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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범죄자, 진정으로 도덕적인 인간
“진취적이고, 폭력적이고, 활발하고, 젊으며 대담하고 사악해.” 그저 재미로 혼자 사는 여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난폭한 젊은이가 내무부 장관에게는 이상적인 실험의 모델이 된다. “그는 완벽해.” 살인죄로 14년형을 선고받은 알렉스. 2년간의 지루한 교도소 생활 끝에 테크놀로지의 힘으로 악인을 선인으로 바꿔준다는 ‘루도비코법’의 대상자로 선정된다. 치료소에서
글: 진중권 │
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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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비디오 게임 혹은 인터액티브 필름
“Every night in my dreams I see you, I feel you….”
셀린 디온의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로즈가 뱃머리에 서서 두팔을 벌리고, 잭이 두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싼다. 그리스의 나이키 조각상처럼 지그시 두눈을 감고 온몸으로 바람을 받던 로즈, 깜짝 놀라서 환성을 지른다. “내가 날아가고 있어!” 순간, 화면이 멈춘다.
글: 진중권 │
200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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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디지털 대중의 열망, 영화로 화하다
이 영화를 보고 당혹감을 느낀 것일까? 내게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가 극장에 걸려 있는 동안에는 너무 바빠서 볼 수가 없었고, 뒤늦게 인터넷을 뒤져 그것의 출처만큼이나 어둡고 음침한 영상을 다운로드받아 볼 수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 위에서 자막없이 보았으니, 영화를 제대로 본 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
글: 진중권 │
20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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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영화는 역사를 만드는 현대의 이야기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 팔을 흔들고 다니며, 시내가 강이 되고, 강이 되어 바다가 되었으면 했지.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아이는 자기가 아이인지 몰랐고, 그에게 모든 것은 영혼이 있었고, 모든 영혼들은 하나였지.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그는 아직 어느 것에도 견해를 갖지 않았고, 습관도 없었고, 책상다리로 앉았다가 뛰어다니기도 했고, 헝클어진
글: 진중권 │
200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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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해석의 틀을 벗어난 영화적 설치예술
‘지우개 머리’라는 제목은 그의 잘린 머리를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의 재료로 사용하는 장면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보고나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 이렇게 막막하게 만드는 영화도 많지 않을 게다. 아무튼 <이레이저 헤드>는 오늘날 이미 컬트영화의 고전이 되었다. 또 2004년에는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 의회 도서관에 영구
글: 진중권 │
200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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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부조리가 합리주의를 이기다
죄수복을 입은 한 사내가 정육면체의 방에서 깨어난다.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듯, 여섯면에 달린 문들을 하나씩 열어보다가, 용기를 내어 그중 하나를 통해 옆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의 풍경도 그가 방금 떠난 공간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큐브의 가운데로 몇 걸음 옮기는 순간, 사내의 몸을 치고 지나가는 짧은 금속성 굉음이 들린다. 사내의 얼굴에 빨간 줄이 생기
글: 진중권 │
200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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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안개가 몰고온 공포와 광기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 롱레이크.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날 아침, 호수 건너편 산자락에 첫눈에도 이상해 보이는 안개가 걸렸다. 창문이 깨지고, 전기가 나가고, 전화선마저 끊긴 집에서 데이비드는 생필품을 사러 아들 빌리와 함께 다운타운으로 향한다. 시내로 향하는 도로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군용차량들이 앞으로 벌어질 불길한 사태를 예고하고, 그 암시는 피를
글: 진중권 │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