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디지털 온라인 시장이 2011년에 비해 26%나 성장했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는 여러모로 반갑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VOD, IPTV, 디지털케이블TV 등을 포함한 디지털 온라인 영화시장의 매출은 2158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888억원 정도였던 디지털 온라인 매출액은 2010년 1109억원으로, 2011년에는 1709억원으로 크게 상승해왔다. 4년만에 거의 세배 정도 시장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영진위는 제도적, 기술적 보완을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살려나가 2017년에는 디지털 온라인 영화시장을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부가판권 매출이 전체 영화시장의 40%를 차지해 한국 영화계는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인 터전을 갖게 되는 셈이다.
사실 디지털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한국 영화계의 숙원이었다. 지금부터 10여년 전인 1999년만해도 비디오 매출은 8970억원으로 전체 영화시장의 76%를 차지했다. 당시는 멀티플렉스가 거의 보급되지 않아 극장 매출이 형편없기도 했지만 그만큼 비디오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디오를 중심으로 한 부가판권 시장은 급속하게 무너졌다. 2004년만 해도 DVD를 포함한 비디오 시장은 6536억원 규모였지만 5년 뒤인 2009년이 되자 400억원대가 됐다. 이유야 모두 알다시피 불법 다운로드 때문이다. ‘IT강국’답게 한국의 부가판권 시장은 온라인상에서 불법 유통되는 영상에 완전히 잠식당했다. 부가판권 시장이 가장 쪼그라들었던 2009년 전체 영화시장에서 부가판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5%까지 추락했다. 영화를 만들어 개봉했을 때 전체 수익 중 극장 비중이 92.5%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다. 영화계의 ‘안전판’이라 할 수 있는 부가판권 수익이 0에 수렴하면서 당연히 모두가 극장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던 것이다.
‘IT로 망한자 IT로 흥한다’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디지털 온라인 영화시장이 활성화돼 다행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급격하게 활성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쪽에는 ‘디지털 냄비근성’에서 최고인 한국이 가장 앞서기 마련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만든 데 <씨네21>이 2007년 설립했던 (하지만 이제는 우리와 관계없어진) ‘씨네21i’가 한몫한 듯해 부듯하기도 하다. 돈 내고 합법적으로 영화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선 ‘씨네21i’ 같은 곳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밝은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2011년 기준으로 전체 영화시장에서 부가판권 매출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전세계 60개국 평균 부가판권 비중은 무려 63%에 달하는데 말이다. 부가판권 시장의 확대는 결국 영화산업 종사자에게 더 공정하고 풍족한 배분을 하게 하는 전제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여러분, 앞으로도 죽 돈 내고 다운로드!