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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보고 싶다
“누워서 해도 되죠?” <신라의 달밤>(2001) 개봉을 앞두고 김혜수를 인터뷰할 때였다. 사진 촬영을 끝낸 뒤 김혜수는 너무 피곤하다면서 누워서 인터뷰를 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가 취조도 아니고 면접도 아닌데요, 그럼요, 라고 말하기 전에 김혜수는 이미 하이힐을 벗고 소파에 몸을 뉘였던 것 같다. 그때 무슨 질문을 하고 어떤 답변
글: 이영진 │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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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어둔 밤에 손짓하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를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 7월4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발표한 ‘콘텐츠 산업 진흥계획’의 일부다. 제한상영관이 없는데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영화계 안팎의 볼멘소리에 대해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던 정부가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창
글: 이영진 │
201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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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몹쓸 강박
누구나 글을 쓸 때 특정한 버릇이 있다. 습관이라고 부를 수 있겠고, 원칙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버릇을 흔히 스타일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글을 빼어나게 잘 쓰는 한 선배에게 글을 쓸 때 버릇이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선배가 찬찬히 읊어준 자기만의 버릇들은 ‘작가 수업’ 몇장 몇절에 고스란히 옮겨 실어도 좋을 법한,
글: 이영진 │
20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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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제한상영가 영화가 늘어난 데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서 허용하는 표현의 범위가 최근 들어 넓어진 것과 관련이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박선이 위원장의 말이다(55쪽). 박 위원장은 5기 영등위 들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 편수가 대폭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정도면 청소년 관람불가가 되더라, 하니까 그보다 더 센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
글: 이영진 │
20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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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바로잡습니다
‘어디서 봤더라?’ 2007년, 13살 핀란드 소년 월테리 세레틴은 TV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극으로 항해를 떠난 러시아 잠수함”에 관한 해외 뉴스를 본 소년은 갑자기 소장하고 있던 영화 <타이타닉>의 DVD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누군가 어이없이 저지른 엄청난 실수를 알아차렸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가 다루었
글: 이영진 │
201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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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이름 모를 배우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는 유명한 먹자골목이 있다. 위치는 공덕시장 근처로, 전을 파는 가게와 족발 파는 가게가 특히 이름이 높다. 사시사철 장사진이고, 초저녁에도 바글바글이다. 사무실이 공덕동에 있던 시절, <씨네21>도 공덕동 먹자골목에서 빈번히 회식을 했다. 한번은 취재원과 그곳에 다녀온 남동철 선배가 “공덕시장 족발집에서 남기남 감독의 조감독
글: 이영진 │
20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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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영화의 감옥에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모든 것은… 아름다웠다. 의도치 않았던 접촉의 불쾌함은 스크린이 영롱한 빛을 내뿜는 순간 사르륵 녹아버렸고, 어깨를 대리석화했던 피로는 칸의 따가운 햇살을 받아 자글자글 타버렸다. 이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훌륭한 영화는 훌륭해서 좋았으며, 후진 영화는 농담거리를 제공해줘서 좋았다. 딱딱한 바게트는 오래 씹을 수 있어서 좋았고,
글: 이영진 │
201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