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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쾌감으로 질주하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박세영 감독
조현나 사진 오계옥 2026-02-26

“저주받은 기타와 기타리스트. 두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서사가 떠올랐다.” <다섯 번째 흉추> <지느러미>의 박세영 감독이 우즈(WOODZ)와 합을 맞춘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로 돌아왔다. 의문의 손님 남기(저스틴 H. 민)가 건넨 기타를 연주한 이후로 우진(우즈)이 천재적인 능력을 소유하게 되는 이야기다. 우즈의 신곡에 내재된 강렬한 에너지가 그대로 녹아든 동시에 박세영 감독 특유의 거친 질감의 미장센, 섬세한 연출이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의 미스터리함을 극대화한다.

- 초반부터 우즈와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했다고.

그렇다. 우즈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었다. 덕분에 더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고 오랜만에 자유롭게 임한 협업 작품이었다.

- 우진, 시은(정회린)이 일하는 ‘해피 기타’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뮤지션을 꿈꾸는 우진의 욕망, 남기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브 감독 작품을 레퍼런스 삼아 미술감독님들과 대화했다. 7mm, 8mm 초광각렌즈 혹은 아주 타이트한 줌렌즈로 촬영할 것이고 네온 LED 대신 레트로한 빛으로 공간을 채우고 싶다고 했는데 그 질감에 맞는 오브제들로 공간을 채워주셨다. 기타도 직접 제작했다. 산산조각 난 것부터 우진이 마지막 공연 때 들고 있는 기타까지 총 7~9개 버전의 기타가 있었다. 기타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짧게 등장하더라도 임팩트를 줘야 했고 우진이 얼마나 욕망의 지배를 받는 인물인지를 드러낼 수 있도록 미술감독님들이 부품을 하나하나 모아 디테일하게 접근해주셨다.

- 우진과 남기를 각각 어떤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나.

우진은 백지라고 생각했다. 물에 금방 젖는 흡수력 좋은 종이만큼 빠르게 기타에 지배되는 인물이다. 그만큼 욕망에 충실하며 빠르게 성장해나간다고 볼 수 있고 한편으로는 고인 물 같은 상태의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남기는 우진의 스승이자 미래를 대변하는 다양한 역할로 기능하는데 사실은 맥거핀에 가깝다.

- 저스틴 H. 민을 남기 역에 캐스팅한 이유는.

첫인상과 상반되는 모습을 많이 지닌 배우라 흥미로웠다. 집중력이 좋아서 첫 회차부터 마지막 회차까지 자기 캐릭터에 온전히 몰두한 상태로 존재했다. 촬영 때 카메라가 어디서 어떻게 찍을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 상황에 빠르게 녹아들어 테이크마다 다른 것을 시도하더라. 해피 기타에 처음 등장할 때도 지문엔 ‘문을 열고 들어온다’만 쓰여 있었는데 본인이 여러 톤을 만들어냈다.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배우였다.

- 실제로 즉흥적으로 완성된 신들이 많았다던데.

로케이션의 미술, 촬영 시간, ‘서로 상처 주고받지 않기’라는 조건 빼고는 전부 즉흥이었다. 콘티도 간단하게만 그린 채 촬영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려 했는데 배우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느꼈다. 덕분에 어디론가 빠르게 질주하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의 속도감이 현장에서 잘 구성되었다.

- 우진의 도플갱어를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이었나.

한 공간에 2명의 우진을 등장시킨다면 이 인물의 내면을 형상화할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여겼다. CG를 쓰는 대신 모든 요소를 실제로 담고 싶어서 한 캐릭터의 장면을 먼저 전부 찍고 나머지 한 캐릭터의 장면을 몰아 찍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취했다. 우즈씨가 상당히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야 했다. 죽고, 죽이고, 때리고, 맞고, 달리고, 1인2역까지 하는 와중에도 매번 똑같은 자세로 임했다.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긴장감 없이 필요한 건 전부 준비하겠다는 건강한 태도가 느껴졌다.

- 우진은 결국 방에 자신의 도플갱어를 남겨두고 혼자만 빠져나온다. 이 장면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처음엔 우진이 갑작스레 등장한 도플갱어를 무서워하지만 방에 혼자 남겨질 시점이 되자 도플갱어가 두려움을 내비친다. 그때 둘의 관계가 반전된다. 그 순간 관객들이 진짜 우진이 누구인지 헷갈려하길 바랐다. 더 중요한 건 우진이 어떤 모습을 방에 남겨두고 나왔는지에 관한 것이다. 도플갱어는 그 방에 지금까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촬영했다. 영화 후반부에서 시은이 방문을 열면 기타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그 연결고리를 떠올려주시면 좋겠다.

- 영화에 삽입된 노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했나.

우즈씨가 작업 도중 여러 음악을 공유해줬다. 그중 <To My January>의 가사가 좋아서 많이 들었다. <Cinema>도 자주 들었으나 곡이 직접적이라 영화에 들어가진 않았다. 들으면서 느낀 건 곡의 장르가 다양하고 보컬 레인지가 상당히 넓다는 것이었다. 영화에도 이런 폭넓은 에너지를 담고 싶었다. 혼합 하이브리드라는 영화의 키워드는 우즈씨의 이번 앨범과도 맞닿아 있다.

- 여러 공연 신 중 우진이 <비행>을 부르는 마지막 공연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을 것 같은데.

사전 준비를 제일 많이 했다. 공간 전체를 하얗게 물들이고 싶어 조명 셋업에 신경 썼고 촬영 때부터 아예 노출값을 올려 찍었다. <비행>이라는 노래가 그만큼 강한 정서를 품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의 도전은 필요하다고 느꼈다. 안전하게 촬영해 후반작업 때 색보정을 가하는 식으론 가고 싶진 않았다. 의도적으로 포커스가 나간 카메라를 사용해서 초점을 맞추려면 우즈씨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움직이는 와중에 눈앞에서 우즈씨가 막 불타오르기 시작한 우진의 감정과 움직임을 잘 보여줬다. 옆에서 모니터하는 스태프들이 전부 박수 칠 정도였다.

- 그 밖에 만족스럽게 나온 장면은 무엇인가.

소리박물관 신이다. 우진이 암전된 소리박물관에서 목표물을 찾아 달려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실수로 꽹과리에 부딪히는 등 온갖 다양한 소리들과 마주한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소리의 원천을 향해가는 영화다. 손전등을 비추는 순간까지 무빙 이미지의 핵심 코어를 느낄 수 있는 귀한 컷이다.

- 전작과 달리 이번 작업에서의 가장 큰 시도는 무엇이었나.

평소와 비교해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속도로 촬영하고 편집했다. 그 긴장감 속에서 발생한 요소들로 가득 찬 특별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작품 내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각적 재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죄책감, 불쾌감 같은 감정을 장면 곳곳에 숨겨놨다. 재밌게 보다가도 불편해지고, 다시 즐겁게 보다 또 불쾌해지는 롤러코스터 같은 리듬을 이번 영화를 통해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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