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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한 개인의 아픔을 묘사하는 <무국>은 짧지만 강렬한 방식으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한다. 말 못하는 아기와 함께 도시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엄마의 감정 변화가 인상적이다.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 진가빈 연출자에게 탈북민 은향의 탄생 과정을 물었다.
-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엄마의 사연을 담고 있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단편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에 탈북민의 고독사와 관련한 기사를 접하게 됐다. 자료 조사를 하는데 제3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현재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
- 엄마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지만 은향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에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어감이 편한 이름을 짓고 싶었다. 제목 역시 처음에는 ‘해피 에버 애프터’로 지었다가 은향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무국’으로 바꾸게 됐다. 탈북민이지만 스테레오타입처럼 묘사하고
[인터뷰] 아픔이 시작되는 진원지, <무국> 진가빈 시민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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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의미는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체험의 교차점에서 발생한다. 이는 관객뿐만 아니라 창작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현지 연출자가 연출한 <그 많던 케이크는 누가 다 먹었을까?>역시 창작자 개인이 준거집단에서 고민한 내용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근심하는 세계의 공통 당면 과제가 합치해 탄생했다. “연년생인 친언니는 수능이 ‘망해서’ 서울대에 간 사람이다. 또 터울이 많이 진 남동생은 남아선호사상이 유독 심한 고향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 사이에서 유년기 동안 무작정 관심을 받고자 애썼고, 그때의 상처를 사회생활을 하며 극복했다.” 하지만 전현지 연출자는 어른이 되어 또 한번의 의문을 마주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고통받는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자기에게 위해가 될까봐 최소한의 선의조차 베풀지 않는 모습”을 보고 “군중 속의 개인이 고독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골몰하게 된다. 그렇게 전현지 연출자는 영화의 출발점인 ‘케이크’를 떠올린다. “가족 등 소중한 이들이 함께 모일
[인터뷰] 성선설을 믿는다, <그 많던 케이크는 누가 다 먹었을까?> 전현지 시민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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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린 연출자는 학부에서는 시나리오를, 대학원에서는 도시재생학을 전공했다. 그의 석사 전공은 창작자 본인의 연출 취향과 무관하지 않다. 이채린 연출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가족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던 중 도시의 발전 방향에 따라 가족이 기능하는 방향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아” 대학원행을 결정했다. 이채린 창작자의 선택은 연출작 <행복한 가정>의 집필 의도와 자연히 겹친다. “가족의 형태는 저마다 다양하지만 모든 가족에겐 ‘존속(尊屬)은 바꿀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누구든 시간이 흐르면 위 세대 가족 구성원을 부양해야 하는데, 그 의무를 다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때 파생되는 여러 경우의 수를 영화를 통해 고민하고 싶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부양의 의무는 100%의 행복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고민이다. 영화 속 순일의 사정 또한 행복보다는 근심이 더 알맞아 보인다. 하지만
[인터뷰] 바꿀 수 없는 사랑, <행복한 가정> 이채린 시민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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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영상 찍는 게 취미였던 오은빈 연출자는 그대로 자라 고등학생 때에는 학교폭력 방지를 주제로 한 공익광고를 만들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영상 기획 아이디어를 메모장에 기록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넌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와?”라고.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에 돌입하는 행동력 덕분에 그의 가족들 역시 카메라 앞에 서는 데에 익숙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연기력도 함께 성장한 것은 아니라서 언젠가 가족이 아닌 진짜 배우들과 촬영하는 것이 오은빈 연출자의 꿈이다. <연기: 인연 연, 일어 날 기>에 출연한 연기자들 역시 그의 엄마와 여동생이다. 딸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헤드폰을 낀 채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있는 딸 역할을 맡아주었다. 짧은 영상 속 슬픈 반전을 숨겨둔 이번 영상은 그와는 상반된 연출자의 생일날 기억에서 출발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오셔서 내 생일을 축하해주시는데 무척 행복하고, 가족의 그 모
[인터뷰] 아무 메시지 없는 영상은 만들고 싶지 않다, <연기: 인연 연, 일어날 기> 오은빈 시민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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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며칠 안 남은 어느 날, 학교 점퍼를 입은 고등학교 3학년 황준호 연출자와 마주 앉았다. 그의 연출작 <최고의 선물>을 보았을 때에는 이토록 어린 연출자를 상상도 못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영상 속 성숙한 메시지가 납득이 됐다. 어머니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영상은 친아들과 입양한 다문화가정 아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두 아이 모두 엄마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영상은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고 여겨왔던 황준호 연출자의 생각이 담겼다. “OECD의 다문화사회 기준이 있는데, 한국 사회는 2024년부터 거기 들어간다. 주변만 봐도 다양한 인종과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지 않나. 하지만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다. 다문화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데 모든 아이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황준호 연출자도 다문화가정의 정체성을 지니고
[인터뷰] 영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최고의 선물> 황준호 시민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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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연출자의 애니메이션은 감상하자마자 여타 애니메이션과 구분할 수 있다. 스틸컷만 보면 스톱모션 방식의 클레이애니메이션 같지만, 영화 속 피사체들이 직접 움직이진 않는다. 대신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초점이동, 컷 전환 등이 애니메이션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꿈의 나라><펭귄의 도시><침묵의 사선>등으로 이러한 작법을 고수해온 그의 신작 <남매의 수레>는 한 결손 남매의 아픈 이야기를 90초 내외의 러닝타임 속에 압축해낸 작품이다. 기후 위기, 탈북민 노인의 역사 등을 다루며 사회적 문제에 집중해온 연출자의 주제 의식, 단편 형식에 딱 맞는 애니메이션 방법론은 <남매의 수레>가 문제없는영화제에 잘 어울리는 작품임을 입증한다.
- 작품의 기획 배경은.
3년 전쯤부터 구상하던 작품이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써둔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다. 원래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아버지를 남매가 모시고 다니는 설정
[인터뷰] 초단편 속의 영화적 요소, <남매의 수레> 정재훈 시민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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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연출 전공으로 캠퍼스 생활을 누리고 있는 25학번 김다인 연출자는 학창 시절에 직접 경험했던 ‘전형성’에 관한 고민을 갖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귀엽게 생긴 친구와 강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친구가 어울리니까 쌤들이 ‘물 흐리지 마라’, ‘좀 내비둬라’라는 반응을 유독 한 친구에게만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언제부터 사람을 틀 안에 가둬두고 생각하게 되었나”를 고민하게 됐다고. 이 영화의 캐릭터와 구도를 만들면서 관객이 선입견을 갖도록 전략을 짠 것도 그 때문이다. 등장인물인 두 소년의 인물 배치부터 얼굴에 드리운 골목길의 음영까지 모두 관객이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곧 이들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것은 계산된 반전이다.
짧은 러닝타임의 이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두 인물에게도 사연이 있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내다가 둘의 세계가 딱 겹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 순간이 바로 <비행>의 장면인 것.
[인터뷰] 자유와 비상의 여백으로, <비행> 김다인 시민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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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수다>의 러닝타임은 95초다. “29초 영화제 출품을 위해서 ‘모임’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기획했”던 이 작품은 이춘영 연출자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인 제작 스튜디오의 형들과 카페에 모여 기획부터 콘티 작업까지 단시간에 뚝딱 만들어냈다. “아따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구먼.” “그냥 확 다 태워버려?” “여 쓸고, 여 하나도 쓸고.” 듣기엔 다소 험악해 보이는 이 대사들은 한국의 여러 누아르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낸 것들로 실은 표면 그대로의 의미 전달을 위해 쓰인 것은 아니다. “뻔한 레퍼런스,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색다른 이야기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해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제목이 가리키는 ‘킬러’와 ‘수다’는 사실은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남자들이 모여서 건전한 태도와 정신을 갖고 나누는 상황을 가리킨다. 범죄 현장을 보게 될 거란 예상을 하고 있는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짧지만 강렬한 반전을 구사한 것. 2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동안 이야기를 전
[인터뷰] 속도, 현실감, 몰입감, <킬러들의 수다> 이춘영 시민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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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100명의 관객이 있다면 100가지의 해석이 존재한다.’ 영화와 관객의 내밀한 관계를 표현한 이 문장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00명이 있다면, 각기 다른 100가지의 사회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이번 문제없는영화제 또한 그렇다. 올여름 7월14일, 출품 응모가 시작된 이후 총 248편의 작품이 영화제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사정의 사회문제가 이색적이고 독창적으로 재구성되었다. 이야기화된 사회문제는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이고, 조용하지만 강인한 흐름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2025 문제없는영화제의 당선작은 총 11편. 숏폼 부문으로 이춘영 <킬러들의 수다>, 김다인 <비행>, 정재훈 <남매의 수레>, 황준호 <최고의 선물>, 오은빈 <연기: 인연 연, 일어날 기>가 최종으로 이름을 올렸다. 짧은 만큼 깊은 여운의 활로를 남기는 작품들이다. 이어 단편 부문에는 이채린 <행복한 가정>,
[특집] 요즘 어떤 문제에 관심 있나요? 2025 문제없는영화제 11편의 당선작 소개와 시민창작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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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소개된 <소중한 날의 꿈>으로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열었던 안재훈 감독은 이후 <소나기><메밀꽃 필 무렵>등 한국문학을 스크린에 애니메이션의 언어로 옮기고, 한국 무속신앙의 풍경을 흡수한 <무녀도>로 다시 한번 안시에서 도약한 바 있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원대한 꿈을 펼치는 신작 <아가미>의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는 요즘, 그를 잠시 작업에서 물러나 열렬한 관객의 자리에 데려다놓은 작품들이 있으니 문제없는영화제의 출품작들이다. 수상작 선정 후 시상식을 앞둔 시점에 심사위원 대표로 안재훈 감독이 <씨네21>을 찾았다. “사회문제에 관한 폭넓은 관심사를 바탕으로 특히 돌봄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준” 2025 문제없는영화제 수상작들과 안재훈 감독이 곱씹은 질문들을 전한다.
- 원래 영화제 심사를 잘 안 맡는다고.
특히 애니메이션 심사는 안 하려고 한다. 심사
[인터뷰] 우리의 태도를 질문하는 영화들, 문제없는영화제 심사위원 대표 안재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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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엇으로 변화할까. 척박한 현실에서 사랑과 연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복지사각지대의 이웃들과 문화소외계층을 마주해온 NGO 단체 ‘함께하는 사랑밭’(이하 사랑밭)은 두번의 연극제를 마치고 올해 처음으로 영화제를 개최한다. 2025 문제없는영화제는 영화가 지닌 공감의 언어를 활용하여 우리 일상에 녹아든 다양한 차별과 문제를 말하는 공론의 장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문제를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게 아니라 더 자유롭게 발화하고 사유를 나누는 곳. 이야기의 힘을 딛고 공감과 이해가 흐르는 곳. 2025 문제없는영화제가 이뤄지기까지 그 과정을 살피기 위해 정유진 사랑밭 대표를 만났다.
- 사랑밭은 두번의 소시오드라마 연극제를 마치고 올해 처음 영화제를 개최한다. 문제없는영화제를 구상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고 그 일환으로 소시오드라마 연극제를
[인터뷰] 영화가 연결하는 것, 확장하는 것, 함께하는 사랑밭 정유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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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관객을 만나는 2025 문제없는영화제가 열린다. NGO 단체 ‘함께하는 사랑밭’(이하 사랑밭) 주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사회 전반에 녹아든 일상적인 사회문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광장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다. 오랫동안 문화소외계층에 다층적인 문화 경험의 기회를 지원해온 사랑밭은 경계 없고 격차 없는 영화의 평등함을 믿으며 영화제라는 형식을 택했다. 소외계층이 주인공으로 우뚝 서고, 소수자가 다수자가 되는 영화의 마법이 현실 문제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높일 거란 판단하에, 1회 문제없는영화제는 파격적으로 문턱을 낮추면서 첫발을 내디딘다.
먼저 영화제는 크게 단편 부문과 숏폼 부문으로 나뉜다. 실제로 당선작 중 러닝타임이 가장 긴 작품은 11분47초이고(<그 많던 케이크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가장 짧은 작품은 60초 분량(<최고의 선물>)을 차지한다. 올해 장편이 편성되지 않은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특집]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들여다볼’ 것인가, 모두를 위한 ‘문제없는영화제’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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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은 비일상적인 일일까? 후원은 오직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만이 참여하는 활동일까? 정유진 함께하는 사랑밭 대표는 후원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후원의 다른 말은 나눔이다. 그리고 이 나눔은 인간이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후원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도움을 떠올리기 쉽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적, 지적, 문화적 욕구를 채우는 데에도 활용된다. 이 나눔이 이뤄질 때 비로소 사회는 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현실과 적극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함께하는 사랑밭 후원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정리한다.
Q1. 함께하는 사랑밭에는 어떤 후원 방식이 마련돼 있을까?
매월 일정 금액을 꾸준히 후원하는 정기후원, 특별한 날을 기념하거나 일시적으로 자유롭게 나누는 일시후원, 아동의 자립과 성장을 돕는 결연후원이 있다. 또 결연후원은 국내아동후원과 해외아동결연으로 나뉘며 1:1 아동결연이나 교육지원, 생계 및 의료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다
[기획] 나눔으로써 우리는 연결된다, 함께하는 사랑밭 후원에 관한 몇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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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나의 후원 유형은?
[기획] 나의 후원 유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