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를 나와 주간지로 옮겼을 때 나름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매일 촉을 세우고 있다가 깨알같이 마감하는 일보다는 한주 단위로 큼직큼직 움직이는 일이 아무래도 편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웬걸. ‘잉크밥’깨나 먹어본 선배들은 하나같이 ‘일이 괴롭기로 으뜸은 주간지’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유하자면 일간지 기자의 삶은 마라톤 주자와도 같다. 아주 길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으며 고층 빌딩 숲과 공원도 지나치는 덕에 지루하지만은 않은 코스를 그들은 달린다. 반면 주간지 기자의 삶은 중거리 주자와 비슷하다. 꽉 막힌 실내 육상 트랙을 돌고 돌고 또 도는(월간지의 삶은 체험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매달 열리는 선수권에 출전하는 단거리 주자의 그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일간지 기자가 매일 꾸준히 주행한다면, 주간지 기자는 매주 초반 페이스 조절을 하다 후반에는 막판 스퍼트, 즉 전력질주를 펼쳐야 한다.
그러니까 주간지의 삶이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깔려 있는 우레탄 트랙을 무한궤도로 순환하는, 어지러움을 수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장애물도 뛰어넘어야 한다. 하여 우리는 계절의 변화에 둔감하며 달력 속 빨간 숫자에 무감하고 해가 바뀌는 것조차 잊을 때가 있다. 그런 구토 돋는 삶에 피어나는 한 줄기 희망은 합본호다. 설과 추석 즈음 발행되는 이 ‘스페셜 에디션’은 일차적으로 연휴로 인해 인쇄와 배송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에서 고안됐다. 주간지 종사자들도 연휴를 누려야 한다는 당위는 부차적인 사항이긴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일주일 정도라도 지긋지긋한 트랙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고 진짜 흙을 밟아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개무량한 것을.
그래도 우리는 휴식을 날름 즐기기만 하는 위인은 못된다. 합본호마다 뭔가 특별한 것을 싣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발을 놀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설 합본호도 특별하다고 자부한다. 배우 조인성이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표지부터 스페셜하지 않은가. 제대했을 때부터 계속 섭외했지만 그는 ‘아직 작품도 고르지 못한 상황에서…’라며 한발 뺐었다. 그러던 그가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방영을 앞두고 <씨네21>을 통해 복귀를 ‘신고’한다. 펼쳐보시면 알겠지만 성실하고 열정적인 그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화보가 ‘살아 있네!’라는 탄성을 자아낸다. ‘살아 있네!’를 전 국민적 유행어로 만든 윤종빈 감독과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를 비롯해 네 커플의 아주 특별한 만남도 힘을 기울인 특집기사다. 영화계 인사가 다른 분야의 인물을 만나거나 조금은 독특한 주제의 이야기를 펼치는 이 ‘하이브리드 인터뷰’는 영화라는 분야를 보다 확장해보려는 시도다. 사진과 맛깔나는 글을 통해 지난날을 돌아보는 ‘세태유행만상록’이나 ‘오스카상, <씨네21>의 선택’도 쌉쌀한 맛을 전할 것이다.
여러분도 각자의 무한궤도에서 벗어나 달콤한 휴식을 즐기시길. <씨네21>이 그 벗이 될 수 있다면 우리로선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