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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씨네리, 내겐 신의21
돌이켜보면 부끄러울 뿐이다. 나는 말도 안 되는 글과 사진을 버무려 귀한 지면을 어지럽혀왔다. 자그마치 10년이나. 226번째인이 원고를 끝으로 ‘사진의 털’ 연재를 마무리 짓는다. 시작할 땐 30대 후반 씩씩한 새 필진이었는데, 어느새 40대 후반 칙칙한 헌 필진이 되고 말았다. 내일부터는 그마저 아니다.
언젠가 고백했을 것이다. 나는 사진에 중독됐
글: 노순택 │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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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모르는 자들의 죽음
몇해 전 겨울밤, 경복궁역 근처를 걷다가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죽은 놈이었다. 어쩌다가 번잡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길 가던 어떤 이는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부주의한 어떤 이는 녀석을 차거나 밟고서야 기겁했다. 만져보니 따뜻했다. 방금 죽은 걸까. 어쩌면 내 손이 찬 탓에 느낀 온기였을지 모른다. 녀석을 안고 잠시 걸었
글: 노순택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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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나도 한때는 MBC를 보았다
텔레비전을 없앴다. 영리한 바보상자에게서 달아나고픈 마음을 품어왔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 나는 텔레비전에 빠져들곤 했다. 탐사기획과 뉴스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었다. 헌데 어느 날부턴가 그것들이 꼴보기 싫어졌다. 이명박의 계절이 깊어갈 무렵이었다. 괜찮은 눈을 가진 사람들이 괜찮은 목소리로 전해주던 세상의 희로애락이 방송에
글: 노순택 │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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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굴뚝 위의 준호에게
까불이 준호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과묵이 기탁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긴 시간은 아닐지라도 내가 곁에서 본 준호씨는 쾌활했습니다. 흥에 겨워 노래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지요. 상대적으로 입이 무거운 기탁씨와는 넉넉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우리는 각별한 우정을 나눈 사이더군요. 2015년 여름, 부당해고 철회를
글: 노순택 │
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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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당연한 시대의 거북
예전엔 마치 흐르는 물처럼 당연했던 일들도 이제와 생각해보면 갸우뚱한 게 많다. 예컨대 끽연의 풍경. 어린 시절 기억엔 버스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아저씨들의 모습이 또렷하다. 좌석 등받이엔 그들을 위한 재떨이마저 붙어 있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식당과 주점 안은 너구리를 잡는 굴 같지 않았나. 나 또한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아무 데서나 담배를 입에
글: 노순택 │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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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평양 핵탄두 서울 돈탄두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미세먼지는 어느새 서울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중국 베이징, 인도 델리와 더불어 서울은 세계에서 공기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로 꼽힌다. 지난 반세기, 서울에서 가장 사악한 살인마는 평양이었다. 그 살인마는 눈에 가장 잘 띄는 동시에 좀처럼 보이지 않는 신출귀몰한 괴물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평양의 이념이 쥐도 새도 모르
글: 노순택 │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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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투명인간 유흥희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아주 미칠 지경이에요. 어쩜 그럴 수가 있을까.” 한달 전, 그녀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이런 작은 승리라도 끝내 얻으니 보람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노조탄압, 문자해고, 깡패동원, 임금체불, 야반도주 등 ‘악질자본 대백과사전’의 집필자가 되어도 좋을 법한 최동열 전 기륭전자 회장이 법정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
글: 노순택 │
201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