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관객수가 20대 관객수를 넘어섰다는 맥스무비의 발표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사이트에서 2012년 표를 예매한 40대는 전체의 25.8%였는 데 반해 20대는 20.1%였다고 한다. 20대 관객수가 서서히 증가했다면 40대 관객수는 그야말로 대폭발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돌풍에 관해 중장년층 관객이 늘어난 게 중요한 이유였다는 다소 막연한 분석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맥스무비가 보내온 자료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30대에 관한 것이다. 30대는 지난해 44.4%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이미 2009년 45.3%를 기록해 32.6%의 20대를 넘어선 이래 꾸준히 44~4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까 영화 관객 중 절반이 30대라는 이야기다.
결국 한때 한국 영화계에 떠돌던 속설, 그러니까 핵심 관객층인 20대 중후반(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그 주변 세대가 항아리꼴로 분포돼 있다는 시장분석은 이미 시효를 다한 것이다. 대신 30대의 두터운 관객층이 중심이 되고 40대와 20대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시장구조가 만들어졌다. 물론 한 예매사이트의 분석을 전체 영화시장으로 단순 치환하기 곤란하다는 점이나 가족 관객의 경우 부모가 대표로 예매하는 까닭에 발생하는 데이터의 왜곡 등 보이지 않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이 발표에 최근 극장가와 관련한 중요한 진실이 담겨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영화가 한창인데 태연하게 전화를 받거나 카톡을 날리는 중년 관객이 부쩍 늘지 않았나).
30~40대 관객이 전체 극장가의 70%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나름 의미심장하다. 영화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지난해 19금 영화가 유독 흥행했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듯, (대다수 영화들이 받기 갈망하는) 15세 관람가 등급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그 말은 소재나 주제, 그리고 표현에서 보다 대범하고 과감한 영화가 더 많이 기획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약간 비약하면, 대기업 영화사들이 기계적으로 그어놓은 금단의 선을 과감하게 돌파해 무언가를 성취하기만 한다면 독립영화라도 시장에서 환영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뜻할 것이다. 용기있는 도전 또는 도발이 보다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갈수록 넓어지고 두터워지는 관객층은 한국영화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승승장구 속에서도 그늘 아래 지내고 있는 스탭들의 고통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산업노조,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발표한 ‘2012년 영화 스탭 근로실태조사’를 보면 그들이 느낄 소외감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영화노동자의 평균 소득은 1107만원인데, 그중 1천만원 이하 소득자가 65.9%나 된다. 이토록 재생산이 불가능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영화 현장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분배 구조 개선을 위해 영화계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 화양연화가 지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