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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의 억척이는 숨이 간당간당한 순간까지 채취에 집착하는 여자다. 남들은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지나치는 해산물까지 가족들의 저녁이라도 해 먹일 수 있지 않겠냐며 기어코 달려간다. 억척이를 연기한 주보비는 실제 물 공포증이 있지만 “이번 기회에 수영을 배워보면 어떠냐”는 류승완 감독의 말에 홀린 듯이 영화에 합류했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 후 공황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런 자신의 상황이 캐릭터와 맞닿은 지점도 있었다. “억척이는 수영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영법도 화려하지 않다. 먹고살기 위해 해녀 일을 시작했다. <밀수>를 너무 하고 싶어 했던 내 마음과 억척이의 마음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특히 억척이가 상어에게 다리를 물린 날은 “아마 생리를 하는 날인데도 물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류승완 감독과 나눴다. “아마도 해녀 언니들이 다이아를 나눠줬을 것 같다. 그리고 돈맛을 본 이상 해녀들이 밀수 일을 그만둘 것 같지는 않다. (웃
[WHO ARE YOU] ‘밀수’ 주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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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함께-인과 연>이 끝날 때쯤 <더 문> 원안을 접했다고.
= 그때 시나리오를 몇개 받았다. <모가디슈>는 <신과 함께> 시리즈를 하기 전에 강신성 대사가 쓴 원작 책을 소개받으면서 판권을 구입했다. <더 문>은 원래 회사의 다른 감독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그는 판타지에 가까운 구출 과정을 핸들링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대신 프로듀서가 소재가 너무 괜찮지 않느냐며 내게 이 시나리오를 가져온 것이다. 마침 우주영화를 만들고 싶던 차였다. 8개월 정도 시나리오를 고쳤다.
- 원안과 어떤 점들이 달라졌나.
= 원안의 플롯은 내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담고 있었다.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 <더 문>은 나쁜 사람이 덜 나쁜 사람이 되는 플롯을 갖고 있다. 원안에서는 재국(설경구)과 선우(도경수)가 유사 부자 관계로까지 이어지는데, 2시간 러닝타임 내에 액
[인터뷰] ‘용서를 구하는 용기’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행동이다, ‘더 문’ 김용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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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물의 핵심은 재난 그 자체다. 대지진 후 모든 것이 무너진 도시에서 유일하게 버틴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재난 이후의 상황이 핵심이다. 이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과 같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려나갈 다채로운 드라마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 건 다름 아닌 아파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 아파트는 단순한 이야기 무대를 넘어 또 하나의 인물, 아니 주인공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여기 디스토피아 속에서 빚어낸 영화적 유토피아의 단편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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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에서 벌어질 법한 일로 보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는 엄태화 감독의 말처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성패는 리얼리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은 당연히 홀로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다.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사이즈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실제 규모의 아파트를 3층
[커버]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트, CG 비주얼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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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초월의 대지진이 한반도를, 어쩌면 전세계를 덮쳤는지도 모른다. 시스템은 일시에 마비됐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만큼 국가 전체가 초토화된 상황. 그런데 오직 황궁 아파트만 멀쩡하다니. 경악과 안도가 맞물린 얼굴로 각자의 현관문을 열고 나온 주민들이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본다. 복도와 로비에서 공모하기 시작한 ‘황궁인’들은 더이상 집값 논의를 빼면 마냥 데면데면하던 어제의 이웃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어떻게든 함께 생존해야만 하는 운명 공동체가 됐다. 위기 상황엔 리더가 필요한 법.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한 후 졸지에 영웅이 되어버린 902호 남자 영탁(이병헌)이 주민 대표를 맡아 아파트 사수에 나섰다. 602호의 젊은 부부, 공무원 민성(박서준)과 간호사 명화(박보영)는 유능한 청년 인력으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1207호의 부녀회장 금애(김선영)는 특유의 수완으로 여론을 주도하고, 말수 적은 영탁의 옆집 소녀 혜원(박지후)은 어딘가
[커버]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여줄 것과 말하려는 것의 선명한 교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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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지진 이후, 합심해서 생명 연장의 꿈을 꾸게 된 아파트 주민들의 열혈 생존기를 그려나가는 독특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8월9일 개봉한다. 올여름 한국 대작 영화 4편 중 마지막 타자로 극장가에 나설 예정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14년 레진코믹스 연재 당시부터 김숭늉 작가의 문제작으로 등극하며 K웹툰 흥행의 출발선에 합류했던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의 설정을 영화로 새롭게 각색한 결과물로, 메가폰을 잡은 엄태화 감독과 함께 이신지 작가가 각본을 쓰고 조슬예 감독(<디바>)이 각색, 정승오 감독(<이장>)이 윤색에 참여했다. 웹툰의 저력에만 기대지 않고 영화 시나리오 축조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크레딧이다. 여기에 일찌감치 장르영화에 뾰족한 관심을 보인 엄태화 감독의 세심하고 설득력 있는 비주얼이 더해졌다. 호러 단편 <숲>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커버] 여름을 강타할 재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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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촬영 당시로 돌아가보자고 했을 때 배우 안소요가 떠올린 풍경은 자신이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이었다. 흡인력 있는 시나리오에 반한 뒤, 2번의 오디션 끝에 그가 얻은 역할은 자해 치료 모임에서 만난 문정(김서형)의 퍽퍽한 삶 속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3급 지적장애 여성 순남이다. 현장에서 그는 “어떤 것도 정해두지 않고 투명하게 가려고” 했다. 문정의 비밀을 들춰낼 수 있어 긴장을 안기는 순남의 예측 불가한 화법과 행동은 “김서형 배우가 주는 생생한 에너지를 따라갔다가도 튕겨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완성됐다. 사실 그는 실전에서 자유롭기 위해 철저한 사전 작업을 거쳤다. “시나리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뒤 흡수한 걸 의도적으로 지우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백지상태가 되고 나서야 내 식대로 하나하나 쌓아올렸다. 그래야 인물을 한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소요가 배우가 되는 과정에는 인생을 바꾼 작품 대신 “연기의 맛을 봤던
[WHO ARE YOU] ‘비닐하우스’ 안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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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연기 경력 10년에 이른 배우 도경수. 20대의 온종일을 노래와 연기로 채웠던 그가 <더 문>으로 돌아왔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로 활동하며 2014년 영화 <카트>,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이름을 알린 이래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와 <스윙키즈>로 배우의 입지를 공고화했던 그가 군 공백기 이후 5년 만에 극장가를 찾은 것이다. 무대와 스크린에서 보여줬던 강직하되 청아한, 아주 큰 눈망울은 변함이 없다. 마침내 이 눈빛은 달에 홀로 고립된 우주비행사 황선우의 외로움과 흔들림, 그리고 이것들을 이겨내는 강직함까지 두루 섞어낸 최적의 무기로 거듭났다. 그는 “지금까지의 배우 경력 중 감정의 크기와 폭이 가장 크고 넓은 인물을 연기했다”라며 촬영 당시의 설렘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눈은 향후 10년의 세월을 또다시 거뜬하게 빛낼 만큼 영롱했다.
-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건 대략 5년 만이다.
= 너무 떨
[인터뷰] 가장 크고 깊은 감정으로, ‘더 문’ 도경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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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의 재국은 실패를 직시하기보다 숨어버리기를 택한 비겁한 남자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 나래호 프로젝트가 예상치 못한 엔진 결함으로 공중에서 폭발했을 때 우주센터장에서 물러나 잠적해버린다.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우리호가 또 한번 사고로 대원들을 잃자, 정부는 유일한 생존자 선우(도경수)의 귀환을 위해 사령선을 가장 잘 제어할 수 있는 인물을 소환한다. 소백산 천문대에 은둔하던 재국은 우주센터로 돌아온 후에도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미성숙함을 보인다. 그랬던 재국이 과거를 반추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낸 <더 문>은 어떤 의미에서 재국의 성장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 의외로 김용화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 30년 동안 연기하면서 같이 작품을 한 적이 없는 배우도 많고, 같이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감독님은 더 많다. 감사하게도 김용화 감독님이 다른 작품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로 내 이름을 얘기
[인터뷰] 현장의 에너지와 직면하며, ‘더 문’ 설경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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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도 높은 팬덤을 가진 두 배우가 만났다. 장르가 퍽 달라서 더 흥미로운 조합이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설경구, 최근 4년 만의 엑소 컴백도 예능 프로그램의 화제성도 고르게 챙기다 드디어 영화로 돌아온 도경수가 <더 문>으로 조우했다. 2029년, 대한민국의 달 탐사선 우리호가 사고를 당한 후 황선우 대원(도경수)은 홀로 달에 남겨진다. 그의 무사 귀환을 위해 5년 전 폭발 사고가 났던 나래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이자 지금은 산속에 은둔 중인 전임 센터장 재국(설경구)이 다시 소환된다. 설정상 두 배우가 직접 만나는 장면은 없지만 지구와 달, 떨어져 있는 공간에서 생사를 두고 소통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은 오히려 두 캐릭터의 감정적 진폭을 극적으로 요동치게 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배우 설경구, 도경수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전설이 될 귀환, ‘더 문’ 설경구, 도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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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라이징 스타로 <씨네21>과 첫 인연을 맺었고, 2021년 <스위트홈> 당시 송강, 이도현, 고민시와 함께 커버를 장식했다. 그리고 <셀러브리티>로 첫 단독 커버 모델이 됐다.
= 데뷔 초에는 <씨네21>에 내 이름이 나오는 게 꿈이자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스위트홈> 때 친구들과 함께 표지에 나오게 돼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이렇게 단독으로 커버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 너무 좋다.
- 박규영은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서 넷플릭스 시리즈 원톱 주연에까지 이른 배우처럼 보인다. <셀러브리티>라는 기회가 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차근차근’이라고 표현해주신 게 정말 감사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나름의 경험을 계속 쌓고 있었는데, 넷플릭스 시리즈의 1롤 주인공으로 대본을 받았을 때 믿을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원래 할 수 있는 것보다 좀
[인터뷰] 차근차근 쌓아올리다, ‘셀러브리티’ 박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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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의 서아리는 많은 인플루언서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뉴 페이스다. 팔로워 K와 M의 계급을 나누는 이 세계에서 서아리는 그럴싸한 과장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더 유명해져야겠다는 자의식 없이도 특유의 꾸밈없는 매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협찬 광고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데 주력해 성공하고 순식간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130만명을 거느리는 유명 인사가 된다.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 재학 시절 <대학내일> 표지모델을 장식했다가 캐스팅 제안을 받고 배우 연습생을 시작한 배우 박규영에게도 그런 매력이 있었다.
그는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편하고 말간 스타일링과 매사에 진지한 애티튜드를 보여주는 신인배우였고, 몇편의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조연으로 경력을 시작할 때부터 눈 밝은 사람들에게 먼저 각인되는 존재감을 보여줬다(참고로 <셀러브리티>의 서아리가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당시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은 박규영이 과거 SNS에 올
[커버] 오늘도 차분하게, ‘셀러브리티’ 박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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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도경(전석호)의 비보는 어느 날 갑작스레 날아들었다. 도경이 세상을 떠난 뒤, 명지(박하선)는 그의 흔적이 가득한 집을 벗어나 폴란드의 바르샤바로 향한다. 그곳에서 대학 동창 현석(김남희)과 오랜만에 연락이 닿는다. 현석에게 도경의 죽음을 전하는 대신 명지는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듯 평범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설행_눈길을 걷다> <프랑스여자> 등을 연출한 김희정 감독의 신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남겨진 이들의 생을 묘사한다.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이 원작이지만 영화화되면서 도경이 선생으로 있던 학교의 학생들, 지용(김정철)과 해수(문우진), 지용의 누나 지은(정민주)의 이야기가 더해졌다. 배우 박하선은 건조한 낯빛으로 도경과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는 명지의 마음을 가만히 헤아린다. 지난 5월, 폐막작으로 선정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와 함께 전주국제영
[커버] 남겨진 이들의 생을 가만히 돌아보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박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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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초반, “오늘 기말고사가 끝나 후련하다”며 문우진이 환하게 웃었다. 청량한 해수 역에 캐스팅된 이유를 단번에 납득한 순간이었다. 해수는 사고사한 지용(김정철)의 친구로, 그의 누나인 지은(정민주)과 지용 담임의 부인 명지(박하선)를 잇는 인물이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문우진에게 김희정 감독은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니 잘하라”며 격려했다. 감독이 추천한 방법은 해수처럼 살아보는 것이었다. “나의 일상을 토대로 해수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감정을 기록해봤다.” 이를 통해 “친구를 잃은 뒤, 최선의 방법은 지은을 가족처럼 돕는 거란 결론에 이른 해수”를 이해하게 됐다고. 해수가 스케이트보드를 자주 타기 때문에 따로 수업을 들으며 연습하고, 레드와 블랙이 배색된 보드를 신중하게 골랐다. 후반부에서 “해수가 지용과 약속한 대로 스케이트보드 기술에 성공했으나 보여줄 방법이 없어 먹먹해하는 감정 신”을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으로 고르기도 했다
문우진은 “TV에 내가 나오는 게 신
[WHO ARE YOU]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문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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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과묵함, 가장으로서의 무게, 왠지 모를 거리와 어색함. <비밀의 언덕>의 성호는 이런 전형적인 아버지의 초상에서 가장 먼 자리에 서 있다. 무능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제 할 일은 하고, 철이 없는 건가 싶다가도 문득 듬직해 보이는 남자.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해맑은 성호 역의 강길우 배우도 아빠 역할은 처음이다. “당시 보던 시나리오가 몇개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아이를 다룬 영화들이었다. 그중 제일 마음을 흔든 작품이 <비밀의 언덕>이었다.” 이번 역할은 강길우에게도 신선한 도전이었다. “그동안 주로 무겁고 진지한 배역을 맡아왔는데 성호는 정반대 캐릭터인 점이 좋았다. 성호는 전형적인 아버지상과 달리 가볍고 친근하다. 아들 역은 많이 했어도 아버지는 처음이라 내 아버지나 어린 시절 삼촌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다가갔다.”
<비밀의 언덕>은 아이의 시선으로 전체를 그려나가는 영화가 아니다
[인터뷰] 아버지 되기의 어려움, ‘비밀의 언덕’ 강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