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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을 하고 싶은 어떤 절박함이 있는 거다.” 유승호는 <거래>의 준성을 그렇게 묘사했다. 배우 자신의 인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웃을 때면 사정없이 휘어지는 반달눈과 소년 같은 미소는 여전하지만, 표정을 거두고 난 유승호의 얼굴엔 무엇이든 쉽게 담판 짓지 않으려고 고민하는 인간의 우수가 묻어나온다. 5살에 데뷔해 31살이 된 지금, 유승호는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어서” 택한 배우의 일에 여전히 혼란해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어느새 해사한 얼굴 뒤에 걸린 짙은 그림자를, 중후하게 나이 들 미래를 궁금하게 하는 배우가 됐다. KBS 사극 <꽃 피면 달 생각하고>(2021) 이후 첫 OTT 시리즈에 진입해 30대의 새 행로를 개척 중인 유승호를, <봉이 김선달>(2016) 이후 7년 만의 <씨네21> 인터뷰로 만났다.
- 이정곤 감독의 전작 <낫아웃>에서 정재광 배우가 보여준 반골 기질의 이미지가
[인터뷰] 이유 있는 딜레마, ‘거래’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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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납치할 수밖에 없었던 두 남자와 친구들에게 납치당한 남자. <거래>는 이 기구한 소동에 발 묶인 친구라는 이름의 낯선 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경쾌한 스포츠물의 동료이거나 우정 맺힌 청춘물의 일원일 수도 있었던 유승호, 유수빈, 김동휘는 비좁은 자취방에 갇혀 서로를 묶고 묶이는 처량한 현실을 살아내기로 한다. 그들은 속고 속이는 스릴의 방아쇠를 쥘 때조차 누구 하나 머뭇대는 법 없이 차례로 팽팽히 겨눈다. 10월6일 웨이브에서 공개되는 8부작 납치 스릴러 <거래>의 끈끈한 삼각관계를 소개한다. 친구, 인질, 공범을 오가는 세 남자의 속사정. 들여다볼수록 퍽 절박하고도 흥미롭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거래>의 유승호, 유수빈, 김동휘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세 남자의 속사정, ‘거래’ 유승호, 김동휘, 유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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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의 한유림은 타고난 스타이자 재능 있는 배우다. 급하게 잡힌 ‘거미집’ 추가 촬영에 툴툴거리며 혼자 빠져나갈 궁리를 하지만, 중요한 순간 카메라 앞에서 돌변해 연기력과 화면 장악력 하나로 위기를 뚫고 나간다. 관습을 깨고 트렌드를 이끌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던 정수정은 70년대 최고의 라이징 스타의 얼굴을 설득하는 고전적 매력을 뽐내며 그 시절에만 가능했던 영화판의 역설적인 에너지를 설득한다.
- <거미집>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 일단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읽기 전부터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다. 거기에 김지운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함께하신다고 하니 대사가 단 한줄이라도, 한 장면만 출연한다고 해도 꼭 영화의 일부분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70년대 영화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인상적이었다.
- <거미집> 같은 앙상블 코미디는 처음 경험해본 것인가.
[인터뷰] 스타가 된다는 것, ‘거미집’ 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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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촬영)현장’이다. 전여빈은 현장에서 에너지의 총력을 소진하고 싶고, 현장에 출근한 사람들이 언제나 궁금하며, 현장에서 연기의 답을 찾는 배우다. <거미집>의 ‘미도’ 또한 그렇다.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인 미도는 김열 감독(송강호)의 재촬영 시나리오에 열광한 채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거미집’의 현장을 누빈다. 현장 체질인 배우가 현장 체질인 배역을 만났을 때 스크린 속에서 얼마나 생동할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도는 김열 감독을 포함한 등장인물 모두가 걸작이 탄생할지 의심하는 와중에 홀로 다 잘되리라 굳게 믿는다.
= - 미도는 김열의 예술 세계와 욕망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캐릭터다.
영화 촬영 현장은 영감과 창작의 동력인 주체와 그의 상상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조력하는 이들의 합으로 구성된다. 미도는 능동적인 예술가까진 아니어도 예술가가 세상에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힘을 보태는 사람이었을 거다. 그때 김열
[인터뷰] 물음표를 느낌표로, ‘거미집’ 전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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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는 본인과 본인이 연기한 <거미집>의 바람둥이 톱스타 배우 호세 사이의 싱크로율이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연히 호세의 사생활은 오정세의 삶과 1970년대와 2023년만큼 멀다. 오정세와 호세는 오직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는 점에서 10%만 통한다. 호세는 김열 감독(송강호)의 디렉션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현장에서 무수한 소동이 연발해도 모든 난리를 수습하는 와중에 연기도 절륜히 끝마친다. 오정세와 호세 사이를 잇던 1할의 공통점은 어느새 10할, 100할이 되고, 관객은 언제나 그랬듯 스크린 속 오정세의 연기를 진짜라 믿게 된다.
- 호세는 ‘거미집’에서도 호세를 연기한다. 실제로 제작자나 감독으로부터 “정세 역을 제안하고 싶다”는 캐스팅콜이 오면 어떨 것 같나.
= 장단점이 있지 않을까. 영화 안팎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작품의 전체 컨셉에 어울린다면 기꺼이 응할 수 있다. 실제의 인물을 픽션 속에 끌어들여 오는 영화가 있지 않나. 그런 영화라면
[인터뷰] 진심을 담아 자연스럽게, ‘거미집’ 오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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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은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과 함께한 다섯 번째 작품이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등 시네아스트들과 송강호가 동행한 궤적이 곧 21세기 한국영화의 개념과 성격을 정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그가 아예 70년대 영화감독 역할로 분한 <거미집>은 단지 그가 연기한 캐릭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승 신 감독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평론가들에게 싸구려 치정극이나 찍는다고 악평을 받던 김열 감독은 이틀만 시간을 내서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분명 걸작이 될 것이라는 광적인 믿음에 사로잡힌다.
- 김지운 감독과 인연을 맺은 지도 무려 25년이 흘렀다. 그는 어떤 연출자로 각인되어 있나.
= 장르의 변주를 통해 자기만의 영화 스타일을 구축해온 감독이다. 코미디든 공포든 드라마든 호쾌한 액션 활극이든 기존 장르를 새롭게 비틀며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점이 무척 놀랍다. 김지운 감독과 다섯 번째 작품을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
[인터뷰] 송강호라는 메타포, ‘거미집’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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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찍은 영화를 다시 촬영하기만 하면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탄생할 것 같은 직감이 번뜩일 때, 당신이 감독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직감에만 의존해 감독이 설득할 때, 당신이 배우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러모로 힘들어질 것이 뻔한데 감독의 비전에서 한 줄기 빛을 볼 때, 당신이 제작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위 질문들에 대한 갖가지 답을 <거미집>의 인간 군상이 제시한다. 1970년대, 독재정권의 검열 속에 영화를 만들던 김열 감독은 어느 날 촬영을 마친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꾸면 걸작이 완성되리란 확신에 사로잡힌다. 재촬영의 과정은 물론 순탄할 리 없지만 그럼에도 필름 머스트 고 온, 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거미집’을 찍는 한바탕 소동극을 담은 영화 <거미집>의 네 배우, 송강호,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을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거미집> 배우들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필름 머스트 고 온, ‘거미집’ 송강호,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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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 속 의정의 삶은 고군분투의 연속이다. 대대로 경찰을 배출한 집안의 딸로 자라 경찰이 돼 보안과 경위까지 올랐지만, 1990년대 대한민국의 여성인 의정의 진취성과 독립성을 사회 분위기는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친정 식구들의 구박데기인 남편 준모(지창욱)는 지역 발령 근무 중 의정 몰래 서울에 와 마약 조직 내부에 위장 잠입하는데, 조직의 엄혹한 보스 기철(위하준)은 의정의 아련한 기억 속에선 순수한 소년이었다. 맞서 싸워야 할 일이 의정 앞에 거듭 놓이지만 의정은 멈추지 않는다. 이같은 의정의 태도는 배우로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임세미와 똑 닮아 있다.
- 의정 역을 맡게 된 결정적 동기가 있나.
= 우선 작품을 연출한 한동욱 감독님의 전작이 <남자가 사랑할 때>여서 무척 반가웠다. 20대 시절 로맨스 장르에 관한 호기심을 마음에 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작품을 보고 이런 것이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혼란의 갈림길에서, ‘최악의 악’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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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은 정기철(위하준)의 입장에서 보면 순정적인 이야기가 된다. 1990년대 별것 없는 ‘강남 토박이’ 기철은 고교 동창들을 건사하며 우정의 왕국을 세운다. 거대 마약 밀매 조직 ‘강남연합’의 보스로 군림하던 어느 날, 친형제나 다름없던 죽은 절친 태호(정재광)의 사촌 형 승호(지창욱)가 나타나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의 속을 헤집고, 승호의 아내인 줄 모르고 재회한 첫사랑 의정(임세미)은 그를 잠시 호시절로 데려간다. 하늘 한번 보고 스마일. 올해 4월 말 끝낸 <최악의 악>의 현장을 떠올릴 때마다 위하준은 행복하단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동안 장르물에선 칼처럼, 로맨스물에선 꿀처럼 미소를 사용해왔던 그가 이번에는 무표정으로 최악을 참고 견디는 한 남자를 연기했다.
- <최악의 악>은 경찰이 조직에 위장 잠입해 수사하는 익숙한 언더커버 이야기인데, 이 작품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하고 출연을 결정했나.
= 처음엔 나도 뻔하지 않을까 생각했
[인터뷰] 어떤 공감, ‘최악의 악’ 위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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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세상에서 평범한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한 <도시남녀의 사랑법>, 어리숙한 편의점 점장의 로맨스를 그린 <편의점 샛별이>, 호스피스 병원의 생과 죽음을 다룬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등 배우 지창욱이 최근 3년 동안 걸어온 길은 로맨틱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로 가득하다. 거친 말투와 빠르게 전개되는 고난도 액션, 아슬아슬한 눈치 싸움 등 <최악의 악>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건 새로운 모습의 지창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마른 땅에서 자란 고혹적인 꽃처럼 박준모는 꼿꼿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땅 아래에서 물줄기를 찾아 조용히 자리를 뻗는 뿌리만큼 그는 생존 욕망과 인정 욕구도 강하다. 인간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따라 박준모로 변한 지창욱을 만났다.
- <최악의 악>은 최근 3년 동안 참여한 작품들과 색깔이 많이 다르다.
= 누아르는 처음이다. 항상 범죄 스릴러물이
[인터뷰] 말하듯 몸으로 연기하기, ‘최악의 악’ 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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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지로 강남 일대가 떠오르던 시절, 관련 조직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시골 경찰 박준모(지창욱)는 두 계급 특진을 걸고 조직에 잠입해 수사를 벌인다. 사랑하는 아내이자 이제 막 서울청 보안관 자리를 발령받은 의정(임세미)의 존재는 준모를 묘한 자격지심과 무한한 지지 사이에서 공중그네를 타게 한다. 강남연합 보스로 자리 잡은 정기철(위하준)은 박준모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와 함께하게 되고, 과거에 알고 지낸 의정과 예기치 못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세 인물은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왜곡된 방향으로 무한 질주를 그려간다. 최악의 ‘악’을 각자의 형태로 현실화한 배우 지창욱, 위하준, 임세미를 만나 위태로운 관계의 서막을 물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최악의 악> 지창욱, 위하준, 임세미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은밀하게 사악하게, ‘최악의 악’ 지창욱, 위하준,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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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옷차림만큼이나 성숙한 말씨와 행동, 타인의 기분을 살필 줄 아는 배려심과 느긋한 성격. <안녕, 내일 또 만나>는 강현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기보다 고등학교 시절 그와 같은 아파트에 살던 후배 동준(홍사빈)의 시선을 빌린다. 관객과 강현 사이에 놓인 거리 또한 주인공 동준의 감정에 따라 좁혀지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비밀스러운 소년을 만난 배우 신주협은 자기 안에서 강현을 끄집어내기 위해 예리한 눈으로 그를 탐색했다. “강현은 LP를 모아 노래를 듣거나 단편소설을 써 문학상을 받기도 한다. 유행에 민감한 여느 10대 아이들과 달리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해나간다.” 바깥세상의 일들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현의 단단함을 발견한 신주협은 “강현의 위태로움은 그가 교복을 입은 미성년자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는 예리한 관찰을 건네기도 했다.
뮤지컬 <난쟁이들>로 데뷔한 신주협은 어려서부터 무대와 친숙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 춤, 연기를 꾸준히
[WHO ARE YOU] ‘안녕, 내일 또 만나’ 신주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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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껍데기다. 그러나 이 껍데기는 너무 과중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겨우 몇 글자의 이름은 가족 관계와 사회적 지위, 고유의 성격이나 밟아온 과거를 단순 합산하여 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곤 한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곤 하나 실제 우리 삶의 부피에 비해 이 집은 종종 좁아 보이기 일쑤다. 이에 <한 남자>는 주인공 키도(쓰마부키 사토시)와 X(구보타 마사타카)를 둘러싼 껍데기들, 가령 그들의 이름이나 체면 같은 것들을 벗긴다. 더하여 <한 남자>는 영화의 이미지를 감싸안고 있는 몇 가지 껍데기, 이를테면 서사의 개입과 설명식의 주석들까지 벗겨낸다. 이로써 그것들 속에 진정 무엇이 들었는지 집요히 바라보게 만든다.
작품의 도입부부터 호기롭다. 브라운 톤의 안락한 조명, 카메라는 벽을 비추고 그곳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이 걸려 있다. 그림 속의 한 남자는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엔 본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오프닝 타이틀이 오르자
스쳐가는 진실한 마음들, ‘한 남자’가 순간의 진실을 보여주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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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워터 보이즈>로 동시대 청춘의 표상이 됐던 쓰마부키 사토시.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는 <한 남자>의 주인공 키도가 되어 ‘자신이 누구인지’란 질문에 답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이 질문은 비단 키도의 것만은 아니다. 쓰마부키 사토시 역시 오랜 배우 활동을 거치며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거듭하고 있다. “배우 경력이 쌓일수록 ‘나’란 상자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게 된다.” 이에 그는 때마다 다른 영화 속 인물로 존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미지의 상자 속을 채우고 있다. 이를테면 키도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재판정을 찾거나 실제 변호사들과 만나 배역을 연구하고, 장면 하나하나의 영화적 의미를 적확히 꿰뚫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한 남자> 속 키도의 여정은 키도가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의 여로이기도 한 셈이다. 이로써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한 남자
[인터뷰] 알 수 없는 것을 연기하기, ‘한 남자’ 쓰마부키 사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