적으로 연출됐으며 박세영 감독과 우즈의 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리뷰] 불태우리라, 내 음악만이 남을 때까지,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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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이 뜨거운 노인 장수(민경진)에겐 사명이 있다. 간첩을 잡아 국가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탈북자 영훈(허준석)을 수상히 여기며 예의 주시하던 중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사는 민서(박세진) 역시 모종의 이유로 영훈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이 차이만큼이나 성향도, 방식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목적을 위해 동맹을 맺는다. <간첩사냥>은 남성 노인과 젊은 여성이라는 흔치 않은 조합에서 출발해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빚어낸다. 노인을 향한 일방적 공경도, 젊은 세대를 향한 훈계도 없이 두 사람은 건조하고 쿨한 관계를 이어간다. 세대를 가로지르는 노련미와 재치가 점차 리듬을 맞추며 묘한 팀워크를 완성한다. 다소 센 제목과 달리 영화는 따뜻한 정서를 품고 있다. 특히 장수와 그의 친구들을 비추는 장면들에서 노인들의 오래 묵은 시니컬한 농담과 생활의 결이 잔잔한 웃음을 자아낸다.
[리뷰] 노인과 청춘, 세대를 가로지르는 쿨한 동맹, <간첩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