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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수린의 네 번째 소설집. <눈부신 안부> <여름의 빌라>를 즐겁게 읽은 독자에게 봄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봄밤의 모든 것>이라는 살가운 제목이다. 첫 번째 수록작 <아주 환한 날들>의 주인공은 일흔이 넘은 여성이다. 혼자 살고 있는 그녀는 평생교육원에서 이것저것을 배우며 소일한다. 혼자 사는 그녀의 처지를 다른 사람들은 동정하곤 하지만 사실 꽤나 홀가분하게 잘 지내는 중이다. 가정을 꾸린 딸에게 전화를 걸지만 딸은 대체로 냉담하게 응대하며, 딸의 짤막한 답을 듣고 섭섭함을 느끼며 “콱 죽고 싶어”지는 일도 있다. 어느 날 사위가 아이들을 위해 집에 들였던 앵무새를 데려와 맡기고 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앵무새 돌보기가 제법 까다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것에도 뛰지 않을 것 같던 마음이, 말 한마디에도 콱 가라앉고 쓰러지는 마음이 다시 설렘에 눈을 뜬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 프랑스어
씨네21 추천도서 - <봄밤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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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루 지음 엘릭시르 펴냄
남해의 작은 섬인 구루섬의 별장에서 초능력자 검증 모임 ‘구루회’가 열린다. 도시전설을 비롯한 각종 소문을 연구하는 임채호 회장이 사실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3회를 맞는 이 모임에 탐정 김재건이 참석한다. 정신력으로 물건과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스테파니, 투시를 할 수 있는 김태연,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전찬호 등 여섯 사람이 한데 모인다. 사람들은 저마다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능력을 증명해 보이면 상금 1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임 회장은 모은 보물 중 가장 값어치 있는 것도 내주겠다는 것이다. 김재건은 이 모임에 초대를 받았을 때부터 생각했다. 여기에는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박하루 작가의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은 ‘탐정 김재건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시리즈 첫 번째인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는 2018년 제1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으며,
씨네21 추천도서 -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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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지음 창비 펴냄
원래 속도에는 ‘물체의 빠르기’라는 의미만 있지 그 자체가 빠르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 느린 것 역시 속도인데 지금 세상에서 속도란 그저 빠른 것만을 표현하는 것 같다. 효율, 유용성과 경제성만이 바람직함의 척도와 같은 세상에서 윤성희의 소설을 읽는 일은 일상의 체감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유튜브에는 영상을 꾸욱 누르면 2배속으로 빨라지는 기능이 있다. 2시간짜리 영화를 10분으로 축약해놓은 영상조차 2배속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빠름의 경쟁 속에서 <느리게 가는 마음>의 인물들은 하릴없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고, 동네를 쏘다니며 금속탐지기로 땅 밑에 누군가 묻어두었을 타임캡슐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싶은 무용한 인물들의 여행에 동행하다보면 어느새 그 일원이 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이 느리디느린 세계에 함께 머물고 싶어진다.
<타임캡슐>의 진형의 유튜브 채널명은 ‘어설픈 코난
씨네21 추천도서 - <느리게 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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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마음> - 윤성희 지음 창비 펴냄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 박하루 지음 엘릭시르 펴냄
<봄밤의 모든 것> - 백수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샤일록 작전> -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비채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3월의 책 - 봄밤엔 책을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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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 수준으로 더울 거라는 뉴스를 봤다. 아니, ‘뜨거울’ 거라고 해야 할까. 몇년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지구온난화의 시대가 끝났으며 ‘지구 열탕화’ (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성토한 바 있다. 아스팔트가 내뿜는 펄펄 끓는 열기를 견디며 길을 걷다 보면 사막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행성적 단위의 대규모 멸종 이후를 묘사하는 <매드맥스> 시리즈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미래는 영화를 매개로 이미 현재에 편재한다- 혹은 반대로 영화가 미래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영매이거나. 기후물(Climate Fiction, Cli-fi)은 이같은 현재와 미래의 상호피드백 관계를 토대로 최근 급격히 번성 중인 SF의 한 하위 장르다. 이 용어는 댄 블룸이 2011년 상업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던 어느 소설의 홍보를 위해 처음 고안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후물은 “불타거나, 물에 잠기거나, 죽어가는” 지구 환경 속에서 소수의 인간들이 살아남으려
[이연숙(리타)의 장르의 감정] 기후물(Cli-fi)이라는 허구 또는 미래,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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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좋아한 지 정말 오래됐고, 여전히 푹 빠져 있는 음식이다. 수제 햄버거 맛집을 찾아가는 걸 즐긴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걸 주변 사람들도 알다 보니 햄버거 기프티콘이나 관련 굿즈를 선물로 받기도 한다.
축구
최근에 다시 푹 빠진 운동이다. 어린 시절 장래 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축구선수라고 적을 만큼 사랑했지만 그만두고 나서는 꽤 오랜 시간 멀리했다. 하지만 배우라는 새로운 꿈을 시작한 뒤로는 축구로 스트레스를 풀 만큼 축구를 사랑하게 됐다. 아마 2025년 이종현의 인생에서 축구도 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원숭이 키링
우연히 원숭이가 나오는 영상들을 본 뒤부터 원숭이의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에 빠져버렸다! 자연스럽게 원숭이 키링에도 관심이 생겼고, 원숭이 키링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고 만다. 요즘 들고 다니는 가방에도 원숭이 키링이 항상 달려 있다.
디지몬 어드벤처
쉴 때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데 최근에 <디지몬 어드벤처> 시리
[LIST] 이종현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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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벌거벗은 내 모습을 보여주었어. 그러자 남자들은 벌벌 떨었어.
내가 하느님의 창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던 것이지.
-마누엘 푸이그, <천사의 음부> 중에서
그들은 내 성기에 깊은 경외감을 느꼈음에 틀림없다!
보통의 성기와는 달랐으니 더 강력할 수밖에 없겠지!
-키라 트리아, <파워, 오르가슴, 그리고 심리호르몬 연구실> 중에서
<콘클라베>는 이전에 교황 선거에 대해 다룬 영화(<두 교황>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등)가 교황 선거 자체를 주요 제재로 그리기보다는 몇몇 주요 등장인물의 심리를 그리기 위한 배경으로 다룬 것과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한다. 영화는 세계 최대 종교 종파의 수장을 뽑는 비밀 행사를 엿보는 듯한 호사가적 즐거움을 정면으로 제공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일반 대중은 교황 선거 기간에 굳게 잠긴 문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가
[비평] 닫힌 문 뒤에서 반복되는 것,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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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실로 명언에 가깝다고 늘 생각하는 속담이다. 한길이 평균적인 사람 키에 해당하니 열길이면 15m가 넘는 깊이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 해도 그 정도 깊이면 그냥 수면 위에서 들여다본다고 알 수는 없다. 물 안으로 들어가보거나 그 물길을 수십년은 노 저어 본 경험이 있어야 알 법하다. 쉽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 속은 더 어렵다. 자연과학이 알아내고자 하는 게 ‘열길 물속’이라면 ‘한길 사람 속’은 심리학의 몫이다. 심리학은 한편으로는 자연과학적 방법론에 의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문학적 통찰에 의지한다. 사회과학이 그 중간에 위치해 있어서 인지 대체로 심리학은 사회과학에 속하는 걸로 간주된다. 최근 뇌과학이 거두고 있는 엄청난 성과에서 보듯 사회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의 저울추는 인문학적 통찰보다는 자연과학적 방법론에 훨씬 더 기울어 있다. ‘열길 물속’을 알아내는 수단에 의존하여 ‘한길 사람 속’도 알아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뇌를 들여다볼
[정준희의 클로징] 미디어와 대중(2) - 그들은 정말로 대중적 취향이 뭔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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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는 채워져야 한다. 교황 선종 이후 콘클라베가 시작되자 시스티나성당 안은 오직 선거의 중력만이 팽배하게 작동하는 닫힌 우주가 된다. 이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기도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은 결코 교황이 될 수 없다고 믿는 주인공까지도 어느새 욕망하게 한다. 추기경의 내면도 중력 법칙에서 예외는 아닌 것이다. 전세계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본능적으로 언어, 인종, 문화적 배경의 적절한 공모점을 식탁으로 삼고 선거의 판세를 읽는 명민한 몇몇 주도자들에 의해 양강 구도를 형성하려는 분위기는 점차 팽팽해진다. 신앙의 자유를 위해 조성된 콘클라베의 비밀성은 이렇게 외려 밀봉된 권력투쟁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영화 <콘클라베>의 역량도 여기에 있다. 현실의 정치적 의제를 벼려내 사유하는 작품이기보다 콘클라베를 무대 삼아 집단적 믿음의 역학을 시험대 위에 올리는 것이다. 이 집단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올바르다는 대내외적 자부심을 공유하는 자들의 모임이라는 점도 역설을 더한다
[김소미의 편애의 말들] 비밀의 햇볕,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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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날 좀 팔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영업에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전략은 아무래도 외모일 텐데, 나에겐 그것이 없다. 아름답다면 걷기만 해도 사람들이 입소문을 낸다. 오늘 밀라노에서 찍힌 카리나 사진 밑엔 이런 댓글이 있었다. 천한 것들아 모두 여왕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라….
댓글을 마주하고 느낀 오묘한 기분을 여기에 옮기고 싶다. 아름답다는 말을 눈에 띄게 하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외모와 권력이 너무 노골적으로 이어져 있지 않나?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와서 “당신 정말 아름답네요. 지금부터 저의 군주입니다”라고 하는 거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졸지에 천민이 되어서 같이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거고…. “백현이 나라다”를 10년째 외치는 친구에게도 말했다. 외모를 그렇게 칭송하는 건 좀 이상한 거라고. 물론 친구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지만.
K팝에 대한 글을 쓸 때 외모는 피하고 싶은 소재다. 외모지상주의는 배격하고 싶은 사상이지만 동시에 내가 애정을 가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우린 처음부터 외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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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곧 허구이기 때문일까. 서사는 곧잘 거짓말쟁이에게 매료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국가와 장르를 바꿔가며 새로 쓰였고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나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템페스트>의 프로스페로는 거짓말이 이들의 결정적 결점임에도 독자와 관객의 동경과 동정을 곧잘 불렀다. 2018년 부유한 유럽 출신 상속녀를 사칭해 뉴욕 상류 사교계를 홀린 애나 소로킨도 마찬가지다. 소로킨의 실화는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통해 전세계를 강타했고, 소로킨은 복역 중에도 가택연금 상황을 중계하는 리얼리티 쇼를 제작하거나 전자발찌를 단 채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하는 등 자신이 잊히지 않도록 갖은 애를 썼다. 그리고 그때마다 대중은 애나 소로킨에게 반응했다. 2021년, 웨스트엔드 역시 애나 소로킨의 이야기를 2인극으로 각색한 <애나엑스>를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culture stage] 애나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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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연구소>는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강원도 산골에 위치한 한 감자연구소. 감자칩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선녀식품이 감자칩의 주원료이자 인류의 먹거리인 감자를 연구하기 위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호시절도 잠시, 선녀식품이 대기업 원한리테일에 합병되면서 새로운 연구소장 소백호(강태오)가 등장한다. 대기업 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그는 뛰어난 사업력,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지닌 냉철한 리더다(싸늘하다 못해 추울 지경이다). 여기까진 여느 오피스 로맨스물의 전형적인 남주상과 다르지 않다. 곧 여자주인공의 명랑함과 온기로 무장해제될 거라 평이하게 예측되지만 오히려 그 방향이 요상하게 흘러간다. 그의 냉소에 제동을 건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시골 텃세. 게다가 소백호 설정 자체에도 기존 ‘대표님’(혹은 그에 준하는 리더 자리)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그는 재벌가와 연결돼 있지만 정확하게는 원한 장학생 출신의 임원이다. 보육원에서 나고 자라 기댈 곳 없던 그는
[이자연의 TVIEW] 감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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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스테이트>
넷플릭스 / 연출 앤서니 루소, 조 루소 / 출연 크리스 프랫, 밀리 보비 브라운, 키 호이 콴, 우디 노먼 / 공개 3월1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아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낸 차가운 기술 시대의 인간애
1990년대 초, 사람들에게 봉사하던 로봇들이 자유를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전쟁이 일어난다. 기계의 압도적인 전력 앞에 패색이 짙어가던 중, 의식을 로봇에 연결해 조종할 수 있는 뉴로캐스터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쟁은 로봇의 패배로 끝난다. 이후 모든 로봇은 ‘일렉트릭 스테이트’라 불리는 추방 구역으로 쫓겨난다. 그 후 1994년, 가족을 모두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미셸(밀리 보비 브라운)에게 노란색 둥근 얼굴의 코즈모 로봇이 찾아온다. 남동생 크리스토퍼(우디 노먼)가 좋아하던 코즈모 로봇이 자신을 해치려 하지 않는 것을 본 미셸은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로봇을 조종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수상한 밀수업자 키츠(크리스
[OTT 리뷰] <일렉트릭 스테이트> <폭싹 속았수다> <데어데블: 본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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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이 일상이 된 근미래. 새로 출시된 로봇 맥스(박성영)는 K로봇 인더스트리 쇼케이스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일으키고, 관리대원 태평(박성영)은 결국 혼수상태에 이르고 만다. 뒤늦게 눈을 떴을 땐 로봇 맥스의 몸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한편 K로봇 인더스트리의 부사장이자 삼촌인 강민에 의해 위험에 빠진 나나(김연우)는 맥스의 도움으로 위협에서 탈출한다. 첫 장편 데뷔작 <파닥파닥>을 통해 육식 사회의 잔인함과 생명 다양성의 존중을 짚어낸 이대희 감독은 <미스터 로봇>으로 보다 확장된 메시지를 전한다. 로봇의 대중화와 인간성의 진정한 의미, 결핍을 지닌 두 인물의 연대 등 동시대적 소재를 다양한 층위로 접근한다. 특히 로봇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만큼 디테일한 효과가 돋보이는 전투 장면에 공을 들였다. 언리얼 엔진 기법을 활용해 지금까지 국내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힘들었던 폭발적인 비주얼, 현실성 높은 작화, 타격감 높은 액션까지 완성도를 높였다
[coming soon] 미스터 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