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가 참 중요하다. 내가 기억하는 한, 영화배우 김혜수가 처음으로 히트를 친 말은 “티코로 시작하세요”였다. 1991년에 방영된 CF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운전을 마친 김혜수는 조수석에 태웠던 이영범에게 차비를 요구하고, 돈 대신 뽀뽀를 받는다. 스물한살 그녀의 싱그러운 연기가 대박을 친 광고였다. 두 번째 히트어는 2006년 개봉된 <타짜>에서의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일 거다. 불티나게 패러디됐다. 세 번째는 지난해 인기를 얻었던 SBS드라마 <스타일>에서의 ‘엣지’다. 사람들 입에 무던히도 붙어다녔다. 네 번째로는, 뒤늦게 유명해진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어느 인터뷰에서 했다는 바로 이 말 말이다. “겉모습이 촌스러운 것은 용서가 되지만 마인드가 촌스러운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김혜수-유해진 커플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흐뭇하다. 이렇게 스타에 관해 질시의 흔적없이 순수하고 따뜻하게 응원하는 경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금메달을 딴 역도선수 장미란 이후 처음처럼 느껴진다. 이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인터넷 기사엔 악플조차 안 붙는다고 한다. 아마도 세태를 거스른 신선함 때문이리라. 속물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얼마나 전복적인가. 결국 마인드의 승리다. 마인드는 외모보다 힘이 센 거다.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을 새삼스레, 100년 만의 폭설처럼 대한민국 곳곳에 뿌려준 김혜수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역시 셀리브리티는 힘이 세다.
그렇다면 그녀가 언급한 “마인드가 촌스럽다는 것”은 무엇일까. 뭐 일단 흐름에 뒤떨어졌다는 의미이리라. 특히 ‘변화하는 문화정세’에 어두울 경우 단박에 찍힐 확률이 높다. 확대해석을 하자면, 수구적인 정치의식을 지닌 이들에게도 촌스럽다고 할 것만 같다. 그녀가 <스타일>의 박기자 편집장처럼 이렇게 뇌까리는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온다. “마인드 하고는….” 매력남, 매력녀가 되기 위해선 마인드도 외모처럼 성형이 필요한 건 아닐까(유해진처럼 바꿔주세요?).
하지만 성형외과에선 마인드 수술을 해주지 않는다. 그 수술대는 책이나 영화, 여행지 곳곳에 널려 있다. 책 한권이나 영화 한편으로 인생이 바뀌는 사람들도 있으니 과장은 아니다. 그러고보니 <씨네21>도 마인드 수술에 일조하는 면이 있다. 이번주 특집기사로 실은 ‘20+10 외화 완전정복’은 2010년을 위한 수술계획서가 될 만하다. 지속적인 수술 기회를 원하시는 분들은 바로 앞, 아니 한번 더 앞면을 넘겨(8~9쪽) 참고하시기 바란다. <씨네21>이 특별히 마음을 먹고 벌이는 이벤트다. 이러려는 게 아니었는데, 결국 광고가 되고 말았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